뢴트겐행 열차 (황수아 시집)

뢴트겐행 열차 (황수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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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황수아의 시집 『뢴트겐행 열차』. 이 시집은 황수아의 시 작품을 엮은 책이다.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황수아

저자황수아는1980년서울에서태어났다.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와같은대학원을졸업했다.2008년문학수첩신인상을받으며등단했다.안양예고와대림대학교에서글쓰기를가르쳤다.

목차

시인의말
뢴트겐행열차
책갈피
우리는두번쯤만난적이있다
잃어버린문장
시를쓰지않으리
생존한다는것
값싼커피의맛
불꽃
세렝게티의노트
토네이도
가브리엘마르케스
모죽(毛竹)
바나나를먹으며
도시,빛,간판
통굽샌들
우리는실존주의강의를들었지
부산행열차
통조림
존재할수있을까
광화문에서시청까지
추상적인여자
청동좌상
바다는나에게
구멍난풍경
형광색잠바를입고있어서괜찮아
접속
가방
바람의깊이
희생번트
불가피한직유와상투적결말
맨홀
불립문자
주민센터
여름이왔다
손가락

댕댕댕
장갑
실루엣
손바닥
한그릇
화석
불어터진밤은언제나늦게
존재의가능성
버그
사진
2루타
P교수와러브레터
서른해
불확실성의나비
64층
누구든,아무도
검은고양이초록눈망울
엉킨낚싯줄을풀어야할까
일기장은비어있다
아버지의집
온기
사라진동굴
남아야할이유

해설|고봉준(문학평론가,경희대학교후마니타스칼리지객원교수)
‘동굴’로돌아가는길

출판사 서평

등단10년의내공이돋보이는
황수아시인의첫시집『뢴트겐행열차』

그동안새로운시대의감수성을반영하고정신적가치를담을수있는시전문지가되고자노력해온계간『시인수첩』에서2017년6월「시인수첩시인선」을새롭게선보인다.다섯번째로선보일시집의주인공은바로황수아시인이다.

황수아시인은‘경험적구체성속에심미적감각을살려재생하고배열하는언어적힘이밀도있게관찰되었다’는평을받으며시「통조림」으로2008년문학수첩신인상을받으며등단했다.스물아홉살에시단에나와다시십년의세월만에펴내게된그의첫시집에는충만한내공의시편들이담겨있다.

등단을하고빠르면이삼년후에첫시집을출간하는요즘의흐름에서황수아시인은많이비켜서있다.그는대학원(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대학원)공부와결혼과출산,육아의시간으로우리기억에서잠시밀려나있었지만,첫시집『뢴트겐행열차』의작품들을일별해보면시인이그동안의세월을허투로보내지않았음을단박에느낄수있다.

실제로10년이라는세월은시집곳곳에표현되어있다.시쓰기의어려움과시에대한자의식도그사연의이유일것이고,“내배속에서음표가하나자라기시작했다”(「존재의가능성」)라는말로암시되는출산과육아,그리고“목숨같던회사”(「존재할수있을까」)등으로암시되는‘생계의중력’도시인이오랫동안‘시’의가장자리를배회하게만든원인일것이다.반면“시가안써져힘들어하는나에게/돌지난나의아이가손을뻗는다”(「손바닥」),“어느날한아이가동굴로찾아와/나를불러냈고”(「사라진동굴」)는나지막한고백의목소리도듣게된다.시인은겸손하게오랫동안‘시’에서떠나있다가다시‘시’로돌아왔다고이야기하지만실은어느순간,단한번도시에서떠나본적이없음을그의시행간에서여실히느낄수있다.

10년의세월이한권의시집에모여있으니,황수아의시를읽으려면시간으로형성된몇겹의지층들사이를지나야만한다.시간이라는이름의그지층을따라흐르는기억의물줄기들이조각들로모여만들어진한권의시집,그속에는이질적인시간들이공존하고있다.황수아의시에서‘시간’의의미를이해하기위해잠시시인의삶을살필필요가있다.‘시인’이라는직함을얻으며20대‘청춘’의경계를넘었고,30대의막바지에이르러첫시집을출간하기에이르렀다.그래서일까.유년의기억들로가득채워진여느시인들의첫시집과달리황수아의첫시집에는‘가족’이라는세계와불화한유년의기억,가난,이별,슬픔등으로얼룩진20대의암울한기억,세속도시에서생활을위해발버둥치다불현듯30대중반을맞이한현존이모자이크처럼연결되어있다.실제로황수아시편곳곳에는젊음에대한,한시절의끝나감에대한,특정시간대의소멸에대한자의식이흩뿌려져있다.

구체적경험을심미적감각으로
재생하고배열하는언어적힘

황수아의시에서거의모든‘관계’는엇갈림/이별의형식을취하고있다.「잃어버린문장」에서‘나’는“라테의음악이흐르는카페”에있으나‘너’는“쓰고멀고축축한창밖”에위치하고있고,「토네이도」에서‘카페’를빠져나온‘나’와‘너’는“서로다른돌풍속으로빨려들”어가고있다.그녀의시를읽으면종종끝없이두갈래로갈라지는길이연상되는이유도여기에있다.운명적인이별,엇갈림,헤어짐…….이비극적인사건들은황수아의시에서한번으로종결되지않는다.끊임없이갈라지는길들,이별하는사람들의이미지가반복되어시집전체를불가능한만남에서비롯되는슬픔의정념으로물들인다.하지만이것들을일상적인사건의재현으로한정하지말자.때때로시인은이러한‘관계’의부재내지이별을“전해지지않은말들과/소통하고자하는마음은/불립문자를만들었다.”(「모죽(毛竹)」)처럼‘시쓰기’의문제로재전유하기도한다.

그런데흥미로운것은황수아의최신작중하나인「우리는두번쯤만난적이있다」를보면시인의마음이예전과는조금달라졌다는것이다.시는“너는가로수길을세로로걸었고/나는세로수길을가로로걸었다.”라는진술로시작된다.시인은‘가로수길’이라는지명에서출발하여‘가로수길-세로수길’,‘세로-가로’의언어적관계에‘만남’과‘이별’이라는사건적의미를부여하고있다.초기시와마찬가지로여전히시인은만남과헤어짐,즉이별이나엇갈림의운명에대해예민하게반응하고있다.그런데이시는‘이별’을이별/헤어짐그자체로받아들이지않고“가로와세로가만나는곳은분명히있다.”처럼‘만남’에대한믿음으로받아들인다.이러한‘만남’에대한믿음을낙관주의라고말할수는없지만,모든관계를엇갈림/이별의형식으로노래하던예전과는분명히달라진모습이다.이것을‘나이탓’,그러니까“서른일곱이라는희뿌연속살”(「바나나를먹으며」)때문이라고말할수야없겠으나‘청춘’특유의불안감에서벗어난존재만이발화할수있는언어임은분명해보인다.

시인은등단을해야시인이되는것이아니라,시집을내야진짜시인이라는시단의속설이있다.황수아시인은비록10년전에시인의이름표를얻었지만,오늘에서야비로소‘시인’으로첫발걸음을내딛게되었다.등단한지오랜시간이지난후에세상에내놓은황수아시인의첫시집『뢴트겐행열차』.등단작에서단연돋보였던시인의언어적힘이여전히단단하다는것을다시한번느낄수있는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