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와 바게트 (리호 시집)

기타와 바게트 (리호 시집)

$8.20
Description
위반을 꿈꾸는 보헤미안의 마법,
리호의 첫 시집『기타와 바게트』
‘시인수첩 시인선’의 서른다섯 번째 책은, 2014년 〈오장환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후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면서 마법적 상상력을 통해 자기만의 시적 세계를 구축해 온 리호 시인의 첫 시집 『기타와 바게트』이다.
시집 전체에 가득한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우리가 사는 지구별 곳곳의 다양한 문화 양상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보헤미안의 노래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기타와 바게트’라는 특이한 제목처럼, 이 시집에서는 특정한 사회적 관습이나 풍습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분방한 관찰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종횡무진 지구촌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시인 특유의 시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시집 속에는 “벼루에서 부화시킨 난”(「묵향」)에서부터 “가을로 앞치마를 만들어 단 드린딜을 입은 하이디”(「포스트 잇」)에 이르기까지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는 미의식이 가득하다. 지구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현상들이 모두 자신의 삶의 경험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심정으로 그 모든 것을 체험하려고 하면서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영혼을 소유하고 있는 듯한 시인을, 시집의 해설을 맡은 황치복 평론가는 “유목민(nomad)이자 방랑자(vagabond)”라고 평한다.
저자

리호

2020년전에M2-9에서태어났다고주장하는데아무도그행성을가본이가없다.동국대학교문화예술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14년『실천문학』제3회〈오장환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제3회〈이해조문학상〉과제4회〈디카시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허들링의황제들
묵향
156페이지,신의잠꼬대편
버닝맨
다리세개달린탁자
기타와바게트
툰드라의눈
조율
노아
인간에게치명적인다섯번째
기억저장고의미스터리
위장의법칙
폭설의카르마
검은산호
바다를뜯는헤밍웨이
사면
표준사이즈
스틸,컷1125
적도의펭귄-열여덟번째기타와열아홉번째태양에관한보고서
이니피(inipi)
북극곰과펭귄

2부
건조한악기
극장옆자리
틱틱
크롭

부재중이메일
새우깡주문하는남자
들어봐,갈대
인덱스
초성신공
체체
에베레스트섬-여름이시작된다고했고에베레스트섬은여전히눈에덮여있다고한다
다리와꼬리의일교차
사이다를위한엠바고
원형감옥의다다이스트
나가는곳ExitMusic

3부
부랴부랴과속
장화신은비상구털이소녀에대한인터뷰
그녀,카주입술심드렁
겸을던지다
희희낙락
잘자라우리아가앞뜰과의자에서별들도
냉동밥도잘도자는데
엄마를사고
포스트잇
바다에사는소
호떡과뽀뽀
천재지변
그렇게폈다
인디언달력을표절할시인들

4부
위험한중독
닥터K노시보계시록
어린왕자는죽지않았어요
플라네타리움켜는황소
윤이월동백가출사건의전말
운세좀봅니다
고구마를먹는꿈은태몽빵을먹는꿈은길몽파를먹는꿈은흉몽천장에자몽을그리고잠들면워워
마법사들·
모처럼시리즈
구름,속도를부등호로나타내시오
정말,두번째거짓말
신이나를이세상에보낸이유-괄호속글씨가보인다면당신은이미천사입니다
흘러가다
괄호를,놓치다
기말고사

해설|황치복(문학평론가)
지구별에서부르는보헤미안랩소디
-리호,『기타와바게트』의시세계

출판사 서평

상식적인관념에균열을가하고자하는시적열망

지구별이지니고있는다양한문화적향연과지리적경이로움이시집『기타와바게트』의후경에자리잡고있는풍경이라면일상과상식의전복및일탈현상은전경화되어있는주된이미지라고할수있다.시집1부에집중적으로배치되어있는에피그램속‘적도의펭귄’이그러한사실을상징적으로대변한다.적도지역에도몇몇종류의펭귄이살긴하지만,펭귄은사실극한의추위를연상시키는동물이다.시인은이러한동물을적도에배치해놓으면서일상의감각과상식적인관념에균열을가하고자한다.

