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길

비평의 길

$19.14
저자

이성욱

이성욱
1960년 5월 22일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브니엘고, 한신대 독어독문학과 및 동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했다. 1998년 연세대학교 국문과 박사과정에 입학하였고, 2002년 8월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민요연구회 연구원, 1992년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 1995년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상임기획위원, 서울문화이론연구소 연구위원, 2000년 문화연대 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성공회대, 서강대 등에서 강의를 했다.
1989년 실천문학에 「반미문학의 전개과정과 과제」를 기고하여 등단한 이후 문학비평뿐 아니라 패션, 건축, 스포츠, 대중문화, 풍속 등 당대의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비평가로 활약했다. 특히 90년대 초 소설가 이인화씨와의 표절논쟁을 통해 평단에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각종 문화계간지, 일간지 등에 한국의 대중문화의 계보에 대한 인상적인 글을 남겼다. 2001년부터 일본문부성 초청으로 2년 간 일본 와세다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했다. 2002년 11월 급성 간암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였다.
저서로 『리베로를 꿈꾸는 비평』, 엮은 책으로 『문화분석의 몇 가지 길들』 『혁명의 문화사 프랑스 혁명에서 사빠띠스따까지』 『문화읽기 : 삐라에서 사이버문화까지』 등이 있으며, 유고집으로 박사학위 논문인 『한국 근대문학과 도시문화』를 비롯하여, 문학평론집 『비평의 길』, 문화평론집『쇼쇼쇼 ― 김추자, 선데이서울 게다가 긴급조치』 『20세기 문화이미지』를 출간하였다.

목차

1부
비평의 길 ― 90년대 비평의 흔적에 관하여
문학과 '벌거숭이 임금님'
문학 쟁점의 재정립과 지반 확대의 필요성

2부
'심약한' 지식인에 어울리는 파멸 ― 이인화의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표절 시비에 대해
'나'와 세계의 불화 그리고 '생존법' ― 하루키 소설의 반향
'참을 수 없는' 최근 소설들의 '가벼움' ― 박일문, 『살아남은 자의 슬픔』, 주인석, 『희극적인, 너무나 희극적인』
난폭한 주장의 '상품성' ― 대중문학의 공세에 즈음하여

3부
우리 시대의 죄, 혹은 죄의식 ― 조세희론
개인적 꿈과 사회적 꿈의 봉합 방식 ― 김호창, 『꿈꾸는 자의 사랑법』
『사랑의 조건』에 대한 옹호와 비판의 갈래 ― 안재성, 『사랑의 조건』
분단 현실과 그것의 소설적 극복 방법 ― 윤정모 외, 『민족소설선 2』
소시민적 문학론의 탈락과 민족문학론의 분화
반미문학의 전개과정과 과제

4부
농담의 위장막 뒤에 숨은 것 ― 은희경, 『마이너리그』
문학과 키치
오래 지속될 미래, 단절되지 않는 '광주'의 꿈 ― 광주민중항쟁의 문학적 형상화에 대하여
내면, 타자의 복원과 타자의 배제
갈등 혹은 이단의 상상력들 ― 심상대, 김영하, 백민석 소설을 중심으로
키보드 문학 세대에 관한 불편한 스케치 또는 단상
예각에서 원융으로의 더딘 선회 ― 김영현,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설문학의 균형을 기대하며 ― 오정희, 「옛우물」, 김영현,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문열, 「아우와의 만남」
80년대에 대한 '소박한' 독해법 ― 김형경,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통일을 끌고 가는 '난장이'들의 여정 ― 채영주, 『시간 속의 도적』
좌초한 오디세이아의 모험 ― 이문열, 『오디세이아 서울』
시인과 압구정동의 비상구 ― 박상우, 『시인 마태오』, 이순원,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얼음벽, 그것을 파괴하는 불덩이의 사회적 변증 ― 고원정, 『빙벽』

