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멜랑콜리아 (한국 근현대 건축 공간 탐사기)

건축 멜랑콜리아 (한국 근현대 건축 공간 탐사기)

$17.00
Description
건축과 공간에서 시대의 징후를 읽어내는 책!
당인리발전소에서 대공분실, 아현고가도로를 거쳐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건축과 공간을 통해 시대의 징후를 읽는『건축 멜랑콜리아』. 이 책은 삶의 물리적 배경으로 말없이 존재하는 공간의 심층을 들여다보며, 깊이 있는 읽기와 비평을 시도했다. 저자의 시선에 포착된 공간의 의미는 다층적이다. 건물의 외형, 용도와 기능에서부터 건축과 공간의 기획과 설계 과정, 그것에 투사된 설계자의 의도, 정치적 기획과 상품으로서의 특징, 경제적 고려, 공간 이용자들의 실천을 중심으로 공간이 거쳐온 역사 등 다양한 요소와 이야기를 엮어내었다.
저자

이세영

저자이세영은연세대신학과와같은대학사회학과대학원을졸업하고2002년《서울신문》에입사해사회부,국제부,정치부를거쳤다.2008년《한겨레》로옮긴뒤에는문화부학술담당과한겨레21부사회팀장을지내며사상,문학,건축등으로관심영역을넓혀왔다.현재『한겨레』정치부기자로야당을출입하고있다.노동정치의위기와노동계급2세들의악마화메커니즘을고발한『차브』를공역했다.

목차

1.건축읽기
서산부인과의원풍화의운명견뎌온콘크리트모성
당인리발전소땅밑으로유배가는늙은프로메테우스
남산자유센터반공의이념앞에헌정된정치적신전
연세대학생회관신이여,혁명이여,이도저한멜랑콜리여
아현고가도로잠시서있는모든것을추모함
세운상가하늘아래새로운욕망은없다
성니콜라스성당마르크스가예견못한성과속의변증법
용산국방부구관군림하되한곳만바라보다
국회의사당과장된위엄이비치는무능의석실묘
제주소라의성순치된스펙터클을욕망하다
유진상가비루하고데데한유신건축물의비애
여의도순복음교회거룩한천상의빵,신의이름으로약속된세속적번영
광주시민회관패배하라,포에틱자스티스를위하여
남영동대공분실살인기계빚어낸애국적판단중지
고속버스터미널불균등발전의기념비적표상
마포도원빌딩주류세계를향한미완의인정투쟁

2.공간읽기
광화문지하도우리는모두노숙인이다
종묘공원늙어가는모든존재는비가샌다
노을캠핑장21세기의가족로망스는어떻게실현되는가
청계천천변풍경,견유주의자의시선
가리봉동톨레랑스의윤리학을넘어서
서울강남강남이라는상상의공동체

책을펴내며모든것은정치적이다

출판사 서평

당인리발전소에서대공분실,아현고가도로를거쳐고속버스터미널까지
건축과공간에서시대의징후를읽다!


