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18.00
Description
이탈리아에서 생각한 인간을 향한 마음의 기록!
이탈리아의 작가인 프리모 레비의 삶을 조명한 에세이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마르코폴로상을 수상하는 등 이탈리아의 여러 작가와 예술가를 소개하는 글을 여러 차례 써온 디아스포라 에세이스트 서경식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로마, 페라라, 볼로냐, 밀라노 등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방문해 다양한 예술가들과 예술작품을 만나고 생각한 바를 기록한 여행 에세이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그동안 저자의 전작에서 다루어진 바 있는 카라바조, 미켈란젤로, 프리모 레미,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외에 모딜리아니, 샤임 수틴, 잔 에뷔테른, 조르조 모란디, 주세페 펠리차 다 볼페도, 마리노 마리니, 주세페 스칼라리니, 오기와라 로쿠잔, 사에키 유조, 마리오 시로니 등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곳곳을 수차례 여행하면서 겪은 여러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을 함께 담아 생생한 이탈리아 여행기로도 읽을 수 있다.
이제 60대가 된 저자가 다시 유럽, 이탈리아의 작가들과 작품들을 만난 소회를 기록한 이 책에는 20~30년 사이 달라진 세계에 대한 기록과 함께 저자가 ‘늙음’에 대해 사유하는 인상적인 글들이 담겨 있다. 또 예술, 예술작품을 인간이 유한한 시간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역사 속에 기어코 남기는 흔적으로서 읽어내고, 저자가 언젠가 꼭 기록하고 싶다고 반복해서 언급하는 인간에 대한 더 어둡고 더 솔직한 진실을 담아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서경식

저자서경식은1951년일본교토에서재일조선인2세로태어나1974년와세다대학문학부프랑스문학과를졸업하고현재도쿄케이자이대학현대법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2006년부터2년간성공회대학에서연구교수로머물며한국의다양한지식인,예술가들과교류했다.1995년『소년의눈물』로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받았고2000년『프리모레비로의여행』으로마르코폴로상을받았다.2012년에는민주주의실현과소수자인권신장에기여한공로로제6회후광김대중학술상을받았다.저자는1970년대‘재일조선인유학생간첩단사건’으로알려진조작사건으로구속되었던형들(리쓰메이칸대학교수인서승과인권운동가인서준식)의석방과한국민주화를위해활동한경력이있다.이때의경험은이후의사색과문필활동,강연으로연결되었다.
한국에는1991년출간된『나의서양미술순례』로알려지기시작했으며,그밖에『청춘의사신』,『디아스포라기행』,『난민과국민사이』,『사라지지않는사람들』,『시대를건너는법』,『고뇌의원근법』,『언어의감옥에서』,『나의서양음악순례』,『역사의증인재일조선인』,『나의조선미술순례』,『시의힘』,『내서재속고전』,『다시,일본을생각한다』등의책이소개되어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로마1
2장로마2
3장페라라
4장볼로냐·밀라노
5장토리노1
6장토리노2
7장밀라노

에필로그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디아스포라에세이스트서경식이다시찾은인문학의고향이탈리아!

“‘기행’인이상단순히인문적인사실과현상에대한고찰에머물지않고,설령단편적이라할지라도직접찾아가그지역의풍토를온몸으로느끼며과거와미래로상상을펼쳐나가는일이필요하다.이책은‘나’라는인간이몇번씩찾아갔던‘이탈리아’라는장소에서이렇게도저렇게도생각해보았던인간을향한마음의기록이다.당연히‘나’의주관적인프리즘을통해서본이미지이며,‘이탈리아’를이야기함과동시에‘나’를말하는것에다름없다.
아아,이탈리아.항상나를지치게만드는이탈리아.여행을끝마치고돌아올때마다,이제다시는갈일은없을거야,라는생각이드는이탈리아.그렇지만잠시시간이흐르면잊기어려운추억이되어반복해서되살아나는이탈리아.이런생각은인간그자체를향한애증과도어딘가닮았다.”
_저자의말중에서

