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것이 나를 이끌어간다

반짝이는 것이 나를 이끌어간다

$14.00
Description
소설집 『겨울 선인장』과 『바람이 분다』에서 주로 노년의 삶을 깊이 살펴온 권채운은 첫 장편 『반짝이는 것이 나를 이끌어간다』에서 유년과 청춘을 소환한다. 그럼으로써 부박한 삶 속에서 우리가 곧잘 망각하는 인간성이라는 보편적 진실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나 은은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더하여 이번 장편에서 보여주는 세상을 향한 관조와 이해는 깊은 강물의 수면처럼 잔잔하면서도 그 수심처럼 웅숭깊다. 그 깊이만큼 반짝인다. 아마도 그는 반짝이는 것에 이끌려 다시 희망을 노래하려는 듯하다.
프롤로그에서 청춘의 한 날을 회상하는 ‘미자’의 마음길이 그것을 예고하고 있다.

무슨 대단한 사랑을 한 것도, 실연을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냥 이참에 이 소망 없는 인생에서 하차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기차에 태운 것은 아닐까. 나는 그들 보통 사람들이 내뿜는 활기에 떠밀려서 다음 역에 기차가 정차하자 기차에서 내렸다. 논산이었다. 역전식당에서 해장국물을 한 사발 들이켰다. 왠지 힘이 솟는 것 같았다. 나는 상행선 기차를 타고 돌아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씩씩하게 회사에 출근했다. 그날 이후의 내 삶은 덤이었다. 어째 덤으로 받은 것이 더 많은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
눈을 돌리면 그 시선에 따라서 물별도 따라 움직였다. 바라보지 않으면 냇물도 그저 무심히 흘렀다. 반짝이는 것이 나를 살게 하는구나.(8~9쪽)

또한 그가 이전의 단편들에서 비극적 세태를 응시하고 풍자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격랑의 시대를 건너온 청춘들이 상처와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를 핍진하게 보여준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았거나 혹은 잃어버린 ‘미자’의 가족, 산업화 시대를 살아낸 방직공장의 은수(삼순), 은미(삼숙), 은숙, 영자, 영옥, 인주, 미스 권, 미스 정, 미스 리…… 하지만 이들을 통해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시대의 아픔이나 역사적 현실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인물들 사이의 어긋나고 비껴가는 관계를 문제적으로 인식한다. 그들은 삶을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로 받아들이며, 그 현실이 아무리 척박하고 비극적이라고 해도 끊임없이 꿈꾼다. 그것이 바로 권채운 소설의 진수이자 미덕이다. 또한 권채운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자 소설을 쓰는 마음가짐으로 보인다.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기에 그녀 스스로도 어머니를 버리겠다고 다짐했음에도 ‘미자’가 어머니를 찾아 나서는 것은 자기 안의 불화를 잠재우고 다시 꿈꾸고자 내딛는 발걸음이다. 이어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그녀는 또 다른 꿈의 세계로 성큼 나아간다. 청춘의 고단한 삶 속으로 찾아든 책. 책 속의 신세계는 현실과 맞물려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요컨대, 이상적 삶의 열망에 들뜨다가 현실에 주저앉기도 하지만 다시 일어서며 달구어진 열망은 소설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권채운 특유의 진중한 사유가 빚어내는 해학, 묵직한 공명을 일으키는 입말, 거기에 자연에 대한 탁월한 묘사가 어우러진다.
권채운은 첫 소설집 『겨울 선인장』의 작가의 말에서 “세상에 혼자 내던져졌다는 생각이 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오로지 소설만이 친구였다. 벼랑 끝까지 떠밀려 갔다가도 소설의 한 문장에 힘을 얻어 돌아설 수 있었다”라고 쓰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격랑의 시대를 살아온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삶의 보편성을 이야기하면서, 그 이면에는 글쓰기에 의한 삶의 통찰을 담고 있다. ‘미자’의 유년과 청춘, 중년과 노년에 이르기까지 주된 관심사를 두고 볼 때, 그녀가 글쓰기를 꿈꾸고 이루는 삶의 내력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미자’의 삶에서 글쓰기는 그 자체로 무한한 빛을 발산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꿈도 꾸지 못했던 소설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당선 소식을 들은 그녀는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힌다.

행복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기쁜 일들은 내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나 혼자 힘으로 이루어낸 성취가 주는 뿌듯함이 내 몸속에 가득 들어찼다. 행복해서 잠 못 드는 밤은 감미로웠다. (……) 나는 내 팔자를 내 힘으로 바꾼 것이다.(140쪽)

시대의 아픔과 개인적인 상처들은 각기 다른 빛깔의 희망을 지으며 각 장마다 생생하게 변주된다. 설령 그가 냉소하는 순간에마저 마음을 붙들려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까닭이다. 작품을 아우르는 그늘과 빛의 절묘한 조우, 그것을 지탱하는 고뇌와 의지는 삶의 진실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권채운 식의 꼿꼿함이다.

저자

권채운

저자:권채운
충북진천에서태어났다.2001년『창작과비평』신인소설상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겨울선인장』『바람이분다』를펴냈다.모두의도움에힘입어소설가로살아가고있다.내소설이누군가에게도움이되리라는열망이죽자내기로소설을쓰게한다.

