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램의 재 (강이나 소설집)

1그램의 재 (강이나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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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강이나의 첫 소설집 『1그램의 재』에는 등단작부터, 2025년에 발표한 작품까지 모두 일곱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첫 소설집이지만 강이나 소설의 스타일, 형식적 특성이 뚜렷하다. 작가는 하나의 사건이나 인물을 집요하게 파고들기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겹겹이 쌓아 올려 한 편의 소설을 구성한다. 마치 벽돌을 쌓듯이 각각의 화소를 이어 붙여 전체 서사를 구축해나간다. 이러한 방법은 한 편의 소설 속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들 이야기에서는 책임지는 삶, 결핍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들,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감정들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안에 자리잡은 편견들, 죽음과 두려움, 돌봄의 힘겨움,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 그리고 다문화, 다언어 상황 속에서 역설적으로 강화되는 경계와 그 너머의 비/언어들과 같은 폭넓은 주제들이 다뤄진다.
저자

강이나

동아대학교에서독어독문학을,부경대학교대학원에서응용심리학을공부했다.2018년무영신인문학상에「1그램의재」가,2020년국제신문신춘문예에「빈집」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2년현진건문학상추천작에선정되었고,2024년부산소설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

목차

1그램의재7
빈집35
가티63
으레93
안양119
문밖에서151
저멀리181

해설겹겹이쌓아올린이야기들|양순주(문학평론가)207
작가의말233

출판사 서평

표제작인「1그램의재」는삶과세계에대해회의적인태도를지니고있었던‘나’가열망을찾게되는과정을그린소설이다.소설은로드킬당한동물들의사체를수거하고처리하는일을하면서살아가는나의앞에느닷없이나타난여자로부터시작된다.여자는내게불쑥새장을내밀며새의소각을요청한다.오년을함께한가족과도같은존재(영이)를“끝까지책임”(18쪽)지기위해서라는여자의모순적인말에서나는아버지를발견한다.“여자의얼굴위로아버지가겹쳐졌다.”(18쪽)낯선타자들은나의가족과내삶을들여다볼수있게하는일종의거울과도같다.또한동물들이처한상황도나의처지와유사하다.동물들은인간들이편의를추구하는과정속에서희생당하고삶의터전을잃어버린존재들이다.A시와B시사이에터널을만들어새길을냈지만그로인해로드킬은더욱늘어난다.그들의생존과사후는누구도책임지지않는다.그럼에도불구하고나는사체를소각기에넣기전에마지막으로생사여부를확인하면서나의책임을다한다.「1그램의재」는로드킬이라는사회적문제와더불어죽은동물을처리하는과정에서발생하는문제들도사유할수있게해준다.매몰의한계는이동식소각기도입이라는변화를야기한다.하지만그로부터발생하는냄새에관해경고하는이는없었다.이러한사실은불면에더해줄담배까지피워가면서견뎌내야하는고약한나의삶,나아가제도적인한계를역설적으로드러낸다.나는형에게남아있는아버지에대한기억을태울수만있다면소각기에넣고모두태워버리고싶어한다.“1그램의재도남기지않는강력한소각기에넣고활활태워버리고싶”(22쪽)다는표현속에는형의삶이아주조금이라도편해졌으면하는바람도포함되어있다.
「빈집」은남편과아내가느끼는결핍감과이를극복하면서깨달음을얻는과정을형상화한다.남편과아내의이야기가교차서술되어있어독자들은두사람이처한상황과내면풍경을함께들여다볼수있다.이십년간몸담았던보험회사에서명예퇴직을한남편은집에서보험약관만읽으며회복할기미를보이지않는상태다.게다가남편의침묵은그녀를괴롭게만들기에그녀는남편을피해집을나간다.여태껏남편덕에부족함없이생활해왔지만내면의결핍감이채워지지는않고,남편의실직으로인해오히려더욱심화된다.남편역시“상세불명의결핍”(43쪽)을느낀다.회사의강권에못이겨내쫓기듯회사를관두었기때문이다.수많은사고형태를세분화해서그에맞는“철저하고정확한사고처리방책”(41쪽)이모두적혀있는보험약관을완벽한안내서,일종의“성서”(41쪽)라고한다면,그는“보험금도지급받지못하는상태”(43쪽),즉보험의세계로부터완전히소외되어있다.시든꽃,죽은꽃은사회적지위를잃고사회바깥으로내몰린그의사회적죽음상태를나타낸다.
