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 양장본 Hardcover)

문학소녀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전혜린에 열광했던 이들의 관점에서, 전혜린을 재조명하다!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의 편집장 김용언, 스스스로 읽고 쓰는 여성인 저자가 한국의 근현대를 관통하는 과거를 추적함으로써 왜 소녀들은 전혜린의 글을 통해 여성의 시선과 목소리에 입문하지만 그것을 둘러싼 경멸과 비웃음을 이기지 못하고 여류를 벗어나려 애쓰게 되는지를 이 책에서 밝히고자 한다.

소녀 취향, 감정의 몰입을 특징으로 하는 소설과 시에 열중하는 미성숙함, 그런 이미지로 안전하게 놀려댈 수 있는 대상이 된 ‘문학소녀’. 그리고 10대 초반 문학소녀의 정통 코스를 착실하게 밟아갈 때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던 전혜린. 저자는 이제 와선 책 읽는 여자의 흑역사의 대명사쯤으로 여겨지는 전혜린에 대해, 전혜린에 열광했던 세대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혜린이 그렇게 비웃음과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물으며 전혜린을 경유해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읽기와 쓰기가 폄훼되어온 기나긴 역사를 파헤친다. 저자는 전혜린이라는 아주 예외적인 존재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던 시대적, 사회적 맥락을 살피는 동시에 너무나 자주 오해되거나 표면적으로만 읽혔던 그녀의 글들을 그러한 맥락 속에서 다시 읽어내며 전혜린이라는 인물의 한계를 짚어내는 동시에 그녀에게 매혹되었던 많은 이들의 기억의 의미를 발굴해낸다.
저자

김용언

저자김용언은연세대학교영어영문학과와같은학교대학원비교문학협동과정을졸업했다.영화전문지《키노》,《필름2.0》,《씨네21》과장르문학전문지《판타스틱》,온라인서평전문지《프레시안books》에서10여년간기자겸편집자로일했다.지은책으로『범죄소설:그기원과매혹』이있으며『귀신간첩할머니:근대에맞서는근대』,『다시동화를읽는다면』에공저자로참여했다.옮긴책으로『철들면버려야할판타지에대하여』,『코난도일을읽는밤』,『그럼피캣』,『죽이는책』이있다.현재미스터리전문지《미스테리아》편집장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며전혜린은‘흑역사’인가

1전혜린이라는예외적존재
2한국을탈출하려는꿈
3전근대한국의세계시민
4전혜린은‘창작’하지못했는가
5수필이라는퍼포먼스
6신의주,부산,그리고슈바빙
7번역가전혜린
8“절대로평범해져서는안된다”
9신여성에서여학생까지,소녀의탄생
10‘소녀감성’의폄하
11여류작가수난사
12“불란서시집을읽는고운손”
13전혜린,그리고읽고쓰는여자들

후기
참고문헌
전혜린연보

출판사 서평

소녀취향,감상주의,미성숙함……
‘문학소녀’는어떻게안전하게놀려댈수있는대상이되었을까


“그시절의문학소녀들과이책을함께읽고싶다.어쨌든우리는계속읽고쓸것이므로.”
―조남주(소설가,『82년생김지영』)

“이책은여성들의읽기와쓰기의의미를결정하고구성하는해석투쟁이드디어시작됐다는선언이다.이런책이우리서재에200권쯤꽂혀있게되길열렬히바란다.”―오혜진(문학평론가)

“너무오랫동안오해받아온전혜린은이책을통해새롭게부활한다.여성의자유로운감수성을억압하는사회,여성의성취를은근히때로는노골적으로방해하는사회를향해오직자신의글쓰기로투쟁한예술의전사로다시태어나는전혜린은그어느때보다도눈부시다.”―정여울(작가)