한국근현대건축과공간을애도하기

우리는오늘하루를보내며어떤건축물과공간들을이용하였을까.일상적으로수많은공간을접하지만,공간의의미나의도,효과등을생각해볼기회는많지않다.이책은삶의물리적배경으로말없이존재하는공간의심층을들여다보며,깊이있는읽기와비평을시도한다.저자의시선에포착된공간의의미는다층적이다.건물의외형,용도와기능에서부터건축과공간의기획과설계과정,그것에투사된설계자의의도,정치적기획과상품으로서의특징,경제적고려,공간이용자들의실천을중심으로공간이거쳐온역사등다양한요소와이야기를엮어낸다.
이책은16개의건축과6개의공간을다룬다.그중에는김중업의‘서산부인과의원’,김수근의‘세운상가’처럼걸출한건축가의대표작이나시대를대표하는대규모건축프로젝트도있지만,일상에서마주치는이름없는생활공간,또는발전소,지하도,도로등도시설비와인프라에해당하는곳이다수포함되어있다.이러한일상공간들은저자특유의관점과읽기방식을통과해새로운의미를띠게된다.그공간들의목록은‘자유센터’,‘국방부구관’,‘국회의사당’,‘광주시민회관’같은국가ㆍ공공기관의건축물에서‘세운상가’,‘유진상가’등의상업ㆍ주거공간,‘당인리발전소’,‘아현고가도로’,‘고속버스터미널’등의현대적시설,‘성니콜라스성당’,‘여의도순복음교회’,‘도원빌딩’등의종교적건축뿐만아니라‘종묘공원’,‘가리봉동’,‘노을캠핑장’에이르기까지매우다양하다.
한국의도시공간들은쉴틈없이반복되는파괴와건설을통해빠르게변화한다.그과정에서건축물과장소들은충분히기억되지도,적절한의미를획득하지도,그렇다고완전히망각되지도못한어정쩡한상태로무너지고,재개발되어사람들의시야에서멀어진다.그렇기때문에도시공간들은곧잘시간의무서운파괴력과무상함을상기시키고,멜랑콜리의정조를발산하며신경증적인상태로남아있다.또건축물과공간은특히한국근대의착종적인특성을고스란히드러내는데,이질적인욕구와기획의충돌과경합,그리고빈번한좌절이멜랑콜리를낳았다.이책은이렇게좌절된채남아있는도시공간을때론비판적으로,때론애정어린시선으로공력을들여바라봄으로써압축적근대화와성장제일주의에밀려많은것을잃고도대부분이슬퍼하지않았던도시에대한애도작업을시도한다.

공간에새겨진정치적무의식
한국에서가장정치적인공간을만나다!


대개의건축이나공간관련책들이통상건축물의설계의도와설계과정에주목하는것과달리,『건축멜랑콜리아』는의사가환자의증상을통해병의기원을탐지하듯건축과공간을‘징후적’으로해석하려한다.건축물은부의증식을위한투자대상이거나건축가고유의조형언어로완성된예술작품이기만한것이아니라,풍부한의미를담지한채능동적해석을기다리는문화텍스트이자국가와자본의권력이작동하는사회적매체이기때문이다.따라서저자는건축과공간을하나의완결된텍스트로꼼꼼히읽고분석한다.

국가와자본의지배전략│건축과장소에서그것을기획한국가와자본의의도,공간에투영된권력의통치전략을이해할수있다.이를테면박정희정권이세운여러정치적기념비와유신시대를상징하는건축물중에서가장먼저건설된남산의자유센터를,저자는반공주의란동시대의이데올로기그자체를기념하는독특한‘정치적신전’이라이름붙인다.여기에는위엄과숭고미가강조된건축물을이용하여독재정권의정당성을확보하고자했던국가권력의전략이자리하고있었다.국가의이름으로잔인한고문이자행된남영동‘대공분실’의사례에서는건물의내부구조와설계가구체적으로어떻게조사받는사람에게공포를유발하고,복종하는신체를만드는데기여했는지를분석한다.
종로일대의슬럼을2개월만에쓸어내고건설된대규모주상복합건물인세운상가는네개의건물군이일렬로늘어서당시주변풍경과대비를이루는압도적수직성과육중한몸체를구현했다.개발독재정권은근대화와경제성장이라는집권명분과스스로의치적을효과적으로전시하는매체이자스펙터클로이를이용했다.한편으로‘도시안의도시’를꿈꾼설계자의구상과이상이애초부터이윤논리에밀리면서세운상가가실제완성된모습은태생적한계를지니고있었다.