목차


프롤로그
1장산당화피던시절
2장꿈의서울로
3장기차기숙사
4장재회의이유
5장들러리전문
6장필하모니
7장이산가족찾기
8장자기가만드는팔자
9장북어눈알과오징어입
10장꽃상여
에필로그

발문혼신으로길어올린구성진희망가|김혜정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소설집『겨울선인장』과『바람이분다』에서주로노년의삶을깊이살펴온권채운은첫장편『반짝이는것이나를이끌어간다』에서유년과청춘을소환한다.그럼으로써부박한삶속에서우리가곧잘망각하는인간성이라는보편적진실에대해그어느때보다치열하나은은하고,진지하게이야기한다.더하여이번장편에서보여주는세상을향한관조와이해는깊은강물의수면처럼잔잔하면서도그수심처럼웅숭깊다.그깊이만큼반짝인다.아마도그는반짝이는것에이끌려다시희망을노래하려는듯하다.
프롤로그에서청춘의한날을회상하는‘미자’의마음길이그것을예고하고있다.

무슨대단한사랑을한것도,실연을한것도아니지않은가.그냥이참에이소망없는인생에서하차하고싶은마음이나를기차에태운것은아닐까.나는그들보통사람들이내뿜는활기에떠밀려서다음역에기차가정차하자기차에서내렸다.논산이었다.역전식당에서해장국물을한사발들이켰다.왠지힘이솟는것같았다.나는상행선기차를타고돌아와서아무일도없었다는듯이씩씩하게회사에출근했다.그날이후의내삶은덤이었다.어째덤으로받은것이더많은인생을살아온것같다.
눈을돌리면그시선에따라서물별도따라움직였다.바라보지않으면냇물도그저무심히흘렀다.반짝이는것이나를살게하는구나.(8~9쪽)

또한그가이전의단편들에서비극적세태를응시하고풍자하는방식을취했다면,이작품에서는격랑의시대를건너온청춘들이상처와아픔을어떻게극복해왔는지를핍진하게보여준다.전쟁의소용돌이에서살아남았거나혹은잃어버린‘미자’의가족,산업화시대를살아낸방직공장의은수(삼순),은미(삼숙),은숙,영자,영옥,인주,미스권,미스정,미스리……하지만이들을통해그가주목하고있는것은시대의아픔이나역사적현실에국한되어있지않다.오히려인물들사이의어긋나고비껴가는관계를문제적으로인식한다.그들은삶을추상적이아닌구체적인현실로받아들이며,그현실이아무리척박하고비극적이라고해도끊임없이꿈꾼다.그것이바로권채운소설의진수이자미덕이다.또한권채운이세상을살아가는방식이자소설을쓰는마음가짐으로보인다.

어머니가자신을버렸기에그녀스스로도어머니를버리겠다고다짐했음에도‘미자’가어머니를찾아나서는것은자기안의불화를잠재우고다시꿈꾸고자내딛는발걸음이다.이어독서와글쓰기를통해그녀는또다른꿈의세계로성큼나아간다.청춘의고단한삶속으로찾아든책.책속의신세계는현실과맞물려삶과죽음,사랑과이별에대한성찰로이어진다.요컨대,이상적삶의열망에들뜨다가현실에주저앉기도하지만다시일어서며달구어진열망은소설을이끌어가는원동력이된다.권채운특유의진중한사유가빚어내는해학,묵직한공명을일으키는입말,거기에자연에대한탁월한묘사가어우러진다.
권채운은첫소설집『겨울선인장』의작가의말에서“세상에혼자내던져졌다는생각이들던시절이있었다.그때는오로지소설만이친구였다.벼랑끝까지떠밀려갔다가도소설의한문장에힘을얻어돌아설수있었다”라고쓰고있다.그런면에서이작품은격랑의시대를살아온인물들의관계를통해삶의보편성을이야기하면서,그이면에는글쓰기에의한삶의통찰을담고있다.‘미자’의유년과청춘,중년과노년에이르기까지주된관심사를두고볼때,그녀가글쓰기를꿈꾸고이루는삶의내력은매우설득력있게다가온다.

‘미자’의삶에서글쓰기는그자체로무한한빛을발산한다.그리고마침내그녀는“꿈도꾸지못했던소설가”가된다.출판사로부터당선소식을들은그녀는다음과같이소회를밝힌다.

행복했다.지금까지살아오면서느꼈던여러가지기쁜일들은내노력으로된것이아니었다.오로지나혼자힘으로이루어낸성취가주는뿌듯함이내몸속에가득들어찼다.행복해서잠못드는밤은감미로웠다.(……)나는내팔자를내힘으로바꾼것이다.(140쪽)

시대의아픔과개인적인상처들은각기다른빛깔의희망을지으며각장마다생생하게변주된다.설령그가냉소하는순간에마저마음을붙들려옴짝달싹못하게되는까닭이다.작품을아우르는그늘과빛의절묘한조우,그것을지탱하는고뇌와의지는삶의진실에서한발짝도물러서지않겠다는권채운식의꼿꼿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