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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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주하 작가의 사진전을 일본 전역을 순회하며 개최하고 그때마다 그 장소와 후쿠시마의 문제를 연결시키기 위한 갤러리토크를 진행했다.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은 그 여섯 번의 전시와 여선 번의 좌담회를 책으로 묶은 것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의 5주년을 맞아 후쿠시마 문제가 함축하는 바를 더 깊이 파고들어 포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저자

서경식

저자서경식은1951년일본교토에서재일조선인2세로태어나와세다대학문학부프랑스문학과를졸업했다.현재도쿄케이자이대학현대법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중『소년의눈물』로1995년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받았고『시대의증언자쁘리모레비를찾아서』로마르코폴로상을받았다.그외에저서로『나의서양미술순례』,『사라지지않는사람들』,『디아스포라기행』,『만남』,『역사의증인재일조선인』,『후쿠시마이후의삶』,『나의조선미술순례』,『시의힘』,『내서재속고전』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을펴내며서경식
한국어판을펴내며정주하

사진의아름다움이이야기하는것

자신의약함을수용하는것

예술의힘이란무엇인가

‘고통의연대’의가능성

예술의힘과그역할을둘러싸고

‘상상의경계선’을극복한다

식민지주의라는시각

미나미소마일기
원전=사진론:사진가정주하가제기하는핵시대의표상과사고
일본어판편집후기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후쿠시마제1원전폭발사고5주년,
3.1과3.11을잇는상상력을제안하다

식민지지배와후쿠시마원전사고를연결시키는
역사적,예술적상상력을통해연대의힘을이끌어내다

『다시후쿠시마를마주한다는것』은2013년봄부터2014년여름까지약1년4개월에걸쳐일본6개지역을순회한정주하작가의사진전‘빼앗긴들에도봄은오는가’의전시현장에서펼쳐진대화의기록이다.이후에도시간과공간의제약을넘어서서대화를이어가기위해내미는손이며,미지의독자를향해바다에흘려보내는유리병편지이다.
한국의사진작가정주하가후쿠시마원전사고이후진행해온작업의결과물(‘빼앗긴들에도봄은오는가’연작)을일본순회하며전시하게된것은‘정주하사진전실행위원회’라는이름으로한국과일본의여러연구자와예술가들이모여뜻을같이했기때문이다.서경식과한홍구,다카하시데쓰야는특히이작업의준비과정부터함께하며작품들에‘빼앗긴들에도봄은오는가’라는문제적인제목을붙이기도했다.이사진작업과전시라는일련의과정은제목이암시하는대로,후쿠시마를공간적,시간적경계를넘어사유해야한다는의지로이루어졌다.좌담역시처음부터사진전과함께기획된것으로예술이촉발한어떤문제의식을,혹은어떤상상력을적극적으로수용하고자하는의지를담고있다.어찌보면사진작업의준비부터전시,좌담,그리고그결과물의출판까지가커다란하나의공동작업이라고볼수있다.
사진전을주최하고좌담에참여한이들은재일조선인지식인이자작가서경식,사진작가정주가,역사학자한홍구,철학자다카하시데쓰야,그밖에도일본과한국의저명한연구자,사진작가,PD,시인,소설가등이다.(아래지은이정보참조)후쿠시마출신의철학자와작가,또오키나와에서활동하는사진작가,비평가,또재일조선인연구자,작가등이만나각자자기가선자리에서,약자의피해를부인하고망각하는가해자의폭력에어떻게맞서야하며,좁은시야에갇혀있는우리의상상력을어떻게펼쳐나가야할지에대해진심어린대화를나눈것이다.
참여자들뿐아니라사진전이열린장소들도무척의미심장하다.원전사고의현장인후쿠시마는물론이고,<원폭도>뿐아니라관동대지진당시난징대학살을기리는‘통한의비’가전시되어있는사이타마의마루키미술관,오키나와의사키마미술관,또전몰미술학도의유작을모아전시하는나가노의시나노데생관,교토의국제평화뮤지엄등의장소한곳한곳이역사와예술의관계에대해큰물음을던지고있는곳이다.
또책에는이들패널들사이의이야기뿐아니라그자리에모인청중들과의밀도있는대화도포함되어있다.젊은세대와기성세대,한국과일본,그리고일본안에서도여러지역주민들사이의인식의차이와그러한차이에도불구하고어떤연대의지점을찾기위한치열한대화가펼쳐진다.

‘빼앗긴들에도봄은오는가’
원전문제에식민지주의비판이라는관점을도입하다


방사능의불안은사라지지않는다.히로시마와나가사키원폭,체르노빌원전사고를경험한인간에게방사능누출의공포는당연한것이다.이런불안을외면하고은폐하는것은원전으로이익을보는세력(원전마피아)이바라는바이자,눈앞의이익을위해모든감각을차단하는근시안적인태도가세상을지배하도록내버려두는일이다.망각과부인을조장하는세력에저항하기위해개개인은무엇을해야하고,무엇을할수있을까?이에대한답을찾으려면먼저과거의가해와피해가종결된것이아님을인식해야한다.

