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 (재건축 열풍에서 아파트 민주주의까지, 인류학자의 아파트 탐사기 | Paperback)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 (재건축 열풍에서 아파트 민주주의까지, 인류학자의 아파트 탐사기 | Paperback)

$18.00
Description
아파트 단지에서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고 어떻게 관계 맺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한국 대도시의 지배적인 주거양식인 아파트 단지, 그중에서도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브랜드 아파트 단지에 관한 인류학 연구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 인류학자 정헌목은 수도권의 한 브랜드 아파트 단지에서 2년여의 시간을 보내며 아파트 단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로 직접 걸어 들어가 그 속내를 낱낱이 들여다보고 현장연구를 수행했다. 장기간에 걸친 꼼꼼하고 치밀한 관찰과 기록을 통해 수도권 브랜드 아파트 단지라는 공간에서의 삶의 양식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책의 무대인 ‘성일 노블하이츠’라는 가명으로 등장하는 아파트는 과거 ‘성일주공아파트’(역시 가명)가 있던 10만여 평 부지를 재건축해 지어진 90여개 동 9000가구의 대단지다. 이곳에서 저자는 입주민들을 만나고, 입주자대표회의와 각종 자생단체의 활동을 비롯해 단지 내부에서 벌어지는 다종다양한 사건들을 관찰하고, 재건축이 시작되던 2005년부터 8년여 간 온라인 입주민 카페에 축적된 수만 건의 게시물과 댓글을 모두 읽으며 ‘아파트 단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전개된 입주민들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저자

정헌목

저자정헌목은도시공간과주거,공동체를연구하는인류학자.서울대학교인류학과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저서로『마르크오제,비장소』,주요논문으로「게이티드커뮤니티의공간적특성과사회문화적함의」,「도시이벤트를활용한도시지역공동체형성의과제」,「‘스타’게이머팬클럽을통해본e-스포츠팬덤의형성과정과특성」등이있다.현재한국학중앙연구원인류학전공교수로재직하며연구와강의를맡고있다.

목차

책을펴내며:아파트단지에서함께살아간다는것

1장브랜드아파트단지의인류학
모더니즘건축의이상과아파트|아파트에대한열광과비판|부동산하락기와아파트에서의‘삶’|브랜드아파트단지의인류학자

2장마포아파트에서타워팰리스까지
한국아파트의역사:‘아파트단지’라는표준의탄생|모델의형성:근린주구와모델하우스|아파트단지확산의정치적배경|‘신중산층’의형성|브랜드아파트시대|성일노블하이츠의경관

3장입주이전:재건축사업열풍과아파트의가치
다양한욕망의경합과충돌|2000년대초아파트시장과재건축열풍|성일주공아파트재건축의동학|재건축조합비리와입주자협의회활동

4장입주이후:아파트의또다른가치와공동체성증진
편안하고살기좋은아파트|브랜드아파트단지의‘장점’|무관심의문화|발로뛰는새로운‘조직’의등장|부동산경기하락기,생활공간을둘러싼다양한가치의부상

5장공동체가드러나는뜻밖의순간:단지내어린이사망사건을둘러싸고
안전한단지라는믿음|믿음의균열:어린이사망사건의발생|사건의전개와주민들의대응|사고의원인과새로운공동체성의가시화|‘아파트공동체’의현실과잠재성

후기:아파트단지거주자에게정치란무엇인가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재건축의희망과집값불안의한복판,
브랜드아파트단지에서함께살아간다는것

