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남이섬

$22.00
Description
전상국 중단편소설 전집 10권
『남이섬』에 수록된 작품들은 심원한 은빛 상상력으로 빛난다. 한국전쟁과 같은 역사적 동인에 의한 상처이든, 사회적 맥락에서 불통의 현실에 의한 상처이든, 실존적인 죽음으로 인한 상처이든, 상처 받아 ‘마음의 감기’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섬세하고 너그러운 손길과 말길을 작가는 사려 깊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상처 받은 상징적인 감기 환자들에게 치유와 소통의 감기(感起)를 부여하기 위한 넉넉한 상상의 도정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오랜 경륜을 바탕으로 살림살이와 세상과 자연에 대한 전면적 성찰의 감각과 깊이로 풀무질한 ‘은빛 상상력’이 돌올하게 부각된다. 한국문학이 더 이상 청년 문학에만 집중할 수 없음을 작가 전상국은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상징으로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

전상국

1940년강원도홍천에서태어나춘천고,경희대학교국어국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
1963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동행」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으로『바람난마을』『하늘아래그자리』『아베의가족』『우상의눈물』『우리들의날개』『외등』『형벌의집』『지빠귀둥지속의뻐꾸기』『사이코』『온생애의한순간』『남이섬』『굿』,장편소설로『늪에서는바람이』『불타는산』『길』『유정의사랑』이있다.
그밖의저서로『김유정』『당신도소설을쓸수있다(소설창작강좌)』『우리가보는마지막풍경』『물은스스로길을낸다』『길위에서만난사람들』『춘천山이야기』『춘천사는이야기』『작가의뜰』등과콩트집『식인의나라』『장난전화거는남자를골려준남자』『우리시대의온달』등이있다.
현대문학상(1977),한국문학작가상(1979),대한민국문학상(1980),동인문학상(1980),윤동주문학상(1988),김유정문학상(1990),한국문학상(1996),후광문학상(2000),이상문학상특별상(2003),현대불교문학상(2004),경희문학상(2014),이병주국제문학상(2015),강원도문화상(1990),동곡상(2013),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2024)을수상했고,황조근정훈장(2005),보관문화훈장(2018)을수훈했다.
현재대한민국예술원회원,강원대학교명예교수.

