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감추는 여인

꼬리감추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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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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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 출생
PEN클럽 이사 및 감사. 문인협회 이사 및 분과회장. 시나리오작가협회 운영 위원 및 총무 등을 거쳐 현재 신문예협회·자유문인협회 자문 위원, 추리작가협회 고문, 현대극작가협회·중국문학 동호문인회·역사문학회·탐미문학회 회장, 논픽션작가회 대표, 문학 그룹 ‘소설 미래’, ‘에세이 풍토’ 주재, 문학운동지 ≪탐미문학≫ 발행인·주간 등
1954년 ≪협동≫지의 시나리오 공모에 <희망의 거리> 당선
1957년 제1회 중앙국립극장 장막극 공모에<딸들의 연인> 당선
1958년 ≪민족문화≫지에 소설 <환(幻)>을 발표, 그 이후로 희곡·소설·시나리오 등을 집필, 발표
희곡집으로는 ≪미풍≫, ≪하유상 단막극선≫, ≪하유상 장막극선≫, ≪불교희곡선≫, ≪성극(聖劇) 모음≫, ≪꽃을 이니셜로 한 희곡 모음≫, ≪윤회≫, ≪하유상 시나리오 선집≫, ≪방송극선 행운≫ 등
소설집으로는 ≪꽃그네≫, ≪어느 철학 교수의 실종≫, ≪소설·유마경≫, ≪실종의 저쪽 어둠≫, ≪30분의 미스터리≫ 등
장편 소설로는 ≪사랑 그 아픔≫, ≪젊은 고뇌≫, ≪격랑≫, ≪연인 별곡≫, ≪용비어천가≫ 등
수상으로는 백상예술대상, 문교부문예상, 신문예문학대상, 통일문학본상, 불교문학대상, 한국문학상, 한글문학본상 등

목차

.없어진 3개의 보살상 ... 9
.일본원정, 국보급 9점 강도 ... 14
.현지 조달 여배우의 비명 ... 23
.의문의 3층 석탑 ... 38
.<초가삼간>의 손 여사 ... 50
.진노인의 죽음 ... 54
.모난 눈의 김형사 ... 70
.화끈하고 짜릇한 밤 ... 82
.비밀탐사의 첫발 ... 87
.신라토기에서 나온 괴문서 ... 93
.자칭 엑스트라의 여인을 찾아서 ... 102
.정체불명의 설노인 ... 106
.호랑이와 고양이 ... 115
.밤열차에서 ... 123
.괴문서에 대한 추리 ... 130
.석굴사와 석굴암의 본존물 ... 135
.첫 중국행 ... 144
.기절초풍할 대륙적 기질 ... 154
.목이 없는 불상들 ... 162
.더위와 미녀의 도시 투루판 ... 173
.불타는 화염산과 손오공 ... 182
.먼저 탐사한 일본인 야쿠자 ... 198
.사라진 김형사 ... 206
.흠모의 마음 ... 210
.상해에서 서울로 ... 217
.중국의 인상과 문학 ... 221
.논픽션 <중국기행> ... 231
.자취를 감춘 미모의 여인 ... 244
.분홍빛 정사 ... 255
.필적 감정의 결과 ... 260
.마지막 편지 ... 268

.단편소설: 석굴암의 먼동

.일러두기 ... 307

출판사 서평

뫼비우스의 꼬리
수필의 힘은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읽히기 쉽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성장 과정에서 한번쯤 문학을 꿈꾸지만, 정작 문학이라고 하면 몇몇 작가들만의 ‘선택된 능력’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그런 측면에서 하유상의 ‘수필 소설’은 힘을 발한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사람들의 심리만큼이나 아슬아슬한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보여 주는 꼬리는 또 다른 꼬리를 지니고 있다.

물 위를 걷는 상상력
한번의 ‘자질구레한’ 반전 또는 반짝임으로 끝나는 추리 소설을 그이는 거부한다. ‘반짝이 재치’에 기대는 ‘얕은 깊이’는 깊이라고 (받아들이기에 그의 문학에 대한 선이 아주 굵기 때문이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 위를 걸어가는 햇빛의 비늘처럼 반짝이는 상상력. 그것을 오늘날 젊은 작가들의 전유물이자 특장점이라고 한다면 ‘꼬리 감추는 여인’에서 그이가 보여 주고자 하는 모습은 아예 물 속에 가라앉은 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장치의 힘은 침수가 아니라 잠행이라는 데서 또 다르다.
물 속의 고요함, 또는 그 고요 속의 움직임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 그것은 아주 커다란 떨림으로 다가선다. 그 떨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깊이는 연륜이다. 단순한 시간의 나이테가 아니라 삶의 두께에서 쌓이는 나이테. 그이의 나이테는 그렇다.

