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대하여)

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대하여)

$18.50
Description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어머니와 딸, 삶과 죽음에 관한 에세이
『멀고도 가까운』은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로 21세기에도 만연한 젠더 불평등의 핵심을 명쾌하게 요약하며 명성을 얻은 바 있는 리베카 솔닛의 에세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되면서 숱한 화제를 일으킨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외에도 《걷기의 역사》, 《이 폐허를 응시하라》 등 작가의 다양한 관심과 면모를 보여주는 책들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다양한 면모를 가장 통합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병과 돌봄, 삶과 죽음, 어머니와 딸, 아이슬란드와 극지방 등의 주제를 아우른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부터 《백조 왕자》, 《눈의 여왕》 같은 구전 동화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활용해 주변의 여러 삶들을 바라보고 사유하고 마침내 이해한다. 저자는 이런 따뜻하고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가 우리의 삶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세밀하게 관찰한다.
이 책의 다양한 주제를 엮는 큰 주제는 이야기의 힘이다. 리베카 솔닛은 여러 이야기들을 거치며 평생 자신을 못마땅해하고 불평하던 어머니와,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는 자신과 화해한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 이야기의 일부를 비워 냄으로써 그의 이야기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것이 늘 옳은 결정은 아닐 테지만, 기꺼이 한번 해 볼만한 것임을 이 책은 증언한다.
저자

리베카솔닛

저자리베카솔닛RebeccaSolnit은예술평론과문화비평을비롯한다양한저술로주목받는작가이자역사가이며,1980년대부터환경·반핵·인권운동에열렬히동참한활동가이기도하다.국내에소개된작품으로『어둠속의희망』『이폐허를응시하라』『걷기의역사』가있으며,『그림자의강』으로전미도서비평가상,래넌문학상,마크린턴역사상등을받았다.2010년미국의대안잡지《유튼리더》가꼽은‘당신의세계를바꿀25인의사상가’가운데한명이기도하다.《톰디스패치닷컴》을비롯한여러매체에활발하게기고하고있다.『멀고도가까운』은솔닛의최신작으로2013년전미도서상후보에올랐고,2013년전미비평가협회상최종후보로도올랐다.

목차

1살구
2거울
3얼음
4비행
5숨
6감다
7매듭
8풀다
9숨
10비행
11얼음
12거울
13살구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당신의이야기는무엇입니까?”
너와나를이어주고,삶의고비들을건너게해주는이야기의힘


“나는나쁜이야기의독소를정화시켜끝내아름다운이야기의강물로흘러가게만드는더큰이야기의힘을믿는다.솔닛은더강력한이야기를창조함으로써자신에게강요된나쁜이야기의마법과싸워마침내승리하는이야기의전사다.”정여울(문학평론가)

“제가읽은가장구체적인잠언이에요.허공에뜬구절이하나도없습니다.이런글은노동하는여성만이쓸수있어요.지성과통찰은약자가가질수있는힘입니다.읽기가사는고통을덜어준다는말은사실이에요.외로움도,죽고싶은마음고진정시켜줍니다.읽기만으로연대할수있다고믿어요.”정희진(『정희진처럼읽기』저자)

‘맨스플레인’의작가리베카솔닛의진수를만날수있는본격에세이

『멀고도가까운』은리베카솔닛의신간이자전미도서상후보작,전비비평가협회상최종후보작으로오른주저이다.솔닛은2010년한칼럼에서‘맨스플레인’이라는단어로21세기에도만연한젠더불평등의핵심을명쾌하게요약하며명성을얻었다.이단어는《뉴욕타임스》‘2010올해의단어’에선정되고,솔닛은같은해《유튼리더》선정‘세계를바꿀25인의사상가’로선정되었다.2015년에는‘맨스플레인’이라는단어가옥스퍼드영어사전온라인판에등재되었고,이글을수록한칼럼집『남자들은자꾸나를가르치려든다』가한국에소개되어대부분의매체에서올해의책으로선정되기도했다.이책외에도『걷기의역사』『이폐허를응시하라』『어둠속의희망』등작가의다양한관심과면모를보여주는책들이국내에소개되어있는데,특히『멀고도가까운』은그런다양한면모를가장통합적으로보여주는본격저작이라는점에서의미가있다.
이책의주요한주제는읽기와쓰기,고독과연대,병과돌봄,삶과죽음,어머니와딸,아이슬란드와극지방이다.메리셸리의『프랑켄슈타인』,C.S.루이스의‘나니아연대기’,프로이켄의『북극모험』,체게바라의『모터사이클다이어리』,그리고『백조왕자』『룸펜슈틸츠헨』『눈의여왕』같은구전동화들까지,다양한이야기들을활용해솔닛은주변의여러삶들을바라보고사유하고마침내이해한다.그것은누군가를변명하거나누군가의잘못을덮어주는것,혹은작가의우월함을과시하는것과는다른종류의이해이다.작가는이를용서이자사랑이라고부른다.작가는이런따뜻하고도객관적인시선으로이야기들이우리의삶을만들어내고관계를만들어내는데어떤역할을하는지세밀하게관찰한다.내밀한회고록이지만읽기와쓰기가지닌공적인효과에대해서도유려하게웅변하는,솔닛만이쓸수있는독특한에세이이다.