목차

꾀꼬리편지7
춘심이발동하야39
드라마게임71
지뢰밭107
남이섬197

해설마음의감기와은빛상상력|우찬제(문학평론가·서강대교수)256
작가의말279
작가연보281

출판사 서평

「아베의가족」의비극을겨레와더불어앓았던작가답게전쟁과분단으로인해받아야했던상처의이야기와,그상처의고통을함께나누며치유하려는서사기획은언제나전상국에게진행형인것같다.「드라마게임」에서허정임은만약전쟁을겪지않았더라면그렇게살다죽지않았을것이다.또한그녀의동생허선구역시그렇게하염없이땅굴만파는두더지인생에머물지않았을터이다.허정임의장례식이치러지는현재시간에과거의고통스러운파편들이마치색바랜흑백사진처럼끊어질듯이어진다.그단속적인흑백사진들이그녀의비극적과거를짜맞춘다.부모가폭격으로인해죽은것이누나때문이라고생각한동생허선구는,땅굴파기에집착하는것으로누나를“겨냥한트라우마게임”을벌인다.그러나허정임은동생으로부터증오를받아가면서도동생을보살핀다.전쟁후에도두차례의결혼실패를겪지만,그상처를뒤로하고친정에서동생과그가족들뒷바라지하는일에전념한다.그렇게혹독한전쟁의상처로몸과마음모두고통으로얼룩져야했던누이는그럼에도자기마음의감기(感氣)를앓기보다는남의마음(동생허선구와그가족)의감기를헤아리는감기를보이며“세상과맞서싸우는”삶의양상을보였다.
「남이섬」에도한국전쟁당시의죽임과죽음의상처가인상적으로각인되어있거니와,그상처에대한살아남은자들의윤리를인상적으로강조한작품이「지뢰밭」이다.「지뢰밭」의초점자용우성(홍천용씨)은전쟁때북쪽유격대로참전했다가붙잡혀꼼짝없이죽을처지였으나가까스로살아나남쪽에서용케생업을일군일흔다섯의노인이다.서술자인‘나’는열살때그현장에서도망가는용씨를본적이있는인물로,열일곱이던그의형또한육이오때실종되어그생사를알지못한다.용우성은자기를살려준용재두가자식도없이죽었다는말을듣고그의아들로이름도바꾸고해마다그의묘를벌초하며의리있게산다.그러나전쟁이끝난지50년이넘도록전쟁터에서죽어갔거나실종된사람들에대한상처와기억이지뢰밭처럼그를괴롭힌다.하여그는개인적으로그지뢰를제거하기로작정하고실천에옮긴다.이제까지제대로밝혀지지않은실종자들이나전사자들의명단을찾아내밝히는작업이바로그것이다.그가서술자인장선생을찾아온것도바로그때문이다.그때동오골에서북쪽유격대원들을심사할때,장선생의선친이그인적사항을꼼꼼하게기록했다는사실을알아내고는그기록을확보할수없겠느냐며,장선생을찾아온것이다.교직자로정년을마친장선생역시용씨의사업에공감을하면서도자기마음속의지뢰밭을먼저보게된다.오랜반공이데올로기로인해금기와억압의지뢰밭이마음속에많았기때문이다.
「남이섬」은겹의이야기이다.한국전쟁당시남이섬을무대로한격동속에서극적으로목숨을건진두인물이있다.섬의서북쪽가평사람인김덕만과동쪽춘천방하리사람이상호가그들이다.이둘은애면글면‘나미’라는여성을잊지않고살다가죽어간사람들이다.그래서나미는이야기의중핵에자리한다.두인물의전쟁체험기의밖에는그둘의이야기를통해나미를추적하는잡지기자출신‘나’의이야기가있다.서술을담당하는‘나’는시간적으로과거와현재를넘나드는데,그런‘나’의이야기의바깥에는또그후배와카페여성의이야기가전개된다.서술자‘나’의관심은물론독자들의관심도최종적으로는이야기동심원의중핵에위치한나미와동심원의바깥을휘감고도는여성의관련맥락을찾는일이된다.이소설에서서술자는물론독자들도시종이야기동심원의중핵을차지하는‘나미는누구인가?’라는질문을던지지만,그답은소설이끝날때까지거듭차연되기만한다.그들의주장대로여인인가.아슴아슴한인어인가.아니라면잉어였던가.혹은괴물?또는귀신?그어떤것도확실치않다.어쨌든한국전쟁당시죽음의위기에서목숨을살린어떤것을지시하는떠도는기표이다.불가항력적으로생명을구한어떤것이기에두사람의입장에서는한없는그리움의대상그이상이다.
「춘심이발동하야」는「남이섬」과는분위기가아주다른소설이지만,진실의떠도는기표라는맥락에서보면같이읽어도좋다.이소설에서문제적인것은진실이소통되지않는인간관계가편만화되어있음을환기하는대목이다.안병신과전처성춘양은물론,안병신과친구들,안병신과정신과의사,이혼이후안병신과관계를맺었던몇몇여성들의관계가대부분공허하기짝이없다는사실이다.그어떤것도진실의소통과는무관한관계이다.그러니안병신이라는인물의실종을다룬이소설은차라리진실의실종담이라고해도좋을것이다.그런면에서보면안병신은단순히진실의떠도는기표가아니다.진실의자리혹은진실이거부된자리를환기하는떠도는기표라고하는것이조금더정확할것이다.소통의소망마저독하게감기든것같은상태에서,마음에커다란감격을느끼고분발하여일어난다는의미에서의감기(感起),다시말해진실한소통의감기(感起)를작가는그토록열망해마지않았던것이다.
「남이섬」에서강섬카페여자가이미두사랑을보낸것으로얘기되거니와,「꾀꼬리편지」에서도주인공은자신이그토록열망해마지않았던두남자를차례로보낸다.예순을앞둔쉰아홉의주인공은유아기의어느날제재소앞에서버림받고대책없이오래서서울며기다려야했던트라우마를지닌인물이다.그때부터그녀는기다림의생을살게된다.그녀는우목을열정적으로욕망했으되윤리적으로억제될수밖에없었다.이점에서는우목또한사정이비슷했다.그의유족들이우목의유지를좇아유골함을그녀에게온전히맡기고떠난것도그때문이다.그유골을자기와함께교감을나누었던장소에뿌리면서그녀는그리움의죽음을체감하고“바람으로물로사라지는이투명한비움”의경지를절감한다.전상국의노년인물을대상으로한은빛상상력은그윽하고깊은심연에서우러난다.정성스레우려낸녹차의향기를낸다.그렇다는것은이러한노년의은빛그리움과투명한비움의정조를그리는과정에서보인정신의품격과도관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