건축에서읽어낸역사의층위│역사와시대의영향아래건축물은지어졌고,건축물역시자신의역사를쌓아오며주변공간과사람들에게영향을미친다.
국회의사당에애초계획에없던돔지붕이의원들의요구로추가되는동안입법부와의회민주주의는군부독재에의해그어느때보다무력화되었고,유진상가는상가아파트로서는이례적으로남북간군사적긴장이고조됨에따라‘서울요새화계획’의일환으로군사시설로서의역할을떠안게되었다.통일교회는순복음교회가한국사회의경제적발전정도에발맞춰기복적신비주의에서세속적성공주의로신앙담론을이동한것과같은변화를감행하지못했고,순복음교회가여의도에입성하여세계최대교회로성장하는동안마포대교의바로입구에서인정투쟁을위한행진을멈추어야했다.중요한것은저자가역사적사건과흐름을단순한배경지식으로활용하지않는다는점이다.열주구조에억지스레돔을얹어권위나위엄을과장한의사당의외관에서,보통상가보다높은유진상가의1층필로티공간과상가전체의견고한철근콘크리트에서,다시말해눈에보이는형상과풍경에서그너머의맥락과시대의열망을독해하고있다.

공간이용자의욕망,심성과실천│저자가공간을읽어나가며주요하게살피는것중하나가공간을실제로점유하고이용했던사람들이그속에서원하고,느끼고,상호작용했던바다.공간이용자들의실천은공간을기획한건축가의의도나국가와자본의이해를벗어나공간의정체성과의미,공간을지배하는분위기를전유하고바꾸어낸다.
가령연세대학생회관은애초건축가와건축주에의해종교적‘신실성’을구현하는곳으로기획되었지만학생운동의성장에따라그의미가달라졌다.열사들의죽음이사건화되는현장이었던학생회관은실제공간을점유하고사용했던학생들의실천에의해‘진정성’의공간으로변모했다.이후학생운동이쇠퇴한사이대학신자유주의화가진행되었고,학생회관이상징하는가치와정서는학생들의욕망과심성구조의변화를반영,다시‘속물성’으로대체되었다.또한이념의기념비를꿈꿨던자유센터가냉전해체와이념대결의쇠퇴를겪으면서여러업체에임대되고,과거의위세를잃어버린상황역시공간의의미를결정짓는것은이용자들의활동임을보여준다.

이렇듯이책은건축가의기획을주로분석하는다른건축서적들과달리,공간을생산하고소비하는다양한개인들의미시적활동과집단무의식을함께읽고자한다.또한이런시도는이론서,신문잡지,국가기록물,구술기록등다양한문헌의활용,직접취재한내용등으로뒷받침돼책의서사에힘을실어주고있다.이러한공간비평의방식은곧문화비평이자사회비평으로이어지며,빙산의일각처럼건축의보이는것아래에존재하는더많은내용들,공간과역사를이해하는유용한방식을제안한다.

김중업이서산부인과의원설계에착수한1960년대초는‘정치산술’성격의인구담론이빠르게확산되고,내에서처음산아제한에중점을둔‘가족계획’이국가시책으로도입된시기였다.가족계획은성교와임신,출산같은개인의생식활동에국가권력을삼투시키는통치테크놀로지라는점에서,그것의국가시책화는미셸푸코(MichelFoucault)가근대생명관리권력의특징으로꼽은‘생명현상의국유화’가본격적으로실현되는것을의미했다.(18쪽)

시장에취임한김현옥은행정의우선순위를건설에두었다.1966년시예산의10퍼센트에불과하던건설예산을50퍼센트로확대했고,이듬해에는그비율을75퍼센트까지높였다.이런김현옥의방침은박정희를만족시켰다.1967년재선을노리는박정희에게수도서울의변화된모습이야말로자신이내건‘근대화’의성과를가장효과적으로보여줄수있는수단이었기때문이다.이런상황에서김현옥의눈이고가도로에꽂힌것은당연한귀결이었다.대지위로떠올라유연한곡선을그리며뻗어나가는고가도로야말로20세기인류가꿈꿔온미래도시의전형적인모습이었기때문이다.(70쪽)

