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황명희의 『새들은 초록 귀를 달고』를 읽으면서 나는 기형도를 떠올렸다. “연어 떼의 몸에 새겨진 웅장하고 고요한 나의 서사는 다 자란 연어 떼 따라 노을에 잠겨 있는 그 강으로 영원히 회귀하겠지 영원히 회귀한 나의 서사는 그 강에 화석처럼 기록되겠지// 마음이 지옥일 때 그 강가에 앉기만 해도 나는 좋았네”(황명희, 「그 강」 부분) :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기형도, 「입속의 검은 잎」 부분)에서 보는 바, 황명희의 서사가 새겨진 ‘그 강의 연어 떼’에 기형도의 서사가 투사된 ‘황혼의 새들’이 얼비치기 때문이다. ‘새들의 초록 귀’는 아마도, ‘입속의 검은 잎’을 살색殺色한 오래된 미래의 풍경이겠다. - 강현국 (시인)
새들이 초록 귀를 달고 - 시와반시 기획시인선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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