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을 읽다 (양장본 Hardcover)

속수무책을 읽다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깨끗하다. 정갈하다. 세계에 대한 측은(지심)이 대종을 이루는 가운데, 세계에 마냥 휩쓸리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개별화의 원리’에 휩싸인 개별자의 한계성─비극성을 보여줄 때도 감정의 동요를 억제, 담대하게 행과 행을 이어간다. 중립적 자세 및 객관적 자세가 예술가의 기본 덕목인 한 성희는 예술가다.
화려한 언변과 난해한 수사학에서 거리를 두는 점에서 성희는 또한 지성적 예술가다. 『속수무책을 읽다』 시편들 거의 모두가 초월성이 아닌, 삶의 내부를, 혹은 삶의 ‘가장 안쪽’을 보여주는 점에서, 내재성의 승전가를 말하게 한다. ‘좋은 시’의 본령을 드러냈다. 시편들 각각이 군더더기를 보여주지 않은 점, 혹은 많이 쳐낸 점이 고맙다.
저자

성희

저자:성희
대구출생.2015년『시에티카』등단.
시집『괜찮아괜찮지』가있음.
한국작가회의,대구경북작가회의,
시에문학회,현대불교문인협회회원.

목차


제1부오래아프다
08“살자”라는경고
10공정거래의무게
12쓸쓸하게아름다운
14고향의봄,그막막하고도생생하던
16瓦탑
18할머니의코드블루
20갈고리달
22속수무책을읽다
24엄마는변신중
25재스민
26밥벌이
28행복한날
30오!지랄퍼
32쉿,대치중
34낙장불입
36빈집
38지풍기미
40참을수없는萬풍선
42톳재비의주문
44쥐쫓는법
46철들이기
48화순이의봄

제2부액정깨진핸드폰같이
52기도
53꽃의숨
54쇠기러기
56봉선화뉴스
58공포
60집게핀
62빛의유기
64깨꽃
66동심
68돌아가는중
70깡그리
72천둥벌거숭이의그림일기
74정구지꽃피다
76애기똥풀꽃들의대화
78천국의계단
80체크무늬집
82흔들리는그루터기
84나비의소풍
86엿같은날
88명자유혹
90달그림자

해설
92마이너리티보고서│박찬일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시앞에서늘속수무책,하다.
쉽게뽑히는풀뿌리처럼정처없다가
다시시앞에머문다.
시인은시가전부라야하는데
밥이먼저다.
반거충이시인이다.

2025년가을

책속에서

<꽃의숨>

산에서안고온
산국한다발
거실창가에앉혀놓고
볼때마다미안하다

줄게물밖에없어
물만갈아주는데
낯가림도않고
유리잔속발담근꽃
새소리바람소리들려주지않아도
달뜬숨몰아쉬며파르르르
꽃이파리흔들며향기깝친다

몇날며칠노랑꽃등밝히며
풀었다머금는넌
작은몸다풀어
온생,향기로몰아간다

<천국의계단>

통유리바깥에서나는그녀를본다

반쯤눈을감고반쯤고개숙인
가만히오른쪽뺨에갖다대는엄지와검지는
업의무게를모두덜어낸듯날렵하다
몇세기동안그렇게
오른쪽다리를왼쪽다리위에걸치고앉아있어도
척추는유연하고사유思惟는자유롭다,아니
그녀의혼은자유롭다

출구가없는통유리안에서
시간에갇힌나를그녀가본다

<그여자는생각이많다>

또속았다

잘살고싶어지문닳도록일했다,우리는
닳으면갈아신는신발이아니다
아이젖물리던엄마고한집안가장이다
공장지킨사람헌신짝버리듯하는닛토덴코
인적자원소중히여긴다는달콤한구라,
믿었다

희망퇴직강요하고사람버리고돈만챙겨가는
백년전,일제강점기때하던방식그대로신수탈방식닛토

호구정부나서서그들에겐특혜주고먹튀눈감아주는
이상한나라,아대한민국
참담한하루가충만한지갑진년이월하늘,푸르고너그럽다

붙잡을오라기하나없는허공에사람들던져놓고
아슬아슬고공농성개닭보듯구경하시는평안한눈들
칼바람에밥그릇잡고쿨럭거리는목숨
하찮은가

나는살고싶다
살아서저계단내려가고싶다

<쓸쓸하게아름다운>

명명하기를
고등어무조림이지
무고등어조림이라곤하지않는다

시원한맛무가
고등어아래깔려그무게를견디며
숨다꺼질때까지자기의향을풀어놓는다

무가고등어에스며든다
고등어조림
무는불러주지않고그냥고등어조림이라한다

사람살이도그와같아
생에한번고등어가되지못해도
그무엇의완성을위해
기꺼이무가되는사람이있다

문장을이룰때주어를꾸며주는
없어도짜다리아쉽지않은부사같은데
냄비맨밑바닥에서물커덩
제몸으스러지는줄도모르고뜨겁게끓어오른다

<기도>

고마콱죽어뿌라

시월칡덩쿨같이거친말이도로
남편에게감긴다

정신줄놓치고
잔걸음으로걷는
머리하얗게센아내뒤를따라가며
넘어질까봐그걸음살피며
내뱉듯하는,
억장무너지는말

제발내먼저죽어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