동시대한국사회욕망과희망의집합체,
아파트단지의민낯을낱낱이들여다본최초의인류학보고서


단순히주택유형으로서가아니라삶의형태로서,한국사회에서가장강력한선망의대상이자비판의대상이기도한아파트.아파트는수십년간가장주요한자산증식수단이자많은이들이중산층으로도약하는계기가되어준동시에,‘집단이기주의의온상’혹은‘부동산투기의주범’으로비판받아왔다.최근몇해사이에아파트단지에대한사회적논의는꾸준히증가해왔다.아파트가지닌사회문화적함의에대한분석,중산층을형성한장치로서아파트를살펴보는논의,소통을제약하는아파트단지의구조에대한비판등을담은의미있는단행본이여럿출간되었고,정책적차원에서도아파트의문제점을넘어서고자하는‘마을공동체’와같은접근이시도되고있다.
『가치있는아파트만들기』는한국의브랜드아파트단지에서살아가는사람들사이로직접걸어들어가그속내를낱낱이들여다본최초의책이다.인류학자정헌목은수도권의한브랜드아파트단지에서2년여의시간동안현장연구를수행했다.책의무대인,‘성일노블하이츠’라는가명으로등장하는아파트는과거‘성일주공아파트’(역시가명)가있던10만여평부지를재건축해지어진90여개동9000가구의대단지다.이곳에서저자는입주민들을만나고,입주자대표회의와각종자생단체의활동을비롯해단지내부에서벌어지는다종다양한사건들을관찰하고,재건축이시작되던2005년부터8년여간온라인입주민카페에축적된수만건의게시물과댓글을모두읽으며‘아파트단지’라는공간을배경으로전개된입주민들의상호작용을분석했다.이처럼장기간에걸친꼼꼼하고치밀한관찰과기록을통해‘수도권브랜드아파트단지’라는공간에서의삶의양식을생생하게그려냈다.
이책은아파트라는주거공간에대해당위적,규범적관점이나가치판단을접어두고실제삶의현장그자체를바라보자는제안이기도하다.한국인구의절반이상,도시민의70퍼센트이상이아파트단지에거주한다.지금껏지적되어온여러문제들에도불구하고아파트가여전히가장인기가많다.이문제를다루기위해서는주거를둘러싼사람들의실제욕망과실천을직시해야한다.인류학현장연구의미덕을잘보여주는이책은,‘광고화면속이아닌실제아파트에서의삶은무엇인가?입주민들의욕망은실제삶에서어떻게실현되거나좌절되는가?’라는질문에대한가장현실적이고생생한대답이다.

대단지브랜드아파트라는한국사회삶의표준이만들어지기까지
단지를둘러싼담장,입구를통제하는경비초소와차단기,고층아파트건물사이의정원같은조경,단지내부에자리한각종상가와초등학교.한국의도시어디에서나만날수있는대단지아파트의일관된특징들이다.한국사회에도입된이래,대량공급을위한획일적인공간배치에도불구하고아파트는사회구성원대다수가선호하는주거형태가되며일종의‘삶의표준’으로자리잡았다.그리고이표준은‘아파트단지’라는외적형태뿐아니라그안에서구성되는삶의양식까지포함하는것이었다.
이책은‘대단지브랜드아파트’가어떤역사적과정을거치면서한국의지배적인주거양식이되었는지를살피는한편,아파트단지에대한선호가형성되어온사회적맥락을짚어나간다.이야기는브랜드아파트의직계조상이라할수있는최초의단지형아파트인마포아파트에서출발한다.이후생활양식의근대화를꾀하려는권력의의지에힘입어무서운속도로시민아파트들이지어지지만,부실공사로인한와우아파트붕괴사고가일어나며한국의아파트는전환점을맞이하게된다.본격적으로중산층을타깃으로삼는‘단지’라는형태를취하게된것이다.한강맨션과반포아파트가지어진1970년대에이르러한국의아파트단지는모델하우스를통한선분양관행과단지안에서생활의편의를모두누릴수있는근린주구개념이라는모델을보편화하게된다.
이어서저자는아파트단지가1980년대와1990년대엄청난규모로확산되게된정치적배경을짚는동시에,이시기를거치며아파트가실제로사람들의선망의대상으로자리잡게된이유에주목해야한다고말한다.1990년을전후해30세미만인구의절반이상이원하는주택형태로아파트를꼽게되는등,한국인들이아파트를점점더선호하게된데는객관적인이유와원인들이있었다.입식부엌,수세식화장실등아파트를통해소개된서구식생활양식은실생활의편리로다가왔고,아파트는이웃의시선으로부터비교적자유로운문화나핵가족에적합한공간배치등전통적인생활방식과구별되는삶을살고자하는욕망을충족시키는훌륭한매개물이었다.게다가편리함과효율성,안전함,쾌적함이라는부인하기어려운이점도있다.아파트와관련한각종문제들을이해하기위해서는,아파트고유의공간논리와떼려야뗄수없는한국인의욕망을이해하는데에서출발해야만한다.

