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대하여

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대하여

$17.00
Description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어머니와 딸, 삶과 죽음에 관한 에세이
『멀고도 가까운』은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로 21세기에도 만연한 젠더 불평등의 핵심을 명쾌하게 요약하며 명성을 얻은 바 있는 리베카 솔닛의 에세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되면서 숱한 화제를 일으킨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외에도 《걷기의 역사》, 《이 폐허를 응시하라》 등 작가의 다양한 관심과 면모를 보여주는 책들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다양한 면모를 가장 통합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병과 돌봄, 삶과 죽음, 어머니와 딸, 아이슬란드와 극지방 등의 주제를 아우른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부터 《백조 왕자》, 《눈의 여왕》 같은 구전 동화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활용해 주변의 여러 삶들을 바라보고 사유하고 마침내 이해한다. 저자는 이런 따뜻하고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가 우리의 삶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세밀하게 관찰한다.
이 책의 다양한 주제를 엮는 큰 주제는 이야기의 힘이다. 리베카 솔닛은 여러 이야기들을 거치며 평생 자신을 못마땅해하고 불평하던 어머니와,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는 자신과 화해한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 이야기의 일부를 비워 냄으로써 그의 이야기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것이 늘 옳은 결정은 아닐 테지만, 기꺼이 한번 해 볼만한 것임을 이 책은 증언한다.
저자

리베카솔닛

예술평론과문화비평을비롯한다양한저술로주목받는작가이자역사가이며,1980년대부터환경·반핵·인권운동에열렬히동참한활동가이기도하다.국내에소개된작품으로『멀고도가까운』,『걷기의인문학』,『길잃기안내서』,『마음의발걸음』,『야만의꿈들』,『어둠속의희망』,『이폐허를응시하라』,『남자들은자꾸나를가르치려든다』,『이것은이름들의전쟁이다』,『세상에없는나의기억들』등이...

