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침착하게 예쁜 한국어 (고운기 시집)

어쩌다 침착하게 예쁜 한국어 (고운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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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집 『어쩌다 침착하게 예쁜 한국어』는, 1987년 첫 시집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이후, 꼭 30년 만에 출간하는 여섯 번째 시집으로 한국 정통 서정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되었다. 시인과 가까운 이들이 그를 ‘저평가 우량주’라 아쉬워하는 것처럼, 지금까지 그의 시적 가치는 주류의 평단에서 다소 소홀하게 다뤄졌던 점이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서정시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지나치게 규범적인 그의 서정시법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려한 외피적 수사나 현학적 철학을 생래적으로 거부해 왔기 때문에, 그는 2천년대 미래파의 습격(?)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 서정시의 영역을 지켜내고 있는 낭만적 서정주의자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자

고운기

저자고운기는1961년전남보성에서태어났다.한양대학교국문학과와연세대학교대학원국문학과를졸업했다.1983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으며,‘시힘’동인이다.시집『밀물드는가을저녁무렵』『섬강그늘』『나는이거리의문법을모른다』『자전거타고노래부르기』『구름의이동속도』등이있다.현재한양대학교문화콘텐츠학과에서『삼국유사』를가르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사막의농구-고비에서1
지평선360도-고비에서2
어쩌다침착하게예쁜한국어-고비에서3
여름플라타너스
가랑잎처럼외로운저사람이
겨울안부1
겨울안부2
눈이온설날아침의기억
봄날
봄의노래
또가는봄날
시화호왜가리

2부
응불확치-삼국유사에서1
득주지우-삼국유사에서2
탈의나주-삼국유사에서3
적요명월-삼국유사에서4
총중호인-삼국유사에서5
삼사삼권-삼국유사에서6
대종역경-삼국유사에서7
경중지우-삼국유사에서8
이합유수-삼국유사에서9
일야작교-삼국유사에서10

3부
삼천포
길손으로진주에와서
군산
다시벌교에와서
오류동
유빙을보며
어머니의남자
이층침대
아침버스
3학년2반교실유리창
홍대앞초등학교
옛날의이길은
달과함께

4부
꽃밭에는꽃들이-세월호와함께가라앉은어린영혼들에게
벚꽃세상으로벗들을
기억
세월
여기가명량인데,뭘?
그여학생
그날
오랜벗안도현의일이있어
맑은물관리사업소
속물의일상
쉰…남자
쉰…여자
밤의검침원

해설유성호
사라져가는,사라지지않는기억들고운기의시세계

출판사 서평

“우리시대의중견시인이들려주는
사라져가는,하지만결코사라지지않는
오랜기억들에대한선연한헌사”

그동안새로운시대의감수성을반영하고정신적가치를담을수있는시전문지가되고자노력해온계간『시인수첩』에서2017년6월「시인수첩시인선」을새롭게선보인다.‘한국시문학의정체성을새롭게조명하고,고유한개성과다양성을펼칠수있는장(場)으로서의역할을다하고,기존의문예지카르텔에서배제당한시인들을함께보듬고그들이비평가가아닌독자들에의해정당한평가를받을수있도록모든힘과열정을보태고’자했던계간《시인수첩》의창간정신을되돌아보고시인선을함께할시인들을모시게되었다.고운기,유종인,임동확,고재종,김병호,황수아,이지호등세대와계열과계파를초월한시인들을통해우리시단이더욱풍요로워질것이다.

「시인수첩시인선」에서첫번째로선보일시집의주인공은고운기시인이다.그는1983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밀물드는가을저녁무렵」이당선되어등단하였는데,시단에새로운정서적충격을일으키며큰주목을받았다.서정과서사가유기적으로겹치는신선한리얼리즘을선사하고있다는평가와당돌하면서도친화력있는표현들이매력적이라는당시의평가는30년이훨씬지난지금에도여전히유효해보인다.

시집『어쩌다침착하게예쁜한국어』는,1987년첫시집『밀물드는가을저녁무렵』이후,꼭30년만에출간하는여섯번째시집으로한국정통서정시의새로운이정표를세우게되었다.시인과가까운이들이그를‘저평가우량주’라아쉬워하는것처럼,지금까지그의시적가치는주류의평단에서다소소홀하게다뤄졌던점이있다.이러한배경에는,서정시의교과서라불릴정도로지나치게규범적인그의서정시법때문일지도모른다.하지만화려한외피적수사나현학적철학을생래적으로거부해왔기때문에,그는2천년대미래파의습격(?)이후에도여전히우리서정시의영역을지켜내고있는낭만적서정주의자로남아있을수있는것이다.