당신의이야기는무엇입니까?나와우리를이루는이야기들의힘

이책의다양한주제를하나로엮는큰주제는이야기하기의힘이다.우리는이야기들을엮어서정체성을형성해낸다.솔닛의말대로자아는우리의삶이만들어내는중요한작품이자,만인을예술가로만드는작업이기때문이다.가령많은동화들은문제해결을다루는데동화주인공들은그문제해결와중에‘자신’이된다.이것은이야기하기의기본원칙이다.이야기는우리가누구인지알아가는과정인데,그과정에서우리는누군가의도움을받으며우리의한계를알아차리고넘어서며또다른누군가가되어간다.
우리의이야기들은도중에끊임없이다른사람들의이야기들과만남으로써만가능하다.이는‘자아’를만들어내는일에근본적으로‘듣기’와‘읽기’의능력,타인에게감정이입하고타인을이해하는능력이필요하다는말이기도하다.책에서는『프랑켄슈타인』같은고전이나『백조왕자』같은원형적인서사뿐아니라극한의추위에서남편과아이의시체를먹고살아남은에스키모여인의이야기,그리고전세계가방송으로지켜보는가운데우물에빠진여자아이를구하고그후유증으로자살한어느소방관의이야기,자신과똑같이생긴북극곰을잡아먹는북극곰이야기,무엇보다『신데렐라』의음울한버전이라할법한솔닛어머니의이야기등수많은이야기들이호출된다.이런이야기들이솔닛을어떻게바꾸어놓았는지이해하는것은다시우리자신의삶을바꾸는데영향을미친다.솔닛의이야기인이책은물리적인거리를넘어서그녀의삶과우리의삶을단단하게연결시킨다.

동화에서힘자체가살아남기에적합한수단이되는경우는드물다.그보다는힘없는이들이연합하여성공을이룰때가많은데,이는종종서로에대한친절한행위에서비롯된다.망가뜨리지않은벌집,죽이지않고풀어준새,존경의마음으로맞아준노파같은존재들이그행위를되갚아준다.미약한존재에게씨앗처럼뿌렷던친절이동화헤서그리고가끔은현실에서도,위기의순간에결실을맺는다.(28)

작가가된많은이들이그렇듯,나역시어린시절부터책속으로사라지곤했다.마치숲속으로달려들어가듯그안으로사라졌다.나를놀라게했고,지금까지도놀라게하는것은이야기의숲과고독그너머에건너편이있다는것,그리고그건너편으로나가면사람들을만날수있다는사실이다.작가는직업의특성상고립되며,또그래야할필요가있다.가끔재능은문제가아니라는생각이든다.작가의재능이란사람들이생각하는것만큼희귀하지않다.오히려그재능은많은시간동안의고독을견디고계속작업을해나갈수있는능력에서부분적으로드러나기도한다.작가는작가이기전에독자이며,책속에서,책을가로지르며살아간다.다른사람의삶속에서,또한다른사람의머릿속에서,매우친밀하지만,지극히외롭기도한그행위안에서살아가는것이다.(96)

우리가책이라고부르는물건은진짜책이아니라,그책이지닌가능성,음악의악보나씨앗같은것이다.책은읽힐때에만온전히존재하며,책이진짜있어야할곳은독자들의머릿속,관현악이울리고씨앗이발아하는그곳이다.책은다른이의몸안에서만박동하는심장이다.(100)

글쓰기는누구에게도할수없는말을아무에게도하지않으면서동시에모두에게하는행위이다.혹은지금은아무에게도할수없는이야기를,훗날독자가될수도있는누군가에게하는행위이다.너무민감하고개인적이고흐릿해서평소에는가장가까운사람에게말하는것조차상상할수없는이야기를,다른이의귀에닿지못했던그말을전혀모르는사람들에게는적어서보여줄수있음을알게된다.글쓰기는전혀모르는사람에게침묵으로말을걸고,그이야기는고독한독서를통해목소리를되찾고울려퍼진다.그건글쓰기를통해공유되는고독이아닐까.

썰물때의단단하고축축한모래위로발자국이선명하게찍혔다.다시밀물이들어와지나온흔적들을깨끗하게지우기전까지는그렇게남아있었을것이다.우리가각자뒤에남긴그긴선을바라보는걸나는좋아한다.가끔은나의삶도그런식으로상상해본다.마치한걸음한걸음이바느질의한땀한땀인것처럼,마치내가바늘이되어한걸음씩옮길때마다내가지나가는길을따라세상이꿰매지고있는것같은상상.다른이들이만들어내는길과교차하기도하면서,비록흔적을찾기는어렵지만중요한방식으로그모든길이누비이불에서보는것처럼하나로엮인다.마치그걸음이바느질이고,바느질은곧이야기를하는과정이며,그이야기가바로당신의삶인것같다.(192)

감정이입(empathy)이란자신의테두리밖으로살짝나와서여행하는일,자신의범위를확장시키는것을의미한다.이는진정으로타인의현실적존재를알아보는일이며,바로이것이감정이입을탄생시키는상상적도약을구성한다고할수있다.(286)

