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이름 (달팽이 박사의 생명 찬가)

생명의 이름 (달팽이 박사의 생명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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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호기심은 동심이요, 동심은 시심이며, 시심은 과학심이다. 시인 김춘수가 「꽃」에서 노래했다시피,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하나의 몸짓을 꽃으로 피워 내는 일이다. 과학에서 이는 앎의 지평을 확장하고, 그렇게 확장된 앎을 도움닫기 삼아서 미지의 세계로 도약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심은 과학심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십분 이해된다. 우리의 선조들이 자연에서 찾은 삶의 지혜는 우리말에 아로새겨져 있고, 우리말은 대대로 전수되어 우리의 지식과 문화 모두를 축적하고 있다. 『생명의 이름』은 이와 같은 장구한 지혜의 종착지이며, 동시에 다시 우리가 이루어 나갈 새로운 과학의 출발지라 할 수 있다.
저자

권오길

대중과학의친절한전파자로신문과방송에서활약하고있는‘달팽이박사’이자,우리고유어(토박이말)를많이쓴다고하여‘과학계의김유정’이라불리는생물학자다.1940년경남산청에서태어나진주고,서울대생물학과및동대학원을졸업하고,수도여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교사를거쳐강원대생물학과교수로재직했다.현재는강원대명예교수로있으면서재미있는과학이야기를꾸준하게쓰고있다.1994년부터〈강원일보〉에‘생물이야기’를비롯해2009년부터〈교수신문〉에,2011년부터〈월간중앙〉에칼럼을연재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1994년『꿈꾸는달팽이』를시작으로『생물의죽살이』『개눈과틀니』『손에잡히는과학교과서동물』『흙에도뭇생명이…』『산들에도뭇생명이…』를비롯해‘우리말에깃든생물이야기’시리즈인『달팽이더듬이위에서티격태격,와우각상쟁』『소라는까먹어도한바구니안까먹어도한바구니』『고슴도치도제새끼는함함하다한다지?』『명태가노가리를까니,북어냐동태냐』『소나무가무성하니잣나무도어우렁더우렁』『눈내리면대구요,비내리면청어란다』자연과인문을버무린『과학비빔밥』(전3권)등50여권이있다.2000년강원도문화상(학술상),2002년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저작상,2003년대한민국과학문화상,2016년동곡상(교육학술부문)등을수상했다.

목차

머리말5

1부
넓은벌동쪽끝
벼이삭익을수록고개를숙이니·15|감자의뜨거운생명력·18
돼지감자가세상을바꾼다·21|천연방부제고추·24
누가호박꽃을못났다했던가·28|선인장,적응의도사·31
민들레의꽃말은?·36|겨울을견디고피어나는목련·40
식물의짝찾기에도질서는있는법·43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46
달팽이의느림을본받으리라·50|귀뚜라미의세레나데·53
인생사새옹지마·56|그령처럼억세게·59
나비의날갯짓으로토네이도를?·62|짧고굵게,초파리의한살이·65
낙타가무슨죄랴·68|뿌린대로거두리라·71

2부
옛이야기지줄대는실개천
물총새천세만세!·77|애지중지알짜배기부평초신세?·82
연,군자와자비의꽃·86|강물로이끄는연가시의꾀·89
나그네쥐가집단자살한다고?·94|잠자리의결혼비행·98
빛으로말하는벌레·101

3부
파아란하늘빛이그립어
소나무,인간과의깊은인연·107|나모도아닌거시플도아닌거시·110
키위의원조여기있소이다·113|고소한강냉이먹어볼까·116
손을펴면단풍잎이라·122|은행나무,살아있는화석·125
나무의죽살이,타감작용·130|나무의겨울채비·133
겨울을겨우겨우,겨우살이·136|식물들의겨울나기·140
동물들의겨울나기·143|겨울견딘푸나무,봄을맞나니·146
우듬지까지오르는물의이치·149
뿌리깊은나무는토양세균과함께살지어다·152
뻐꾸기가둥지를틀었다고?·155|밤눈밝은올빼미·158
펄펄나는꾀꼬리암수가정다운데·161|누가참나무가지를꺾었을까·166
귀공자매미의사랑노래·169|의태,속고속이는자연의세계·172
만수산드렁칡이얽혀진들어떠하리·176|우음성유,사음성독이라·179

4부
전설바다에춤추는밤물결
꽃게하면해병대다!·187|다리야날살려라·191
왜고등어두마리를한손이라부를까?·194|생침도는꽁치·198
간,살코기,껍질까지주는상어야,너참고맙다!·203
왜넙치의눈은왼쪽으로몰릴까·208|전어의깊은속셈·211
해로동혈따라백년해로하리라!·215|멍게맛은여름이으뜸·220
산후조리미역국의터줏대감,홍합·225

5부
까마귀우지짖고지나가는지붕
굳세어라참새야!·233|희소식의새,까치·238
닭이알을품듯하라니?·243|정신일도(精神一到)달걀세우기·247
초피나무,남도의맛·249|버릴것하나없는감·255
살살이꽃의추억·258|늙는길가시로막고,오는백발막대로치려드니·261
144킬로미터적혈구의여행·265|백혈구,하해와같은은혜·269
실로위대한난자로세!·272|초속1~3밀리미터,정자의헤엄솜씨·275
5억중에1등,천우신조라·278|피는못속인다더니·281
우리몸에새겨진김치DNA·285
어머니의미토콘드리아,이내몸에있나이다·288
배꼽이야기·291

