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인문학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 반양장)

걷기의 인문학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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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기라는 행위가 인간에게 갖는 의미와 가능성!
‘맨스플레인(mansplain, man+explain)’의 발단이 되었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 리베카 솔닛 에세이의 정수를 만나보는 『걷기의 인문학』. 저자의 고유한 사유와 방법론의 출발점이자 종합판인 이 책에서 저자는 ‘걷기’라는 가장 보편적인 행위의 철학적이고 창조적이며 혁명적인 가능성을 탐색해나간다. 걷는 사람들과 그 모임, 걷는 장소들, 걷기의 형태와 종류, 걷는 일을 담은 문학과 예술, 그리고 걷는 신체의 구조와 진화,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 등 걷기의 거의 모든 요소와 측면을 총망라하여 ‘걷기’라는 행위에 대한 탐색의 여정을 인문학적 에세이로 완성해냈다.

걷기가 왜 인문학적 탐구의 주제가 되어야 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대단히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제시한다. 걷기는 생산 지향적인 문화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있는 행위이며, 그 자체가 수단이자 목표인 행위이다. 이것은 인문학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특성이다. 저자에 따르면 마음을 가장 잘 돌아보는 길은 걷는 것이고, 이 책은 걷기의 역사가 생각의 역사를 구체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인물, 정전, 사상, 사건 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고 통합적으로 재구성해간다. 걷기를 사유의 방법으로 택한 철학자와 작가를 통해 걷기와 사유 또는 육체와 정신의 관계, 순례로서의 걷기를 통한 걷기와 종교의 관계를 다루고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자연 속을 걷는 행위가 문화적 관습이자 취향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살펴본다. 또 익명성과 다양성을 지닌 20세기 도시에서의 걷기를 다루며 걷기가 축소되어가는 오늘날의 변화가 야기하는 위기가 무엇인지 탐구한다.
길거리, 고층건물, 곳곳의 카페나 술집, 상점들 사이를 활보하는 도시 산책자에게 도시는 미지와 가능성을 즐길 수 있는 곳인 동시에, 범죄, 가난, 위생 문제의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이처럼 불균형을 품고 있는 도시, 공적 공간을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경험하는 일은 도시가 주는 영감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공적 생활에 참여할 권리, 나아가 시민으로서의 삶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여성은 자유롭게 도시의 거리, 도시의 밤을 안전하고 자유롭게 누릴 수 없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여성의 공적 공간 진입 가능성을 중요하게 다룬다. 더불어 도시의 교외화와 러닝머신으로 축소된 운동 등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를 예로 들면서 일상에서 걷기를 점점 몰아내면서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를 짚는다. 걷기의 위기는 공적 공간의 위기이자 아날로그의 위기, 또 사변적 사유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이야기하며 시민들이 함께 걸어 나가는 거리가 민주주의의 가장 훌륭한 무대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걷기가 발신하는 정치적 의미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

리베카 솔닛

저자 리베카 솔닛은 예술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1980년대부터 환경·반핵·인권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 『어둠 속의 희망』 『이 폐허를 응시하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멀고도 가까운』이 있으며, 『그림자의 강』으로 전미도서비평가상, 래넌문학상, 마크린턴역사상 등을 받았다. 『멀고도 가까운』으로 2013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고, 2013년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로도 올랐다. 2010년 미국의 대안잡지 《유튼리더》가 꼽은 ‘당신의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목차

추천의 말
한국의 독자들에게

1부 생각이 걷는 속도
1 걸어서 곶 끝까지: 서론
2 정신의 발걸음
3 직립보행의 시작: 진화론의 요지경
4 은총을 찾아가는 오르막길: 성지순례
5 미로와 캐딜락: 상징으로 걸어 들어가다

2부 정원에서 자연으로
6 정원을 나가는 길
7 윌리엄 워즈워스의 두 다리
8 두 발이 감상에 빠지면: 보행 문학
9 역사가 산으로 간다: 등산 문학
10 보행을 위한 모임들, 통행을 위한 투쟁들

3부 길거리에서
11 혼자 걷는 도시
12 플라뇌르, 또는 도시를 걷는 남자
13 큰길의 시민들: 축제, 행진, 혁명
14 도시의 밤거리: 여자들, 성(性), 공공장소

4부 길이 끝나는 곳 너머에서
15 헬스장에 가는 시시포스, 신도시에 사는 프시케
16 보행 예술
17 라스베이거스, 혹은 두 점 간의 최장 거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
걸어가는 인용문의 서지 사항