신여성에서전혜린까지,읽고쓰는여자들의수난사

미문취향,낭만적감상성,부르주아,서구동경,소녀감성…….오랜세월여성작가들의글에따라붙어온수식어들이다.‘문학소녀’라는말도‘현실성’이결여되어있고,‘역사의식’이없으며,‘감상주의’에치우쳐있는‘미숙한글’이라는등의온갖폄하를응축한것같은단어다.그리고전혜린은그런‘부잣집철부지문학소녀’의대명사로가장자주불려나왔던인물이다.박정희는저서『국가와혁명과나』에서전혜린으로대표되는이런교양주의를“불란서시집을읽는고운손의소녀”라부르며“피와땀과눈물을모르는,노동하지않는자”,“우리의적”으로지목함으로써전혜린,문학소녀를구악(舊惡)이자적폐로상징화하기도했다.온통프랑스어와독일어를남발하고,한국에발을딛고도유럽의어딘가를고향처럼그리워하며,끊임없이세상과불화하는자기자신에게몰두했던전혜린의글은많은여성들에게책읽는사람으로서자의식을키우게만든출발점이지만,황급히잊고극복해야할‘흑역사’로여겨지기도했다.
『문학소녀』에서그스스로‘읽고쓰는여성’인저자김용언은전혜린을경유해한국사회에서여성의읽기와쓰기가폄훼되어온기나긴역사를파헤친다.1920~30년대‘여류작가’들이글을쓴다는사실만으로신기한취급을받으며남성평자들에게멋대로논평할대상이되곤했던풍경을환기시키고,1960년대여학생대상의잡지에서“지나치게감상에빠져서는안되지만소녀다움을잃어서도안되는”이중규범을발견한다.걸출한화가이자문인이었던나혜석조차「이혼고백장」에서가부장제를신랄하게비판함으로써격심한분노를불러일으키고결국가족과사회모두로부터버림받은채생을마감했다.이처럼여성작가는작품이아닌‘스캔들’로소비되기일쑤였다.잡지《신여성》에는근대최초의여성작가김명순,《신여자》주간으로활약했던김원주등여성문인들의온갖사생활과뜬소문을폭로하며깎아내리는코너‘색상자’가있을정도였다.1930년대부터등장한강경애,모윤숙,최정희등‘2세대여류문사’들은수적으로늘어났지만여류에대한편견에시달리기는마찬가지였다.저자는“소녀문단”,“여류라는프레미엄”,“지나친섬세감각이라는한계성”등이시기여성문인들을끊임없이평가하고범주화한남성지식인들의언어를자세히살펴본다.한국의근현대를관통하는과거를추적함으로써,왜소녀들은전혜린의글을통해여성의시선과목소리에입문하지만그것을둘러싼경멸과비웃음을이기지못하고‘여류’를벗어나려애쓰게되는지를밝히는것이다.

문학소녀는작가가되지도못할,글을제대로쓰지도못할,이성적이고분석적인인문-사회-과학서들이아니라감정의몰입을특징으로하는소설과시에열중하며여전히몽상을끄적거리는유아적단계에머물러있는독자라는느낌이다.전혜린은그런사람의대표자처럼자꾸만불려나왔고,그래서어릴때전혜린의글을읽고좋아했던사람이라도아직까지여전히‘전혜린의상태’에머무르면안되는것으로여겨지는것같다.(17)

[1965년창간한잡지《여학생》에실린세계문학작품소개기사에관해]이를테면세르반테스의『돈키호테』의주인공을설명하는기사가이런식이다.“돈키호오테형이라면적어도축복받은느낌을주지만결코아무것도생각지않고가볍게살아가는타이프는아니고어떤경우에도굴하지않는정신력으로이상을구하는영원한젊은이다.당신주변에도조금괴짜인실수만거듭하는남자가있을것이다.낙제점수를받거나선생님으로부터꾸중을듣거나간에초연한자세로있는이러한타이프는보이프렌드로서는‘햄릿형’보다호감이가는타이프다.고민을상의하면즉석에서해결해줄것이다.”혹은,여성주인공을설명할때마거릿미첼의『바람과함께사라지다』의스칼렛은“고집이센여성”,프랑수아즈사강의『슬픔이여안녕』의세실은“에고이스트이자질투심이강한여성”으로서이성교제에서불리한평가를받을수있으니이성친구가리드할수있는여지를좀더주는게좋다는조언을덧붙였다고한다.(147)