맺음말297
찾아보기300

출판사 서평

달팽이박사,『생명교향곡』의선율을잇다
향수어린자연에서들려온만물의노래

이름은지칭하는이와지칭되는이를강하게연결하는가교였다.출간14개월만에50만부이상판매되며베스트셀러에오른『82년생김지영』이좋은예다.『82년생김지영』의저자조남주는대법원의통계자료에서1970년대말과1980년대초사이에가장많이등록된여아의이름으로제시되어있는‘김지영’을주인공에게붙였다고밝힌바있다.이이름을책제목에내세움으로써『82년생김지영』은우리사회의여성모두를호명하고,한국사회에서차별과억압을보편적으로겪는여성모두를연결해하나의정체성을구성해낼수있었다.
생물학계에서이름의중요성을인식한이는18세기스웨덴의식물학자칼폰린네였다.그는각각속과종을나타내는두라틴어단어로된학명을생물에부여하는‘이명법’을창시해현대적생물분류학의정초를놓았다.즉이름은단지대상을지칭할뿐만아니라과학지식을공유하고체계화하는수단이기도했던것이다.그러나학명은우리의일상생활과는크게동떨어져있을뿐더러,일반명조차잘못알려진경우가허다하다.
그단적인사례를우리는지난2017년10월한외래종개미를통해목격했다.부산항에서발견된이개미를정부당국과언론이처음에‘붉은독개미’로호명함으로써,그독성에관해과장된정보들이유통되었고공포가조성되었던것이다.당시에학계에서는분류에맞게‘붉은열마디개미’를제안했으나,정부회의를통해최종적으로채택된이름은분류학적으로적절하지않은‘붉은불개미’였다.이사례는우리에게정확한과학지식을반영하고있는정확한이름의필요성을우리에게증명했다.
이번에㈜사이언스북스에서출간하는『생명의이름』은이처럼저마다의이름과사연을간직한채우리의산천을가득채우고있으면서,인간과함께이땅에서살아온생물들의이야기를묶어맺은결실이다.저자권오길강원대학교생물학과명예교수가《조선일보》토일섹션「Why」와《월간중앙》에연재한원고를한권으로엮었다.저자는수도여자중·고등학교와경기고등학교,서울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25년간교편을잡으면서대중과눈높이를맞추어소통해왔다.이러한그의이력은『꿈꾸는달팽이』와『생명교향곡』을비롯한50여편의저작활동과방송활동,강연으로이어졌으며,그공로를인정받아강원도문화상(2000년),한국간행물윤리상저작상(2002년),대한민국과학문화상(2003년),동곡상(2016년)등을수상했다.한편“고추나무앞에퍼질러앉아고추안에든씨앗을헤아리는”저자의모습에서,초동목수시절부터품어온호기심을여전히잃지않고수십년간달팽이등의연체동물탐구에매진해온야외생물학자,‘달팽이박사’로서의일생을읽을수있다.
전작『생명교향곡』이봄,여름,가을,겨울을따라펼쳐지는생물들의생태이야기를그려냈다면,『생명의이름』은생명과우리의사이를잇는이름에주목했다.제철보다이르게설익은채로떨어지고만‘도사리’,매미가탈바꿈한자리에남기고떠난‘선퇴’,겨울에도푸르게겨우겨우살아가는‘겨우살이’처럼,우리의말이낱낱이새겨놓은검질긴생명의이름들은이책에기록됨으로써다시금언어로서의생명력을회복했다.그렇다면이책은생물들에대한기록인동시에그생물들을탐구한우리말자체를아울러파고든한노학자의아름다운수필이라할수있다.

여태몰랐던것을아는순간에느끼는
삶의깊은희열

이책은정지용의시「향수」를따라우리의산과들,바다를소요하며생물들을만나는다섯부로구성되어있다.먼저1부「넓은벌동쪽끝」은우리의들녘에서찾아볼수있는작물과들짐승,들꽃들의이야기를다룬다.하늘에는해바라기꽃을달고,땅에는감자를달고있는것이사뭇엉뚱하다해서‘뚱딴지’라불린돼지감자,‘신선의손바닥’이라는이름을지니고우리나라제주도에자생해온선인장의이야기가이곳에수록되어있다.2부「옛이야기지줄대는실개천」에는우리의강을수놓으며제각기생명력을뽐내는개구리밥과연가시,반딧불이등에관한이야기가있다.물총새의영어이름‘commonkingfisher’에는‘고기잡는귀신’이라는뜻이담겨있으며,잠자리를뜻하는다른말로‘청령’이나‘청낭자’라는우리말이있다는사실을알게된다.
3부「파아란하늘빛이그립어」는하늘로높게뻗어올라간나무들과산짐승들의이야기를다룬다.‘어미를죽이면서태어난다.’라는의미에서‘살모사’라는이름을갖게된뱀의억울한사연과,「황조가」에등장해우리의역사속한장면을함께한꾀꼬리의이야기를들어본다.4부「전설바다에춤추는밤물결」은너른바다를자유롭게활보하는바다생물들의이야기가펼쳐진다.『아언각비』와『전어지』와같은문헌에서유래를찾아볼수있는물고기들의이름은,우리말이오랜시간을거쳐만들어진산물이라는점을짐작하게한다.5부「까마귀우지짖고지나가는지붕」은스스로를자연의일부라여기며자연과공생해온우리의정겨운터전을들여다본다.‘까치밥’으로남겨둔감에서선조들의아름다운덕행을,우리몸의한가운데에자리한배꼽에서다른생명들과닮아있음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