미켈란젤로에서마리노마리니,단테에서나탈리아긴츠부르그까지,
이탈리아에서인문주의의과거와현재,미래를탐색하다

1.이탈리아에서다시인문학에대해,인간에대해묻다


이책은저자가2014년부터2017년까지로마,페라라,볼로냐,밀라노등이탈리아의여러도시를방문해다양한예술가들과예술작품을만나고생각한바를기록한여행에세이이다.저자의이탈리아에대한열렬한관심은전작을읽어본독자라면이미알만한것이다.저자는이탈리아의작가인프리모레비의삶을조명한에세이『시대의증언자,쁘리모레비를찾아서』로마르코폴로상을수상한바있고,카라바조,단테,미켈란젤로,나탈리긴츠부르그,레오네긴츠부르그등이탈리아의여러작가와예술가를소개하는글을여러차례써왔다.
하지만이책에엮인내용은조금특별하다.이탈리아유대인의역사,1,2차세계대전시기이탈리아저항의역사에대한관심은이전과연결되지만주된관심은‘근대인문학의황혼’이라고할법한시대적변화로한발옮겨져있다.60대의저자가찾은이탈리아는어딘가조금달라졌다.이탈리아뿐만이아니다.우리사회는전쟁으로부터의교훈,역사로부터의교훈을망각하고이전보다더욱더천박해져간다.인간은애초부터잔혹하고어리석은존재였지만간혹인간의위대함을보여주는어떤근대적인시도가,예술적이고정치적인시도가반짝하고빛났던시기가있다.그시기의기억은계속해서희미해져가지만,그시기에대한노스탤지어가새로운성찰의계기를만들어낸다.

2.『나의서양미술순례』이후30년,노교수가된저자가기록하는시간의힘

한국의많은독자들이서경식이라는이름을저자로서기억하게된것은1993년번역출간된『나의서양미술순례』덕분이다.지금은‘미술기행’이라는말이흔하게여겨지지만당시로서는인문학적인에세이면서여행기이면서작품과작가에대한소개가섞인이런형태는매우파격적인것이었고,많은독자들이『나의서양미술순례』를통해개인적이고도정치적인그림읽기의방법을배웠다고고백한다.조국에서옥살이를하는형들(서승,서준식)의옥바라지를하는30대의재일조선인청년에게유럽의다양한미술관에서만난작품들은지하실에난창문으로겨우들어오는희박한공기였다고,저자는그책에기록한바있다.예술이역사와현실과삶과독특하게뒤섞이며서로를해석하거나확장하는놀라운장면들이그책에가득담겨있었다.『나의조선미술순례』에이어이제60대가된저자가다시유럽,이탈리아의작가들과작품들을만난소회를기록했다.
20~30년사이달라진세계에대한기록도흥미롭지만,그에못지않게저자가‘늙음’에대해사유하는장면들도인상적이다.고통의순간이영원히계속될것같았던30년전비관적인청년의관점은,인간의역사전체가그와비슷한고통의반복으로이루어진다는노장의관점으로확장된다.한편예술,예술작품을인간이유한한시간을극복하는하나의방법으로서,역사속에기어코남기는흔적으로서읽어내는것도인상깊다.특히저자가언젠가꼭기록하고싶다고반복해서언급하는인간에대한더어둡고더솔직한진실이어떤이야기일지궁금해진다.

3.디아스포라의눈으로본이탈리아예술의매력,이탈리아의매력

이책에서는그동안저자의전작에서다루어진바있는카라바조,미켈란젤로,프리모레미,나탈리아긴츠부르그외에모딜리아니,샤임수틴,잔에뷔테른,조르조모란디,주세페펠리차다볼페도,마리노마리니,주세페스칼라리니,오기와라로쿠잔,사에키유조,마리오시로니등의작가와작품이소개된다.
각각다른시대에다른장소에서활동했던예술가들이지만각자의시대각자의장소에서치열하게고투했다는공통점이있다.반종교개혁의시대종교적으로는정통파이면서도예술적으로혁명가이기때문에인간존재의본성을가차없이그려낸다거나(카라바조),파시즘의시대에고전성,고요함,조화라는주제에집중함으로써반파시즘적인가치를추구한다든가(모란디),2차대전이후에도계속인간의승리가아닌패배에대해진지하게사유하면서도유머를잃지않는다든가(마리니),예술적인완성이후의완성을추구하며탈진해버린다든가(미켈란젤로).
또이탈리아곳곳을수차례여행하면서겪은여러일상적인에피소드들이더해져생생한이탈리아여행기로도손색이없다.