5부
신생을 위한 시 ― 김지하론
세기말, 백무산과 유하에게서 얻은 생각 ― 백무산, 『인간의 시간』, 유하,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뿌리 의식'으로서의 시학 ― 윤중호, 『금강에서』
연단(鍊鍛)에서 오는 새 길의 풍경 ― 안도현, 『외롭고 높고 쓸쓸한』

발문 안테나와 리베로의 비평 김응교(시인)

출판사 서평

지난 2002년 11월 급성 간암으로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한 고 이성욱 선생의 유고집 『비평의 길』은 리베로 평론가로 기억되는 이성욱의 문학평론가로서의 면모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평론집이다. 발문을 쓴 김응교 시인은 그의 비평을 ‘안테나와 리베로의 비평’이라고 평한다. 즉, 그는 ‘20세기와 21세기의 나들목에서 문학이 발신한 전파를 빨아들이듯 흡수하고 고민한 안테나’였으며, 항상 현장에서 ‘비평 대상의 소재, 방법, 영역 등을 항상 새롭게 사유했던 리베로 평론가’였다. 이 책은 7, 80년대 민족·민중문학에서부터 90년대의 포스트모던한 문화현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관심과 문제의식을 보였던 그의 평론이 지나온 ‘길’의 방향과 갈래의 전모를 조망할 수 있게 한다. 『비평의 길』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90년대 문학비평에 대한 성찰이다.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의미에 대한 점검에서부터 비평과 상업주의의 공모, 논쟁과 토론의 부박함, 비평가의 권력집단화 등 90년대 비평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문학과 비평의 존재 이유를 진중하게 모색하고, 비평이 닫힌 텍스트주의를 넘어 자신의 공간과 지평을 규정하는 역사적 형식들을 탐구하는 일로 확장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제2부는 이인화의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의 표절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이성욱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심약한’ 지식인에 어울리는 파멸」 등, 이른바 ‘신세대문학’을 둘러싼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에 비판적으로 개입했던 글들이다. 단순히 표절 사실이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러한 작품들의 형식적, 내용적 특징이 작가와 작중 인물이 드러내는 현실 인식의 왜곡과 허무주의, 청산주의적 세계관의 파탄에서 비롯되었음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제3부는 민족·민중문학에 대한 애정이 담긴 7, 80년대 소설들에 대한 작품론이다. 조세희 김호창 안재성 윤정모 이은식 등의 작품을 꼼꼼히 읽고 검토하며 시대적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모습에서 그의 현실 인식의 바탕을 확인할 수 있다. 제4부는 90년대 소설의 현장에서 써낸 작품론이다. 은희경 백민석 임철우 윤대녕 심상대 김영하 김영현 오정희 이문열 김형경 채영주 박상우 이순원 고원정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며 그로부터 90년대 소설의 내면화 경향에 대한 비판, 80년대에 대한 반성적 성찰,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소설들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평가, ‘키치’와 이른바 ‘키보드 문학 세대’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경향에 대한 적극적 해석 등 다양한 주제를 이끌어내는 글들은 그의 전방위적인 관심과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제5부는 김지하 백무산 유하 윤중호 안도현의 시에 대한 작품론과 시인론이다. 김지하 시의 변모과정을 따라가며 그 일관성과 변화를 짚어내고 백무산과 유하에게서 현실에 맞서는 시적 치열성을 읽어내며 안도현의 시에서 시인의 치열한 연단(鍊鍛)의 자세를 보는 시인론은 곧 평론가로서 새로운 현실 변화를 바라보며 ‘현실 전반과 여물게 몸을 섞’는 저자 자신의 태도와도 겹친다. 그는 생전에 ‘각 이론 영역과 실제 비평의 각 장르를 무상히 넘나들면서 화엄적인 문화예술적 행동대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때이른 그의 죽음은 그 꿈이 현실로 만개하는 것을 가로막아버렸지만, 때늦은 이 평론집은 뒤늦게나마 그가 꿈꾸었던 ‘문화와 문학운동의 상호소통’에 대한 증표를 우리에게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