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동안의 긴 고백 (하린 시집)

1초 동안의 긴 고백 (하린 시집)

$8.01
Description
하린 시집 [1초 동안의 긴 고백].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다양한 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저자

하린

2008년『시인세계』신인상으로등단했다.시집『야구공을던지는몇가지방식』『서민생존헌장』,연구서『정진규산문시연구』,시창작안내서『시클』을출간했다.중앙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으며,첫시집으로2011년<청마문학상>신인상을,두번째시집으로제1회<송수권시문학상>우수상과2016년<한국해양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시클』이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2016년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선정되었고2013년,2018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받았다.
poethr@hanmail.net

목차

시인의말

1부
통조림
물고기인간
압정의날들
위로떨어지는사람
검은우산
객관성
단지조금씩때때로
은둔자
포비아(Phobia)
세번째문장으로나아가지못하는이유
수명다한형광등을위한노래
엔딩극장
찰나의발견
선언
크레이터푸시

2부
시작법(詩作法)
얼음위를걸어간
기념일
사랑과악천후는이질일까동질일까
달아나는레슨
용도변경
안개와광장
꽃과노인
우호적인사명감
빈집
골목b
동안거(冬安居)
망치에대한유순한증언
회색감정
입술의방식
냉장고의재발견

3부
피크닉
발작
통보의날들
슬럼프
동반
여론조사
근린
완벽주의자
졸업반
?도시형늑대
복도
?레시피
루저백서1
?루저백서2
가건물
수직그리고수평

4부
일주일째카레
풀타임
점촌빌라103호
선데이서울,2019
아웃사이더
밑그림

투명
엄살선언문1
엄살선언문2
관계망상1
관계망상2
동시성
이벤트1
새벽을물어뜯는개
도미노
흑맥주의밤

해설|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
아웃사이더가발화하는존재론적외곽성의시

출판사 서평

우리시대의외곽에서바라본‘너머’
변방에서써내려간아웃사이더의‘세번째’고백

시인에게는저마다시를짓는자기만의자리가있다.허물어져가는뒷골목,낯선여행지,도시한복판,또는이세상아닌우주어딘가.시를낳는시인의성정과체질에따라시는각기다른곳에서첫울음을터뜨린다.이른바시의‘출생지’라고도할수있을것이다.시인수첩시인선스물두번째주인공하린시인의시는어디에서태어났을까.세상의가장자리,위태롭고날카로우며서늘한자리에서그는시의탯줄을잘랐다.변방에서태어난그의시들은절절하면서도격정적이다.소위‘아웃사이더’가“스스로를향해건네는존재론적다짐과세상을향해던지는저항의외침”(유성호)이기때문이다.이를한문장으로정리하면‘아웃사이더의실존적고백’이라고정의할수있겠다.찰나에가까운‘1초동안’에이루어지는매우‘긴고백’이다.
특히시인하린은시창작강의의달인으로불린다.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2016년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선정된저서?시클?이문청들사이에서시창작방법론의교과서로평가받으면서덩달아그의시들도재평가를받고있다.시를쓰는방법론을독자적으로,체계적으로펼쳐놓은시인의시가그의이론에얼마나부합하는지가세간의관심사로떠오르고있다.
『1초동안의긴고백』은『야구공을던지는몇가지방식』과『서민생존헌장』에이은하린시인의세번째시집이다.그가첫시집『야구공을던지는몇가지방식』에서“도시적삶의불모와폐허를증언”했다면,그다음시집『서민생존헌장』에서는“현대도시생태에서낙오한주체의실패와좌절,우울에대한보고서”를썼다.그연장선상에서이번에발표하는『1초동안의긴고백』에는“우글거리는아웃사이더의감정”을담았다.그는주류,중심,핵심으로부터멀리떨어진‘어딘가’에자리한시인자신과곁의또다른아웃사이더들을긍정하며쓰다듬는다.그러한까닭에그의시는변방태생임에도불구하고마냥음울하거나어둑하지만은않다.“시가되길거부하는것들”(「세번째문장으로나아가지못하는이유」)에게다가가끝내그것을‘시’가되게하고마는그.그가서있는가장자리로한걸음내딛어보자.

하린의시를‘가능하게’하는것

벼랑끝처럼아찔한가장자리를아슬아슬걸어나가야만하는그에게시는자신을증명할수있는신분증같은것인지도모른다.시에서드러나는시인의정체성은두말할것없이아웃사이더다.그는자신이아웃사이더라는사실을숨기지않는다.아니,도리어나는아웃사이더라고소리친다.심지어“어제도오늘도나는‘루저’일뿐”(「객관성」)이라는말을툭던지기까지한다.“속울음까지들”(「푸시」)켜버릴것만같은투명한어둠속,거리낄것은아무것도없다.세상의가장자리,세계의바깥에던져진존재이지만,그렇기에그만이누릴수있는‘특권’을마음껏받아누린다.이를테면“어중간한태도와가면을전부벗어던지”는일같은것.

