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인문학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 반양장)

걷기의 인문학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 반양장)

$22.00
Description
걷기라는 행위가 인간에게 갖는 의미와 가능성!
‘맨스플레인(mansplain, man+explain)’의 발단이 되었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 리베카 솔닛 에세이의 정수를 만나보는 『걷기의 인문학』. 저자의 고유한 사유와 방법론의 출발점이자 종합판인 이 책에서 저자는 ‘걷기’라는 가장 보편적인 행위의 철학적이고 창조적이며 혁명적인 가능성을 탐색해나간다. 걷는 사람들과 그 모임, 걷는 장소들, 걷기의 형태와 종류, 걷는 일을 담은 문학과 예술, 그리고 걷는 신체의 구조와 진화,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 등 걷기의 거의 모든 요소와 측면을 총망라하여 ‘걷기’라는 행위에 대한 탐색의 여정을 인문학적 에세이로 완성해냈다.

걷기가 왜 인문학적 탐구의 주제가 되어야 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대단히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제시한다. 걷기는 생산 지향적인 문화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있는 행위이며, 그 자체가 수단이자 목표인 행위이다. 이것은 인문학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특성이다. 저자에 따르면 마음을 가장 잘 돌아보는 길은 걷는 것이고, 이 책은 걷기의 역사가 생각의 역사를 구체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인물, 정전, 사상, 사건 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고 통합적으로 재구성해간다. 걷기를 사유의 방법으로 택한 철학자와 작가를 통해 걷기와 사유 또는 육체와 정신의 관계, 순례로서의 걷기를 통한 걷기와 종교의 관계를 다루고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자연 속을 걷는 행위가 문화적 관습이자 취향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살펴본다. 또 익명성과 다양성을 지닌 20세기 도시에서의 걷기를 다루며 걷기가 축소되어가는 오늘날의 변화가 야기하는 위기가 무엇인지 탐구한다.
길거리, 고층건물, 곳곳의 카페나 술집, 상점들 사이를 활보하는 도시 산책자에게 도시는 미지와 가능성을 즐길 수 있는 곳인 동시에, 범죄, 가난, 위생 문제의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이처럼 불균형을 품고 있는 도시, 공적 공간을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경험하는 일은 도시가 주는 영감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공적 생활에 참여할 권리, 나아가 시민으로서의 삶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여성은 자유롭게 도시의 거리, 도시의 밤을 안전하고 자유롭게 누릴 수 없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여성의 공적 공간 진입 가능성을 중요하게 다룬다. 더불어 도시의 교외화와 러닝머신으로 축소된 운동 등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를 예로 들면서 일상에서 걷기를 점점 몰아내면서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를 짚는다. 걷기의 위기는 공적 공간의 위기이자 아날로그의 위기, 또 사변적 사유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이야기하며 시민들이 함께 걸어 나가는 거리가 민주주의의 가장 훌륭한 무대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걷기가 발신하는 정치적 의미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

리베카솔닛

저자리베카솔닛은예술평론과문화비평을비롯한다양한저술로주목받는작가이자역사가이며,1980년대부터환경·반핵·인권운동에열렬히동참한활동가이기도하다.국내에소개된작품으로『어둠속의희망』『이폐허를응시하라』『남자들은자꾸나를가르치려든다』『멀고도가까운』이있으며,『그림자의강』으로전미도서비평가상,래넌문학상,마크린턴역사상등을받았다.『멀고도가까운』으로2013년전미도서상후보에올랐고,2013년전미비평가협회상최종후보로도올랐다.2010년미국의대안잡지《유튼리더》가꼽은‘당신의세계를바꿀25인의사상가’가운데한명이기도하다.

목차

추천의말
한국의독자들에게

1부생각이걷는속도
1걸어서곶끝까지:서론
2정신의발걸음
3직립보행의시작:진화론의요지경
4은총을찾아가는오르막길:성지순례
5미로와캐딜락:상징으로걸어들어가다

2부정원에서자연으로
6정원을나가는길
7윌리엄워즈워스의두다리
8두발이감상에빠지면:보행문학
9역사가산으로간다:등산문학
10보행을위한모임들,통행을위한투쟁들

3부길거리에서
11혼자걷는도시
12플라뇌르,또는도시를걷는남자
13큰길의시민들:축제,행진,혁명
14도시의밤거리:여자들,성(性),공공장소

4부길이끝나는곳너머에서
15헬스장에가는시시포스,신도시에사는프시케
16보행예술
17라스베이거스,혹은두점간의최장거리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걸어가는인용문의서지사항