아파트에서공동체적삶이출현할수있을까
이책은아파트단지에혼재하는주거공간의‘가치’가무엇인지를고찰하는책이기도하다.고도성장기의아파트는한국사회의일반적인재산증식수단이었다.분양가상한제의도입과지속적인신규아파트단지공급정책이래,많은이들이시중가보다낮은가격에신규분양을받고수년뒤매매해시세차익을얻은‘성공담’을남겼다.한국인이라면누구나직간접적으로경험했을이런성공담은수십년간아파트매매를가장일반적인재산증식모델로각인시켰다.당시아파트의가치란의심의여지없이경제적가치를뜻했다.
그런데뉴노멀이라고도불리는,세계경제위기이후전개된구조적변화는이런전제를흔들었다.2017년내내아파트가격은급격히반등하는흐름을보였지만,저성장고령화라는장기적인추세에정부의강력한규제의지가더해져,아파트를통한자산증식이예전처럼잘작동하리라는기대는불투명해졌다.
『가치있는아파트만들기』가기록한성일노블하이츠주민들의모습은이처럼변화하는구조속에서아파트의여러가치들,즉경제적가치뿐아니라안전,개인주의,생활의편리함같은또다른가치들이공존하거나경합하고있음을드러내준다.재건축과정에서향후매매가를높이기위해필사적으로애쓴입주민들에게‘가치있는아파트’는물론부동산을의미했다.하지만입주이후이들이경험하게된아파트는생활공간,삶을영위하는장소이기도했다.자발적으로단지곳곳을순찰하며하자를점검하고,입주자대표회의의비리를밝혀내려한일부입주민들의활동은경제적가치만큼이나아파트단지의‘삶의터전’이라는성격을보여주는것이었다.다만이런주거형태에서는거주자들이거주지의전체적인작동에눈을감는‘무관심의문화’가만연할수밖에없다.게다가수도권대단지아파트임차가구의낮은정주성(성일의경우3.3년)은이런문화를더욱확산시킨다.하지만이웃에대한무관심을미덕으로여겨왔던입주민들은어떤놀랍고도비극적인사건을계기로공동체가출현하는순간을발견한다.
그간아파트단지의문제점을해결하고자하는움직임이민관에서꾸준히이어져왔다.전통적인방식의공동체를되살리려는접근도있다.각지자체에서추진한‘공동주택커뮤니티활성화지원사업’과같은접근이대표적이다.또최근에는단지아파트에서자란젊은세대들이자발적으로재건축을앞둔단지아파트에서의삶의흔적들을기록하고보존하려는움직임도보인다.이책은이런다양한시도들을근본적으로성찰해보고새로운방향을모색하는중요한근거가될것이다.

[책속으로추가]
일부입주예정자들은자신들의경제적이익이위협받는상황(‘프리미엄하락’으로대표되는)을극복하기위한행동에나섰다.이들이기대한것은베스트시티가가진가장큰장점인대단지아파트의힘,즉머릿수의힘이었다.2005년9월중순,연주시근방의각지역별부동산전망을분석하여카페에올린아래의게시물에서한입주예정자는‘커뮤니티’의힘을강조했다.물론이때의‘커뮤니티’는전통적의미에서의‘공동체’를가리키는것이아니다.동일한아파트단지입주예정자로서,유사한경제적이해관계를지니고,활동의구심점이되는인터넷카페의힘이강한집단,그것이바로‘커뮤니티의힘’이었다.(134)

