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15.00
저자

서성란

저자:서성란
1996년중편소설「할머니의평화」로실천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방에관한기억』『파프리카』『침대없는여자』,장편소설『모두다사라지지않는달』『특별한손님』『일곱번째스무살』『풍년식당레시피』『쓰엉』『마살라』『달아주머니와나』등을출간했고『쓰엉』은베트남어로도출간되었다.서라벌문학상수상.2022경기문학작가확장지원프로젝트에선정되었다.단편소설「내가아직조금남아있을때」로2023년제46회이상문학상우수상을받았다.

목차


완벽한스테이크와적양배추요리
좋은어머니들
내가아직조금남아있을때
존,로베르트,은희
이규호노먼테리어
피아라식당의손님
O리의목사
봉희
회촌의달
유채

해설재현의아이러니를넘어서는방법|이경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1996년등단한이래,서성란만큼한국사회의약자들에대해지속적인관심을기울인작가도드물다.소설집『내가아직조금남아있을때』에등장하는대표적인약자로는이주노동자와해외입양아를들수있다.
「피아라식당의손님」은네팔에서온이주노동자의삶을그린작품이다.네팔에서온버랄은네개의손가락이프레스에잘린채한국사회에서살아가고있다.서성란은이작품에서도버랄의‘고통’에만주목해그를타자로고정시키는표상의폭력에머물지는않는다.버랄을우리와똑같은인간으로여기게끔만드는무수한유사성의회로를창출하고있는데,그회로는‘버랄=경섭’,‘버랄=영석’,‘버랄=지하철기관사’의등식으로정리해볼수있다.그러나이주노동자와한국인의유사성만주장한다면,그것은‘낭만적허위’에머물수도있다.서성란은이러한측면역시놓치지않으며,작품에는지하철선로에뛰어들어자살한외국인은“자신이누구인지증명해줄신분증”이없어“유령”이될수밖에없지만,경섭의주머니에는설령자신이주검으로발견되더라도“자신이누구인지증명해줄신분증”이있다는언급이나온다.또한경섭의아들영석은네팔에서일한다고해도,한국에서일하는외국인청년들과는다르게“월급을받으면최소한의생활비를제하고몽땅고향에있는부모형제에게보내야하는고달픈신세가아니”며,“강제단속에마음졸이고몸이아파도작업장으로출근해야하는불법외국인노동자가아니”다.그렇기에영석은원한다면언제라도돌아올수있는“자유인”이다.이처럼이주노동자와한국인은분명같지만,분명다르기도하다.둘사이에존재하는‘같음과다름’혹은‘다름과같음’이충분히사유될때만,이주민과의공존은가능해질수있을것이다.
이번소설집에서서성란이새롭게발견한약자는해외입양아이다.주지하다시피한국은세계에서가장많은아이들을해외로보냈던불명예를안고있는나라이다.현재많은해외입양아들이어른이되어한국사회로돌아오고있으며,서성란은이를날카롭게포착하여작품화하고있는것이다.「이규호노먼테리어」와「존,로베르트,은희」는해외입양아들의문제에대한서성란의뜨거운문제의식을느낄수있는작품이다.「존,로베르트,은희」에서는해외입양아출신의존데이비드를다른사람들과동일시하려는강렬한태도가일정부분드러난다.「존,로베르트,은희」의존데이비드는우편주문아이였다.입양기관이양부모를대신해받는IR-4비자는양부모가한국으로와서입양절차를완료하고받는IR-3비자와달리자동으로시민권이부여되지않았다.파양당한존을재입양한양부모는주정부의법에따라입양절차를완료해야한다는사실을알지못했고,존은시민권이없다는사실을모른채살았다.그결과주정부는범죄에연루되었으며시민권이없는입양아에게출생국으로돌아가라고추방명령을내린것이다.결국존은출생국(한국)으로이십구년만에돌아와유령처럼떠돌다가자신의유골을뉴욕양부모에게보내달라는유서를남기고생을마감한다.
소설집에는한국사회의여성에대한의식이날카롭게빛나는작품들이여러편수록되어있다.소설집의첫번째에수록된「완벽한스테이크와적양배추요리」는요리(음식)를매개로해서여성이처한현실을조명하고있는작품이다.시어머니는늙어서까지남자를위해“한달이면대여섯차례나크고무거운택배꾸러미”에담긴음식을보내고는했다.거기에는“김치와된장,고추장,나물과젓갈”이가득담겨있었다.남자가고향집에라도오면,시어머니의음식에대한정성은더욱뜨거워지고는했다.그러나기억을잃어버린시모가더이상음식을보내지못하게되자,남자는“당황하고고통스러워”한다.남자의존재를뒷받침하는핵심에는자신에게음식을끝없이만들어주는어머니가있었던것이다.그렇기에늙은“형수가만든형편없는음식으로허겁지겁배를채우고있는어머니의모습을보았던날”,남자는“억지로젖을떼이는아이처럼”공포와짜증에휩싸여버린다.
