시베리아, 그 거짓말 : 정태언 소설집

시베리아, 그 거짓말 : 정태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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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태언 작가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는 시베리아이다. 정확하게는 각자의 사연을 품고 시베리아로 떠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닿은 시베리아에서 뭔가를 보거나 듣거나 만난다.
저자

정태언

저자:정태언

서울출생.한국외대노어과와동대학원졸업.모스크바국립대에서문학박사학위취득.2008년『문학사상』신인상에「두꺼비는달빛속으로」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무엇을할것인가』『성벽앞에서―소설가G의하루』등과산문집『시베리아이야기』가있다.2012년대산창작기금,2023년아르코창작기금을수혜했다.2014년사할린레지던스작가로선정.2019년문학비단길작가상,2021년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수상.

목차


한뼘
시베리아,그거짓말
북치는소년
그날이오면
축약시대
「조용환약전(趙龍煥略傳)」을쓰다
골로먄카에대한상상
아프리카

발문한뼘부족한사람들을위한다큐멘터리|조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정태언작가의소설에자주등장하는장소는시베리아이다.정확하게는각자의사연을품고시베리아로떠나는사람들이등장한다.그리고그렇게닿은시베리아에서뭔가를보거나듣거나만난다.

이번소설집에첫작품으로실린「한뼘」에는‘우주의날’을상기시키는카르쉬라는친구가나온다.이날은우주인유리가가린이최초로지구를벗어난날을기념하는날이다.주인공은방이나아파트,동네나도시,국가나세계로구획되는어떤경계를의식하면공황에빠지는사람이다.마치열을가하면통통튀고서로부딪치면서아비규환으로빛을내는진공관속같다고생각한다.알타이말로‘카르쉬’라는이름은‘한뼘’이라는뜻이다.이이름에서기인한연상작용으로주인공은늘한뼘이부족했던지난삶을되돌아본다.한뼘의점수가모자라떨어진대학입시나한뼘뒤늦게받은학위로무산된교수임용에이르기까지주인공은한뼘의공간이부족해서제자리를찾지못한가구같은삶을살아온것이다.그런데한뼘을한탄하던그는하바롭스크에서우연히본어떤다큐멘터리영상에홀려시베리아의민속곡‘카이’를듣고자먼알타이로향한다.그렇게해서만난사람이카르쉬였다.그러나‘카이’를부를수있다고해서만난남자는영미덥지못한사람이었다.즉카르쉬역시어찌보면한뼘부족한사람이었다.우여곡절끝에주인공은결국남자가부르는‘카이’를듣고만다.

한뼘이모자란사람들이시베리아로향하는이야기는두번째작품「시베리아,그거짓말」에도등장한다.이소설의주인공역시호구지책으로얼떨결에시베리아에대한강의를맡는다.한번도가본적이없었던곳을자료만조사해서강의를시작한다.먹고살기위해시작한시베리아강의였지만,그곳에는장밋빛미래가있을거라고자기계발서에담기는논리처럼스스로를합리화하지만어느순간부터자신이없어진다.그리고결정적으로수강생‘시제로’때문에주인공의확신은무너진다.과거강사였던주인공에게서‘C°’학점을받아‘시제로’로지칭되는이인물이주인공의위선을공격한것이다.이를계기로주인공은자신이강의했던혹은사회에서자기계발서처럼주입하던시베리아가거짓이라고느낀다.우리사회에서위정자혹은기업가들이자기계발서처럼외치던한반도에서시베리아로연결되는열차사업은결국필요에의해동원된위선의언어라는것을인식하는것이다.