출판사 서평

루소, 키르케고르, 발터 베냐민, 마틴 루서 킹,
워즈워스 남매, 찰스 디킨스, 잭 케루악,
제인 오스틴, 버지니아 울프, 조르주 상드, 실비아 플래스,
벨벳 혁명, 5월 광장 어머니회, 거리를 되찾자 축제…
걸으면서 사유하고, 걸으면서 창조하고, 걸으면서 연대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솔닛의 글쓰기를 훔치고 싶었다. 현장에서 길어 올린 용감한 언어, 오래 들여다본 자의 통찰, 성실함으로 쌓아올린 단단한 지성, 행간마다 일몰처럼 번지는 수려한 감성으로 빚어낸 글에 나는 매번 압도당했다. 『걷기의 인문학』을 읽고 나니, 그 비결이 조금은 짐작된다. “몸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고 세계를 통해 몸을 인식”하는 걷기가 그 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직 몸으로 밀고 나가는, 걷기라는 곡진한 행위는 어떤 사람을 환경운동가로, 철학자로, 페미니스트로, 예술가로, 명상가로 만들어줄 수 있음을 이 팽창하는 텍스트는 증명한다. 그것을 증명하면서 솔닛은 그 모든 존재가 된다.” -은유(작가)

“이 책을 통해 나는 나에게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멋진 무기가 있음을 깨닫는다. 걸으면서 생각하고, 걸으면서 나 아닌 다른 것과의 소통을 꿈꾸는 나, 걸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걸음으로써 걷기 전과는 분명 달라진 나. 리베카 솔닛은 이 책을 통해 눈부시게 증언한다. 더 많이, 더 오래, 더 깊이 생각하며 걸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 인간의 힘을.” -정여울(문학평론가)

“리베카 솔닛이 말하는 걷기란 이 세계를 좀 더 높고, 먼 곳으로 보내는 일, 즉 ‘진보(進步)’를 뜻한다. 세계 도처에서 사람들은 인종과 남녀의 차별을 메우기 위해 걷고 있다. 걷기의 역사를 말하는 리베카 솔닛의 목소리에서 희망의 역사를 듣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연수(소설가)

세계적 지성 리베카 솔닛이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온 경의와 연대의 편지

지난해 한국인들이 부정한 정권에 맞서 뭉치는 모습은 감동적이고 경이로웠습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습니다. 공적 공간으로 걸어 나오는 비무장 시민들이 엄청난 힘이라는 것, 때로 자치의 힘이기도 하고 때로 압제 정권, 불량 정권을 막아내는 힘이기도 하다는 것은 이 책의 주제 중 하나입니다. [……] 민주주의란 종종 일종의 경험입니다. 공적 공간에서 육체적으로 한데 모이는 경험,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경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걸어가는 경험입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아름다운 힘의 경험입니다. 정의와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힘이 반세계화 운동에서 최근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펼쳐지는 나라에서 이 책이 출간된다는 사실을 저자로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리베카 솔닛, 「한국의 독자들에게」

‘맨스플레인’의 작가이자 2010년 《유튼리터》가 꼽은 ‘당신의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인 리베카 솔닛. 솔닛의 글은 한국 독자들에게서도 깊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각각 2015년과 2016년 한국에서 출간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와 『멀고도 가까운』은 다수의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렸다. 리베카 솔닛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외에도, 이미 국내에 활동가로서의 면모가 부각된 『이 폐허를 응시하라』, 『어둠 속의 희망』, 에세이스트로서의 면모가 부각된 『멀고도 가까운』등의 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은 솔닛의 고유한 사유와 방법론의 출발점이자 종합판으로서 더 특별하다. 여러 작가들과 독자들이 오랫동안 이 책의 출간을 기다려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리베카 솔닛이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온 경의와 공감과 연대의 편지(저자가 이례적으로 보내온 한국어판 서문)다. 지난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광장에서 이루어낸 민주주의의 성취를 인상 깊게 지켜본 솔닛은, 펴낸 지 2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흐른 『걷기의 인문학』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를 하나 더 발견했다고 전한다. 이 책의 주요 주제이기도 한 ‘공적 공간으로 걸어 나오는 비무장 시민들의 힘’이 그것이다.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힘의 경험’을 아름답고 명료한 언어로 되살린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저자는 한국의 시민들에게 다시금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깊은 사유와 매혹적인 글쓰기, 리베카 솔닛 에세이의 정수
역사, 철학, 정치, 문학, 예술비평을 아우르는 인문학적 에세이의 전범


