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11월에는

늦어도 11월에는

$13.00
Description
어긋난 사랑으로 시작된 지난한 자아 탐색의 여정
『늦어도 11월에는』은 사르트르로부터 '전후 독일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극찬받은 한스 노삭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급격하게 발달한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서, 업적 위주의 삶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인간의 위기와, 여성의 잠재의식 속에 숨은 영원한 해방의 의지를 문제 삼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 후 독일의 한 공업도시.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5월의 어느 날 밤, 상공인협회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문학상 시상식이 시내의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상의 수상자로 결정된 서른네 살의 작가 베르톨트 묀켄.

이 시상식장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발장난을 하며 수상연설을 하고 있는 예민한 얼굴의 작가를 유심히 쳐다보는 스물여덟의 유부녀 마리안네. 사회사업의 일환으로 문학상을 주관하는 헬데겐 사의 사장 막스의 아내인 그녀는 사업에 바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남편을 대신해 억지로 나와 앉아 있는데…….
건실한 재벌 2세의 아내 마리안네가 집시와도 같은 떠돌이 작가 묀켄의 말 한 마디에 안락한 재벌가의 며느리 생활을 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자아상실의 시대,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산업 사회의 냉엄한 메커니즘에 도전한 인간의 비극을 처절하게 대면함으로써 지울 수 없는 깊은 감동을 맛보게 하는 작품이다.
저자

한스에리히노삭

저자한스에리히노삭(HansErichNossack,1901∼1977)은사르트르로부터"전후독일문학의대표적작가이며세계적인소설가"라는극찬을받은노삭은독일함부르크에서태어났다.대학에서삼년간철학과법학?을공부하다가학업을포기하고공장노동자와회사원으로전전했다.1933년부터글을쓰기시작했으나,한때독일공산당(KPD)에서활동했던것을이유로그의작품은나치치하에서출판금지를당한다.1943년에는함부르크공습으로인해일기와원고를모두잃었다.1955년발표한대표작『늦어도11월에는(SptestensimNovember)』으로독일최고의문학상인게오르크뷔흐너상을수상했다.이외에도독일산업협회문화상과빌헬름라베상등을수상했다.전세계에번역소개된『늦어도11월에는』에서노삭은고도로발달한산업사회에서자기상실의아픔을겪는여인마리안네를중심으로,기존의모든사회적질서와독선을부정하고새로운자아실현의가능성을모색하려는인간의의지를뜨거운정열로옹호하고있다.

목차

목차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불륜으로시작하는지난한자아탐색의길
제2차세계대전후독일의한공업도시.빗줄기가오락가락하는5월의어느날밤,상공인협회의이름으로주어지는문학상시상식이시내의갤러리에서열린?다.이상의수상자로결정된서른네살의작가베르톨트묀켄.

이시상식장에앉아,어린아이처럼발장난을하며수상연설을하고있는예민한얼굴의작가를유심히쳐다보는스물여덟의유부녀마리안네.사회사업의일환으로문학상을주관하는헬데겐사의사장막스의아내인그녀는사업에바빠시상식에참석하지못한남편을대신해억지...
불륜으로시작하는지난한자아탐색의길
제2차세계대전후독일의한공업도시.빗줄기가오락가락하는5월의어느날밤,상공인협회의이름으로주어지는문학상시상식이시내의갤러리에서열린다.이상의수상자로결정된서른네살의작가베르톨트묀켄.

이시상식장에앉아,어린아이처럼발장난을하며수상연설을하고있는예민한얼굴의작가를유심히쳐다보는스물여덟의유부녀마리안네.사회사업의일환으로문학상을주관하는헬데겐사의사장막스의아내인그녀는사업에바빠시상식에참석하지못한남편을대신해억지로나와앉아있다.

두사람의만남은그렇게시작된다.정치와사업에의해인간관계가유지되는삭막하고갑갑한공업도시.시상식이후의축하파티는자신의지위와명예,부만이중요한,위선적인사람들이모이는사교장에다름아니다.파티가지루해어쩔줄모르던베르톨트와마리안네두사람은서로에관한짧고강렬한탐색의시간을통해서로를운명적으로알아본다."그일은어느순간에갑자기시작된것이아니라처음부터운명적으로마련되어있던"일이었다고말하는마리안네.이만남은두사람의인생을완전히바꾸어놓는다.
"당신과함께라면이대로죽을수도있을것같습니다."
두사람의운명을결정지은사건의시작은,멋진저택과건실하고부유한남편이있음에도불구하고앙상하게말라가던스물여덟살의귀부인마리안네에게던진베르톨트의말한마디때문이었다."당신과함께라면이대로죽을수도있을것같습니다."그길로마리안네는막대한재산과사회적지위를가진남편과어린아들,유일하게호감과애정을느끼는시아버지를버리고집을떠난다.

낯선도시D시,베르톨트의친구부부집에머물며이주일을보낸이들은,라인강을넘어외진국경마을인루드비히스호프에도착해서얼마간을보내다가다시낯선도시로떠나헤어지기전까지함께지낸다.