나오늘밤절벽에게고백할래

사람은새가될수없지만새를품을순있다고말할래

새를꺼내는그순간,1초동안의긴고백

어둠이왜이렇게투명한건지

윤곽을가진것들이온전히자신을다드러내놓기좋은시절이라고

속울음까지들킬것같아

불편이나불안의차이를알필요없을것같아

노크를하듯툭,머리로지구를한번두드려볼래

손을쓰지않은채밀고있는사람들을위해

미리써놓은유서를방치해둔채

절벽아래스프링은없지만

몸안에서잔뜩부풀길좋아하는관념어들을위해,폴짝뛰어볼래

물론고백은자정이적당하겠지만

자정이지나도계속해서어둠다음에어둠이겠지만

한번의고백으로절벽없는날이완성될순없겠지만

그래도온전히선명해지려는태도를참을수없으니

나오늘밤절벽에게반드시고백할래

어중간한태도와가면을전부벗어던지고

불편한프랑켄슈타인을끝장내볼래,진짜로폴짝
―「푸시」전문

시인은잘안다.“어둠다음에어둠이”올것임을,“한번의고백으로절벽없는날이완성될순없”다는것을.그러나그는“온전히선명해지려는태도를참을수없”어절벽에게고백하려한다.뒷걸음치거나에돌아가는비겁함을떨치고,온몸이부스러질지언정전력을다해절벽끝으로질주하는시인의저력이드러나는지점이다.그것이시인으로하여금계속해서고백과도같은시를‘가능하게’하는힘이기도할것이다.그의안에내재된‘아웃사이더的’정서가곧시인“자신이겪어온실존적천형이면서동시에자신의시를가능케했던태반임을강렬하고도지속적으로고백해”(유성호)가는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시를짓는시인

하린에게시를짓는일이란,“눈을감고떠도는문장의살덩어리를뱉어내는”(「시작법(詩作法)」)것이다.“금요일의후회가월요일까지살아”남아꿈틀거릴때,그집요한감정(집착)앞에공손히옷깃을여미고문장이라는살덩어리를각혈하듯뱉어내는일,그것이바로시작(詩作)이다.그렇게뱉어내거나토해낸문장에서는어딘가모르게“피비린내”(「세번째문장으로나아가지못하는이유」)가난다.그는“싱싱하지않은핏덩어리”를물고할퀴는고양이때문에두번째문장에서세번째문장으로나아가지못한다.시인자신이뱉어낸핏덩어리가그다지싱싱하지않다고자각하는까닭에도무지다음문장을쓸수가없는것이다.

첫행은지극히밋밋했고
마지막행은극단적으로맥박이없었지

시를보존할방부제가필요했지
모든창문을밀봉할암막커튼이필요한것처럼

어떤움직임이빠져나가지못하도록
미열처럼손가락만겨우살아있도록

골고루외부인의목소리가들려왔지
시에미친놈,간명하게욕이뱉어졌지

한명이라도
단한명이라도
‘혁명을흉내내던요절’이라고하면좋으련만
―「엔딩극장」부분

“시에미친”(「엔딩극장」)그는끊임없이‘시를쓰는자신’을의식하고‘자신의시’를검열한다.그는자신의시속에는여전히“‘악천후’가떠돈다”(‘시인의말’)고털어놓는다.뱉어낸문장마다“우글거리는흉문”(「빈집」)이나“우글거리는피비린내”가그득하기때문일것이다.시로부터부여받은천형덕분에“내가시가되고//시가나를길들인지점”에서“시에미친놈”으로살아가는그는“이시대의문법에끝내나는맞지않는”(「찰나의발견」)다는사실을토로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그는계속해서“떠도는문장의살덩어리”를뱉어시를짓는다.세상의가장자리를더듬어또다른아웃사이더(「점촌빌라103호」의“청승과함께잘도늙는”복순씨,「꽃과노인」의“혼자죽은”노인등)들을보듬기위해.더는발붙일곳없는그들을더욱가장자리로밀어내는어떤힘에저항하기위해.

하린의시선은중심에편입되지못하고주변으로흘러온존재자들에대한가없는관심과연민으로나아가고있다.이는우리시대의주류권력이나자본논리에대한시인의시적대항이라고할수있는데,그점에서버려진존재자들을옹호하는인식은그의시를떠받치고있는가치의원천이라할것이다.
―해설,「아웃사이더가발화하는존재론적외곽성의시」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