소녀들의독서와글쓰기는훈육과계몽의주체,많은경우‘남성’들의시선을만족시킬수없는종류의것이었다.어떤소녀는실존주의문학을‘잘못’이해해서자살을기도했고,어떤소녀는‘소녀답지’않은현실인식을글로썼기때문에옳지않고,또어떤소녀는과도한감상을글로쓰는바람에‘열등하게’인식될수밖에없었다.어디까지나공인된권장도서를읽되지나치게빠져들지않고교양으로서의지식으로만습득해야했고,그럼으로써‘소녀다운’순수성은간직하며남성-어른들의귀여움을받을수있어야하는,대단히복잡한과제가제시된것이다.(157)

“남성작가는감쪽같이자기를은폐하고도걸작을내놓을두력(頭力)을가졌지마는,그를못가진여성작가에있어서는반대로있는대로의자기를표박(漂迫)할때에한해서볼만한글을내놓는다는불문율을새로이인식하였다.”는것이그의생각이다.즉“신진문단에등록될작품”이라곤찾아볼수없던‘여류문단’,아니그의표현을빌리자면‘여류문단’이라고도할수없으며“문청(文靑)문단이란말에대하여소녀문단”이라불러마땅한집단에서,최정희의‘수필’이자신의내면혹은사생활을‘있는그대로’끄집어내어남성은쓸수없는방식으로표면에끌어올렸기때문에그나마봐줄만하다는판정을내린것이다.(182)

대중들이열광하고사랑하는‘말랑말랑한’종류의책에대해단호하게그것은‘고급문예’가아니고,‘일류문사’가쓸법한글이아닌종류의‘창피한’책이라는경멸은나름의기준을통해고급과저급의구분을가르고,대중과지식인사이의경계선을가르고있는이들이취하는태도다.천정환은1920년대부터“낭만적감상성의문학”,“미문취향”은극복해야할한계이며공격받아마땅한대상이었다고확인한다.(194)

어쩌면전혜린은제1기여류문인과제2기여류문인이겪은호기심과조롱과모욕적인숭배를모두경험한인물이라고볼수도있지않을까.특히한국에돌아온전혜린이급작스레자신의평범함과초라함을과장스럽게자문하게되었던과정에는재능에대한불안뿐아니라,박정희전대통령의표현을빌자면“불란서시집을읽는고운손”과(당시남성문인들이전혜린을묘사할때가장많이썼던단어인)“괴짜”에게호의적이지않은당시의상황도작용했을것이다.그녀는‘슈바빙의자유로운개인의위치’에서‘1960년대한국에서여성으로산다는현실’로급작스럽게내동댕이쳐진것이다.(196~197)

박정희전대통령은1963년『국가와혁명과나』를집필하며“전체국민의1%내외의저특권지배층의손”,그“보드라운손결”이“우리의적”이라고지목했다.그는왜부정부패를통해대부분의국민들을수탈하며계층의극단화를실현했던‘주적’의정체를분명히밝히지않고,식민지시기를급작스럽게끝낸다음큰혼란속에전쟁까지치르게된상황을이용하며자신들의기득권을지키는데급급했던이들의정체를밝히지않고,거기에느닷없이‘고운손으로불란서시집을읽는소녀’의형상을세우는가?스스로를변호할힘이없기때문에비난하기에가장손쉬운대상인문학소녀는노동하지않는자,피와땀과눈물을모르는자로순식간에변신한다.(209)