[책속으로추가]

넓은거리에서서살짝고개를들어보면하얗게빛나는알프스의봉우리들이눈에들어온다.그험한산길을반파시즘의투사나망명자들이넘나들었을것이다.
“인간성의이상으로하얗게빛나는봉우리들.”다큐멘터리촬영을위해서토리노를방문했을때주위를둘러싼험준한산들을가리켜나는그렇게불렀다.지금도산들은변함없이거기에있지만이상의광휘는위협받고있다.반파시즘투쟁의사명을짊어지고서전후이탈리아의풍요로운지적문화를형성한세대는세상에서거의퇴장했다.이제는거칠고천박한포퓰리스트의사나운목소리가사회를휘어잡고있다.이탈리아만이아니다.전세계적인현상이며일본이야말로한층더심각하다.아우슈비츠의해방이후40년도더지난지금,‘인간성’의재건을위해힘겨운증언자의역할을맡았던프리모레비가살아있었다면이사회를어떻게바라봤을까.그리고무슨말을했을까.(231)

내가아는토리노,그을린듯우울한토리노의모습이사라져가는것처럼느껴진것은그저여행자의감상일까.모든장소에서,온갖것들이급속도로천박해지고가벼워지고있다.훌륭한사람들,선한자들은이제가고없다.말하자면다지나가버린게다.
이도시는지난한세기동안그람시에서긴츠부르그,파베세를거쳐프리모레비에이르는지식인들을배출하면서풍요로운문화적자원을전세계로공급해왔다.고문,학살,추방,망명,배신…….그런경험들속에서토리노의지식인들이비춘문화의빛,그리고나탈리아긴츠부르그와프리모레비의작품에서반짝이는놀랄만한유머!지적휴머니즘의극치라는의미에서의유머!극동에서삶을누리고있는디아스포라인나역시그빛으로부터자극과은혜를입었던한사람이다.그것도한순간의빛줄기에불과했던걸까.(279)

슈트케이스가또망가졌다.이번이두번째다.2006년독일뒤셀도르프에머물던때구입했던가방이다.2016년3월코스타리카와미국을한달가까이여행하면서그부담을견뎌내지못한것이다.『나의서양미술순례』의계기가되었던1983년유럽여행이후,나는세계이곳저곳을여행하며돌아다녔으니슈트케이스처럼나역시슬슬사용기한이다해가고있는지도모르겠다.그럼에도여행지에서보았던미술작품과들었던음악,읽은책과만난사람들에대한흥미는수그러들지않고이들에대해이야기하고싶은‘욕망’역시잦아들지않는듯하다.(4)

그이후,셀수없을만큼자주이탈리아에왔지만로마에만은들르지않았다.로마는거의27년만이었다.27년전이라면한국의군사독재정권이막바지에접어들고있던해였다.물론‘마지막’이라는말은지금에야할수있을뿐,당시에는그암울한나날이영원히계속될것만같았다.(15)

