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연작소설 『모경의 빛』에서 우리가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은 지난 연대 서울 변두리 산동네에 터를 잡은 한 가족의 초상이다. 도장업(‘뺑끼쟁이’)으로 일곱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 과묵한 아버지, 빈한한 살림일망정 자식들의 교육에 열성이었던 품 넓은 어머니, 그리고 1남 4녀의 자식들로 이루어진 가족의 이야기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를 거치며 급속하게 변화해온 한국 사회의 한 전형을 담고 있다. 빈곤 탈출,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향한 열망이 사회 전체에 들끓었던 시기의 핍진한 이야기는 세목 세목에서 뭉클하고 착잡한 시간의 아우라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모경의 빛』이 지나간 시간의 작은 실타래들을 기억의 힘으로 정밀하게 복원하며 하고자 하는 일은 그 변화하는 사회적 배경 안에 있으되, 끝내 해소되지 않는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물음인 듯하다. 연작소설의 중심 화자는 집안의 막내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설에서 일인칭의 ‘나’, 이인칭의 ‘너’로 등장하거나, 때로는 ‘인해’, ‘세경’과 같은 이름을 부여받고 삼인칭으로 나오기도 한다. 작가의 분신, 페르소나로 짐작되는 이 인물에게 닥친 실존적 위기의식이 ‘가족’과 스스로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아홉 편의 ‘가족 이야기’를 낳고 있다.
모경의 빛 (박형숙 연작소설)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