세번째로수록된「북치는소년」은주인공의어린시절약간의장애를가진친구에대한회상기인데,고아인이친구는번쩍이는악기를특출나게다루지도못했고후원자의눈에띄어입양되지도못한다.그러므로‘찔찔이’라는별명을가진이친구나실직을한상태에서과거를돌아보는주인공역시한뼘이부족한사람이다.이렇게뭔가를결여한사람들의이야기는다음작품인「그날이오면」에서도이어진다.이작품의주인공은경제적형편으로지방도시의구도심에위치한‘13번지’낡은주택의이층으로이사온다.지하에는다른세입자가,그리고일층에는주인집부부가거주하고있다.그런데문제가생긴다.집건너편에위치한고물상‘창대자원’에서밤낮없이소음이들려오기시작하는것이다.창대자원이내뱉는소음으로인해주인공의평온한삶은점점무너지는데,이는주인공의태도에도원인이있다.‘자원의틈새에서나는점차13호구성원들을자원의차원으로살피기시작’하며‘나는창대해지리라.나도버젓이사회에유용한자원이되어창대해지리라.당당히이곳을벗어나리라’라고다짐하는주인공은마치「시베리아,그거짓말」에서한반도철도가시베리아철도로연결되면어떤경제적가치가있을지에대해시험문제를내는강사와같다.

다음작품「축약시대」에는수십년만에연락해과거억울한죄에대한탄원서를부탁하는P와의사연이소개된다.주인공은썩내키지않는국가보안법위반에대한탄원서작성을위해서P의삶을축약한다.주인공은오래전에P가살고있던C시에내려가한동안신세를진적이있었는데그때‘안다’라는말을강박적으로되풀이토해하는P의어머니를보게되고,그말의기원을추리한적이있다.여러변이형을가진‘안다’는‘언더’나‘원더’로들리기도한다.주인공을갸웃하게만드는‘오란다’혹은‘오런더’라는말도있다.듣기에따라서얼마든지달리해석될수있는이런혼란은“혀끝에서벌어지는힘의역학관계로파악해보려고했지만여전히알수없는”P의국가보안법위반사건으로이어진다.P의삶을망가뜨렸던이러한언어의혼란은무엇이었을까.

이어지는「「조용환약전(趙龍煥略傳)」을쓰다」에는얼떨결에지방소도시를빛낼숨은영웅을찾아나서는주인공의사연이소개된다.주인공은시에서발간하는잡지의필진으로그동안을알려지지않았으나쇠락해가는시를빛낼영웅을발굴하는일을떠맡게된다.고심하던그의눈에우연히『수암의기이한천성견문경험기』란책이들어오고그는책에에피소드로수록된‘도술가조용환’에대해주목한다.그런데애써조사해봐도이기묘한도술가는한뼘부족한사람이다.

「골로먄카에대한상상」에는바이칼호수깊은곳에사는물고기가나온다.배속이훤히들여다보이는외형에지나친기름기때문에맛도없는골로먄카라는물고기다.주인공은국내에서시베리아에대한강의를하며틈틈이여행사의현지가이드를하는것으로부업을삼고있는데어느날예전여행에서만난여자에게서연락이온다.그런데처음전화를잘받아주었던주인공에게여자는지속적으로연락하며용건도분명치않은자신의얘기를되풀이한다.‘위험박순남’이란별명을가질만큼여행내내속보이는언행으로일행들에게민폐를끼쳤던여자야말로골로먄카같은사람이었다.그여행에서주인공은처음으로골로먄카를보는데그어원이‘헐벗은또는가난하다는뜻’을가진‘골로이’가아니라‘바닥을알수없는심연’이란뜻의러시아고어‘골로멘’임을알게된다.

마지막단편「아프리카」는시베리아한복판의투바공화국의키질이라는곳에서아프리카를그리워하며평생을살아온온다르칄긔츼라는남자에대한이야기다.젊은시절배우로활동한남자는체호프원작인「바냐아저씨」라는연극에서도자주배역을맡았는데이작품에등장하는아프리카지도를평생곁에걸어두고살아왔다.그리고‘카이’라고도부르는‘호메이’를듣기위해시베리아에서도오지중의오지인키질을찾아온주인공에게오히려바냐의아프리카를아냐고되묻는다.남자는한국에유학을간아들이교통사고로죽어버린사연을가지고있다.그리고아들이죽지만않았어도다시는아프리카를꿈꾸지않았을것이라고토로한다.내면에부족한뭔가를채우기위해호메이를듣고자키질에온한국인주인공이나자신에게결여된무언가때문에평생바냐의아프리카를마음속에품고살아온시베리아의남자모두한뼘부족한사람들이었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