낯선장소나타자와만나깨달음이나설렘을느꼈다할지라도가족이라는자장을벗어나는일은여전히요원한것이기도하다.「으레」는그사이에서발생하는다양한감정들을통해관계맺기의어려움을보여준다.자매인은파와은솔,이들의친구민수는모텔에갔다가민수는추행범으로몰려피고인으로,은파는피해자로법정에서야하는상황인데,동생은솔이피고인의증인이되겠다고한것에서부터문제가발생한다.엄마인미강은이런상황자체를받아들이지못한다.코로나로인해모텔방을잡고술마시거나놀거나시험공부를하는것이대학생들의문화인데,미강은거기에간것부터가애초에잘못이라고여긴다.으레있을수있는일이지만습관적으로반복됨에따라굳어지는관습들.그것이만들어내는사람들간의무심함,서운함,불신,적대감과같은감정들이소설전체의밑바탕에깔려있다.
「안양」에서는죽은동생이살았던안양에이사가서살아가는영무의이야기가,그를만나러안양에간‘나’의이야기로전해진다.이들의이야기는어긋나면서도계속된다.영무는동생의흔적들을추측해보지만사실여부는불투명하다.나는영무를좋아하는마음을갖고있지만영무는그렇지가않다.이별했으나영무는여전히수이를좋아한다.그러나수이는영무를결혼할상대로여기지않는다.그들각자는다른마음을품고,서로다른시간과공간속에머물러있다.수이가안양에가자고얘기했을때나는경주안양문앞이었고,문화재해설사가경기도안양역시“극락”이요,“파라다이스”(124쪽)라고농담처럼던진말이이소설전체를뒤덮고있다.안양은동생의삶과죽음의장소라는점에서영무가동생의안녕을비는마음을담고있는곳이자동시에영무의고단한삶의현장이기도하다.
「가티」는유구의인골발굴현장,죽음특집프로그램제작이서사의모티브로작동하고있다.삶이존재하는한죽음은인간의영원한화두일수밖에없다.유구에서주피장자아래에묻혀잘보존된인골하나가추가로발견되고,사람들은두사람의관계를추측하며신분이나초월과같은말들을주고받는다.그들의사랑이야기는주완과‘나’의비밀연애,운명적사랑으로이어진다.그러나사년넘게병상에누워있는엄마,주완과의미래를떠올리며나는두려움에휩싸인다.주완이평생을병간호하며살아갈미래를맞이할자신이없다고고백할까봐겁이나서그의대화요청을계속피한다.그러면서도한편으로는엄마가죽게될까봐혹은오랫동안이대로살까봐두렵다.동시에그런생각을하는스스로가미워서죽고싶은마음에잠못이루는나날을보낸다.
「저멀리」는나이듦과질병,돌봄에대한이야기가좀더확장되는소설이다.「저멀리」에서주연의엄마는치매를앓고있다.엄마는딸이재활용쓰레기를옮기다가무거워떨어뜨려도신경을쓰지않고,불러도대답하지않고,주연의신발인지도모른채신발을신고나가기도하고,화장실문을열어두고바닥에앉아소변을보기도하는등“모든것이아무렇지않은사람”(194쪽)으로변해가고있다.그런엄마를돌보는일은주연의몫이되고,엄마와함께살면서주연의삶도점차변해간다.오빠는시간대신돈을보태겠다고하고,새언니는어머님이“착한치매”(194쪽)라다행이라고말한다.이수역시자신의아이를데리고만날때와는다른표정과말투로주연의엄마에대해말한다.가족들에게도,새가족이될뻔한이들에게도치매에걸린엄마는“언제까지나풀수없는어려운문제”(197쪽)와같은존재로여겨진다.
강이나소설집『1그램의재』에서죽음못지않게중요하게다뤄지는키워드중하나는언어이다.「문밖에서」는사라져가는소수언어에대한이야기로전체서사가집약되어있는소설이다.그것을이형의죽음과도연결시키고있는이소설을소통불가능한타자의세계에가닿으려는시도로읽어낼수있다.먼저이소설에는이선의쌍둥이이형의죽음이배면에짙게깔려있다.방문에못을박은뒤자살하려했던이형의첫번째시도는실패로끝났지만,다시한번자살을시도한끝에그는죽게된다.가족들은열일곱번의못질을한뒤목매죽은이형의세계—그의방안으로누구도들어갈엄두를내지못한다.생사의경계를넘어가버린이형의시공간에가닿기위해이선은낯선곳—르아브르의한명상센터로떠나게된다.
소설「1그램의재」는천씨가새소리를흉내내며“영이의언어”(31쪽)로대화하려는모습을보고,나는여자의이야기를듣고싶었다는것으로끝맺어진다.「문밖에서」는이형의입에서흘러나오는말을알아들을수없지만이선은“물방울의언어”를배우고싶다고생각한다.새의언어,죽은이형의언어로대화하는것은불가능하지만그들의언어로소통을꿈꾸는존재들은타자의세계에도달하기위한시도를멈추지않는자들이다.이들을통해강이나소설가는미지의타자들과대화하기를중단하지않는다.그녀가만들어나가는여러갈래의이야기길을따라걸으면서독자들또한다채로운주제들과만나,끊임없이이야기할수있을것이다.작가가그길을더욱섬세하게다듬어나가면서소설적지평을넓혀가기를응원하는마음을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