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에 매달린 심장 (이지호 시집)

말끝에 매달린 심장 (이지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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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지호의 시집 『말끝에 메달린 심장』. 이 시집은 이지호의 시 작품을 엮은 책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이지호

저자이지호는충남부여에서태어났다.충남대학교를졸업하고중앙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11년창비신인문학상에시「돼지들」외9편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시인의안양공공예술산책』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신기루
우리는―포유류는살아있는동안심장이십오억번뛴다.그러나멈추는시간은다르다.
돼지들
풍천장어
물은옮겨다닌다
부유하는평수
기가막힌나이가있다
한계령풀
뼈가싯길
일찍닳은걸음
조류독감
이팝나무교지
검은계단
서늘한지점

2부
무늬의극
목어
흰고래가살고있었다
별의거울
연두의항체
소리가끌고간저녁
견인차기다리는동안
보석함
옻나무
오전의무게를올려놓습니다
그린하우스의봄
맛의질량
구름의거푸집
오가피제약회사
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瓷象嵌雲鶴文梅甁)

3부
부레없는상어가끊임없이헤엄쳐바닷속최강자가되듯이
고무줄
이름을바꾼다는것
몸에서지친것은어디에서흔들리고있을까
백제전설의밭
다행이다
나비,블라우스
관상농업
물의뼈가녹아내리다
엄마의바탕
윤달
사철나무울타리

4부
광장의빛
목련우사
텅빈행성
화산(華山)
지렁이체
낚이다

돼지
역류하고있는아득한저아래
식어가는식탁
돼지엄마신돼지엄마말엄마
그날에

해설|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국문과교수)
근원적감각을통한기억과꿈의형식―이지호의시세계

출판사 서평

늦깍이시인의첫시집
절제된감정과단정한시어로
우리서정시의자존심을지킨다

그동안새로운시대의감수성을반영하고정신적가치를담을수있는시전문지가되고자노력해온계간『시인수첩』에서2017년6월「시인수첩시인선」을새롭게선보였다.여덟번째로선보일시집의주인공은바로이지호시인이다.

질풍노도의시기를건너와새내기로선시인이세상에보내는연민과사랑
이지호시인은「돼지들」외9편으로2011년창비신인문학상을받으며등단한이래꾸준히시작활동을펼쳐왔다.등단작9편에대해“현실을아우르는탄탄한서정성이큰장점”이며,“전통적인서정의운행을하면서도현실에대한팽팽한인식을놓지않는다”는평을받았다.“운문과산문을적절히교직하여리듬을만들어내는능력역시”돋보였고,작품마다골고루수준이상의성취를보였다는점도부각되었다.

요즘시단의흐름에서불혹을훌쩍넘긴나이에첫시집을내는일은다소쑥스러운일일지도모르겠다.그러나그의작품을읽어보면질풍노도의시기를건너와세상의보편적가치를개성적감각으로살피는진경을만날수있다.시의전통적가치를이으면서신인다운패기와과감한표현등은작품전체에사이다와같은청량감을선사한다.
모두53편의이번시집은등단이후의시작활동의결정체이다.시인의따뜻한마음에서발원한시어는우리의시선을끌기충분하다.예를들면가로등아래서폐지를줍는노인(「이팝나무교지」),살처분으로산처럼묻히는돼지들(「돼지들」),조류독감에살아서실려나가지못하는병아리(「조류독감」),유물과동물뼈,어린아이뼈가발견된통일신라시대우물(「보석함」),시집간언니(「윤달」),“폐타이어를잘라바퀴를고치던아버지”(「고무줄」),“건물을오르고남겨진그림자가만든계단”(「검은계단」)등실로다양하다.

가로등아래노인이폐지를줍고있습니다
경적이울려도날파리들이몰려들어도꿈쩍않습니다
방해할수없는역사같습니다
문장과문서를수집하는중입니다
빛나는문장몇개는이팝나무가가져갑니다
나무에흰꽃숭어리들이신성하게피어납니다
저쪽다른시계에맞추어나타나는노인
수레를끌고어디로사라지는지아무도모릅니다

가지의그늘에꽃피는철이흔들립니다
비문가득한문장의해독은나뭇잎몫이겠지요
해독된글위에다시쓰이는문구들
밤마다이팝나무가쓴파지들은어디로갔을까요
쓸모없어지는문자들의무덤이있을거예요
이상하지요그파지는줍지않습니다
수집된문장이차곡차곡쌓인커다란수레
썩어갈문자가표백되어여백의봄이되겠지요
수레가움직이자
스쳐지나가는차량들이한문장같습니다

노인이떠난자리
여러문구가만든긴문장이나무에모여있습니다
올해도풍년들어흰쌀밥배불리먹을것이라는
교지처럼흔들립니다
-「이팝나무교지」전문

폭력적이고각박한세상에서의힘겨운삶을치유하는알레고리
“원초적으로서정시는자기표현의발화를통해시인자신의자의식을첨예하게드러내는양식”이라는해설자유성호의말대로,이지호시인의첫시집은시인의체험을기억하고표현하는데에서삶을순간적으로파악해내는감각이빛을발한다.시인은반짝이는이런감각을통해숭고한아름다움에대한열망을토로하고있다.자연예찬이나커다란이념지향으로흐르지않고인간의근원적존재원리에대한사유와탐색의차원을구축해간다.구체적인일상과현실을순간적으로드러내면서도몽상이나현실에머물지않는시인의소박한깨달음은꿈과현실,상상과실재사이의긴장속에서시로완성된다.

베란다한켠에서햄스터의심장이뛴다소파에서텔레비전보는인간의심장이뛴다텔레비전에서는사바나초원아프리카코끼리의심장이뛴다

뛴다는말끝에
살아있다는말끝에
서로라는말끝에
매달린심장

햇살이키우는심장이뛴다물소리가키우는심장이뛴다외부가내부의혈색을살피며뛴다

느리거나빠르게흐르던시간이향하는집합점(集合點)
손목이된시계의초침
수평이하나의찰나로변해
기울어지는점

하나의시계판위에각자다르게걸려있던시간이

햄스터인간아프리카코끼리가
어느한시점에서만날때
심장이닮아서멈출때
서로다른시간에서로를
안아주라고심장은뛴다
-「우리는」전문

「우리는」에달린부제“포유류는살아있는동안심장이십오억번뛴다.그러나멈추는시간은다르다.”처럼,시인은동시대를살아가는타자들을응시하고안아들이는시인의몫을다하고있다.“서정시의자존심을지키”고자하는시인의지향대로또다른기억들이꿈으로,현실로,시로다시태어나길기대한다.

이지호의첫시집은낭만과참여,내면과타자의목소리가결속한밀도있는감각과사유의도록(圖錄)이라고할수있다.가령시인은우리가살아가면서겪는내면과일상,역사의밝고어둑한양면성을두루투시하면서,삶의심층까지내려가려는정신적·언어적모험을마다하지않는다.그녀에게‘시’란첨예한일종의감각형식으로,스스로의경험적사유를감각으로수렴하면서존재하는운동체이다.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