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물결 무늬 - 시와반시 기획시인선 32

사랑은 물결 무늬 - 시와반시 기획시인선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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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재숙

저자:정재숙
1946년경북영양출생.안동여고,안동교육대학졸업.시집『네시린발목덮어』로등단.2시집『몽산집』,3시집『이런날이왔다』출간.향토문학회,경북학생문학회회원.〈서설〉동인.대구문인협회,대구시인협회,K-국제펜문학회원.백기만문학상,정행돈문화상,유엔NGO문학상,K-국제펜문학상대상수상.

목차


제1부
10붕어빵을사다
11오늘이다
12낮꿈
13절대적얼굴
14고양이야살려줘
15기억의무늬
16바람을흘리다
17그대가시겠다면
20삼월
21사랑은물결무늬
22설레다
23걸었다
24사랑
25몸과꿈사이
26노래
27껍질의꿈
28깨물린말
30가위질당하다
31겨울달래기

제2부
36어느날은
37구르는돌
38옷
39로뎀나무아래서잠이들었다
40겨울아침
41진화
42나의약점
44열려라훨훨
46어둠이어둠에게
47가히필사적
48당신
49나는가끔씩녹는다
50저기저문
51한여름또지나가다
52노래는다
53잎사귀의정맥에붉은빛이돌고
54거울
55건방진기도
58그러니나를만지지마라

제3부
62밥
63아무리생각해도
64여기가거긴데
65참하다
66피카소를핑계대며
68물방울하나
69시간의틈
70엄마의꽃말
71배롱나무꽃피우다
72다시장미
74찰나
75손익계산서
76기억밖의흉터
78병실에서
80잠꼬대같은발의생각
82어제와오늘
83새롭다는것

제4부
86굴비한마리
87일월산가는길
88자존심
90물길
91내얼굴에꽃이피었다
92한바탕춤
94냄새에대하여
95내아득한꽃잎
96달빛발자국
98바람이분다
100이거씨할거다
101못된딸의핑계
102누에가뽕잎을갉아먹던소리
104능소화
105식은감자
106희망화면
107언제부터
108순교와나
113허수아비에게옷을입히자

해설
116서정의보석으로가득찬시봉다리│김선굉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고향은늘내안에머물고있다.
떠나온지수십년이넘었지만
나는늘그안에있다.
경북영양군청기면토구동,
그푸르고황홀하던
눈내리는밤의풍경을잊을수없다.
눈을감으면
그눈발속으로걸어들어가는
어린나의뒷모습이보인다.
그눈이아직녹지않았다는것인가.
지금그아이의머리가백발이다.

책속에서

<붕어빵을사다>

꽃샘추위에어깨가시린날
해거름녘붕어빵을샀다

따뜻하고통통한종이봉투를
가슴에꼭보듬어안고걸으니

가슴속에몽실몽실
꽃이피어나고있었다

온몸이따끈따끈해졌다
길이환했다

<사랑은물결무늬>

밤이길다
창문을열고
캄캄한세상속으로얼굴을담근다

너만혼자인것같으냐
어둠의물결이귓가에서속살거린다

또한저물결건너
어느가장자리에선가
그가내쉰숨결이내귓불에와닿아
찰랑거린다

지금그도창을열고
밤바다에얼굴을담그고있는가보다

<설레다>

같이나이들어가는한친구가
메시지를넣어왔다
야야,내밥맛있게하는데안다
우리싼밥먹고
비싼이바구하며놀자어예이

폰에찍인문자에서
구수한숭늉냄새가넘친다
갑자기가슴이두근거린다

서쪽으로난창에
별이내려앉기시작하는데
오늘밤잠은다잤다

<나는가끔씩녹는다>

나는가끔씩녹는다
스며들곳을찾지못해흥건하게고였거나
어디낮은곳을찾아흘러내리기도하다가
흙이허락한사랑의깊이만큼
소리없이안겨들기도하다가
또는빛나는날개보다더빛나는날개가되어
날아오르기도하다가
그래도나는아주가끔씩녹는다
녹아내린다
나는형체를잃고그렇게녹아내리는게좋다
몸이바뀌면마음도바뀐다
있음도바뀌고없음도바뀐다
나는가끔씩녹고또녹아도좋다
결국나는물이었던가

<아무리생각해도>

아무리생각해도
사람에게는사람이약이야

오늘너랑마주앉아
밥을먹었어

네눈동자속에
밥을먹고있는내가있더라

너도내눈동자속에있는
너를보았겠지

지난몇달동안
혼자앉아밥먹는일이
용서가되더라

아무리생각해도
사람에게는사람이약이었어

2024년여름정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