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태양꽃

내 이름은 태양꽃

$8.50
Description
상처와 절망의 극한에서 기적처럼 마주하는 생의 경이로움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가 한강의 어른을 위한 동화 『내 이름을 태양꽃』. 어둡고 습한 담장 밑에서 어린 싹이 머리를 내미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땅속에서 나오기만 하면 환한 빛이 가득할 줄 알았던 어린 싹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어두운 빛깔뿐. 담쟁이는 부지런히 자라나서 담장을 넘어가버리고 어린 싹은 자신이 담장을 넘을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알고 고개만 수그릴 뿐인데... 보잘것없는 풀 한 포기가 태양보다 밝고 빛보다 환한 꽃으로 성장하기 위해 치러내야 했던 독한 가슴앓이를 통해 극한 슬픔과 절망의 바닥에서 발견하는 '생의 기쁨'을 이야기한다.
저자

한강

저자한강은1970년광주에서태어나연세대국문과를졸업했다.1993년계간『문학과사회』에시가,1994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붉은닻」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여수의사랑』『내여자의열매』,장편소설『검은사슴』『그대의차가운손』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1999),오늘의젊은예술가상(2000)수상.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낮고도어두운곳에흐르는삶의기적
1993년에시로,1994년에소설로등단한이후존재의내면에드리운생래적어둠과고독의근원지를집요하게탐사하며독특한작품세계를이뤄온소설가한강은처음으로선보이는동화『내이름은태양꽃』에서어둠속에잠재된빛의실재를조심스레꺼내보인다.작가는보잘것없는풀한포기가태양보다밝고빛보다환한꽃으로성장하기위해치러내야했던독한가슴앓이를통해상처와절망의극한에서기적처럼마주하는생의경이로움을보여준다.슬프도록아름답게이어지는작가특유의섬세한문체...
낮고도어두운곳에흐르는삶의기적
1993년에시로,1994년에소설로등단한이후존재의내면에드리운생래적어둠과고독의근원지를집요하게탐사하며독특한작품세계를이뤄온소설가한강은처음으로선보이는동화『내이름은태양꽃』에서어둠속에잠재된빛의실재를조심스레꺼내보인다.작가는보잘것없는풀한포기가태양보다밝고빛보다환한꽃으로성장하기위해치러내야했던독한가슴앓이를통해상처와절망의극한에서기적처럼마주하는생의경이로움을보여준다.슬프도록아름답게이어지는작가특유의섬세한문체에김세현씨의부드러운삽화가조화를이룬이번동화는소설가김연수씨의지적처럼"어둠속에들어가면누구나묻게되는질문에답하는이야기"이며"그낮고도어두운곳에서과연우리는무엇을배우는"것인지를조용히성찰하게하는이야기이다.
"왜슬퍼하지않느냐구요?이제는알고있는걸요.나에게꽃이피기전에도,그꽃이피어난뒤에도,마침내영원히꽃을잃은뒤라해도,내이름은언제나태양꽃이란걸요"
어둡고습한담장밑에서어린싹이머리를내미는것으로이야기는시작된다.땅속에서나오기만하면환한빛이가득할줄알았던어린싹의눈에비친세상은온통어두운빛깔뿐.담쟁이는부지런히자라나서담장을넘어가버리고어린싹은자신이담장을넘을수없는처지라는것을알고고개만수그릴뿐이다.혼자있는시간을견뎌'조금'키가자란싹은"저릿저릿잔뿌리들이소스라치고,이마에홧홧열이올랐다가이내내리는"아픔을겪고꽃잎을가지게된다."내꽃이피었다구!"기쁨은잠시,어린싹에돋아난꽃잎은빛깔이없어잠자리날개,해파리,말미잘촉수같이투명하다."꽃잎이하도이상해서,예쁘다고는못하겠어.못생겼다기보단,……그냥이상하게생긴것뿐이야."꽃잎이안보이니저녁바람은세차게꽃잎에부딪히고,나비꿀벌들은꿀을빨아먹은뒤에상처를덧나게한후날아가버린다."모두,모두!내앞에서없어지란말이에요!"상처받은꽃의꿀은더이상향기로운냄새를풍기지도않게되고꿀은맛을잃어간다.어느날밤,혼자서이를악물고괴로워하는나의귀에낯선목소리가들린다.담장바로밑에서싹을틔워내려고애쓰는작은풀의목소리."애써흙밖으로눈과귀를내밀었다싶으면언제나비가내"려흙구멍이막혀한번도세상에제대로나올수없었던풀."땅속에서눈을뜨면,잠깐동안보았던기억이얼마나눈부신지몰라.세상에는바람이있고,바람이실어오는냄새들이있고,온갖벌레들이내는소리들이있고,별과달이있고검고깊은밤하늘이있잖아.그것들이견딜수없게보고싶어.영원히다시볼수없을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때면,보고싶은마음이더간절해져.(……)너자신을사랑해야해."
또다시비가내려결국세상에나오지못한풀의흔적을보며꽃은이제울지않는다.비에무참히꺾인장미송이들과봉숭아맨드라미를보면서도,사람들이자신을볼품없고흉측하고지저분한꽃이라고해도눈을커다랗게뜨고세상을바라본다.세상모든것들을생생한눈으로사랑하는법을알게된것.처음으로참새들의왁자지껄한노랫소리,상냥한아침바람,부지런한실개미들,산바람이실어오는청솔냄새,여린새털처럼일렁이는흰구름떼를좋아하게된꽃은다시달콤한꿀을되찾고,몸어느구석에선가탁,소리와함께성냥불하나가당겨진것같은통증을겪으며꽃잎의빛깔도갖게된다.태양처럼샛노랗고,태양보다눈부신빛깔을확인하는그순간회오리바람한줄기가매서운통증을주며스쳐지나간다.꽃은자신의찬란한꽃잎이허공으로솟구치는것,황금빛꽃가루가산산이흩어지는것,꽃받침이떨어져나가는것을꼿꼿이고개를들고바라본다.이제꽃은안다.꽃이피기전에도,그꽃이피어난뒤에도,마침내영원히꽃을잃은뒤라해도,자신의이름은언제나태양꽃이라는것을.
새는울고꽃은핀다.중요한건그것밖에없다.--정현종시집『나는별아저씨』중에서
"그런것들이있다.아무리절망하려야절망할수없는것들.오히려내절망을고요히멈추게하며,생생히찰랑거리는‘지금이순간’을열어보여주는것들.그리고끈질긴설득력으로내게살아있다는것의기적을가르쳐"주는것들.작가의말처럼이동화는극한슬픔과절망의바닥에서발견하는'생의기쁨'을이야기한다.모든것을무너뜨리며동시에모든것을우리앞에펼쳐주는시간을마주하고,아픈성장의과정을딛고자신의이름을찾고,아파하고절망하는대신세상모든것을생생한눈으로사랑하기.태양꽃의꽃잎이눈부시게아름다운이유는작가가태양꽃의마음으로이야기를들려주고있기때문일것이다.검은하늘이얼마나깊은지,달빛은얼마나부드러운지,밤공기는얼마나촉촉하게젖어있는지,이제독자들이눈을커다랗게뜨고바라볼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