자신의작품조차도냉소적인눈으로바라보며기존의사회적통념과질서에대해냉혹한비판을가하는묀켄은11월에무대에올려질연극의희곡을쓰는일에집중한다.도피생활이불안한이들은,무슨일이든"늦어도11월에는"해결되지않겠냐며스스로를위로하지만,11월에이들을찾아오는것은비극적인결말뿐이다.
여성의심리를극적으로보여준열정의서술
"아니지.차근차근얘기해나가야한다.차근차근……"
이작품은이렇게시작된다.이야기를끌고나가는화자마리안네는이미죽은사람이다.노삭은마리안네가죽은후에사건의전모를말하게하는특이한서술방식을택함으로써,주인공이살아온세계와모든관계가단절된상태에서자신의과거를이야기하도록했다.이런서술시점의선택은과거의사건을현재진행형인사건으로느껴지게하는힘이있어,서술의극적효과를획득하고있다.

남편이보는앞에서처음만난남자를따라유유히집을나가는마리안네.따뜻하고행복하고후회없는사랑을기대했던그녀의희망은무너져버린다.마리안네는처음만난남자를따라가출할정도로과감하기도하지만,언제나과거속에갇혀있는나약한존재이기도하다.결혼전에사귄아르님은그녀에게절대적인존재나다름없다.깨어진첫사랑이상처로남아"마지막엔언제나아르님을생각하게되는"나약한여자인것이다.

묀켄과정열적인키스한번없이서먹서먹한채,외진국경마을의낡은집에앉아지도를펴놓고도망가살수있는곳의지명을중얼거리는마리안네.자신의행동이옳았던것인지,죄책감에시달리며갈피를잡지못하는마리안네는그들이떠난지이십여일후에찾아온시아버지의방문에"함께죽을수도있다"고했던묀켄을버리고다시집으로돌아간다.이모든과거의사건을기억해내는마리안네의복잡한심리가뛰어난연상과반전에속도감을더해감동적으로서술되고있다.
강렬하고사무치는결말
11월이면묀켄이쓴작품이무대에올려지고,돈을받으면낡은폭스바겐을하나사서마음내키는대로돌아다니자고했던두사람은,마리안네가떠나면서헤어진채몇개월을보낸다.마리안네는아무런질책없이자신을받아준남편에게전과다름없이대하며하루하루를지낸다.

그러나11월이오고,저녁무렵라디오에서흘러나오는음악소리를들으며마리안네는다시방황하기시작한다.묀켄이쓴작품의개막공연이마리안네가사는도시에서올려지게된것이다.그때부터그녀는묀켄이반드시자신을다시찾아오리라확신하며일분일초초조하게묀켄을기다린다.그리고그의작품이공연되는날,마리안네는극도의긴장상태에빠진채,시간이가면갈수록묀켄과함께집을떠났던5월의그밤처럼다시한번불가능한사랑을향해몸을던진다.자신들의사랑은아직끝나지않았다는듯묀켄은유유히집으로찾아오고,마리안네는주술에걸린사람처럼다시남편과가족을버리고묀켄의손을잡고집을나선다.

그들이간절히원했던중고폭스바겐을탄두사람은손을잡고,묀켄의입에서흘러나오는휘파람소리를들으며빗길을달려오래된철도건널목에다다른다.건널목한가운데에는커다란해골그림과함께"죽음은영원하다"는글씨가씌어진사고다발지역표지판이매달려있다.마리안네가가르쳐준자장가를휘파람으로나직하게부는묀켄……두사람이탄차는굉장한속도로달리다철로교각에부딪힌다.우박이섞인비가내리는11월의어느날밤에일어난일이다.

산업사회에서소외되어가는인간의문제를여성의관점에서변호하는노삭의역작
『늦어도11월에는』에서제2차세계대전이후급격하게발달한자본주의의물결속에서,업적위주의삶을최상의가치로여기는인간의위기와,여성의잠재의식속에숨은영원한해방의의지를문제삼고있다.마리안네의남편막스는산업사회적가치를중요하게여기며사는,사업에만몰두하는소심한사람이기는하나마리안네를괴롭히지는않는다.마리안네또한남편을사랑하지는않지만배신할정도로미워하지는않는다.그러나마리안네의마음속에깃들인공허와상실은그무엇으로도채울수없는절대적인상황에이르고,충만한사랑을나눌수있을것같았던묀켄을만나지만그시도역시좌절되고만다.결국,완벽한사랑,혹은자유의지로이루어지는인생을갈망하던젊은마리안네는영원한고뇌의종지부를죽음으로찍게되며,더이상고통스럽지않은죽음속으로당당히걸어들어간다.

『늦어도11월에는』이1955년에발표된전후문학에속하는작품임에도불구하고여전히감동적인것은,인간을속박하는사회적질서가여전히존재하고,21세기가되면서더욱더개선하기어려운차원으로확장되고있기때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