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음악처럼 흐르는 (신혜정 시집)

여전히 음악처럼 흐르는 (신혜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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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수첩 시인선’ 열한 번째 시집이자 2018년의 첫 번째 시집인 『여전히 음악처럼 흐르는』.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어느덧 등단 18년 차인 신혜정 시인은 그동안 시집 한 권과 산문집을 출간한 바 있다. 9년 만에 출간한 두 번째 시집 『여전히 음악처럼 흐르는』에서 시인은 첫 시집 《라면의 정치학》에서 보였던, 세상에 대한 비판 의식을 시인의 개성적 언어와 비유를 통해 어김없이 보여 준다. 등단 이후 일관되게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 오고 있는 시인은, 문학의 사회역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시세계를 미학적으로 구축한 성숙한 경지를 선보이고 있다
저자

신혜정

2001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라면의정치학』,산문집『왜아무도나에게말해주지않았나』『흐드러지다』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숨바꼭질
먼지벌레
유연
우주정거장
가령,
키스
E=mc2
상대성이론
블랙홀은털이없다
암흑을바라보는여자의초상-캔버스에구아슈,수채화풍으로
고양이춤
나무중력대신나비속의포화
껌을씹는오후네시
7번국도

2부
낮은자의경전-물의노래
낮은자의경전-기원
낮은자의경전-바다를위한송가
낮은자의경전-나무
낮은자의경전-히키코모리
낮은자의경전-옵스큐라
낮은자의경전-연대하고수색하고대화로이어지는수상한버스의기록
낮은자의경전-흰나비로밥을짓다
낮은자의경전-침대가있는방
낮은자의경전-들에서부르는노래
낮은자의경전-사생아
낮은자의경전-승냥이의시간
낮은자의경전-누구일까

3부
밤이열매처럼
우리는우리의몰락앞에유적이라이름붙이고
우리끼리의핑퐁게임
달스위치
가장잘울어보겠습니다
관상
겟세마네동산의기도
유예
부정맥
히스토리
연행의기술
간단
생물
어둠의속도
모히토
하우스오브카드
불구하고
아이러니
잘지내냐고묻지않는애인에게키스를했다
눅눅한감자칩과쓰고난콘돔에대해
물로써풀어지는한알의환(丸)처럼
스모그적으로
분자요리
우주로날아간공에대하여
신화적으로
보스톤블루스
온칼로
나는이제새로운허무에대해말할것이다

해설|함성호(시인)
불구(不具,不拘)하기

출판사 서평

9년만의두번째시집,일대일대응의말과세계
신혜정시인의『여전히음악처럼흐르는』

‘시인수첩시인선’열한번째시집이자2018년의첫번째시집인『여전히음악처럼흐르는』이출간되었다.2001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해어느덧등단18년차인신혜정시인은그동안시집한권과산문집을출간한바있다.9년만에출간한두번째시집『여전히음악처럼흐르는』에서시인은첫시집『라면의정치학』에서보였던,세상에대한비판의식을시인의개성적언어와비유를통해어김없이보여준다.등단이후일관되게문학의사회적역할을고민해오고있는시인은,문학의사회역사적상상력을바탕으로자신만의고유한시세계를미학적으로구축한성숙한경지를선보이고있다.
작품해설은맡은함성호시인은신혜정의이번시집에대해“마치날아가는화살을따라가서거기에과녁을그리려는사람처럼”(함성호),세계와일대일대응관계에있는언어로써모순된세계를그려내고있다고평가한다.

‘마땅히그러한것’이지켜지지않는세계의모순

머릿속또는마음속에어떤생각이떠올랐을때사람은언어라는도구를이용해그것을표현한다.작가,특히시인은언어중에서도문자를매개로하여세상을바라보는스스로의시선을드러낸다.그렇게세상의모순을그려내고,그것을글로써치유하고자하는사람이바로시인이다.
그러나마음속생각과글은일대일대응되지않는다.그것은우리가사는세계가합리적이고논증가능한곳이아니라모순으로가득차있는곳이기때문이다.신혜정은이모순된세계,병든세계를표현하고치유할언어를찾기위해‘마땅히그러한것’에관해생각한다.신혜정의시는이‘마땅히그러한것’이지켜지지않는데대한놀라움에서시작한다.