겨울철어느날눈이많이왔다./황룡사말단스님한사람이저물무렵삼랑사에서돌아오다천암사를지나는데,문밖에웬여자거지가아이를낳고언채누워서거의죽어가는것을보았다./스님이보고불쌍히여겨끌어안고오랫동안있었더니숨을쉬었다./옷을벗어덮어주고,벌거벗은채제절로달려갔다.
기록에나오는우리나라최초의스트리퍼,/탈의의목적이달랐을뿐이다.
여름철어느날태풍주의보가내렸다./국회앞경찰한사람이‘중증장애인에게도일반국민이누리는기본권을보장해달라’는피켓을든,휠체어탄장애인을보았다./경찰은‘태풍때문에위험하니들어가는게좋겠다’고말했다.장애인은‘담당하는시간’이라며거절했다./가만히뒤에서우산을들고,아무말없이태풍속에서있었다.
하늘에서왕사(王師)에앉히라는소리가들렸다./트위터에경찰청장시키라는댓글이올라왔다.
-「탈의나주(脫衣裸走)-삼국유사에서3」전문

고운기는세상이다아는『삼국유사』전공자이자권위자이다.그는20년넘게『삼국유사』의현대적해석과재조명작업에몰두하면서고대의인문과사상,역사를아우르는문화사를집중연구하고있다.이번시집역시이러한맥락에서고운기시인만의독특한작품세계가펼쳐지고있다.그는『어쩌다침착하게예쁜한국어』를통해풍요로운서사와문화적콘텐츠를새롭게현대적으로해석하고재구성함으로써,우리문화의연속성과확장성규명에크게기여하고있다.『삼국유사』에서빌려온혹은거기서착상한연작들을선보임으로써,그는고전의상상력에서수많은서정적순간들을생성해내는일관성을보여준다.새로운언어에참여하면서거기서신생의순간을발견하는과정을‘깨달음’이라고한다면,고운기시편은바로그깨달음의과정에서쓰인것이라해도틀릴것이없다.그점에서우리는고운기시를통해그동안인지하지못한삶의관념이나가치를경험적으로깨닫게된다.특히그가지닌시적감각이단순히생래적으로얻어진것이아니라고전문학연구자로서현대시를쓰는과정에서얻은근원적성찰과균형감각에서비롯되고있음을시집전반에서살펴볼수있다.

게르지붕에닿은하얀빛/기억하는순간의눈동자를내게말해다오
고비의아가씨여/나는사막을모른다/어쩌다침착하게예쁜한국어가그대의가슴을흔든다면/고렷적시집온여인의유전자라여기겠다/귀축(歸竺)의한나절/잠시눈길을준젊은승려가/지금어디서말모는지아비가되어있는지/살아있는매의다리를빌려다오
전령이되기에늙은나이/나는이사막을한번은건너리라기약하는것이다
-「어쩌다침착하게예쁜한국어?고비에서3」전문

특히시집『어쩌다침착하게예쁜한국어』는낭만적진정성과서정시의심미성을밀착하면서우리가도달해야할본질적가치를산뜻하게그려낸시집이라고평가할수있다.그의시들은근본적으로낭만적속성을띠면서그와동시에절절한자기고백적속성을담아내고있다.작품해설을맡은유성호교수는,그의작품들이낭만적이고회귀적인진정성으로관통되고있는데,이는시인으로서경험적실감에서나온다고진단하고있다.그의작품안에는그만의특유한기행(紀行)경험과문헌섭렵경험이단단하게반영되어나타나고있다.이점또한고운기를우리시단에서항상적인서정시인으로만들어주는원리가된다고할수있다.

고운기는이번시집에서견고한현실질서에맞서절실하고감동적인상상적표지(標識)들을하나하나세워나가는데,그렇게그의시는근본적으로낭만적속성을띠면서그와동시에절절한자기고백적속성을담고있다.이번시집이낭만적이고회귀적인진정성으로관통되고있다는이러한판단은단연시인으로서그의경험적실감에서나온다.그안에는그만의특유한기행(紀行)경험과문헌섭렵경험이단단하게반영되어나타나고있다.이점또한고운기를우리시단에서항상적인서정시인으로만들어주는원리가된다고할수있다.이러한낭만적진정성이그로하여금,하나하나사라져가지만그심층에서는결코사라지지않는기억들을톺아올리게끔하는힘이되어주고있다.
-해설「사라져가는,사라지지않는기억들고운기의시세계」에서

고운기의이번시집은낭만적인감각과사유,그리고그결과를삶의보편적이법으로끌어올리는유비적상상력을커다란특징으로내포하고있다.그의시편에는과장된페이소스나감상벽(癖)이절제되어있고,그는현실을관통하는소재를끌어올때도모든사물을기억으로수렴해들이는과정을놓치지않는다.그는가장구체적인지상의사물들에관심을가지면서그것들에얽힌시간과기억을노래해간다.어느덧등단35년에들어서는우리시단의중견시인이들려주는,사라져가는,하지만결코사라지지않는오랜기억들에대한선연한헌사가아닐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