처음로마를방문하고27년의세월이흐르는동안나에게는많은변화가있었다.그땐예상을못했지만두형은살아서출소했고나는글쟁이가되어대학에직장도얻었다.전에는언제나혼자서여행을떠났지만15년정도전부터는F라는동행도생겼다.나개인에관해서만말하자면1990년대이후로는점점불만없는일상을살고있다고해도좋을법하다.하지만내마음은예전이나지금이나평안을찾지못한다.내가이런안정을얻은것은단순한우연과행운의덕이라는의식,과거언젠가의시점에가혹하고무참한운명속으로떠밀렸더라도하나도이상할게없다는생각,레비식으로말하자면,좀더어울리는다른누군가를대신해내가이자리를차지하고있는것은아닐까하는생각이집요하게따라붙어사라지지않는다(실제내가아는적지않은사람들이참혹한운명을겪기도했다).무엇보다여러우연이겹쳐진결과로나자신은30년가량의세월을이렇게어려움없이살아가고있지만세상과인간은조금도나아진바없다는생각이늦가을의그림자처럼하루하루짙어지고있는것이다.(19)

트리에스테에도가보고싶다.아니,가봐야만한다.그런생각을했지만이번여정에는그곳까지발길을옮기지못한다.그렇지만다음이란있을까.(95)

밝고친절하지만신랄한사회비평가였고누이나선생님처럼나를대해줬던리타,귀족공산주의자베를링구에르가체현했던유로코뮤니즘을향한기대,남과어울리기싫어하는성격을바보같은농담으로숨기고자했던젊은시절의나.모두멀리사라져버렸다.인생은이다지도속절없이지나가버린다.(105)

여행을시작할무렵부터집요하게뇌리에서떠나지않던어두운생각이,다시솟아올랐다.가능하다면나는그런생각을긴소설로풀어내고싶다.목숨이다하기전에,그검은것들을토해내고싶다.그렇지만단편적인세부가떠올랐다가사라질뿐이라서어떤소설이될지아직형태도갖추지못했다.아주조금생각해둔것은소설의무대가어제본저에스텐세성의지하감옥같은공간이라는점이다.여기가어디인지,지금이언제인지,내가누구인지도알지못하게된인물이그곳에있다.아마도그인물은나자신일것이다.
오후부터이케부쿠로의찻집에서예전부터알고지내던철학자T교수일행과연구회가예정되어있었기때문에,나는서둘러이불을개고있었다.그러자어느새어머니가나타나,“넌참얄미워.”라고말했다.“어?내가얄밉다고?”나는엉겁결에반문했다.“지금까지60년의인생에서,스무살이후40년간을이런식으로살아온내가얄밉다고?”격앙된나는눈물을글썽이며어머니께대들었다.나의부모도,적지않은친구와지인들도심하게상처입고괴로워하며세상을떠났다.그런데,나만은살아남았다.그것은사실이다.그점이‘얄미운’걸까…….어느새잠에빠져,꿈을꾼것이었다.(135)

어느덧길게도,한순간처럼짧게도생각되던그런세월이흘러버린후형들은석방되었고,(행운이라고말해야만하겠지만)나는글쟁이가되어책을내고대학에자리를얻어그럭저럭무난한삶을살아오고있다.하지만이런모든상황에대해‘진실은이렇지않아,이럴리없어.’라는감각이떠나지않는다.부모가세상을떠났을때의나이도훌쩍넘겨버린지금,과연나자신의인생은이대로괜찮을걸까.이생각은언제까지나매듭지어지지않는다.
꿈일지언정오랜만에어머니와만났다.그꿈은어머니가저세상에서내려와나에게경고한것은아니었을까하는생각이든다.네가쓰고자하는소설에는아직번지르르한겉치레나자기보신적인속임수가있다고,진실은더욱,더욱어두운것이라고.(139)

직경60센티미터정도의원형방패모양으로펼쳐진캔버스에묘사된것은참수된메두사의얼굴이다.머리카락대신뱀으로뒤덮인머리,사팔뜨기느낌마저드는초점안맞는눈을부릅뜨고서,벌린입으로는무언가뜻도없는비명을지르고있는듯하다.절단된목에서는선혈이치솟는다.말그대로참수의결정적순간을그렸다.급속한출혈로인해이인물의시야는혼탁해질테고의식도곧흐릿해지리라.반면에뇌는여전히활동을멈추지않고자신에게덮친운명을명료하게인식하고있어서,그시선이관람자인있는나를사로잡아버린것이다.이런그림이이전에도존재했을까.(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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