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치킨 집 (임경묵 시집)

체 게바라 치킨 집 (임경묵 시집)

$8.00
Description
어쩌면 따스할지도 모를 골목 어귀
‘골목의 시인’ 임경묵의 『체 게바라 치킨 집』
‘시인수첩 시인선’이 열다섯 번째로 선보이는 시집은 2008년 하반기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임경묵 시인의 첫 시집 『체 게바라 치킨 집』이다. 등단 10년 만에 첫 시집을 출간하는 임경묵 시인은 2006년에는 수주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에는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할 정도로 시단에서는 이미 실력 있는 시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임경묵 시인은 말이 가진 당연한 의미를 경계하며 ‘참되고 애틋한 마음’을 갖고 불안한 세계를 극복하는 일에 동참하고, 궁극적으로 ‘사람살이’에 기여하는 것이 시인의 책무라고 배웠다고 한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우여곡절 끝에 교사로 발령받은 첫 학교가 서울의 철거민이 이주해 와 만든 ‘복음자리마을’ 공동체와 언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 중학교였다. 골목은 이곳까지 밀려와 있었고, 골목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도시 변두리 골목을 하나하나 스케치하듯 그려 낸 이 시집에는 시인의 내면을 관통한 ‘골목의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이름 없는 존재들을 사려 깊게 바라보고 그들의 신음에 귀 기울이는 임경묵 시인은 “골목에 소속”(시인의 말)된 자로서 내부에 시선을 드리운다. 시인 임경묵이 ‘조형’해 낸 골목의 감정들, 따사로운 시의 옷을 입은 골목의 풍경들을 지금 만나 보자.
저자

임경묵

저자임경묵
경기안양에서태어나충남천안에서성장했다.공주대학교한문교육과와한신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08년하반기『문학사상』신인상을받으며등단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제노비스신드롬
골목의감정
봄1
양떼구름이몰려온다
육식의습관
21세기노래방
체게바라치킨집
개그콘서트
벼룩의노래
장미(藏米)공연장
골목에사는여자
기타노동자
게임중독자
사워크림초코쿠키

2부
누룩뱀과사귀다
염소가스누출사건
빈집
회칼과파리
단풍구경가는길
월드시네마오락실
옛염전소금창고
티크,티크를위해
내원암도둑게
백제손해사정사무소
질경이의꿈
옥수수심장
안락사
진달래병사

3부
하모니카를불어주세요
굿하는집
국수의가족사
돌확속의쉬리
제꿈에서뭐하시는거예요
독거
우산수리전문가
구미호
폴라로이드카메라
버럭론
간장게장이익어가는저녁
날라리
봄2
배춧잎줍는여자

4부
꽃의식자(植字)
압화(押花)
낙타
잔나비걸상버섯
얼음소녀
무궁화울타리그집
나비장
호텔르완다
토룡(土龍)
김쿼파씨의메일을읽을수가없습니다
블레이즈씨의첫면접
폐교의풍향계
버려진곰인형
오소리길

해설|이경수(문학평론가,중앙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
골목의생태학

출판사 서평

삶과죽음이공존하는곳,그곳에사람이산다

지금이순간에도알게모르게허물어지고소멸하는곳.“누군가에게는이미사라진풍경이지만아직도남아있는골목의풍경”(해설,「골목의생태학」)이다.이제는누구도살지않을것같지만,그후미진골목어귀에서는여전히밥짓는냄새가난다.아직도그곳에사람이살기때문이다.더는추락할수도없는반지하집과“집어던진세간들쨍짱탁부딪히는소리”가허공을뒤흔드는이스산한동네에서는삶과죽음이공존하고있다.살아움직이는생활의풍경과함께비어가고사라져가는죽음의기운이스며있기때문이다.

재개발지구지정안내판이들어서자
집들은하나둘떠나갔다
골목도이제남은골목을거의다써버린듯하다
중학교때
여기사는게부끄러워
친구들에게골목에대해부풀려말한적이있다

일기예보에한때우박이내린다고했는데
섬모같은빗줄기가비칠거린다
검은비닐봉지가맨홀뚜껑에납작엎드려있다
철거딱지가붙은판잣집이,거웃만가린담장이,무당집붉은깃발이젖는다
나팔꽃이담장을넘다가들킨자리에
우두커니서서젖는다
―「골목의감정」부분

그골목에들어서는한소년이있다.뽀글뽀글한양떼구름이몰려오는시간,두부한모사들고집에돌아가는그소년은“두부찌개를두부의울음바다(「양떼구름이몰려온다」)”라고부른다.집나간누이를향한그리움과기다림속에울음을삼키며밥한숟가락을뜨는소년은그럼에도희망을잃지않는다.“내일도,내일의양떼구름이흘러야(「양떼구름이몰려온다」)”함을알기때문이다.한편21세기에전혀어울리지않을법한어느노래방(「21세기노래방」)에는다국적노동자들이몰려오고있다.그들은‘끼리끼리’모여“이름모를잡초”를흥겹게불러댄다.임경묵시인이바라본그들은비록세상의한켠으로밀려나있지만쉽사리웃음을잃지않는다.이것이바로그가그리는가난의풍경이마냥어둡고암울하기만하지는않은이유다.

“풍잣풍잣”애잔한가락이들리는시

임경묵시인은시각과청각의이미지를활용해감정을기록하는데탁월한감각을소유한시인이다.그는분절된단어에가락을입혀소리를‘보여줌’으로써내면에침잠해있는숱한감정을다채로운빛깔로버무려낸다.한편그는음률이살아있는시어들로저마다의리듬을형성해내기도한다.“쿠바쿠바쿠바쿠바”“부웅­부웅­”“투루루루투루루루”“투,투,투,”“돌,돌,돌”등의시어들이그러하다.이는무겁고도지난한현실을뚫고나아가는인생의한길목에서흥얼거리는시인의경쾌한입소리라고보아도무방할것이다.

아버지가툇마루에한갓지게앉아
하모니카를붑니다
입술이잘미끄러지게하모니카에침을쭈욱바르면서
도?레?미?파?솔?라?시?도
도?시?라?솔?파?미?레?도
두손으로하모니카를포옥감싸고
입술을오므렸다폈다하면서
풍잣풍잣
리듬을넣었다뺐다하면서
풍자자풍잣

백마강달?밤?에물새?가우울―어
풍잣풍잣
―「하모니카를불어주세요」부분

그의시는신명나게한가락노래를뽑는다.“아무도찾지않는바람부는언덕?에이름모를잡초야이것저것아무것도없는잡초라네”노래하며이름없는잡초를불러대거나“삘리?삘리리?”날라리소리가애잔하게울리는어느날을추억하기도한다.이가락은어딘가모르게쓸쓸하고처연하지만정겹고애틋하기에읽는이로하여금충일한위로를느끼게한다.어쩌면따스할지도모를골목어귀에서듣는노래한자락.노래가흐르는그골목에함께들어서보자.

임경묵의시를읽으며독자들은아직도현존하고있는골목의풍경을마주하기도할것이고,지금은이미사라진오래전골목의기억을떠올리기도할것이다.임경묵의시가그려보이는골목의풍경은현재의시간은물론과거의시간과미래의시간을동시에품고있다.비어가는골목의풍경은사람들로왁자지껄하던과거의골목의시간을환기할뿐아니라텅비어마침내존재자체가사라져버릴미래의시간까지비추고있다.그런점에서임경묵의시가그리는골목의생태학은도시의현재를실감있게반영하고있는셈이다(해설,「골목의생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