안데르센의『눈의여왕』이지닌매력중하나는게르다가카이를눈의여왕으로부터구출해서다시우정을되찾는다는점이다.그걸로충분하다.많은미국원주민이야기는도무지끝나는법이없다.동물세계로들어갔던사람들은돌아오지않고,조상이나창시자,무언가베푸는이가되어여전히어떤힘으로작용한다.부유하고풍족하고사랑받고보호받고특혜를받던싯다르타가그모든것을떨치고나가는과정은,마치이야기를거꾸로진행시키는것만같다.그는마치모범답안처럼태어나서,그안전한항구를버리고끝나지않는질문들과일들이있는바다로나아갔다.(363)

질병과고통에의감정이입,그리고돌봄과성찰이라는노동을통해성취한
아름다운인격의기록


이책은무엇보다어머니와딸에관한이야기이다.딸이어떻게어머니를사랑하고증오하고넘어서고이해하는지에관한서사다.딸이어떻게자라나마침내뜻깊은존재론적성취를이루는지보여주는서사다.조금과장하자면여성주의적성장서사의전범이라할수있다.아버지에게압도당하고아버지와경쟁하고아버지를죽이고어머니를차지하는근대적인남성적성장서사의전형과는근본적으로다른대안적인성장서사라할만하다.
다른사람(혹은동물)을돌보고다른이야기들을읽고듣고또글로써내는일은이책에서아주긴밀하게연결된노동이다.그것은‘감정이입’이라는,상상력을바탕으로하는능력을요하는노동이자정직한땀방울을요하는노동이다.이런노동을통해형성된솔닛의‘자아’는“궁전,부자,복수같은관습적인것”들과는어울리지않지만어쩌면그보다더풍요롭고특별한것일지도모른다.메리울스턴크래프트가『프랑켄슈타인』을쓰면서성취한것만큼이나말이다.거기엔진짜로무엇인가를만들어내는신적인,예술가다운,부모다운힘이담겨있다.

그시기에어머니의상태는어떤것으로도풀수없는,그저받아들일수밖에없는동화속의저주처럼느껴졌다.그렇지만살구는어떻게해볼수있는대상이었다.과일자체를처리하는일이어렵지는않았지만,그것은무언가오래된유산과임무를떠올리게하는하나의비유같았다.하지만무엇에대한비유였을까?(29~30)

나의이야기는오랫동안여러여인에게서들어왔던이야기의또하나의변주이다.그이야기는,세상의모든어머니들이그렇듯,모든이에게혹은누군가에게자신을내어준다음,딸에게서자신을되찾으려노력했던어머니에대한이야기였다.(36~37)

여성이거의아무런권력도가지지못했던시절에젊고가난한여성이었던메리는,자신의작품안에서전지전능한지위에오른다.자신의용어로세상을묘사하고,잘못돼버린세상에대한자신의전망을그리고,집단적상상력에미친직접적인영향이라는면에서다른낭만주의시인모두를작아보이게만들어버리는걸작을써낸것이다.『프랑켄슈타인』은마치전설이나동화처럼,상상력을이야기할때꼭떠오르는어떤원형이자,인간조건의일면을축약해보여주는상징이되어버린,예외적인작품이다.(79~80)

부모,예술가,신이라는세부류는뭔가를만든다는공통점이있다.이소설은창조자가자신의피조물에대해가지는책임이라는매우중요한문제를제시한다.그것은또한인간들이서로에대해가지는책임이라는문제이기도하다.『프랑켄슈타인』은사실보수적인작품인데,관습적규범을옹호한다는의미에서가아니라,개인적목표의추구보다의무감과애정으로묶인유대감을옹호한다는점에서그렇다.또한그안에는작가의남편이자고집세고활동적이며종종이기적이었던시인을향한보이지않는원망도담겨있었다.(81)

질병은또다른방식으로,그러니까우리스스로가홀로,자족적이고독립적으로존재한다는생각을깨뜨림으로써외로움을달래주기도한다.당신은타인의골수나혈액이필요하다.전문가와사랑하는이들의보살핌도필요하다.당신이병에걸린이유는모기에물렸다거나,바이러스에감염되었다거나,돌연변이유전자를물려받았기때문에,혹은이런원인들이복합적으로작용한결과이다.병에걸린사람은자신이생물학적인존재라는사실,유한하며,타자와상호의존적인존재라는사실을무시할수없게된다.(191)

몇인치에불과한가닥들이서로꼬여한줄의실이만들어진다.그리고마치단어들이모여이야기가되는것처럼,그실이한없이길어질수도있다.동화속에나오는여주인공들은거미줄이나지푸라기,쐐기풀등을가지고살아남는데필요한것은무엇이든만들어낸다.셰에라자드는끊어지지않는실같은이야기들을이어감으로써자신의죽음을미연에방지한다.그녀는자아내고또자아내며,새로운조각들,인물들,사건들을자신만의끊어지지않는,끊을수없는서사의실에덧붙여간다.그와반대로페넬로페는몰려드는구혼자들과의결혼을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