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문학동네소설상수상작『고래』출간!
제1회『새의선물』의은희경,제2회『아무곳에도없는남자』의전경린,제3회『예언의도시』의윤애순,제5회『숲의왕』의김영래,그리고제8회『그녀는조용히살고있다』의이해경……
말그대로‘대형신인’의산실인‘문학동네소설상’이또한명의걸출한신인을선보이게되었다.올해수상자인천명관씨는바로지난해여름‘문학동네신인상’을통해등단한신인아닌신인.데뷔는했으나등단작「프랭크와나」를제외하곤단편하나발표하지않은진짜‘초짜’다.
“작년에신인상으로등단했지만단편하나로소설가의이름을얻은게쑥스럽기도했습니다.상을받게된것도좋지만무엇보다내이름으로책이한권나온다고생각하니이제야비로소등단을했구나,하는생각이듭니다.”
그런데이진짜‘초짜’가,완전‘생짜’소설로그야말로대형사고를친다.‘작가’라는이름을얻고처음내는책인이소설『고래』로,읽는이를웃게하고,울게하고,마음졸이게하고,한숨짓게하고,미소짓게하고,긴장하게하고,몸달게하고,얼굴붉히게하고,전율하게하고,실소하게하고,허탈하게하더니,급기야는감동까지‘던져’놓는다.(그렇다.그는자신의이야기를통해누군가에게감동을‘주려’,누군가를감동‘시키려’부러애쓴것같지는않다.그가그저‘던져’놓고‘풀어’놓은이야기들은다시나름대로또다른이야기를꾸려가고있었고,그것(감동)역시,그안에그렇게‘던져져’있었다.소설속춘희가견디어낸시간속에,그리고그시간과공간의여백속에……)
“『고래』는가히소설이무엇인지보여주기에충분했다.(……)전지전능하고고압적이며시공을초월한이야기꾼의입담에힘입어소설은엄격한형식의규제를뚫고민담과전설,기담들,무협지와장르영화의부스러기들,동화와환상적요소등이뒤섞이는환상의도가니로돌변한다.”--신수정,문학평론가
이인간,처음부터심상치가않았다.십수년을등단하기만을꿈꾸어온문학청년들을제치고등단하던순간에도‘오랫동안꿈꾸어왔’다는따위의소설얘기가아니라“나에게영화는아직현재진행형”이라며다소‘건방진’수상소감을밝혔던그였다.이번역시마찬가지다.
“……한편으로저는문학,좁게얘기하면소설그자체를목표로삼고있는작가는아니라고생각할때가있습니다.”
이사람,뻔뻔하다.문학은죽었다고,더이상문학의자리는없다고,이미오래전부터문학의위기가말해지고있는이때에도여전히문학에‘목을매는’수많은사람들앞에서겸손하고점잖게내뱉는말투에는약간의(?→상당한!)뻔뻔함과당당함이묻어난다.자세가안됐군!그래,어디한번보자.
……어어……
……!!!……
……일단은KO패……
꼼꼼하게따져읽기도전에,기승전결을구분하고인물들의캐릭터를파악하고작가의의도를따져보기전에,단숨에1800매짜리소설을다읽어버린다.숨가쁘게,정신없이읽어내려가고보니,한편의‘이야기’로서의‘소설’에궁했던,거대한서사에목말랐던독자들의숨을틔워줄만한작품인듯싶기도하다.어어,이게아니었는데……
“이소설을‘특별하다’고표현할수밖에없는것은,소설에대해우리가가져온기존의상식을보기좋게훌쩍비켜서는,놀랄만한다채로움과독특한개성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독자에게처음엔낯설음과기이함,동시에상당한당혹스러움과저항감을안겨주며시작되는이소설은이야기가진행될수록뜻밖에굉장한흡인력을발산하면서결말까지숨가쁘게몰입하게만든다.”--임철우,소설가,한신대문예창작과교수
심사평을좀더세심하게,꼼꼼하게따져읽고빠져들지않도록조심했었어야했다.저낯설음과새로움에당황하지않기,저항감이생기면주저말고완강하게거부하기!마음을가다듬고,냉정을되찾고,다시읽기시작!
