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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해
저자:조미해 2015년평사리문학대상,2016년경북일보문학대전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2년과2024년에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받았다.공동소설집으로『카페인랩소디』『쓰는사람』이있다.2024년고양행주문학상을수상했다.
더미7선을지키는일39부끄러움을아는마음71남태평양에는쿠로마구로가산다103마스카라131그런게다무슨소용이에요159비내리는밤에우리는189해설욕망의지배구도|박덕규218작가의말233
이와같은응축성은다른소설에서도거의고르게유지된다.「마스카라」는한메이크업아티스트(‘나’)의샵에서‘나’의어머니장례때사자(死者)메이크업을담당한장례메이크업아티스트(문주연)에게행하는신부화장에상황을응축한다.「남태평양에는쿠로마구로가산다」는어느날한밤중의‘나’앞에바다로나가실종된아버지를연상케하는오십대남자가나타나대화를나누는상황에집중한다.「선을지키는일」은새로이사온이웃과식사를하면서대화를나누는동안‘나’가겪은이전의불쾌한‘선넘기당한경험’을상기한다.「그런게다무슨소용이에요」는아들한들의고교졸업식에참석한엄마정연의불안한한나절을다루고있다.「더미」는쌍둥이언니가죽자자신이죽은걸로처리하고언니를대신해주체적으로행동에나선쌍둥이동생영화(나)의당당한하루에집중한다.다만「부끄러움을아는마음」은시간적응축은덜한대신한아이(서준)가담임선생(나리)에게관심을끌기위해부리는통제되지않은행동들에초점을맞춘다.조미해소설의이러한응축적인플롯은물론서사의밀도를높이고독자에게긴장감을주려는의도에서비롯된것이라할수있다.그런데이를통해얻는주제적효과는소설마다남다른결을유지한다.이를테면「비내리는밤에우리는」은실수로딸부부의행복을파괴했다고생각하는부모의내적고통을드러낸소설이다.「부끄러움을아는마음」은한아이의집착적행동을통해부끄러운마음은어떻게생기는가에대한질문을드러낸스토리다.「남태평양에는쿠로마구로가산다」는실종된아버지에대한간절한그리움을드러낸소설이라할수있다.「마스카라」는삶과죽음은극단적으로대비되는지위에해당하지만삶은결국죽음으로가는과정이며,죽음은삶의또다른여정이라는의식을드러낸다.이에비해「선을지키는일」,「그런게다무슨소용이에요」,「더미」등은무엇보다인간이자본주의적구조내에생존하면서어떻게사는가에대한주제에가닿는다는공통점이보인다.이소설들은대체로삶의목표에관한진정성에대해질문한다.그질문은단순히인간은태어나어떻게살아가야할것인가와같은형이상학적지표에그치지않는다.그것은등장인물이처한세계,즉우리가살고있는21세기한국사회에서사는문제와깊이관련을맺는다.「그런게다무슨소용이에요」에서‘한들의의대진학’이라는지상명제에매달리는정연남편의욕망은사실개인의욕망에그치지않는다.그것은그날졸업식을참관한모든부모들의그것과다르지않다.나아가그것은21세기한국사회전체의욕망의구도를그대로닮아있기도하다.작가조미해는이런욕망의구도를한들가족으로응축해드러내면서그문제점을강력히시사한다.나아가아버지의요구에한들이맞서고마침내정연마저도‘그런게다무슨소용이에요’로맞서는과정을통해욕망의노예가된사회를정면에서비판해보인다.「더미」에서‘나’는쌍둥이언니영주가출세를위해어떤수모를겪었는지충분히짐작하고있다.영주는분장감독의욕망대로움직이는대리인이었지만그수모를견디며특수분장사의지위를공고히하려다좌절하고죽음을맞았다.그런데이를알아낸‘나’의행동은자못특별하다.도덕적인기대대로라면‘나’는영주의죽음의원인이분장감독의과도한폭력에있었음을밝히는길을택했을것이다.그러나‘나’는도리어분장감독의그러한약점을빌미로그의욕망에더욱충실해지는길을택한다.이는우리사회에서출세를위한욕망의지배구도가얼마나완벽한지증명하는사례가될만하다.이에비해「선을지키는일」은좀특별한스토리로,이러한욕망의지배구도에대해증명해주는소설로읽힌다.‘나’는집에놀러온동년배의이웃집여성과저녁식사를함께하면서그이전그집에살다가이사간여성유라씨가보인행동에대해설명한다.크리스마스이브,친구부부의집에서열린파티에유라씨는‘나’와같은옷,같은스카프를하고나타난다.사람들의시선속에서‘나’는모욕감과분노를느끼고,결국와인을유라씨의옷과스카프에일부러쏟는다.화를감추지못한유라씨도감정이폭발하고만다.‘나’의남편진규는그런상황을제대로이해하지못한채오히려‘나’를나무란다.유라씨는또그이전에‘나’의시부모생신날예고없이집으로방문해청하지도않은케이크선물까지하면서존재감을과시한적도있다.유라씨는그에그치지않고‘나’와친한척하면서‘나’의옷차림,취향,말투,SNS활동까지따라하며점점‘나’의삶을침범해들어온인물로그려져있다.크리스마스가지난며칠뒤예정된유라씨부부와의해맞이여행도유라씨의일방적인불참으로무산된다.뒤이어도착한유라씨의카톡메시지“그날,제게왜그러셨어요?”(와인을쏟은일)는화자의감정을더욱뒤틀리게만든다.이후유라씨는아무런말도없이이사를간다.화자는상실감과당혹스러움을안은채유라씨에게여러차례메시지를남기지만아무런답변도받지못한다.유라씨에게상처입은‘나’는그사실을모두그녀에게설명했다.그내용은주로‘서로의관계에서선을넘지않고적당한거리를유지하는게중요한데특히유라씨가그선을넘은행동을보여몹시불쾌했다’는것이었다.그런데알고보니그녀도유라씨와유사한경험을저지른존재였다는것이다.‘나’는그녀의얘기에여전히관계의경계가무너진크리스마스의기억을떨치지못한채“결혼후맞는두번째크리스마스도망쳐버린것같다”고느낀다.그런데‘나’는어떤사람인가.유라씨의선넘는침범을받고상처를입었으며,이웃집그녀의고백을통해다시금‘선을넘는일’의불쾌한기억속에젖지만‘나’역시실은자기만의‘아비투스’에서헤어나지못한상태라할수있다.‘나’가좋아하는와인을정해놓고마시고남편에게나이웃에게나자기만의선물을고집하는등의일련의행동은사회적으로내면화된습관과성향의체계속에서세상을인식하고행동한예가된다.조미해의소설은전반적으로단편소설로서강한응축력을자랑한다.편편이자잘한에피소드를거느리고있지만대개는단일한사건을중심으로상황을밀고나간다.특히단편소설이발생학적으로자본주의적욕망이가져다준여러병폐에대한비판을내재화한다는점에대한각별한이해를바탕에두고있다.집중된상황에놓인인물의심리적묘사를통해극적인긴장감을낳고그로부터독자의상상력을이끌어내는데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