(……)
잠에든적도없는데나날이악몽이지
살을섞은적도없는데애인을오래끌어안은듯속이쓰리지
누굴만난적도없는데군데군데멍투성이지

사흘밤낮을자고일어나면
다른사람이되어있어야하지

그래서아픈데도없이
운명처럼앓지
-「신화적으로」부분

신혜정은이러한놀라움에서비롯된비명을삼키고,‘마땅히그러해야하는데그러하지않은것’들을과학이론을들어탁월하게표현한다(「유연」,「우주정거장」,「E=mc2」,「상대성이론」등).또한낮은신음으로도표현하는데,이는시인이세상을바라보는윤리의잣대(‘마땅히그러해야하는것’)가비명과함께삼켜져있기때문이다(2부의‘낮은자의경전’연작).이러한낮은신음은자연의원리와윤리의구성이반드시‘마땅히그러한것’으로결정되지않는세계의모순에서기인한다.

아픔에는결이있다밀도의층위마다결이생긴다나는416가지층의어느곳엔가있다충만해서끼어들틈이없는결에있다움직이면무너지는꽉찬공간을물은간단하게밀고들어오지물결을이루어이곳에서저곳으로자꾸옮겨다니지물위에선와르르무너져도무너지는게아니지여전히그결은흐르고침범하지숨이막히지언젠가뒤도돌아보지않고이별을말했던적이있다이승과저승의연결점이입속에가득채운쌀한되로마감되는꽉찬슬픔의층위를본적이있다먹고사는일대신쌀들이축축하게젖은흰나비가되어하늘을날아가는걸본적이있다그나비들을꺼내눈물로밥을지어먹고싶던적이있다돌아보는건언제나겹겹의아픔을동반하지416의416곱번이라도돌아볼때마다아프지물로가득찬부피의공간이다시간단히물밀듯허물어지는것처럼
-「낮은자의경전-흰나비로밥을짓다」전문

그런데이세계가모순으로가득차있고,그래서말과세계가일대일대응하지않는다고해서침묵으로만일관할수있는가?그것은불가능하고,시인이라면더더욱그럴수없다.신혜정의시는모순투성이인데다마땅치않은세계를끌어안는운명을받아들인다.

‘그럼에도불구하고’써지는시들

말과세계를일대일대응시키려면먼저세계를재구성해야한다.그리고세계를재구성하려는자는세계가왜이렇게모순적이며불확실한지물어야한다.모순적이고불확실한세계를그리면서신혜정은절망적인상황과마땅치않은현실에대해결코우리를위무하지않는다.그렇다고비관적이지도,감정을절제하지도않는다.그는기표와기의가자의적관계라는걸너무잘알고있음에도불구하고그둘의인과를놓지않는다.마땅히그렇게되지않으리란걸아는데도불구하고‘마땅히그러한것’을계속붙잡고있다.
해설을쓴함성호시인은신혜정의이러한시작(詩作)을시시포스의형벌에비유한다.계속굴러떨어지는바위를다시밀어올려야하는시시포스처럼,신혜정의시는마땅히그렇게되지않는세계에서마땅히그러한것을찾고자한다.그러한허기,갈증,절망,허무속에서그는이형벌을다할수있을까?신혜정의시는그럼에도불구하고써진다.

한쪽다리가짧은
당신은
의자같았지

삐거덕거렸지

처음부터

거지처럼
체온을구걸했지

백발의노인과소녀의순정
만날수없는평행선처럼

절박했지

중심을잃고
휘청거렸지

내려다보면언제나
절벽이었지

-「불구하고」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