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연속되는사건들과경탄을자아내는현실성.
사형집행까지3개월밖에남지않은시점에,기억상실증에걸려자신의범행을기억하지못하는사형수의무죄를밝혀주는사람에게거액의현상금을지급하겠다는익명의독지가가나타난다.이상금을노리고사건을새롭게수사하는두남자의추리과정을박진감있게그려나가는『13계단』은사형제도및현대국가의범죄관리시스템에의문을던지는문제작이다.이작품은가장기본적인사건처리단계부터법무부장관의최종집행결정에이르기까지의사형이진행되는과정을세세히묘사하며실제로현장에있는것처럼생생하게사형제도를체험시켜준다.저자는'형법서','현대법학서','육법전서'등방대한자료들을철두철미하게조사하여작품전반에깔린다양한법률적소재들에극도의현실성을부여했다.
추리소설의화법을통해현실속의제도적모순점을낱낱이고발하는작품
세계적사형폐지운동단체인국제사면위원회가한국을2006년사형제폐지운동의주요대상으로선정한가운데,최근국내에도사형제도에대한찬반양론이거세다.일각에서는노벨상후보로까지추천했다는미국의사형수스탠리투키윌리엄스의형집행소식이전해지며많은이들의관심이사형제도에쏠렸다.『13계단』은추리소설이면서사형제도라는사회적으로민감한소재를정면으로파헤친작품이다.사법제도가일본과흡사한한국독자들에게도낯설지않은이야기들이등장한다.
살인자가죄를뉘우치면형량을줄여주는‘개전의정’이라는표현은우리에게도익숙하다.작가는기억상실증이라는소재를이용하여,피의자가진실로뉘우치는지알수없어도,‘뉘우침’이감형의기준이된다는구조적모순을비판한다.작중사형수료는범죄를기억못하기에뉘우칠수도없다.
피해자의가족이범인을용서해도그것은형집행에아무런영향을주지못한다는모순도있다.연쇄살인범은관련사건이많아여러차례의재판을거치며살아남는데,한두명을살해한살인범은간단한재판과정을거쳐먼저처형된다.사형집행을결정하는법무부장관이범죄의진부가아니라개각등의정치적고려나여론의향방에따라결정하는모순점,사형집행후진범이잡혔을경우법의위신을지키기위해진범을공범자로몰아가는실태등실제로사형제도실시에서파생되는현실적인문제점들을통렬히비판하고있다.
범죄관리시스템에대해서도생생한관찰이이어진다.가석방자를관리하는보호사가가석방을취소시키겠다고가석방자를협박갈취하는행위나,작은범죄가언론의확대해석에의해부풀려져피의자본인과가족을사회에서완전히고립시키는상황등이리얼하게묘사된다.
리얼리티를살린사형집행과정
『13계단』에서는두차례의집행과정을교도관난고의눈을빌려상세히그리고있다.집행당일사형수를'마중'나가는교도관의발자국소리에발작을일으키는사형수나,사형수의죽음에대한공포가일으킨사건들,죽음앞에나타나는각양각색의사형수모습,처형을집행할때교도관들이갖는살인에대한공포,죄를부정하는사형수앞에서사형수에게올가미를씌워야하는교도관의복잡한심정등이상세히묘사되어독자들의간접체험과각성을유도한다.
줄거리
상해치사전과자인준이치는교도관난고의도움으로가석방되지만생활이막막하다.이때익명의독지가가거금의보수를내걸고사형수의무죄를증명해줄사람을구한다.교도관생활에염증을느끼던난고는준이치를설득하여10년전에벌어진살인사건을새롭게조사하기시작한다.희생자는가석방자를보호관찰하던보호사노부부였다.범인으로판결을받아사형이확정된료는사건현장근처에서붙잡혔으며,당시교통사고를당해당일의기억을잊어버린상태였다.그가유일하게기억하고있던것은‘죽음의공포에떨며오르던계단’뿐.사형집행까지는불과3개월.
기억속의‘계단’을찾아나선준이치와난고,그러나계단의흔적은사건현장그어디에도없었고,난고와준이치는난관에봉착한다.과연료는무죄인가?
“도저히신인작가라고믿을수없다.주도면밀한구성과탄탄하고이지적인문장에읽을때마다감탄사가터져나온다.”-미야베미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