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같은 애인을 찾습니다

꿀 같은 애인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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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체부 시인 엄환섭이 시로 쓴
아홉 번째 이야기”
음색(音色)의 시인 엄환섭의 노망난 시집
우체국 집배원 엄환섭이 첫 시집 《시를 배달해 드립니다》를 시작으로 집배원 생활 30여 년간 8권의 시집을 펴내고, 우편 배달을 마친 60대 중늙은이가 망령스럽게 《꿀 같은 애인을 찾습니다》라고 아홉 번째 시집을 펴내며 절규하고 있다.

아홉 번째 시집을 내면서
늦은 나이에 시작한 내 글쓰기는 내 속의 나를 찾은 과정이었다. 대부분 그것은 내 속의 우울함을 찾는 행위였다. 내 속에 우울한 언어가 그렇게 많은 줄은 시를 쓰기 전에는 정말 몰랐다. 형체 없이 숨어 있는 욕망덩어리의 작업이었다. 이렇듯 나의 시는 내 눈물이었다.
내 삶은 다망하고도 다망한 가장의 자리와 아버지의 자리뿐이었다. 내 생활의 진폭은 매우 좁았다. 평범한 생활 속에 일상이 문학작품이 되지 못한다면 나의 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긴 시간 동안 마음속의 갈증을 자기표현의 방법으로 발견하면서부터, 나는 항상 뭔가를 쓰고 있었다. 그것도 자연스러운 내 생활의 일부였다.
나의 시는 가슴속의 동경과 고뇌와 갈등을 호소하는 연약한 목소리였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리듬을 찾았을 때 심부에 도사리고 있는 진실도 찾아낼 수 있었다.
죽은 듯이 죽지도 않은 듯이 텅 빈 것들, 다리 없는 다리가 나왔다 들어갔다, 머리 없는 머리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괴이한 상상이나 생각들도 모두 자연 속에서는 순환의 리듬과 원리를 가지고 있었다. 내 상상이나 의식은 아주 자연스럽게 나무속에 들어가 가지 따라 솟구치고 햇볕에 몸 비비며 잎으로 팔랑거리게 하는 일이었다 바람의 말과 햇살의 눈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일, 오래 바라보고 오래 관찰하면 사랑하지 못할 대상이 없었다. 자연 속의 세계는 평등하고 풀벌레 한 마리 돌멩이 한 개도 소중하고 눈물겹도록 진지했다. 나는 보송보송 마른 마음으로는 시가 나오지 않았고 무언가 아련하고 아릿한 것, 나는 그것이 오랜 세월 동안 내가 펼쳐내는 우울이라는 것을 안다.
눈부신 날개를 팔랑이며 나비가 봄꽃 주위를 팔랑이며 날고 벌이 잉잉거리며 꿀을 빠는 아침, 내 마음도 따라 환해져 내 속에 깊이 박힌 우울까지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꿀 같은 애인을 찾아 나섰다. 그것이 오늘의 내 할 일 같다.
저자

엄환섭

1959년경남거창군신원출생
마산창신대문창과졸업
한국문인협회회원
대한창작예술인협회회원
〈풀과나무〉동인전회장
대한문학세계시부문신인상
영남문협이사
한국문인협회거창지회장

시집
『시를배달해드립니다』(문지사,2007)
『꽃잎되어하늘로가는하루』(문지사,2015)
『호박돌에서하늘낚아라』(문지사,2016)
『진달래꽃말을하고싶어요』(문지사,2018)
『풀과나무에서별을보며』(문지사,2019)
『먼지낀세월사이로별이뜨고』(문지사,2020)
『초록인듯붉은,흰듯검은악의꽃』(문지사,2021)
『풀』(문지사,2022)

목차

시인의말/아홉번째시집을내면서―4

1
애인을찾습니다
애인을찾습니다―10
언니의환상―12
지하의여인―14
거풍―16
빈집―18
빈의자―20
변신―22
발아―24
엑스레이―26
두레박―28
터파기작업―30
블랙홀―32
손금―34
수승대에서―35
변소―36
구직―38
상속―40
노인대학가는길―42
관짜는아버지―44
할아버지와낡은유모차―46

2
계절을걷는다
50―산벚꽃
52―가시연꽃
54―도라지꽃
55―갈대
56―망할놈의꽃
58―풀벌레울음소리
60―모감주나무
62―조팝나무
64―야생나무
66―두루미
68―폭포
70―안개
72―그냥안개더냐
74―늦은가을
76―낙엽
77―달
78―별이야기
79―달나라별나라
80―파랑波浪
82―계절이지나가는자리에
84―계절을걷는다

3
고독한시
고독한시―86
물을도는꿈―87
꿈―90
삶따로꿈따로―92
오늘의나―94
나의그림자―96
오늘의집―98
맨발―100
사색인지망상인지세계의비밀을엿보는지―102
내면과외면―104
휴면기―106
고정관념―108
안락함―110
마음속의바다―112
모래―114
낙숫물소리들으며―116
나의과자는나의애인―117
잔스카학교가는길―120
뿌연사람뿌연안개―122

출판사 서평

“우체부시인엄환섭이시로쓴
아홉번째이야기”
음색(音色)의시인엄환섭의노망난시집
우체국집배원엄환섭이첫시집《시를배달해드립니다》를시작으로집배원생활30여년간8권의시집을펴내고,우편배달을마친60대중늙은이가망령스럽게《꿀같은애인을찾습니다》라고아홉번째시집을펴내며절규하고있다.

엄환섭그는경상남도의작은읍거창의우체국집배원이었다.당시《시를배달하여드립니다》라는첫시집을시작으로30여년간집배원생활을마칠때까지여덟권의시집을펴냈다.
그런가하면늦깎이로마산창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한열정이남다르다.또그의시(작품세계)가그렇다.

이른봄눈바람속에서꽃을피우는민들레같은시인이잊30여년우편배달을마치고60대중반의중늙은이가망령스럽게《꿀같은애인을찾습니다》라고그의아홉번째시집을펴내면서절규하고있는것은왜일까?이시집속에그의삶의사연이담겨있다.

‘나는집배일을하면서도점심시간에도시락을들고눈길을걸어서깊은소나무숲에들어가눈을맨손으로걷어내고축축한낙엽위에두무릎을쪼그리고앉아,호호손을불어가며밥을먹은일이있다.그런시간이시를만나는내가슴속장소였다.닳아버린신발밑창에서해가뜨고지는나날들,피곤에지친말들을보듬고다듬고위로하며너덜너덜신발밑창에서해가뜨기를간절히기도하며시를찾는다’

위의글이집배원시인엄환섭이시를찾는일상의장소다.
그는시를쓴다고하지않고,시를찾는다고강조하고있다.

엄환섭의하루는빈손으로떠나버린시골빈집에도배달을가야하고,주인이없어도우편물을전해야한다.산간법당에도배달을가는집배원이다.그래서그는이런시를찾아내기도했다.

지금나는배달중이다
나는일에갇히는중이다
나는뜨거운태양에갇히는중이다
집배가방목에걸고갇히는중이다

이렇듯엄환섭은자잘한일상을통해시를줍고찾는다.특별한기교도빼어난수사도없다.그런데도마음을울리는메아리가있다.

이렇듯집배원시인엄환섭은일상을통해얻은것들을전할뿐이다.
그래서그의시는빛난다.이제그가아홉번째시집에서‘꿀같은애인’을찾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