『고래』의1부와2부는산골소녀에서소도시의기업가로성공하는금복의일대기를중심으로그녀를둘러싼갖가지인물사이에서빚어지는천태만상,우여곡절을숨가쁘게그려내고,3부는감옥을나온뒤폐허가된벽돌공장에돌아온금복의딸이자정신박약아인춘희의생존과죽음에이르는과정을담고있다.“이모든이야기가한편의복수극”이라는작가의말대로소설의시작부터끝까지한을품고죽은박색노파가등장해서주인공을파국으로이끈다는설정이다.별거아닌듯간단한듯하지만이거,만만치가않다.
일단이야기를흩어놓는다.조각조각떼어놓으니하나의이야기가끝없이나누어진다.수십개의에피소드가각각독립된이야기가된다.이거야뭐나도할수있겠다.(?)수상자의표현대로“세상에떠도는이야기들”한자리에모아놓기!할아버지할머니에게서들었음직한옛날이야기,어린시절동화책에서본것같은신화와설화,TV연속극이나영화에서본듯한이야기,인터넷에떠도는엽기유머,‘빨간책’에서본듯한유사포르노……모두뻔~한이야기들,익히알고있는이야기들이다.(뭐,어쨌거나솔직히쉽지않아보이긴한다.이많은이야기를한데집합시키는것도.)
“이소설에는어떻게보면이야기의백과사전같은느낌이들정도,또는구비문학자료집같은느낌이들정도로아주많은이야기들이있다.물론이것만이아니다.소설이나영화,드라마나연극등의고급장르로부터엽기시리즈,농담,야설,포르노등등하위장르에이르기까지기존의것을연상시키는에피소드나그것의변주가무궁무진하다.말그대로이소설은장터의시끌벅적한카니발을연상시키고,또키치적아우라도물씬풍긴다.이작가의이야기수집벽이남다른것은소설몇쪽만들쳐보아도충분히알수있고,더읽어나가면놀랄수밖에없게된다.”
--류보선(문학평론가,군산대국문과교수)
그래서어떤이야기냐고?……난감하다.소설의줄거리를설명한다는건무모한짓이다.하나의이야기는또다른이야기를낳고,그이야기는다시새로운이야기를만든다.“한편의복수극”이었나싶으면산골소녀와부둣가장수의사랑이야기가있고,보잘것없는게이샤를위해손가락여섯개를잘라바친어느조직보스의인생이야기인가싶으면주인공은어느사이‘올란도’를능가하는인물이되어있다.그야말로빈털터리,맨몸으로시작해큰사업가가된한여자/남자의이야기인가싶으면벽돌을굽는한장인의예술혼에대한이야기이고,다시여러시대를살다간인물들의지난세기의이야기인가하면,이것은오늘의이야기이다.
“(세상에떠도는)이야기란본시듣는사람의편의에따라,이야기꾼의솜씨에따라,
가감과변형이있게마련이다.”
후에,『고래』를이야기하는사람들은어쩌면조금씩다른버전으로이야기를기억할지도모르겠다.누군가는춘희를이야기할것이고또누군가는금복을이야기할것이고또다른이는노파를이야기할것이다.어쩌면칼자국과걱정을이야기하는사람들도있겠으며,철가면과청산가리,쌍둥이자매와코끼리이야기를할수도있겠다.그수많은에피소드와인물들중에는생각나지않는것들도있으리라.
그런데이건뭘까.이서로다른수십가지의이야기들이하나로얽혀드는것은.하나의이야기로어우러져전혀새로운이야기를만들어내는것은……문학동네소설상제1회수상자인소설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