‘단지조경’은단순히아파트단지안에어떤나무를옮겨심고,조경을어떻게꾸미느냐하는일반적인문제가아니었다.새로도입할브랜드를최대한밖으로드러낼수있게끔로고를아파트외벽에표시하고,단지정문과각주동출입구에도브랜드를부각해차별화하는것이야말로새로운‘조경문제’의핵심이었다.“강남재건축현장이아니라연주성일재건축현장”이라는점도베스트시티입주예정자들이브랜드도입에필사적이었던주된원인이었다.(149)

이미1970년대이래한국의아파트단지개발전략은도시환경에대한대규모투자없이도단지별로녹지와놀이터,주차장을갖춘꽤괜찮은‘동네와집’이될수있도록해왔다는지적도있다.그런데여기에더해2000년대이후아파트의‘고급화’과정에서진행된괄목할만한조경의발달은,단지내외부공간의극적인변화를야기하며영미권의교외중산층거주지에서추구된‘정원속의가족’이라는이상을한국사회만의독특한형태로구현해낸것이다.(187~188)

단지내‘지상의공원화’가입주민들의일상적경험에미치는긍정적인영향은생각보다크다.한편으로이는한국의도시민들이일상에서녹지를경험할수있는기회가그만큼제한적이었음을나타내기도한다.그리고그기회를얻는방법이고급아파트단지라는주택상품을사적으로구매하는것외에달리없다는사실은여전히열악한상태로남아있는도시공공공간의현실을반영한다.(191)

자율방범대초창기멤버들은대부분재건축과정에서부터조합과시공사를상대로한투쟁에참여한경험이있었다.이들은입주자협의회활동에처음합류한시기의차이는있지만“검찰청앞에서데모하여대리석따내고조합장,부조합장구속시킨”경력을자랑하는,투쟁의에토스를보유한다는점에서공통점을가졌다.이런과거행적이끼친영향은입주이후에도이어져대다수입주민들이아파트현안에대해눈을감을때이들로하여금다시한번직접적인행동에나서게했다.자신들이겪은과거의사회적궤적때문에아파트단지에대한주인의식과책임감이유달리높았던이들의행보는입주이후자율방범대활동으로이어졌다.그러다보니과거의사회적과정을통해형성된이해관계에관한시각도,스스로추구하는행위의우선순위도대다수입주민들과는다를수밖에없었다.(262~263)

아파트단지라는집단에서전세입주민은물리적으로는자가입주민과근접한위치에있을지몰라도,사회적으로는원거리에위치한사람들이다.이런모순적인조건은사회학자짐멜이제시한‘이방인’개념으로설명할수있다.짐멜에따르면‘이방인’은공간적으로사회집단내부에위치해있으면서도인간관계의위치로는내부자가아닌특수한존재를가리킨다.잠재적인방랑자로서,집단에서당장떠나지는않지만그렇다고방랑상태를완전히극복하지는못한존재가바로‘이방인’이라는것이다.같은아파트단지입주민이지만“가까이있으면서동시에멀리떨어져”있는전세입주민은집단의내부자이면서도외부자로남을수밖에없는‘이방인’의처지와다르지않다.(265)

직접적인이해관계가없다는이유로아파트일에무관심한주민들과달리헌신적인활동을펼쳐온이들은단지안에서‘자기임명적공인’의역할을맡아온셈이다.제이콥스에따르면도시주거공간의안정적생활은이른바‘공인’을자임하는사람들에의해상당부분좌우된다.이때공인이란폭넓은집단의사람들과자주접촉하고스스로공인이되는데충분히관심을갖는사람들로,자기역할을다하기위해특별한재능이나지혜를갖출필요는없다.자율방범대구성원들도특출한능력의소유자는아니었다.이들은그저자신들이거주하는아파트단지에남들보다더많은관심과애정을갖고있고,아파트입주민모두가사용하는공간을제대로관리해보자는생각을가진사람들일뿐이었다.그리고이들이이렇게적극적인활동에나서게된것은직접발로뛰는활동을통해‘가치있는아파트’의이상을실현할수있으리라는믿음때문이었다.(268)

1970년대이래한국의도시를뒤덮은아파트단지의확산은단순히대량복제를통한특정주거모델의확산에그치지않았고,그모델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