이책(혹은사진촬영과전시좌담을비롯한일련의과정)의가장중요한문제의식은‘빼앗긴들에도봄은오는가’라는전시제목(이자연작의제목)에서생생히드러난다.후쿠시마의아픔에일제시기식민지치하시인의시선을겹쳐놓은이제목은예민하고도거대한질문을던진다.후쿠시마와식민지조선,후쿠시마와오키나와는어떻게연결되는가?이들의피해를같은것이라말할수있나?이문제들은후쿠시마만의문제,식민지조선만의문제,오키나와만의문제가아닌가?이들은,그리고우리는왜만나야하나?
이런논의의과정에서후쿠시마의조선인학교,후쿠시마의거대한철탑을세우는데투입된식민지조선인들의노동등한번도조명받지못한역사적사실들이거론되고,그를둘러싼개인적경험들이환기되기도한다.또일견전혀무관한경험으로보이는,원전의직접피해지역인후쿠시마와미군기지문제에맞서는오키나와의경험은짧게는2차대전이후,길게는메이지유신이후‘부국강병’을내세우는거대한흐름의반대편에서서로맞닿는다.후쿠시마원전사고를그들만의일,지나간일로치부하지못하게하는강력한역사적비유가성립되는것이다.

재해가있고원전사고가있었는데,명백하게일본국민만의이야기가아닙니다.즉일본이근대역사를통해다른나라를침략하고,다른나라를식민지지배하고,패전후소위말하는‘전후부흥’이라는이름으로행해온국책의결과가여기에있는것입니다.따라서이것을자신들의이야기,일본내부의일로만치부하는것은문제가아닌가,나아가위험한것이아닌가하는마음입니다.―서경식(85)

방사능재해는일본이국책으로도쿄전력과함께전세계에끼친가해입니다.전세계의바다를더럽혔습니다.공기도더럽혔습니다.그래서사실은전세계를향해사죄하고,두번다시하지않겠다고약속하고,그약속을지켜야하는,그런사안입니다.그런데일본에서는일본국민의피해만을이야기하고있고,게다가일본국민의피해조차제대로다루지않은채시간이지나고있습니다.때문에이사고를시간적으로공간적으로더욱넓게,국경을넘어바라보는것이필요하지않나생각했습니다.―서경식(86)

그곳(다카다마킨잔)은일본에서도굴지의금광이었는데후쿠시마현의거의정중앙에있습니다.지금은갱도로들어가내부를견학하도록되어있는데요.그곳에서도전쟁때에조선인들이강제노동을했습니다.다카다마킨잔에대해서는학교에서배운기억이있는데거의잊어버렸습니다.조선인강제연행,강제노동이있었다는사실은전혀몰랐고요.이것도원전사고가없었다면모르고지나갔을역사인것입니다.―다카하시데쓰야(148)

이상화의시는일본제국주의에의해식민지지배를당하고다양한고난을강요당한조선민족사람들의생각을매우아름다운시문에담아표현했다고봅니다.이시를통해조선민족사람들이후쿠시마의고난을상상하게하는것이지요.동시에저희같은일본인에게는후쿠시마의‘재앙(disaster)’이단순한재앙으로그치는것이아니라,과거에우리가,우리일본이‘빼앗아버린조선의들판’과그곳에살았던사람들의고난을어디까지상상할수있겠는가하는물음을던지고있다는사실도점점깨닫게되었습니다.―다카하시데쓰야(149)

실은후쿠시마현에는전시에채굴되던우라늄광산도있습니다.왜우라늄을전시중에채굴했냐면,일본도원폭개발을하려고했기때문입니다.전시중에는몇몇나라가경쟁적으로원폭개발을하고있었고,일본이손을댄것은미국보다앞섭니다.다만폭탄을만들기에충분한양질의우라늄광산이발견되지않았고,농축기술도뒤떨어져미국에뒤진것이지요.가장유력한우라늄광산으로지정된광산이후쿠시마현에있었다는사실도묻혀진역사로,3·11후에마침내상기하게된세계사의단면이라고생각합니다.―하야오다카노리(163)

일본이군사력으로영토를확대하려한역사적과정을떠받치고있던국가적인욕망이나사상은1945년패전으로도완전히끝나지않았고,후쿠시마의원전사고를경험한지금도끝나지않았다는것이제생각입니다.그런의미에서국가의권력자들,자기가지배세력이라고생각하는자들이지금어떤생각을하는가하는관점에서보면후쿠시마와오키나와에공통점이있다고생각합니다.―가마쿠라히데야(187)