목차

목차
1살구
2거울
3얼음
4비행
5숨
6감다
7매듭
8풀다
9숨
10비행
11얼음
12거울
13살구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당신의이야기는무엇입니까?”
너와나를이어주고,삶의고비들을건너게해주는이야기의힘
“나는나쁜이야기의독소를정화시켜끝내아름다운이야기의강물로흘러가게만드는더큰이야기의힘을믿는다.솔닛은더강력한이야기를창조함으로써자신에게강요된나쁜이야기의마법과싸워마침내승리하는이야기의전사다.”정여울(문학평론가)
“제가읽은가장구체적인잠언이에요.허공에뜬구절이하나도없습니다.이런글은노동하는여성만이쓸수있어요.지성과통찰은약자가가질수있는힘입니다.읽기가...
“당신의이야기는무엇입니까?”
너와나를이어주고,삶의고비들을건너게해주는이야기의힘
“나는나쁜이야기의독소를정화시켜끝내아름다운이야기의강물로흘러가게만드는더큰이야기의힘을믿는다.솔닛은더강력한이야기를창조함으로써자신에게강요된나쁜이야기의마법과싸워마침내승리하는이야기의전사다.”정여울(문학평론가)
“제가읽은가장구체적인잠언이에요.허공에뜬구절이하나도없습니다.이런글은노동하는여성만이쓸수있어요.지성과통찰은약자가가질수있는힘입니다.읽기가사는고통을덜어준다는말은사실이에요.외로움도,죽고싶은마음고진정시켜줍니다.읽기만으로연대할수있다고믿어요.”정희진(『정희진처럼읽기』저자)
‘맨스플레인’의작가리베카솔닛의진수를만날수있는본격에세이
『멀고도가까운』은리베카솔닛의신간이자전미도서상후보작,전비비평가협회상최종후보작으로오른주저이다.솔닛은2010년한칼럼에서‘맨스플레인’이라는단어로21세기에도만연한젠더불평등의핵심을명쾌하게요약하며명성을얻었다.이단어는《뉴욕타임스》‘2010올해의단어’에선정되고,솔닛은같은해《유튼리더》선정‘세계를바꿀25인의사상가’로선정되었다.2015년에는‘맨스플레인’이라는단어가옥스퍼드영어사전온라인판에등재되었고,이글을수록한칼럼집『남자들은자꾸나를가르치려든다』가한국에소개되어대부분의매체에서올해의책으로선정되기도했다.이책외에도『걷기의역사』『이폐허를응시하라』『어둠속의희망』등작가의다양한관심과면모를보여주는책들이국내에소개되어있는데,특히『멀고도가까운』은그런다양한면모를가장통합적으로보여주는본격저작이라는점에서의미가있다.
이책의주요한주제는읽기와쓰기,고독과연대,병과돌봄,삶과죽음,어머니와딸,아이슬란드와극지방이다.메리셸리의『프랑켄슈타인』,C.S.루이스의‘나니아연대기’,프로이켄의『북극모험』,체게바라의『모터사이클다이어리』,그리고『백조왕자』『룸펜슈틸츠헨』『눈의여왕』같은구전동화들까지,다양한이야기들을활용해솔닛은주변의여러삶들을바라보고사유하고마침내이해한다.그것은누군가를변명하거나누군가의잘못을덮어주는것,혹은작가의우월함을과시하는것과는다른종류의이해이다.작가는이를용서이자사랑이라고부른다.작가는이런따뜻하고도객관적인시선으로이야기들이우리의삶을만들어내고관계를만들어내는데어떤역할을하는지세밀하게관찰한다.내밀한회고록이지만읽기와쓰기가지닌공적인효과에대해서도유려하게웅변하는,솔닛만이쓸수있는독특한에세이이다.
당신의이야기는무엇입니까?나와우리를이루는이야기들의힘
이책의다양한주제를하나로엮는큰주제는이야기하기의힘이다.우리는이야기들을엮어서정체성을형성해낸다.솔닛의말대로자아는우리의삶이만들어내는중요한작품이자,만인을예술가로만드는작업이기때문이다.가령많은동화들은문제해결을다루는데동화주인공들은그문제해결와중에‘자신’이된다.이것은이야기하기의기본원칙이다.이야기는우리가누구인지알아가는과정인데,그과정에서우리는누군가의도움을받으며우리의한계를알아차리고넘어서며또다른누군가가되어간다.
우리의이야기들은도중에끊임없이다른사람들의이야기들과만남으로써만가능하다.이는‘자아’를만들어내는일에근본적으로‘듣기’와‘읽기’의능력,타인에게감정이입하고타인을이해하는능력이필요하다는말이기도하다.책에서는『프랑켄슈타인』같은고전이나『백조왕자』같은원형적인서사뿐아니라극한의추위에서남편과아이의시체를먹고살아남은에스키모여인의이야기,그리고전세계가방송으로지켜보는가운데우물에빠진여자아이를구하고그후유증으로자살한어느소방관의이야기,자신과똑같이생긴북극곰을잡아먹는북극곰이야기,무엇보다『신데렐라』의음울한버전이라할법한솔닛어머니의이야기등수많은이야기들이호출된다.이런이야기들이솔닛을어떻게바꾸어놓았는지이해하는것은다시우리자신의삶을바꾸는데영향을미친다.솔닛의이야기인이책은물리적인거리를넘어서그녀의삶과우리의삶을단단하게연결시킨다.
동화에서힘자체가살아남기에적합한수단이되는경우는드물다.그보다는힘없는이들이연합하여성공을이룰때가많은데,이는종종서로에대한친절한행위에서비롯된다.망가뜨리지않은벌집,죽이지않고풀어준새,존경의마음으로맞아준노파같은존재들이그행위를되갚아준다.미약한존재에게씨앗처럼뿌렷던친절이동화헤서그리고가끔은현실에서도,위기의순간에결실을맺는다.(28)
작가가된많은이들이그렇듯,나역시어린시절부터책속으로사라지곤했다.마치숲속으로달려들어가듯그안으로사라졌다.나를놀라게했고,지금까지도놀라게하는것은이야기의숲과고독그너머에건너편이있다는것,그리고그건너편으로나가면사람들을만날수있다는사실이다.작가는직업의특성상고립되며,또그래야할필요가있다.가끔재능은문제가아니라는생각이든다.작가의재능이란사람들이생각하는것만큼희귀하지않다.오히려그재능은많은시간동안의고독을견디고계속작업을해나갈수있는능력에서부분적으로드러나기도한다.작가는작가이기전에독자이며,책속에서,책을가로지르며살아간다.다른사람의삶속에서,또한다른사람의머릿속에서,매우친밀하지만,지극히외롭기도한그행위안에서살아가는것이다.(96)
우리가책이라고부르는물건은진짜책이아니라,그책이지닌가능성,음악의악보나씨앗같은것이다.책은읽힐때에만온전히존재하며,책이진짜있어야할곳은독자들의머릿속,관현악이울리고씨앗이발아하는그곳이다.책은다른이의몸안에서만박동하는심장이다.(100)
글쓰기는누구에게도할수없는말을아무에게도하지않으면서동시에모두에게하는행위이다.혹은지금은아무에게도할수없는이야기를,훗날독자가될수도있는누군가에게하는행위이다.너무민감하고개인적이고흐릿해서평소에는가장가까운사람에게말하는것조차상상할수없는이야기를,다른이의귀에닿지못했던그말을전혀모르는사람들에게는적어서보여줄수있음을알게된다.글쓰기는전혀모르는사람에게침묵으로말을걸고,그이야기는고독한독서를통해목소리를되찾고울려퍼진다.그건글쓰기를통해공유되는고독이아닐까.
썰물때의단단하고축축한모래위로발자국이선명하게찍혔다.다시밀물이들어와지나온흔적들을깨끗하게지우기전까지는그렇게남아있었을것이다.우리가각자뒤에남긴그긴선을바라보는걸나는좋아한다.가끔은나의삶도그런식으로상상해본다.마치한걸음한걸음이바느질의한땀한땀인것처럼,마치내가바늘이되어한걸음씩옮길때마다내가지나가는길을따라세상이꿰매지고있는것같은상상.다른이들이만들어내는길과교차하기도하면서,비록흔적을찾기는어렵지만중요한방식으로그모든길이누비이불에서보는것처럼하나로엮인다.마치그걸음이바느질이고,바느질은곧이야기를하는과정이며,그이야기가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