가동중인4,5호기서쪽부지에선2013년10월부터지중화공사가한창이다.새발전설비를지하에묻고,기존시설은화력발전소에서갤러리로변신한영국테이트모던의선례를따라문화창작공간으로활용한다는정부쪽복안에따른것이다.리모델링안이발표되자주변부동산가격이치솟았다.주민들은압력단체를결성해발전시설전체를서울밖으로내보내라는청원을냈고,인접한아파트주민들은발전소담장을허물어아파트단지와직접연결해달라는민원을관공서에제출하기도했다.공공시설물을사실상의안마당으로사유화하려는‘욕망의연대’였다.(32쪽)

공중데크와함께세운상가의좌절된이상주의를가장극적으로표상하는장치가‘공중정원’이다.A지구5층에설치된300~400평규모의이개방공간에서김수근은르코르뷔지에가위니테의옥상에서시도했던휴식과놀이,교류가공존하는공동체적공간을꿈꿨다.하지만이곳은중심을욕망한모더니스트의이상과비루한반주변부적현실사이의좁힐수없는거리만을증언할뿐이다.(89쪽)

전망대에서식당,도보여행사무국으로용도를갈음해온이건물의생애사엔섬이라는‘외부’를전유해온육지권력의욕망과,제주라는이질적공간을소비해온패턴의변천사가오롯이녹아있다.그것은이국적풍광자체를소박하게조망하는방식에서,패키지로먹고즐기는포드주의적위락관광을거쳐,다양화된취향과기호에맞춘유연화된스펙터클소비형태로의변화다.(147~149쪽)

통일교의여의도진출좌절기는유사한‘이단’시비에시달렸던순복음교회가여의도입성뒤단일규모로는세계최대교회로성장한것과뚜렷이대비된다.[……]종교학자들은그이유를두세력의상반된시민권확보전략에서찾는다.순복음교회가주류개신교의교리적경계를넘지않고1970년대중반을기점으로초기의기복적신비주의대신세속적성공주의로신앙담론의중심이동을결행한것과달리,통일교는해외에서의성공과안정된사회경제적기반에대한자신감을토대로초기의종말론적심령주의기조를유지한채개신교교권세력과대결적인정투쟁을지속한것이한국사회주류동맹의집요하고강력한비토를불렀다는것이다.(229~230쪽)

첨두아치에구현됐던신의존엄성은‘혁명’이란이상의지고함으로간단없이대체됐다.수평결속된연속아치에담아내려한인간의상호의존성은추상적인간이아닌노동자,농민이라는현실속인간(민중)과의연대로구체화됐다.당연한귀결이었다.한건축물의의미를결정하는것은건립주체의의지나의도가아닌,그곳을점유하고이용하는자들의‘공간적실천’이란사실을건축가와건축주는간과했던것이다.비트겐슈타인식으로말하면‘공간의의미’는그것의‘용법’과다름없었다.(58쪽)

‘자유’와‘반공’이란기표의의미론적연결고리가취약해지고건축물의쓰임새마저바뀌어버린지금,이건물에서‘반공’이란기표를읽어내기란쉽지않은일이다.한건축물의의미를결정하는것은그곳을점유하고이용하는자들의‘공간적실천’이라는진리가‘이념의기념비’를욕망했던콘크리트관제건축물에도고스란히관철되고있는셈이다.(48~49쪽)

일상의공간들이흥미로운이야기를품고낯선공간으로다가온다!

1960~1970년대의압축성장을추진한박정희와불도저시장이라는별명을얻은행정가김현옥의만남은아현고가도로,광화문지하도등여러입체적인교통시설들을건설함으로써도시의이동속도를높이고,발전과개발을상징하는도시경관을창조했다.과거고속버스터미널호남선의왜소한모습과대규모상업시설을갖춘경부선터미널의화려한외관의격차는지역차별을표상하는풍경이었다.그리고이책은복개와복원을거쳐오늘날대표적인도심하천으로자리잡은‘청계천’의역사,구체적인풍경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