사생아의 자유
컴퓨터 게임으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들에게 게임은 상상력 그 자체인 동시에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그이에게는 ‘꼬리 감추는 여인’이 전략 시뮬레이션이자 롤 플레잉 게임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낳고, 그 이야기는 또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단편 소설?장편 소설? 희곡?시나리오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밟아 온 창작의 갈래는 그만큼 일정한 형식의 시도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하나의 갈래로 채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한번 더 자유로울 수 있음을 그이는 ‘꼬리 감추는 여인’이라는 게임에서 보여 준다. 상상력의 즐거움은 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는 것을 실현 가능하게 하게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실현 가능하리라 믿었던 그이의 믿음은 거품처럼 사라지는 아스라한 허망함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 물 위를 걷는 상상력이 바로 그것이다.
그이의 실험을 두고 소설과 수필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라고 한다면 작품과 작가에 대한 모독일 수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때 그 모독은 자유와 특권이라는 낱말로 이어진다. 사생아의 탯줄. 그 꼬리를 잘랐을 때 작가의 상상력은 도마뱀의 그것처럼 새로운 상상력을 독자에게 던져 주는 자유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새롭게 자라나는 그 ‘꼬리’야말로 그이가 키우고 싶은 상상력의 뿌리이고, 줄기이고, 열매이고, 다시 뿌리인 셈이다.

책 속에서
며칠 후, S는 하숙방에서 손 여사에 대한 배신감과 허무감에 사로잡혀 방바닥을 뒹굴고 있는데, 민 경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들뜬 목소리로 범인이 체포되었다고 했다. 송 선생의 추리가 맞았다는 것이었다. 설 노인으로부터 청부 살인을 의뢰받은 복덕방 노인은 자기의 친동생을 주선했던 것이다. 워낙 보수가 컸기 때문에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아우는 김 형사에게 은밀히 도굴 현행범을 체포하게 해 준다고 꾀어냈다고 한다. 원래 공명심이 강한 김 형사는 그 유혹에 넘어가 파트너 없이 혼자서 그를 따라갔다가 피살되어 암매장되었다고 했다.

실은 방금 암매장된 김 형사의 시체를 파내어 물증을 확보했고, 설수빈에 대해서는 이미 대만 정부의 협조를 얻어 수배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전화를 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덧붙여 이번 수사에 송 선생의 공로가 커 표창할 예정인데, 어떠냐고 제의하는 것을 S는 굳이 사양했다. 쑥스러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그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S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 범인으로 하여금 김 형사를 죽이게 청탁한 자가 설 노인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그 괴문서의 작성자가 설 노인이었을 가능성이 더욱 짙어졌다. 그 설 노인과 손 여사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손 여사가 김 형사 살해에도 관여했을까? 만약 관여했다면 어느 정도 관여했을까? 손 여사는 그런 독부(毒婦)였을까?

작가의 말 : 수필 소설 형식으로 쓴 장편 소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소설과 수필을 절충해 보려는 시퉁머리터진 시도를 해 왔다. 이를테면 ‘수필 형식의 소설’이라 할 수 있고, ‘소설 형식의 수필’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형식이다. 물론 비중에 있어서는 소설 쪽이 훨씬 더 무겁지만, 작가로서 쓰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관념, 느낌, 기분, 정서 따위를 자유로이 표현하는 한편, 견실한 플롯으로 재미있는 스토리 텔링을 하자는 게 내 의도이다.
‘수필 소설’이라는 용어 자체는 나의 임시 창안인 것으로 문학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비중으로 따진다면 ‘소설 수필’이라고 소설을 앞으로 해야겠지만, 그러면 소설에 대한 수필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일 것 같아서 수필을 앞으로 했다. 수필에 대한 소설이란 좀체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불교 경전이 으레 ‘이와같이 나는 들었노라(如是我聞).’로 시작되는 것처럼 수필 소설도 으레 ‘S는 젊은 소설가이다.’로 시작된다. 즉, S라는 젊은 소설가 입장에서 대상물에 대해 나름대로 정서를 느끼고, 얘기를 꾸미곤 하는 것이다.
S는 물론 나의 입장이다. 그런데 왜 구태여 ‘젊은’이라고 못을 박았느냐 하면, 나는 비록 젊지 않지만,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다루는 입장은 젊고 싶기 때문이다. 비록 작가는 늙어도 작품은 늙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굳은 신조이다.
1974년에 창안한 이 수필 소설 형식으로, 중·단편 소설은 그 동안 숱하게 써 왔지만, 장편 소설로는 이것이 첫 시도이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나는 경주를 여러 차례 갔다왔고, 중국과 대만까지도 갔었다. 아무튼 이 소설 때문에 오랫동안 산고(産苦)를 치르다가 드디어 낳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단편 소설 <석굴암의 먼동>은 이 소설 <꼬리 감추는 여인> 가운데에서 영화로 촬영되는 것으로 설정된 작품이다. 역시 수필 소설 형식으로 쓴 작품으로, 석굴암을 소재로 해서 쓴 나의 중·단편 소설 가운데에서 비교적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