출판사 서평

루소,키르케고르,발터베냐민,마틴루서킹,
워즈워스남매,찰스디킨스,잭케루악,
제인오스틴,버지니아울프,조르주상드,실비아플래스,
벨벳혁명,5월광장어머니회,거리를되찾자축제…
걸으면서사유하고,걸으면서창조하고,걸으면서연대한
모든사람들의이야기


“솔닛의글쓰기를훔치고싶었다.현장에서길어올린용감한언어,오래들여다본자의통찰,성실함으로쌓아올린단단한지성,행간마다일몰처럼번지는수려한감성으로빚어낸글에나는매번압도당했다.『걷기의인문학』을읽고나니,그비결이조금은짐작된다.“몸을통해세계를인식하고세계를통해몸을인식”하는걷기가그동력이아니었을까싶다.오직몸으로밀고나가는,걷기라는곡진한행위는어떤사람을환경운동가로,철학자로,페미니스트로,예술가로,명상가로만들어줄수있음을이팽창하는텍스트는증명한다.그것을증명하면서솔닛은그모든존재가된다.”-은유(작가)

“이책을통해나는나에게누구도빼앗을수없는멋진무기가있음을깨닫는다.걸으면서생각하고,걸으면서나아닌다른것과의소통을꿈꾸는나,걸으면서새로운아이디어를얻고,걸음으로써걷기전과는분명달라진나.리베카솔닛은이책을통해눈부시게증언한다.더많이,더오래,더깊이생각하며걸을때마다조금씩다른존재가되어가는인간의힘을.”-정여울(문학평론가)

“리베카솔닛이말하는걷기란이세계를좀더높고,먼곳으로보내는일,즉‘진보(進步)’를뜻한다.세계도처에서사람들은인종과남녀의차별을메우기위해걷고있다.걷기의역사를말하는리베카솔닛의목소리에서희망의역사를듣는까닭이여기에있다.”-김연수(소설가)

세계적지성리베카솔닛이한국독자들에게보내온경의와연대의편지

지난해한국인들이부정한정권에맞서뭉치는모습은감동적이고경이로웠습니다.하지만지구반대편에서우리의역사를알고있는사람들은놀라지않았습니다.공적공간으로걸어나오는비무장시민들이엄청난힘이라는것,때로자치의힘이기도하고때로압제정권,불량정권을막아내는힘이기도하다는것은이책의주제중하나입니다.[……]민주주의란종종일종의경험입니다.공적공간에서육체적으로한데모이는경험,눈으로확인하는경험,뒤로물러서지않는경험,목표에도달할때까지걸어가는경험입니다.사람이사는세상에서가장위대하고가장아름다운힘의경험입니다.정의와자유를지키고자하는시민들의힘이반세계화운동에서최근사건들에이르기까지여러가지방식으로펼쳐지는나라에서이책이출간된다는사실을저자로서영광스럽게생각합니다.-리베카솔닛,「한국의독자들에게」

‘맨스플레인’의작가이자2010년《유튼리터》가꼽은‘당신의세계를바꿀25인의사상가’인리베카솔닛.솔닛의글은한국독자들에게서도깊은공감과지지를받고있다.각각2015년과2016년한국에서출간된『남자들은자꾸나를가르치려든다』와『멀고도가까운』은다수의매체가선정한올해의책에이름을올렸다.리베카솔닛을가장유명하게만든『남자들은자꾸나를가르치려든다』외에도,이미국내에활동가로서의면모가부각된『이폐허를응시하라』,『어둠속의희망』,에세이스트로서의면모가부각된『멀고도가까운』등의책으로알려져있지만,이책은솔닛의고유한사유와방법론의출발점이자종합판으로서더특별하다.여러작가들과독자들이오랫동안이책의출간을기다려온이유이기도하다.
이책을더특별하게만들어주는것은리베카솔닛이한국독자들에게보내온경의와공감과연대의편지(저자가이례적으로보내온한국어판서문)다.지난2016년가을부터2017년봄까지수백만명의시민들이광장에서이루어낸민주주의의성취를인상깊게지켜본솔닛은,펴낸지20년이가까운세월이흐른『걷기의인문학』이여전히유효한이유를하나더발견했다고전한다.이책의주요주제이기도한‘공적공간으로걸어나오는비무장시민들의힘’이그것이다.‘가장위대하고아름다운힘의경험’을아름답고명료한언어로되살린한국어판서문을통해저자는한국의시민들에게다시금뭉클한감동을전한다.

