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나리아 (양장본 Hardcover)

플라나리아 (양장본 Hardcover)

$22.41
Description
『플라나리아』에 수록된 전상국의 작품들에서 사람들은 거듭 떠나거나 사라지거나 숨는다. 가령 「너브내 아라리」에서 쏘가리 최씨는 반공포로라는 그의 이력이 불러오게 될 사회적 박해를 피해 장항리라는 오지 마을에서 철저히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 제목부터가 「실종」인 소설에서는 30년 이상의 시간적 격차를 둔 두 실종 사건이 겹쳐지면서 실종이라는 테마에 내장된 문제성의 집요함을 암시한다. 또 「이미지로 간다」에서 미지라는 인물의 죽음으로 형상화된 실종의 테마는 상실의 고통과 이것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사이의 간극이 펼쳐내는 정신적·물리적 공간 속에서의 방황의 몸짓을 낳기도 한다. 이보다 단순하게 「온 생애의 한순간」 「플라나리아」 「소양강 처녀」 등의 작품들에서 실종의 테마는 사귀거나 같이 살던 여자의 떠남이라는 직설적 행위로 구체화되고, 「물매화 사랑」에서 그것은 「너브내 아라리」와 비슷한 은둔의 형태를 취한다. 이렇게 『플라나리아』에 수록된 거의 대부분의 소설들은 그 서술과 형상화의 방식이나 의미화의 구조를 달리하면서도 하나같이 실종의 테마를 중심으로 한 동심원을 이루고 있다. 작품들의 발표 연도를 볼 때 1997년에서 2004년에 이르는 7년여의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실종의 테마는 전상국의 글쓰기를 이끌어온 예인선이었던 셈이다.
저자

전상국

저자:전상국
1940년강원도홍천에서태어나춘천고,경희대학교국어국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
1963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동행」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으로『바람난마을』『하늘아래그자리』『아베의가족』『우상의눈물』『우리들의날개』『외등』『형벌의집』『지빠귀둥지속의뻐꾸기』『사이코』『온생애의한순간』『남이섬』『굿』,장편소설로『늪에서는바람이』『불타는산』『길』『유정의사랑』이있다.
그밖의저서로『김유정』『당신도소설을쓸수있다(소설창작강좌)』『우리가보는마지막풍경』『물은스스로길을낸다』『길위에서만난사람들』『춘천山이야기』『춘천사는이야기』『작가의뜰』등과콩트집『식인의나라』『장난전화거는남자를골려준남자』『우리시대의온달』등이있다.
현대문학상(1977),한국문학작가상(1979),대한민국문학상(1980),동인문학상(1980),윤동주문학상(1988),김유정문학상(1990),한국문학상(1996),후광문학상(2000),이상문학상특별상(2003),현대불교문학상(2004),경희문학상(2014),이병주국제문학상(2015),강원도문화상(1990),동곡상(2013),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2024)을수상했고,황조근정훈장(2005),보관문화훈장(2018)을수훈했다.
현재대한민국예술원회원,강원대학교명예교수.

목차


물매화사랑
소양강처녀
플라나리아
온생애의한순간
이미지로간다
한주당,유권자성향분석사례
너브내아라리
실종

해설말이꽃으로피어날때|권오룡(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전상국중단편소설전집9권

『플라나리아』에수록된전상국의작품들에서사람들은거듭떠나거나사라지거나숨는다.가령「너브내아라리」에서쏘가리최씨는반공포로라는그의이력이불러오게될사회적박해를피해장항리라는오지마을에서철저히고립된삶을살아가고,제목부터가「실종」인소설에서는30년이상의시간적격차를둔두실종사건이겹쳐지면서실종이라는테마에내장된문제성의집요함을암시한다.또「이미지로간다」에서미지라는인물의죽음으로형상화된실종의테마는상실의고통과이것에서벗어나려는의지사이의간극이펼쳐내는정신적·물리적공간속에서의방황의몸짓을낳기도한다.이보다단순하게「온생애의한순간」「플라나리아」「소양강처녀」등의작품들에서실종의테마는사귀거나같이살던여자의떠남이라는직설적행위로구체화되고,「물매화사랑」에서그것은「너브내아라리」와비슷한은둔의형태를취한다.이렇게『플라나리아』에수록된거의대부분의소설들은그서술과형상화의방식이나의미화의구조를달리하면서도하나같이실종의테마를중심으로한동심원을이루고있다.작품들의발표연도를볼때1997년에서2004년에이르는7년여의짧지않은세월동안실종의테마는전상국의글쓰기를이끌어온예인선이었던셈이다.

