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나라사랑

책방, 나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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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6월 항쟁’의 한가운데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한 여대생이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을 때, 그녀의 여동생인 소설의 주인공 강지영은 중학교 2학년이었다. 강정아의 장편 『책방, 나라사랑』은 언니의 참변 이후 세상의 궤도 밖으로 튕겨 나온 한 소녀의 의식을 정직하게 따라가면서 ‘민주화’ 혹은 ‘역사의 진전과 후퇴’라는 시대의 지표에 환원되지 않는 개인의 진실과 꿈, 삶의 의미를 향한 채워지지 않는 질문을 토해낸다. 기적적으로 깨어나기는 했지만 일곱 살 나이로 퇴행한 언니의 정신과 육체 곁에서 살아간다는 일은 무엇인가. 엄마의 지칠 줄 모르는 사랑, 주변의 헌신적 도움조차 냉소하고 회의하는 주인공의 도발적이고 혼란스러운 의식이 길고 긴 방황과 우회 끝에 남도의 바닷가 작은 책방에서 찾아낸 조용한 평화의 시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살아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면 그것은 무엇보다 언니의 삶이 그러할 테지만, 언니의 사고 이후 부정과 냉소밖에 몰랐던 강지영이 ‘일곱 살’ 언니를 뒤늦게 온전히 껴안고 사랑할 수 있게 된 기적에 대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삶의 축복’이라는 말을 건넬 수 있으리라. 소설은 말한다. “언니의 동생으로 세상에 태어났을 때 나는 이미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가 된 존재였다.” 이 같은 깨달음에 뒤늦은 시간이란 없을 테다.

삶은 무겁고 인생은 버겁다. 어떤 찬란한 꿈을 이루었다 해도 삶이 이어지는 한 고난 또한 계속해서 파도처럼 밀려올 것이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집채 같은 크기로. 엄마가 어느 정도 회복되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렸고 그동안 서점은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그래도 도서관 이전 문제 때문에 알게 된 몇 사람들이 틈틈이 가게를 돌봐주었다. 그리고 독서 모임을 운영할 만큼 인맥이 는 것도 투쟁의 소소한 결실이었다.
막막해질 때마다 생각했다. 그래도 그때보다는 낫다, 그래도 우리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 하고. 절망의 경험이 희망의 이유가 되었다. 시간은 자국을 남긴다. 그리하여 우리의 투쟁은, 투쟁과 다를 바 없는 우리의 삶은, 작고 미약할지라도 의미를 가진다. 그렇게 말했던 아름다운 사람을, 나는 기억한다. -본문에서
저자

강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