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장춘실! (민혜숙 장편소설)

내 이름은 장춘실! (민혜숙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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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춘실’의 발걸음을 따라 그려지는 탈북민의 과거와 현재
“팔십에 턱걸이하는 중”인 79세 탈북민 장춘실은 매주 한 번씩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는다. ‘행복주민센터’ 직원들에게도 낯이 익을 정도다. 장춘실은 어떤 이유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는 것일까. 탈북 이후 그녀의 삶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있다.

기가 막힐 일이다. 춘실이 2006년에 남한에 왔는데, 자기들 말대로 코로나가 한창때 돌아가셨다고 해도 십오 년이나 시간이 있었다. 그 십오 년 동안 아버지를 만난 일은 단 세 번뿐이고, 밥 한 끼도 같이 먹은 일이 없다. 그 세 번의 만남 가운데 한 번은 법정에서 눈으로만 만났다. 이런 기가 막힌 팔자가 있을까.(190쪽)
저자

민혜숙

저자:민혜숙
서울출생.연세대학교불어불문학과와동대학원박사과정을졸업하고대원여고와외고에서교사생활을했다.광주로이주후『문학사상』에중편소설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으로『서울대시지푸스』『황강가는길』『사막의강』『목욕하는남자』,장편소설로『세브란스병원이야기』『돌아온배』『코리아판타지』『몽유도원』,저서로『한국문학속에내재된서사의불안』『중심의회복을위하여』,역서로『프로이트읽기』『융분석사전』『종교생활의원초적형태』『사회학적방법의규칙들』『도덕교육』등이있다.호남신학대학조교수를거쳐광주새길교회를개척하여작은공동체를섬기고있다.

목차

프롤로그7

1장가족관계증명서11
2장유전자검사21
3장이산가족,분단가족39
4장암울한인생,단하나의삽화61
5장창살없는감옥85
6장너는쌀밥팔자!107
7장마침내,강을건너다139
8장누가오라고했나?171
9장피보다진한것191

에필로그201

발문인간을향한,인간에대한시선|김주현203
작가의말214

출판사 서평

장춘실은아버지가살아있는지확인하기위해가족관계증명서를발급받는다.“본인장춘실,부장동훈”이라고적힌글자를확인하고안도의한숨을내쉰다.아버지를다시만날수만있다면,지금까지북에서반동분자의자식으로지내온오십여년의삶이보상받을수있을것같았다.
먼저탈북한작은딸의손에이끌려오십여년만에처음아버지를만났을때“우리담내가이렇게늙었구나,안죽고용케살아있었구나”하며아버지는춘실의어릴적이름을기억하며다정스럽게말한다.아버지의말은정다운듯미묘했다.실상그녀가남한에오도록이끈아버지는그사실을부인한다.심지어집에서쫓겨나게생겼다고두려워한다.아버지가가족몰래돈을좀주었을뿐,두사람은밥한끼함께먹지못한다.아버지의새가족들은춘실의존재를인정하지않는다.
친자확인소송을하는과정에서판사는아버지보다늙어뵈는춘실에게장동훈씨의딸이맞냐고묻는다.유전자검사까지하게된춘실은친자식인데도이렇게확인받아야하는상황에가슴이아프다.터진둑에서흘러나오는물처럼눈물이주룩주룩쏟아진다.
탈북후법적소송을거쳐장동훈의친딸로호적에오르지만,그대가는아버지를다시는만날수없는것.아버지의새가족들이수백억자산가인아버지와춘실사이를가로막는다.가장큰돈의단위가만원인춘실에게돈은중요하지않았다.아버지가살아계신다는소식을들었을때얼굴이나한번보고죽어야겠다는마음뿐이었고,남한에와서는아버지를만나서그동안가슴에담았던말을나눌수있다면족할것같았다.아버지와따뜻한밥상을마주대하고그동안고생했던이야기를들려주고위로받고싶었다.
“당간부는당당하게먹고,대대장은대놓고먹고,보위부는보이지않게먹고,소대장은소리없이먹는다”는북한을떠나대한민국땅에왔지만,남한도유토피아는아니었다.새벽찬바람을맞으며폐지실은손수레를끌다보면일복하나는제대로타고났구나,체념이되었다.
피붙이인작은딸도,북에있는남동생도,아버지의새가족도돈앞에무력한모습이었다.애면글면키운딸이고업어키우다시피한동생인데,그들은언제나돈이먼저라고생각한다.춘실을냉대하고외면하는아버지가족의태도를생각하면가슴이미어진다.피는물보다진하지만,피보다진한것들이많다.체면도,돈도,외모도피보다값이더나갔다.
이작품에는‘먹고살다’라는말이무척많이나온다.‘생계를유지하다’라는뜻인데,띄어써서‘먹고살다’로도쓸수있다.이작품에는어떻게살았는지세세하게그려진반면밥을먹는장면은나오지않는다.삶이더팍팍하고더건조하고,한편으로슬프게느껴진다.그래서‘아버지와따뜻한밥상을마주대하고’싶은춘실의마음이더욱간절해보인다.제목에적힌느낌표처럼.
이것드셔보세요,하며춘실이권하고그래,맛있구나,하며먹는아버지의모습을그려본다.작은행복,작은위로,누릴수없는것……


작가의말

휴전30년동안찾아헤매던부모와자식,형제자매의상봉은눈물바다를이루었지만,기대에못미치는찌질한가족의등장은새로운갈등의원인이되었다.이후40년동안목숨을걸고대한민국으로오는소위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약4만명에이른다고한다.그들의사연이유튜브로혹은수기로또는문학작품으로표출되고있다.그들의치열한사연을접할때마다정신이확깨는느낌이다.어쩌면4만명에이르는탈북민들은느슨해진우리에게새로운청량제역할을할수있겠다는생각이든다.온갖어려움을무릅쓰고용감하게질주해온생명력이이땅에서새롭게꽃피우고열매맺기를소망한다.
전쟁으로인한1세대이산가족들은거의다세상을떠났고탈북과정에서생겨난새로운이산가족에게도시간이많이남지않아안타깝다.‘같은민족’이라는말의의미도희미해지는이시대에,안전지대에서살아온행운이다행스러우면서도공연히미안하다.그미안한마음을이이야기에꼭꼭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