실종이란무엇인가?이물음에일단현존성의사라짐이라고잠정적으로정의해본다.그렇다면실종의의미에대해묻는것은현존의방식,그것의의미를묻는작업과나란히간다.사람들은어떻게현존하는가?인간이사회적존재라는절대명제에의거한다면그것은같이있음으로써이다.같이있는다는것,그것은너와내가서로보고말하고듣고더듬는등의감각적접촉의범위안에같이머물러있다는것을의미한다.한사람의존재의의미와정체성이나와타자의공존과교환으로수립되는것임을감안할때현존성이란모든사람에게필수적인실존의범주임이분명하다.그러나감각적접촉의장으로만제한된현존성이란우연한현존에지나지않는다.이것이필연이되고,또이필연을바탕으로너와내가유의미한간주체적실존을이루기위해서그현존의장은언어를매개로하는의사소통의장으로옮겨져야한다.
그러나의사소통의장이현존에주어진약속의장이라해도현존에서실존으로나아가는길이언제나넓고시원하게뚫려있는것은아니다.오히려현존의장의또다른이름이라할수있는일상성의공간에서그길은다름아닌일상성자체에의해언제나닫혀있고가려져있다.일상성의공간으로축소된현존의장에서언어는존재를가리키는개시(開示)의도구이기를그치고존재망각을부추기는은폐의도구로전락한다는것,이와더불어사람들이일상적으로하는말또한요설과잡담으로타락해버림으로써현존에서존재로나아가는길은더욱진한어둠에잠겨버리고만다는것은우리가하이데거의철학을통해이미익히알고있는사실이다.여기서우리는하이데거의존재론을거울로삼아우리의삶의모습,그리고이에겹쳐있는일상성의모습을비추어보아야한다는실존적,윤리적명제를마주하게된다.우리의일상성의공간은어떠한가?과연그것은우리의실존적도약을약속하는성취의장인가,아니면그것을좌절시키는감옥인가?만약후자라면거기서벗어나존재의전환을이룰수있는해방의통로는있는가?과연어떤방식의삶이그탈출구에접근할수있게해주는것인가?『플라나리아』에수록된전상국의소설들이긴밀한내적연관을통해집요하게추궁하는물음들은대략이렇게정리될수있을것으로보인다.그렇다면이제우리에게필요한것은관념적인논의가아니라전상국의소설들에입각하여이러한문제의식이어떻게구체화되어있는가를살펴보고,문제제기수준을뛰어넘는문학적실천의지향점에대해성찰해보는일일것이다.

나날이비속해지는일상과천박해지는언어현실,그리고그속에서흐려져가는존재의의미라는우울한현대의풍경을배경으로삼아전상국은‘실종’의테마를통해그것으로부터의탈출과존재회복의가능성을꾸준히,단계적으로성찰하고있다.이실종의테마를인물들의행위에뒷받침된의지의실천적관점에서해석할때그것은주변화의의지라고말할수도있을것이다.「물매화사랑」에서여자는도시와가정이라는중심을버리고산골마을로찾아온것이고,남자또한생의끝자락이라는변두리에처해있는인물이다.다시실종의테마와의연관에서볼때이변두리의의미는실종이이루어지는바로그장소로서,현존도아니고부재도아닌,현존과부재가서로겹치며어른거리는흔들림의지점으로서의의미일것이다.그것은어떠한안정성도,확실성도지니지못한다.그지점을매개하는사물-언어또한마찬가지다.그것은나에게만들리는내면의음성을통해전달되는언어가아니라나와타자사이에걸쳐있으면서그사이를모호하게,그러나그럼으로써더욱충만하게열어젖혀주는언어다.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