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 : 부희령 소설집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 : 부희령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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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부희령

저자:부희령
소설가,번역가,칼럼니스트

2001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당선되어글쓰는일을시작했다.펴낸책으로는장편청소년소설『고양이소녀』,소설집『꽃』『구름해석전문가』,앤솔로지『그순간너는』,『선량하고무해한휴일저녁의그들』,산문집『무정에세이』,공동르뽀집『당신은나를이방인이라부르네』가있다.번역한책으로는『모래폭풍이지날때』『매일읽는헨리데이비드소로』,『아무것도사라지지않는다』등80여권이있다.〈국민일보〉(2015-2017),〈한국일보〉(2016-2019),〈서울신문〉(2019-2021),〈경향신문〉(2019-2024)에칼럼을정기적으로연재했다.대안연구공동체,경향시민대학,우리가치인문동행등에서글쓰기강의를했다.서울문화재단창작기금을두차례받았다.

목차


옛연인을만나러가는일7
전망좋은방37
마중65
출간기념파티95
봄잠121
찬투147
마음의경로177

해설기억으로부터의생존자들|전성욱203
작가의말234

출판사 서평

「옛연인을만나러가는일」의여자가유토나자오와선명한성격적대비를이루듯이,「출간기념파티」에서주인공수녕은강화백과뚜렷하게대비된다.수녕은그출처를분명하게알수없는과거의어떤결핍속에서사람들의인정을갈구하지만,정작스스로자기를인정하지못하고신명없는삶을살고있다.「옛연인을만나러가는일」의여자역시작가였고,온갖번민과잡념들에서헤어나지못하고발버둥치고있는모습이었다.수녕역시너무여리고예민하고세심한사람이라서,온갖‘생각’들을통해낯선세계의공포로부터자기를방어하고있는것처럼보인다.「마음의경로」에서여주와미연은부모의재혼으로의붓자매가되었다.이들은친부모의한쪽을잃은상태로각각의아버지와어머니가만나이른바정상가족을이루었지만,끝내가족사의근원적결핍을이겨내지못하고파열되고말았다.하나로통합되지않은그파열의양상은규,여주,미연으로이어지는그들각자의시점교차라는형식을통해서표현되기도한다.여주와미연은서로를비추는거울이되어각자의결핍을들추어내고,마침내그들은파열과파국으로이끌려간다.그러나결핍을앓는가운데그것을채워내기위한욕망으로,오히려자신들의정신을소진시키고있다는점에서여주와미연은서로다르지않다.여주와미연이비대칭적인대비를이루며그내적갈등의힘으로서사가추진되는것은,「옛연인을만나러가는일」이나「출간기념파티」와도마찬가지다.

「전망좋은방」에서민수와주연은영화라는몽상의예술에이끌리던대학시절을함께보냈던선후배사이이다.몽상에서깨어나철저한현실주의자가된민수와는달리,주연은오래전후배의죽음에대한기억을품고살아가고있다.「찬투」에서향숙의삶이야말로공동체적윤리의기쁨으로가는궤적을잘보여준다.그는현실적으로더나은삶을위해꽃과별을꿈꾸던청춘의시절과작별하고첫사랑마저버렸지만,결국크게더나을것이없는삶을살아온중년의여성이다.그러나그는먹고살기위해서해야했던돌봄의노동속에서,자기로부터타자에게로가는책임의윤리에눈뜨게된것처럼보인다.생존을위한악착같은삶속에서점점더자아에매몰되는사람들도있지만,모진세파를견뎌내며살아남은향숙은어느새성숙한사람이되어있었다.반면에출산을한딸을간병하는남희라는초로의여성은,생존의절박함에치여서악착같이살다가,결국그삶이오직생존을위한수단처럼되어버린모습을보여주는것같다.

「봄잠」은애도에관한이야기이다.그러니까그것은,제주4·3의역사적소용돌이에휘말리고그폭력의기억에붙들려서한평생을살아야했던여자의이야기다.팔십이넘은나이의여자는강여사로불리고있지만,난리통에열살이채안된자기를구해주었던할망강백주의이름으로,또그할망의죽은딸고명진의이름으로한평생을살았다.할망강백주는덤불속에서죽어가던여자를구해냈다.“할망은살아라,살아나라,살아지면살아나라,중얼거리며토닥였어요.”그러니까,역시여자는생존자인것이다.다시말하지만,생존이라는주제는부희령소설의핵심을이룬다.

「마중」에서는치매를앓으며기억을잃어가고있는남자의묻어두었던과거와,그딸양경이오랫동안떨쳐내지못했던아버지에대한원망어린기억을,각각의시점으로교차해서보여준다.남자는사업을해서한때번창했던시절도있지만,사기를당하는등의곡절끝에수도권의변두리로이사를와서지금껏살고있다.아흔이넘은현재의남자에게미래의시간은촉박하고과거의시간은애틋하다.미래의문이닫히고있는가운데,과거의기억들이그의현재를덮쳐온다.남자는전쟁때다리에부상을입은채로탈영해숨어있다가만난어느처녀의기억을계속해서떠올린다.이처녀는지금의아내가아니다.남자는그처녀에게송도원의붉은벽돌집동순남씨를찾아가자기가여기숨어있다는사실을전해달라고부탁한다.처녀는알았다고하면서떠난뒤에,남자는꿈속에서할머니가짜주던염소젖을따뜻하게데워마셨지만,추위와배고픔은사라지지않는다.그러니까이소설은바로그허기,즉어떤절대적인결핍에관한이야기였다.허기진남자는좋은아버지가되지못했다.남자의허기진삶은딸의삶까지도허기지게했다.그렇다면그허기를어떻게채울수있을까.이남자처럼할머니와처녀를마냥기다린다고해서채워질리는없다.양경처럼분노와미움의에너지로힘껏원망한다고해서채워질리도없을것이다.확실한것은없지만분명한것은,과거의어떤기억속상처와결핍,그존재론적허기에대한자기만의지나친‘생각’에서헤어나야한다는사실이다.결국자기에대한집착을벗어나게하는것은내가아닌타자,즉자기곁에있는존재들과의우정어린만남과교류이다.그렇다면나와네가분열하는비대칭성의길이아니라내가곧네가되는대칭성의길,「전망좋은방」의주연과「찬투」의향숙과「봄잠」의강백주가그들의허기진삶으로부터나아간그길을함께따라가볼필요가있지않을까.그렇게부희령의소설은사람을과거의어떤기억속에서자꾸만나르시시즘적인생각으로고착시키고고립시키는것,그‘마의산’으로부터내려오려는생존의의욕과분투를이야기하고있는것처럼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