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동지입니다

여기는 동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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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꽃으로 치자면 소국일 것이다. 장미, 모란 같은 화사한 얼굴 대신 냉이, 민들레의 ‘뒤척이는 향기’를 쫓는 그의 시는 ‘흩어진 노래의 숨 모으는’ 생의 이면으로 우리를 이끈다. ‘갓 피는 꽃만 골라’ 꺾어 생의 밑천으로 삼았던 삶의 이력 탓이겠지만, 능소화와 너도밤나무, 참외와 방울토마토 같은 식물이 숱하게 호명되고 쌀벌레, 붉은등우단털파리 같은 미물에까지 눈길이 가닿아 있다. 피는 꽃 대신 지는 꽃의 배면을 더듬는 속내는 ‘엄마의 눈물샘’을 먹고 자란 이의 숙명일지도 모를 터. ‘목구멍이 긴 꽃일수록 꿀샘도 더 깊숙이 숨’어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제피나무 눈알 탈탈 털어내고 껍데기 한 줌 움켜쥐고 돌아와 부글부글 추어탕 한 솥 끓’여내는 저녁 공터의 시. 작은 ‘꽃숭어리 단단히 엮어두는’ 소국의 꽃받침 같은 그 강인함. -장옥관 (시인)

박언숙 시인의 시집 『여기는 동지입니다』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꽃들에는 모두 아픔이 새겨져 있다”는 문장이다. 이 명제는 비관의 낙인이 아니라 사유의 출발선이다. 이 시집은 그 출발선에 작은 표지석을 세운다. 독자는 그 앞에서 잠시 멈추고, 자기 안의 공터를 더듬어보게 된다. 꽃의 상처를 더듬는 손끝으로, 자기 상처의 문양 또한 더듬게 된다. 그리고 우리 앞을 가로막은 생의 고통을 감내하게 된다.
-황정산 (시인, 문학평론가)
저자

박언숙

1960년경남합천출생.
2005년《애지》등단.
시집『잠시캄캄하고부쩍가벼워졌다』
제5회이윤수문학상,대구문예진흥원창작지원금수혜.

목차

제1부암컷을찾아서
10염탐하다
12꼬리론
14이소離巢
16암컷을찾아서
18호명
20불쑥,능소화
22방울토마토처럼
24저떡잎들,
26산방꽃차례
28담배꽃
30민들레요양원
32거품일대기
34느닷없이비

제2부떨어짐에대한단상
38매화꽃뜯어보기
40쥐똥나무
42향기
44떨어짐에대한단상
46제피나무열매
48진화하는날개
50붉은등우단털파리
52소국
54별의별들
56냉이
58밟히면서사는법
60유기
62나뭇잎배
64밥벌이

제3부세컨드처럼
66누가울고있다
67검은연못
68겨울일지
70이복異腹
72매듭을풀다
74세컨드처럼
76결절
78끝장편
80그녀이름,객선이
82환급의방식
84립스틱의변명
86네일아트
88한순간
90틈

제4부여한없다
92조심이라는말
94오래된눈물
96양은냄비
28연도교
100여한없다
102어떤대우
104공터에서혼자캄캄해지고있다
106마침표자리
108고집센의자
110복지로가는길
112뒷북치기
114켈로이드&켈로이드
116굴복
118자폐
120만월

해설
122꽃들에는모두아픔이새겨져있다│황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