리베카 솔닛의 책을 또 다른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두 종류로 나뉜다. 여러 편의 짧은 시의적 에세이들을 묶어서 낸 책과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써내려간 에세이. 그리고 이 책은 후자 중에서도 가장 밀도 높게 한 가지 주제에 천착한 책이다.
솔닛은 역사, 철학, 정치, 문학, 예술비평 등 인문학의 전통적인 방법론을 유려하게 엮어내는 한편, 개인적 경험을 녹여내 보다 풍부한 여정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 책을 텍스트 연구와 고증뿐 아니라, 두 다리로 직접 걸어 다니고 경험하며 써 내려갔다. 걷는 사람들과 그 모임, 걷는 장소들, 걷기의 형태와 종류, 걷는 일을 담은 문학과 예술, 그리고 걷는 신체의 구조와 진화,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 등 걷기의 거의 모든 요소와 측면을 총망라하여 궁극적으로 걷기라는 행위가 인간에게 갖는 의미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요컨대 인문학적 에세이의 전범이다.
『걷기의 인문학』이 다루고 있는 수많은 역사에 기록된 인물, 정전(正傳), 사상, 사건 등은 저자에 의해 충분히 소화된 후, 통합적인 의미로 해석되고 재구성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정신 vs. 육체, 사적인 것 vs. 공적인 것, 도시 vs. 시골, 개인 vs. 집단 같은 전통적인 철학적 모티프에 대해 솔닛 식으로 소화된, 소수자의 관점과 목소리를 배제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답안을 얻을 수 있다.

걷기의 역사와 걷기의 위기

■ 걷기의 의미: 걷기가 왜 인문학적 탐구의 주제가 되어야 하는지 솔닛은 대단히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제시한다. 걷기는 생산 지향적인 문화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있는 행위이며, 그 자체가 수단이자 목표인 행위이다. 이것은 인문학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특성이다. 솔닛에 따르면 마음을 가장 잘 돌아보는 길은 걷는 것이다. 이 책 전체는 “걷기의 역사가 생각의 역사를 구체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전망을 발견하는 것은 큰 행복인데, 지금도 나는 이 행복을 언제라도 맛볼 수 있다.”(19쪽)

생산 지향적 문화에서는 대개 생각하는 일을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데, 아무 일도 안 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 일도 안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무슨 일을 하는 척하는 것이고,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에 가장 가까운 일은 걷는 것이다. 인간의 의도적 행위 중에 육체의 무의지적 리듬(숨을 쉬는 것, 심장이 뛰는 것)에 가장 가까운 것이 보행이다. 보행은 일하는 것과 일하지 않는 것, 그저 존재하는 것과 뭔가를 해내는 것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다. 생각과 경험과 도착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육체노동이라고 할까.(20쪽)

보행은 수단인 동시에 목적이며, 여행인 동시에 목적지다.(22쪽)

내가 걷기를 좋아하는 것은 느리기 때문이다. 마음도 두 발과 비슷한 속도(시속 5킬로미터 이하)가 아닐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생각이 맞다면, 현대인의 삶이 움직이는 속도는 생각의 속도, 생각이 움직이는 속도보다 빠르다.(28쪽)

한 장소를 파악한다는 것은 그 장소에 기억과 연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씨앗을 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장소로 돌아가면 그 씨앗의 열매가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장소는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이다. 세상을 두루 살피는 일은 마음을 두루 살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세상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 다녀야 하듯, 마음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 다녀야 한다.(32쪽)

■ 걷기와 철학자들: 걷기와 사유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통상은 그리스 철학자들을 호출하지만 솔닛은 이것이 루소를 비롯한 동시대인들의 세팅이었음을 지적한다. 그리스인들이 많이 걸은 것은 사실이고, 소요학파와 스토아학파의 이름이 걷기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으로 철학적 사유를 걷기와 연결시킨 효시는 루소다. 솔닛은 루소와 키르케고르의 독특하고 힘있는 사유, ‘잡종 철학자, 철학적 작가’로 불리는 루소와 키르케고르의 특성이, 걸으면서 사유하고 구성한 저작들 때문임을 강조한다.

보행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보다도 길다. 하지만 보행을 단순히 수단으로 보는 대신 모종의 의식적 문화 행위로 본다면, 보행의 역사는 불과 몇 세기 전에 유럽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원에 루소가 있다. 그 역사는 18세기 다양한 사람들의 발로 만들어졌지만, 그중에서도 좀 더 학예적인 사람들은 보행의 기원을 고대 그리스에서 찾음으로써 보행의 위대한 전통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스의 습속들을 기쁜 마음으로 숭배하고 왜곡하던 시대였다.(33쪽)

루소의 글이 철학적 보행을 다루는 문헌의 효시라면, 그것은 루소가 자기의 사색이 어떤 정황 속에 행해지는지를 상세히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최초의 저술가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루소가 과격파였다면, 루소의 가장 과격한 행동은 (보행, 고독, 자연 등을 기반으로 조성되는) 개인적, 사적 경험의 가치를 재평가한 일이었다.(45쪽)

“그 정도로 사색하고 그 정도로 존재하고 그정도로 경험하고 그 정도로 나다워지는 때는 혼자서 걸어서 여행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다. 두 발로 걷는 일은 내 머리에 활기와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한곳에 머물러 있으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할까, 몸이 움직여야 마음도 움직인다고 할까. 시골 풍경, 계속 이어지는 기분 좋은 전망, 신선한 공기, 왕성한 식욕, 걷는 덕에 좋아지는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