「유채」와「좋은어머니들」은여성성의핵심중하나인모성을파고든작품들이다.세월호참사를배경으로한「유채」의초점화자인소하는유채가만발한섬으로수학여행을떠난고등학생아들율의죽음에고통받는다.이작품에는소하가우울의상태에빠져있다는것이매우섬세하게묘사되어있다.소하의우울증적상태는“일년육개월전율이집을나간그날에멈춰있”는거실벽에걸린시계를통해암시적으로드러나기도한다.소하는율과친구들이죽어가던그현장을추체험하는데,이대목은서성란의문학적기량이얼마나높은수준에이르렀는가를잘보여준다.
「좋은어머니들」의어머니는제목과는달리,기존의모성신화에의문을제기하는존재이다.재욱의어머니는남편없이혼자서세아들을힘들게키워낸어머니이다.이런어머니라면전통적인모성신화의주인공이되기에모자람이없다.그러나이어머니는아버지가모두분명치않은세명의아들을철저하게차별한다.아버지에대한질문을들을때마다,어머니는세아들에게삼십대초반으로보이는한남자의사진을보여줄뿐이다.막내아들은예뻐하며가까이두고의지하지만,큰아들인재욱은정서적으로나실제적으로멀리하며거리를둔다.더욱끔찍한것은둘째아들성욱에대하여한없이냉정하다는것이다.그리하여성욱은후천적장애를안고자기만의골방에서살다자살로생을마감한다.「좋은어머니들」은무조건적인것으로받아들여지는우리사회의모성신화에의문을제기하는동시에,「유채」에서소하가보여주는모성이지닌사회적성격을더욱부각시킨다고할수있다.
「내가아직조금남아있을때」는‘불안하지만불가피한’,혹은‘불가피하지만불안한’진실과의대면에대해말하는소설이다.이작품의주인공인혜순은시쓰는교수남편과희곡을쓰는예비교수딸을둔중년여성으로서,우아하고평화롭게살고있다.한권의수필집을출판한어엿한작가로서,볕이좋은날이면책을읽고글을쓰면서평화로운시간을보내는것이그녀의일과이다.그런데이행복을위해혜순이평생동안꾹꾹숨겨온진실과대면해야하는순간이다가온다.그순간은딸연희가쓰고있는희곡「돌아오는아이들」을통해서이루어지는데,이희곡은입양아들에대한것으로서대극장무대에오를예정이다.평소혜순은가장먼저딸의글을읽고평가를해주었지만,이번만은딸의글을읽으려고도당연히칭찬이나격려를하려고도하지않는다.그뿐만아니라혜순은지금책을읽을수도,단하나의문장도쓸수가없는상태이다.혜순이이토록큰충격에빠진이유는,딸이쓰는희곡「돌아오는아이들」이혜순이라는주체의중핵에해당하는진실을건드리고있는것과관련된다.
「봉희」는‘진실에바탕한글쓰기’가아예자서전쓰기로나타나있는작품이다.「봉희」에서봉희는결혼29주년을맞이하여남편에게결별을선언하고자한다.이러한결별에는여성을둘러싼현실에대한비판적인식이아로새겨져있다.결별선언은봉희가자서전작가로탄생하는과정과맞물려있다.이것은글을쓴다는것이서성란의소설에서는여성의새로운주체확립과연결된다는것을의미하는것이기도하다.
지난삼십여년간서성란은한국사회의약자들에대한지속적인문학적형상화를해왔다.이러한형상화가더욱빛나는것은‘약자들에대한형상화’가지닌기본적인아이러니에대한민감한자의식을동반하고있었다는것이다.이러한자의식은이번소설집에서도여전히섬세하게작동하고있다.이러한형상화에있어또하나전제되어야할태도는,‘재현주체’와‘재현대상’의거리문제라고할수있다.아무리섬세한성찰과공감을지니고있더라도,‘재현주체’는결코‘재현대상’이될수는없는까닭이다.이와관련해서성란은글쓰기에대한발본적인탐색을지속하고있다.이를통해그녀는오직진실에입각한글쓰기만이참된문학이될수있음을강조한다.이러한진정성이야말로‘재현주체’와‘재현대상’의거리에서발생하는재현의근본적인아이러니를해결하는하나의출구인것이다.여기까지서성란의작품을읽어왔다면,그녀가끊임없이한국사회의약자들을찾아내어형상화하는작업은결코소재주의일수는없다.그렇기에그녀가심혈을기울여보여줄새로운고통과소외에벌써부터마음이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