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원숭이 (죽지도 않고 썩엇구나, 마음아 | 김륭 시집)

원숭이의 원숭이 (죽지도 않고 썩엇구나, 마음아 | 김륭 시집)

$8.00
Description
신(神)과 싸우려는 자, 그의 무기는?
독신자(瀆神者) 김륭 시인의 『원숭이의 원숭이』

‘시인수첩 시인선’ 열두 번째 시집은 김륭 시인의 『원숭이의 원숭이』이다.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한 김륭 시인은 동시문학의 관습을 탈피한, 삶의 아이러니를 담은 동시집을 여러 권 출간해 동시의 새로운 세계를 구현한 바 있다.
시인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지방 신문사에서 기자로 10년 정도를 근무했는데,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이전에 묻어두었던 문학에 대한 꿈을 다시 펼칠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고성에 머물면서 소설을 준비했고, 다시 지리산에 들어가 4~5년 정도 시를 공부했다. 1988년 『불교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지만, 2007년 46세의 나이에 신춘문예 시와 동시 부문에 당선되었고, 이후 밀린 숙제를 하듯 누구보다 열심히 시와 동시를 써 온 성실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첫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가 자연과 일상, 가족에서 소재를 취했던 반면, 이번 두 번째 시집인 『원숭이의 원숭이』는 신에 대한 저항의 노래를 담고 있다. 해설을 맡은 조강석 평론가에 따르면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한마디로 ‘독신적(瀆神的) 저항으로서의 시’다.
저자

김륭

저자김륭
경남진주에서태어났다.2007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시,『강원일보』신춘문예에동시가당선되어등단했다.시집『살구나무에살구비누열리고』,동시집『프라이팬을타고가는도둑고양이』『삐뽀삐뽀눈물이달려온다』『별에다녀오겠습니다』『엄마의법칙』,이야기동시집『달에서온아이엄동수』,그림책『펭귄오케스트라』(근간)가있으며,제2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대상]제9회[지리산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인의말

1부버찌는버찌다
당신
고라니-비와손님
검은어항
샤워
청혼-이름없는이름
펭귄24쪽
녹턴
버찌는버찌다
와이퍼
먹[墨]-잠자는남자
대부분의연애류
머플러
팬티

2부아기와나
아기와나
아기와나2
돼지수도사(修道士)
달의귀
분실물이야기
식물K
118페이지
패왕별희(?王別姬)-포옹에관한몇가지서사
백야(白夜)-공장주의자들의序
사마귀
대부분의연애류2
낭만주의자들의경우
수영장을공장이라고말하는金아무개氏의경우

3부음악들은좀앉으시지
음악들은좀앉으시지
졸음도야생이어서
가만히두뺨-비와손님2
연탄곡(連彈曲)
원숭이막도착하고요
물고기와의뜨거운하룻밤
굴건(屈巾)
인형의문제
한참을미안해져서는
의자가왔다
극야(極夜)
그리하여홍합처럼-숨바꼭질의정신사
우산

4부원숭이의원숭이
혀의산책-오아시스
산책의기술
계륵(鷄肋)
화양연화(花樣年華)
원숭이의원숭이


한숨
개털
빙의(憑依)
또고양이
베개
닭이닭잡아먹는얘기
미스김라일락

5부검은애인
인형들-비와손님4
평소의생각
비의왼쪽목소리
검은애인
파인애플
고아들-비와손님3
백미러(backmirror)
전체관람가
키스의기원
마시멜로
파양(罷養)
원숭이의원숭이2
너구리-너무오래

해설|조강석(문학평론가)
독신자의사랑

출판사 서평

협화의바람을담은독신적저항의음악

66편의작품이실린『원숭이의원숭이』에서‘신(神)’이라는단어가등장하는시는16편이나된다.시인은어째서신과싸우려드는가?인간에게원초적인슬픔과고통을부여한존재이기때문이다.슬픔을실존의조건으로삼고있는인간이신과의싸움에임하려면강력한무기가필요하다.김륭시인에게그무기는음악(시)이다.인간에게고통과슬픔을준신에대한저항으로서시가탄생했다.시인에게시란,“神이인간들의땅에보내는고통을모조리알고있는,//물의목소리”(「팬티」)다.

