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삼성문예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박자경은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부문에 다시금 당선됨으로써 거듭 작가적 역량 을 과시한 바 있다. 그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펼쳐 꾸준히 화제작을 발표하였으며, 탄탄한 구성과 치밀한 세부묘사, 적확한 언 어 운용 등 단편의 미학을 두루 갖춤으로써 주목받는 신예작가로 떠올랐다.
그녀의 첫 소설집 [은행나무 아래로 오는 사람]은 인공낙원의 세대로 지칭되는 요즘 신세대 작가들의 가상현실적인 글쓰기와 는 달리, 삶의 화해 불가능성과 인간 사이의 존재론적인 관계의 문제 등을 깊이 있게 천착함으로써 전통적인 문학의 가치를 탐구 하는 소설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소설이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문제들이다. 예를 들면 모녀간의 불화와 같은 세대간의 갈등이나 실직, 혹은 실직에 따른 가정 파괴의 문제 등이다. 박자경은 거의 전 작품 에서 삶의 피폐함이라든가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독과 소외의 원인을 ‘관계의 어긋남’에서 찾고 있다. 살아가면서 불가피하게 얽힐 수밖에 없는 사람간의 관계의 실타래를 그녀는 감성적인 문체와 따스한 시선으로 정성스럽게 풀어나간다. 그녀의 소설을 읽 다 보면 각질처럼 굳어 있는 상처들이 녹아내리고 어느새 그 자리에서 깨끗한 새 살〔肉〕, 즉 새로운 삶이 돋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박자경의 소설을 90년대 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국 현대소설의 계보를 잇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평가할 수 까닭이 바 로 여기에 있다. 생의 아픔을 끌어안는 시선의 너그러움, 그것으로부터 솟아나는 생의 눈부신 아름다움! 박자경의 첫 소설집을 통해 우리는 그와 같은 단편소설의 미학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은행나무 아래로 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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