깊은사유와매혹적인글쓰기,리베카솔닛에세이의정수
역사,철학,정치,문학,예술비평을아우르는인문학적에세이의전범


리베카솔닛의책을또다른기준으로분류하자면두종류로나뉜다.여러편의짧은시의적에세이들을묶어서낸책과처음부터끝까지한호흡으로써내려간에세이.그리고이책은후자중에서도가장밀도높게한가지주제에천착한책이다.
솔닛은역사,철학,정치,문학,예술비평등인문학의전통적인방법론을유려하게엮어내는한편,개인적경험을녹여내보다풍부한여정을만들어낸다.작가는이책을텍스트연구와고증뿐아니라,두다리로직접걸어다니고경험하며써내려갔다.걷는사람들과그모임,걷는장소들,걷기의형태와종류,걷는일을담은문학과예술,그리고걷는신체의구조와진화,자유롭게걸을수있는사회적조건등걷기의거의모든요소와측면을총망라하여궁극적으로걷기라는행위가인간에게갖는의미와가능성을이야기하는이책은요컨대인문학적에세이의전범이다.
『걷기의인문학』이다루고있는수많은역사에기록된인물,정전(正傳),사상,사건등은저자에의해충분히소화된후,통합적인의미로해석되고재구성된다.우리는이책을통해정신vs.육체,사적인것vs.공적인것,도시vs.시골,개인vs.집단같은전통적인철학적모티프에대해솔닛식으로소화된,소수자의관점과목소리를배제하지않는,전혀새로운답안을얻을수있다.

걷기의역사와걷기의위기

■걷기의의미:걷기가왜인문학적탐구의주제가되어야하는지솔닛은대단히설득력있는근거들을제시한다.걷기는생산지향적인문화와는애초부터거리가있는행위이며,그자체가수단이자목표인행위이다.이것은인문학에도똑같이적용되는특성이다.솔닛에따르면마음을가장잘돌아보는길은걷는것이다.이책전체는“걷기의역사가생각의역사를구체화한것”이라는사실을입증하는과정이라할수있다.

“완전히새로운전망을발견하는것은큰행복인데,지금도나는이행복을언제라도맛볼수있다.”(19쪽)

생산지향적문화에서는대개생각하는일을아무일도안하는것으로간주하는데,아무일도안하기란쉽지않다.아무일도안할수있는제일좋은방법은무슨일을하는척하는것이고,아무일도안하는것에가장가까운일은걷는것이다.인간의의도적행위중에육체의무의지적리듬(숨을쉬는것,심장이뛰는것)에가장가까운것이보행이다.보행은일하는것과일하지않는것,그저존재하는것과뭔가를해내는것사이의미묘한균형이다.생각과경험과도착이외에는아무것도생산하지않는육체노동이라고할까.(20쪽)

보행은수단인동시에목적이며,여행인동시에목적지다.(22쪽)

내가걷기를좋아하는것은느리기때문이다.마음도두발과비슷한속도(시속5킬로미터이하)가아닐까하는것이내생각이다.그생각이맞다면,현대인의삶이움직이는속도는생각의속도,생각이움직이는속도보다빠르다.(28쪽)

한장소를파악한다는것은그장소에기억과연상이라는보이지않는씨앗을심는것이나마찬가지다.그장소로돌아가면그씨앗의열매가기다리고있다.새로운장소는새로운생각,새로운가능성이다.세상을두루살피는일은마음을두루살피는가장좋은방법이다.세상을두루살피려면걸어다녀야하듯,마음을두루살피려면걸어다녀야한다.(32쪽)

■걷기와철학자들:걷기와사유의밀접한관계를설명하기위해통상은그리스철학자들을호출하지만솔닛은이것이루소를비롯한동시대인들의세팅이었음을지적한다.그리스인들이많이걸은것은사실이고,소요학파와스토아학파의이름이걷기와관련되어있다는것은사실이지만,본격적으로철학적사유를걷기와연결시킨효시는루소다.솔닛은루소와키르케고르의독특하고힘있는사유,‘잡종철학자,철학적작가’로불리는루소와키르케고르의특성이,걸으면서사유하고구성한저작들때문임을강조한다.