神과싸우기위해필요한건두명의인간과하나의입

세상은언제나fourhandperformance로돌아간다는얘기,그와
그녀가하나의침대에비문을세울수있는건제각기가슴에모았던두개의손을
네발로내려놓았기때문이지만하나에서두개로늘어난입을어쩌지못해
음악이태어나고지옥이열렸다는말씀

(……)

神은인간의숨을음악으로사용한다는얘기,그러니까
섹스는죽어서도썩지못한살[肉]의한구절로
영혼의입을틀어막는일

울면서왔으니까울면서가야한다

가능한한아프게,그리고
불손하게
-「연탄곡(連彈曲)」부분

시인에따르면신과의싸움을앞둔이에게는“두명의인간과하나의입”이필요하다.혼자서는불가능한일을도모하려면다른사람과의연대가절실하기때문이다.세상은본래이와같은공동작업으로돌아간다.그러나공동의도모가있는곳에는불화가뒤따른다.즉“하나에서두개로늘어난입을어쩌지못”한탓에지옥이열린다.그런데시인은지옥이열린곳에서동시에“음악이태어”난다고말한다.
시인이말하는음악이란무엇인가?음악은곧시이며,불화와동시에탄생하는조율,협화에의소망이다.이는그자체로하나의시론(詩論)이라할수있다.시인은“가끔씩물고기눈을감겨줄수있는음악이나만들면서”(「검은어항」),“내몸을어딘가버려야한다면당신이좋아하는음악속이라고”(「음악들은좀앉으시지」)쓰고,“모처럼조물주와낮술이나한잔해야겠다고생각한다(콧노래를부르며)”〔「백야(白夜)-공장주의자들의序」〕.“가능한한아프게,그리고/불손하게”음악을연주하는이유는싸움의상대가신이기때문이다.

당신도그래라그냥
마음좀아파라
-「비의왼쪽목소리」부분

독신자의사랑

예술에서신에맞서려는시도는고전에서부터현대의작품에이르기까지쭉이어져왔다.그러나그테제는결코쉽게수립되지않는다.조강석평론가에따르면,신을모독하는가장좋은방법은“신을창조하는것”이다.김륭시인은신을창조하고그자리에절대자인‘당신’을놓는다.이‘당신’은“내가사랑하지않으면/아무것도아닌사람”(「당신」)이며,“신(神)에게빼앗은/인간의마지막/영토”〔「패왕별희(覇王別姬)-포옹에관한몇가지서사」〕다.즉신과의싸움에서사랑이비롯되고,그사랑은다시모독해야할신이된다.

함께살지않고도살을섞을수있게된다

이불홑청처럼그림자뜯어내면,그러니까
내게온모든세계는반토막
주로관상용이다

베란다에는팔손이,침실에는형형색색의호접난

후라이드반양념반의그녀와나는서로를
알면서도모르는척죽었으면서도
살아있는척손만잡고,

죽음을꺼내볼수있게된다

화분에불을주듯그렇게서로의그림자로
피를닦아주며울수있게된다

神과싸우던단한명의인간이

두명으로늘어나게된다
-「녹턴」전문

조강석평론가는이런사랑을“독신자(瀆神者)의사랑”이라고표현하고있다.김륭의시는신에게서빼앗은마지막영토(사랑)를지키기위한무기로서의음악이언어로전화한것이다.어찌보면음악(시)을만들어내고자인간세계로의신의습격을대물리는언어이기도하다.

지옥과음악이한풀무에서나는것과같은리듬으로슬픔과냉소가서로를부양한다.슬픔은거리의소멸이고냉소는거리로섭생한다.그렇게보자면이시집은배덕자의독백이라기보다독신자의냉소적저항으로,그리고이를환언하여독신자의방어적사랑으로읽는게옳다.세계가주관안에서모두소화되지않고언제나잔여물을남기고있기때문이다.(「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