‘책읽는여자의흑역사’전혜린을다시읽다

“전혜린의수필들은비범함을열망했던평범한여성의평범한마음의풍경을보여준다.”고종석이『말들의풍경』에서전혜린에대해내렸던냉정한선고다.많은평자들은전혜린을‘문인’혹은‘작가’로부르기를저어했고,그녀는‘제대로된’작가라기보다철없는시절의열광,미성숙했던특정시기가지나면극복되어야할대상으로치부되기마련이었다.반면전혜린은여러세대에걸쳐수많은청춘들의정신적풍경을형성하는데에일조했던아이콘이기도했다.많은젊은이들,특히‘문학소녀’들은『그리고아무말도하지않았다』를읽으며문학적감수성의첫단계에입문했고,그녀가펼쳐보인뮌헨의생생한묘사속에서‘여기아닌다른어딘가’를꿈꾸었으며,문학과글속에서비로소현실세계에선찾지못했던자신의자리를발견했다.『문학소녀』는전혜린에열광했던이들의관점에서,그녀의글에몰두했던한때의기억에서출발해전혜린을재조명하려는시도다.
저자는전혜린이라는아주예외적인존재의등장을가능케했던시대적,사회적맥락을살피는동시에,너무나자주오해되거나표면적으로만읽혔던그녀의글을그러한맥락속에서다시읽어낸다.1950년대한국사회라는맥락에서전혜린의성장환경을객관적으로살핌으로써손쉽게‘미성숙함’으로치부되던서구교양에대한동경이당시교육받은여성에게어떤의미였는지밝힌다.또독일로유학을떠나서도출산과육아를감당하고같은유학생이었던남편을뒷바라지하며번역과집필노동으로생계를이어갔던개인사를조명하며당시여성지식인이겪어야만했던분열을짚어낸다.그리고한국어로쓰인기행문을살필때빼놓을수없는중요한저자로서전혜린,그리고남다른감식안을갖춘번역가이자출판기획자로서전혜린이라는존재를재조명하는데까지나아간다.전혜린이라는인물의한계를짚어내는동시에그녀에게매혹되었던많은이들의기억의의미를발굴하는균형잡힌시선은한시절을뒤흔들었던중요한사건으로서전혜린을바라보는새로운시각을제공한다.

사춘기의한복판을지나면서어릴때는아무불만없었던일상의많은부분이시시해졌고“여기가아니라면어디라도!”라는보들레르의시구를일기장에베껴쓰며다른시공간을공상하게되었다.‘나는당신들중일부가아니야.’라는의식은주변에대한은밀한우월감이기도,나는왜그들같지못한가라는초조한자괴감이기도했다.(15)

“1934년생인전혜린은일제에의해이식된근대문화와,제국주의의하위파트너였던식민지최상층엘리트가가진돈과문화자본에의해길러졌다.”다시말해전혜린이라는“새로운유형의인간-여성”이자“예외적존재”를가능하게했던존재는그녀의아버지전봉덕이었다.(22~23)

현재시점에서전혜린을비판적으로조롱하는시각,‘부잣집딸내미의교양있는-공주-코스프레’라는시각은어느정도시대적·공간적배경을고려하며교정되어야만한다.더정확히말하자면,돈/문화자본을구분하지않아야만그같은조롱이가능해지는것이다.(30)

“내가아주아주부자가되면살롱을열고싶다.19세기중엽의그것과같은것,언제나맛있는음식과음료와모든것을손님의쾌적을위해서설비해놓고,수많은방에맘대로가서자유스럽게앉게설비해놓고,크디큰수풀과노래하는분수가있는정원도해놓고,정신의귀족들,아름다운영혼(schoneSeele)들을전부모아서드나들게하고싶다.대화에의해서우리의식이잠드는것을방지함으로써완존(完存)에돌입할수있는것은중요한일이니까!”(34~35)

독일유학당시일기에서드러나는가난과노동과불안에대한토로를읽노라면,‘부잣집딸’이었던그녀가독일에선철저하게제3세계이방인이자가난한유학생으로서,동시에어린임산부로서남편뒷바라지에번역노동까지쉴새없이수행했던나날의낯선디테일이선명하게드러난다.그녀는독일유학당시며칠내내물만마시며허기를달랬다고처음경험하는‘진짜굶주림’의체험을토로했고,그럼에도불구하고남편과함께수익의절반이상을책사는데쓰면서“가난이우리에게는재미있었다.”고천진난만하게말했다.그러나임신하고난다음부터는그런정신적사치마저누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