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잎에 베이다 (박찬순 장편소설)

난잎에 베이다 (박찬순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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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난잎에 어린 세 겹의 이야기
삼십대 중반의 여성 주인공 ‘나’(서홍화)는 10년 동안의 서울 직장 생활을 접고 경북 안동 낙동강 상류 마을로 내려와 농가 일손을 돕는 ‘마을인턴’과 래프팅 강사로 일하며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한다. 그러던 중 인근에서 춘란연구소 다윈농장을 운영하는 소심, 세엽 남매의 부탁을 받고 ‘난(蘭)’에 얽힌 비밀스런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된다. 남매의 아버지 류포의 춘란연구소 소장은 생후 3개월에 독일로 입양된 인물로 세계적인 원예학자가 된 뒤 20여 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산 춘란의 향기가 미미한 것을 안타까워하던 그는 생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춘란에 향기를 입히는 일에 전념하다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서홍화는 소심, 세엽 남매와 함께 류 소장의 마지막 동선을 뒤쫓고 그가 사망하기 전날 만났던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그러는 과정에서 서홍화는 류 소장이 죽기 전 되짚어가던 장소들이 모두 조선 후기의 풍속화가 김홍도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사건에 얽힌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장된다. 서홍화는 류 소장의 금고에서 발견된 일기와 오래된 아기 옷에 수놓인 난초 문양을 단서로 세엽과 함께 독일 뮌헨 근교의 수도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감추어져 있던 그림 「난향을 맡는 소녀」의 청아하고도 은은한 비밀이다.
저자

박찬순

저자:박찬순
2006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가리봉양꼬치」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으로『발해풍의정원』『무당벌레는꼭대기에서난다』『암스테르담행완행열차』『검은모나리자』가있다.2011년아이오와국제창작프로그램,2015년테헤란레지던스작가로선정되었다.2012년서울문화재단,2017년경기문화재단문예창작지원금을수혜했다.2014년한국소설가협회작가상,2018년문학비단길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낯선전화목소리7
뒤늦게찾아온의혹30
숲속의살인자45
트럭타고온손님60
청량산의달밤70
칼을품은이파리76
수상한주행이력88
시인이된화가98
가슴팍에이파리하나꿰차고109
향기없는장미126
수도원으로간그림135
왜하필나였나요?157
여백에이는바람174
초원에서만난수사182
수도원세탁실의비밀201
라인강가의여자수도원210
마침내무너진인내심226
낯선손님과금손이242
뜻밖의복병253
아버지의비밀279
난잎에베이다302

작가의말314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고향근처안동을돌아다니던어느날,시내한가운데서뜻밖에도‘단원로’라는도로명을만났다.설마어느화가와관련된지명은아니겠지,하고반신반의하다근처주민자치센터로달려갔고,거기서기록을확인했다.240년전,그화가가임금의어진을그린공로로벼슬을받아안기(安奇)찰방(察訪)으로안동지방에내려와2년반동안근무했다는사실이었다.찰방은요즘의역장과우체국장을겸한자리.호기심은꼬리에꼬리를물고그가안동에남긴흔적들을하나하나살펴보게만들었다.그러나곳곳에또렷이남겨진그림과글씨와즉흥시등에도불구하고안동에서의그의행적은그다지알려지지않은듯했다.

아쉬움에서였을까.그순간필자의머릿속에는그가그곳에남겼음직한또다른그림한점이떠올랐다.난초에청향을입히겠다는염원을간직한어느화초소녀의모습이담긴그림.그리고거기에또하나의이미지가더해졌다.훗날말못할사정으로해외로입양된아기의옷에수놓인몇가닥의난이파리문양.그것은그‘난향소녀’의그림에서따온것은아니었을까,라는상상을불러왔다.

이모든생각들은실은하나의꿈에서부터시작되었다.동과서,남과북,서로대치하는듯한존재들이서로융합해언젠가하나의아름다운세계를빚어낼수는없을까,라는.오랜세월그가없는꿈을안고지상의작은길들을헤매던이의가슴으로한억울한사람의죽음의비화(悲話)가파고들었다.그것은우리가살아온비극적인역사의속내였다.이소설은그출생과죽음의미스터리를추적하는여정이다.또한그단서가되는한폭의그림을찾는과정이기도하다.지적이면서도당찬주인공의발걸음은낙동강상류마을에서부터시작해독일바이에른의어느수도원을거쳐라인계곡에있는중세의성으로까지이어진다.길목에도사리고있는어떤위험과장애물에도그발길은멈추지않는다.

추천사

단원김홍도의삶과예술,난초신품종의개발을중심에놓은난초비즈니스의현실,국내외입양의실제,서울을떠나새로운삶의개척에뛰어든청년의힘찬발걸음등이구성하는이소설은넓고깊다.그한가운데에는상상의그림한폭이은은한빛을내뿜고있다.서사구성의중심인「난향을맡는소녀」이다.난초의곧게뻗은잎과맑은향그리고소녀의건강한생명의기운이,오염되어더러운마음을베고씻고,딱딱하게닫힌마음을연다.단정하고담백한문장이이와어울렀으니환하다.아름답다.정호웅(문학평론가)

최근우리소설가운데가장우아한작품을이야기해보라면박찬순의소설을들지않기어려울듯하다.어쩌면마지막남은정통소설의향기라고할까.박찬순의『난잎에베이다』는문화적감식안과지적인문장을통해서로다른두세계의융합에서오는이질성을은은하고청아한난의향기로바꾸어내는마법을보여준다.그세계속에서우리는타자이자나이다.그들에게베르메르의「진주귀고리를한소녀」가있다면우리에게는김홍도의「난향을맡는소녀」가있다.박찬순월드가발견해낸보물이다.신수정(명지대교수·문학평론가)

문장마다영상이움트는건소설가가되기전,외화번역가로서수많은영화섭렵이빚어낸선물일것이다.감히예언한다면시공간을초월하는드라마로확장될듯하다.독일수도자들의옷깃에서발견된김홍도의「난향을맡는소녀」.오묘하고흥미롭다.움베르토에코에게장미가있다면박찬순에게는난잎이있다.난향에취해난잎에베인사람들,아름다운상처를자랑할시간이임박했다.주철환(전MBC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