‘빼앗긴들에도봄은오는가’라는제목에대해누가누구에게하는말인가고민했습니다.이곳오키나와에서전시를하니우리에게하는말일까요?그렇다면‘우리’란누구인가요?그리고누가건네는말인가요?이것은조선의해방을바라던조선시인의말이고,이것을다시사진전의제목으로선택한것은현재조선반도에서살고있는한국분이고,그것을재일조선인서경식선생이조직화해서일본의가마쿠라PD가방송을만들고,오키나와의사키마관장이이곳에서함께하자고했지요.여러가지생각이담겨있겠지요.저는사진을보고후쿠시마분들과만나고싶다고생각했습니다.오키나와인과조선인과의관계를만들어야하고,오키나와와후쿠시마의관계를만들어야하고,후쿠시마와조선과의관계를만들어야하고,후쿠시마토이외의야마토와의관계를만들어야합니다.또오키나와에있는일본인과의관계도요.―치넨우시(202)

일본의식민지주의,또는식민지지배는진정끝난것인가요?저는끝나지않았다고실감합니다.여러분도사회적문제와관련하여,비슷하게실감하는경우가있지않으신가요?저는조선학교의무상화제외라는역사적사건에반대하기위해,79명의시인들을모아문집을내고,저희나름대로문부성이나정부에항의를계속했습니다.무상화제외는2010년2월하순에떠오른사건입니다.기묘하게도2011년3월보다1년정도전이어서,이미거기서대규모의인재가발생한것입니다.무상화제외는원전사고에도필적할만한‘법의파괴’랄까요,헌법이보장하는교육을받을권리,또는60년간줄곧각자의삶의터전에서교육받고,생활해온사람들의일상을조금도상상하지않고통째로파괴하려했다는의미에서,그야말로방사능오염과나란히논할수있는사건이었다고생각합니다.―가와즈기요에(266)

방사능오염은현의경계에서멈춰주지않습니다.미야기현의남부나군마현의북부,혹은치바현까지심하게오염된곳이있는데,근거도없이왠지치바에있는것만으로‘후쿠시마는남의일’이라는심리가되고,국가는후쿠시마현사람이아니면피난보조금도주지않는언어도단의정책을시행해도‘아,그런가?’하는식으로지나쳐버리게됩니다.그런‘상상의경계선’이우리를성찰이나연대로부터멀어지게합니다.
이것은후쿠시마와도쿄,도쿄와오키나와사이에만있는것이아니고요,아까젊은분이차별,식민지주의라고말씀하셨는데,일본과외국사이에도,한국와일본,한국와중국,유럽과의사이에도보이지않는무수히많은경계선이놓여있는것입니다.그렇기때문에보지않는것을보고,보이지않는경계선을극복하는것은매우중요한도전입니다.그렇게할수없다면성찰도연대도불가능합니다.―서경식(289~290)

피해자와가해자의가장큰차이는,피해자는피해를강요당하면서살아갈수밖에없지만,가해자는가해를잊고지낼수있다는것입니다.가해사실을잊어도아무문제없이살수있어요.선택할수없었던것은마찬가지라고하더라도거기에큰차이가있습니다.―안자코유카(312)

시간적으로공간적으로경계를넘어서는상상력은예술을통해서가능하다

인간의척도를넘어서는원폭의피해를상상하기위해식민지지배를비롯한여러역사적사건들과개인적경험을환기하는것은꼭필요한일이지만,그것이쉬운일일리는없다.다양한국적,성별,연령,배경을지닌이책의참여자들은그것이예술을통해서가능하다는믿음을공유하는이들이다.그래서이책의중심에사진작품,사진예술이놓인이유는편의적인것이아니라필연적인것이라할수있다.
책에는정주하작가의사진뿐아니라식민지지배를겪은이상화시인의시,아우슈비츠에서유대인학살을겪은이탈리아인작가프리모레비의시,원자폭탄투하를경험한일본소설가하라다미키의일화와작품,그밖에도일본에서화가를꿈꾸다전쟁에징집되어전사한젊은미술학도의그림등이함께이야기된다.
그렇게함으로써이책은거대한폭력앞에서고통을겪는사람들을위해실질적으로는아무것도할수없을것같은예술이,눈에보이지않는시간과공간의경계를뛰어넘는공감과연대를가능하게하는디딤돌이된다는것을보여주고자한다.

프리모레비는본인이아우슈비츠를경험했을뿐만아니라,2000년전화석을보며홀로코스트와연결짓고,홀로코스트를히로시마와연결지을수있는사람이었습니다.그같은상상력의확대속에서고통을함께나누려는것입니다.그런사람이‘지상의유력자들이여,새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