보행의역사는인간의역사보다도길다.하지만보행을단순히수단으로보는대신모종의의식적문화행위로본다면,보행의역사는불과몇세기전에유럽에서시작되었다고할수있다.그리고그기원에루소가있다.그역사는18세기다양한사람들의발로만들어졌지만,그중에서도좀더학예적인사람들은보행의기원을고대그리스에서찾음으로써보행의위대한전통을만들고자했다.그리스의습속들을기쁜마음으로숭배하고왜곡하던시대였다.(33쪽)

루소의글이철학적보행을다루는문헌의효시라면,그것은루소가자기의사색이어떤정황속에행해지는지를상세히기록할가치가있다고생각한최초의저술가중한명이기때문이다.루소가과격파였다면,루소의가장과격한행동은(보행,고독,자연등을기반으로조성되는)개인적,사적경험의가치를재평가한일이었다.(45쪽)

“그정도로사색하고그정도로존재하고그정도로경험하고그정도로나다워지는때는혼자서걸어서여행할때밖에없었던것같다.두발로걷는일은내머리에활기와활력을불어넣어준다.한곳에머물러있으면머리가제대로돌아가지않는다고할까,몸이움직여야마음도움직인다고할까.시골풍경,계속이어지는기분좋은전망,신선한공기,왕성한식욕,걷는덕에좋아지는건강,선술집의허물없는분위기,내예속된상태와열악한상황을생각하게하는것들의부재.바로이런모든것이내영혼을속박에서풀어주고,사유에더많은용기를불어넣어주고,나를존재들의광활한바다에빠지게해준다.그덕분에나는그존재들을아무불편함이나두려움없이마음껏결합하고선택하고이용할수있다.”(41쪽)

논문같은엄격한형식,또는전기문이나역사서같은연대기적형식과는달리,여행기는탈선과연상을장려한다.루소가세상을떠나고거의한세기반후,마음의작동방식을그려내고자한제임스조이스와버지니아울프는의식의흐름이라는문체를발전시킨다.조이스의소설『율리시스』와울프의소설『댈러웨이부인』에서주인공들의머릿속에뒤죽박죽뭉쳐있는생각들,기억들은그들이길을걸을때가장잘풀려나온다.바꾸어말하면,보행이라는비분석적,즉흥적행위와가장잘어울리는사유는이런비체계적,연상적유형의사유다.루소의『고독한산책자의몽상』은바로사유와보행의이러한관계를그려보여주는최초의그림중하나다.(44쪽)

■진화론적관점,걷기의과학:걷기를둘러싼고인류학의논의를통해진화과정에서직립보행이인간의육체와사회형성에끼친영향을살펴보고,진화사에스며있던백인중심,가부장제이데올로기가반박되어온내용을다룬다.

필트다운인에환호했던영국전문가들은타웅아이(TaungChild)라는이름의그어린아이가인류의조상이라는데의혹을품었다.그시대의과학자들은자신의조상이아프리카인이라는것도싫었고,뇌는작으면서두다리로서서걸어다닌때가있다는증거,즉우리가머리가좋아진게진화의초기가아니라후기였으리라는증거를받아들이기도싫었던것이다.(65쪽)

요즘논의에서직립보행은진화하는종이다른영장류들과완전히구분되는인류가되기위해건넌루비콘강이다.우리는직립보행으로수많은근사한결과를얻었다.몸에고딕건축과도같은아치들이생겨났고몸전체가위아래로길어졌다.밑에서부터올라가자면,발가락이한방향을향하면서발바닥안쪽에아치가생겼다.두다리가길게뻗으면서대둔근이볼록하게발달했다.배는납작해지고허리는유연해지고등뼈는곧게펴지고,두어깨는낮아지고목은길어지고머리는똑바로들렸다.똑바로서있는몸을보면,마치기둥처럼각부분이절묘한균형을이룬다.(66쪽)

인간진화관련문헌에는여자가보행에더서툴다는믿음이널리퍼져있다.여자때문에인간이라는종전체에치명적저주가내려졌다느니,진화과정에서여자는남자의조력자에불과했다느니,보행은사유에관련돼있으니여자는사유가부족할수밖에없다느니하는믿음은창세기가남긴또하나의유물인듯하다.인간이보행을배우면서안가봤던곳에가볼자유,안해봤던일을해볼자유,사유의자유를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