마법사오즈를찾으러가자
두뇌가없는허수아비,심장이없는양철나무꾼
용기를얻고싶은사자
나는도로시,집으로돌아가고싶은
적도의펭귄1

마다가스카르에가면

우리의상식을깨는동물들이참많지
사막에서사는게의이야기
둘중하난죽어야하는운명을타고났다고하면
누가죽을까?
게를너무많이잡아먹어서게를수없이그린이중섭처럼
사막게를잡아먹고홀로남은게는
그녀의초상화를그릴까그의누드화를그릴까
아니면전갈을불러들여볼까
보름달면사포를쓰고혼인댄스마친암컷전갈이자른수컷의목은무슨색일까
새를먹는타이거피시는어때?
아니지유황가스속에사는새우는뜨거운명함을팔수있을까
그도아니면심장까지훤히보이는투명개구리는어때

우리가사는세상은말야
상식을깨는일들이참많아
북극곰과남극펭귄의만남이
가당키나한일인지는신께물어보자고
이따금안개뒤덮인불면의사막에서
북극곰의손을슬며시잡고잠든펭귄이있었다고하니까
-「156페이지,신의잠꼬대편」전문

“불면의사막에서/북극곰의손을슬며시잡고잠든펭귄”은“우리가사는세상”에서“상식을깨는일들”가운데하나다.이뿐만아니라,시집전체에는“10만원어치의코끼리를빼내는중이다//코끼리떼가현금지급기속으로언제들어갔는지아무도모른다”(「인간에게치명적인다섯번째」),“화이트홀을빠져나온북극곰과펭귄이/등대로승격한가로등을세우고있는모습이종종목격되었다”(「북극곰과펭귄」)처럼좀처럼상상하기조차어려운예외적인사건들과이미지들이수도없이등장한다.
시인이상식적인현실,고정된관념을거부하는이유는그것이어떠한창조적에너지도제공하지못하기때문이다.일단그러한현실에균열을내면,그때부터무궁무진한상상속에서끄집어낸이미지들로독창적인시세계를구축할수있다.일상과상식의전복과일탈에대한리호시인의관심은매우강렬하고지속적인것이어서현실의지반을이루고있는그러한상식과고정관념에대한전복과균열의열망이시인의시적전개를추동하는것처럼보이기도한다.

남들보다생각이좀짙다는이유로타박을받으며자랐다

(……)

남들보다눈빛이좀길다는이유로난여왕의대관식에서게될것이다
-「표준사이즈」부분


그럼에도불구하고,지금-여기의일상을잊지않는

지구를형성하고있는독특한지리적이미지들은시집곳곳에서불쑥불쑥튀어나와시적공간에돌발적이고충격적인분위기를형성하는데기여한다.리호시인이지구별의기괴하고독특한아름다움에매료되어있음을증명하는장면들일것이다.그런데이러한지구별의기괴한이미지들은낭만주의자들이상정하는그때-거기의어느이국적인곳에신기루처럼존재하는것이아니라시인이살고있는지금-여기의일상적공간에녹아있다.시인은일상속에서이러한이미지들을친근하게소비하면서살아가고있다.
또한과거와현재를자유롭게넘나들거나전세계다양한공간을순간이동하듯이불쑥불쑥인용하면서극적인비약과경이로운경험을창출하고는있지만,그것이신기하고새로운것을추구하는호사취미나딜레탕티즘에뿌리를두고있는것도아니다.시적맥락을보면우리의지구별이간직하고있는지리적,역사적,문화적유산을자산으로삼아서풍부하고그윽한삶의정취를이루고자하는시인의열망을확인할수있다.

사막한가운데모여태우는비법을배웠다염전위허허벌판에서모래풀무를불러모았다360도회전하는몰드에화장끝낸계절을넣고불을지폈다목각으로만든거대한모형인간을몰드위에세웠다문명을거부한아담들이하나둘모여들었다모래바다에비스듬잠수함을띄우고알몸에검은깃털을심어흑조를완성했다
-「버닝맨」부분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무엇으로보이나요고흐의귀,바리케이드,땅콩,엉덩이,거품목욕,비둘기똥,묵주의기도,급식소노인들,인디언추장의목소리(괄호를채워보세요)(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인디언달력을표절할시인들」부분

시인이추구하는균열과일탈,전복과위반의시의식은일상적이고강고한상징적세계에대한균열과간극을만드는과정이며,그과정에서환상이란가장중요하고강력한기제가된다.작품해설속황치복평론가의말에따르면,환상이란“확실하고굳건하다고믿는현실에구멍을뚫고그구멍으로현실의장벽에의해가로막혀있는무의식,혹은실재의모습을현현하는장치”다.고정되고정형화된현실에서벗어나거나초월한리호의시세계는현실의균열을통해서새로운현실을불러오는마법의기능을지니고있다.

(……)“가슴에노란빠삐용문신을새긴”(「기타와바게트」)또는“엄마를사러간아내는계단에앉아울었다”(「엄마를사고」)같은비유와표현이말해주듯그의시어느한구석에도청승이나구질구질함이없다.그의시는동시대의시에서흔히볼수있는난해한시와는조금다르다.자세히들여다보면그화려하고당돌한비유와표현의밑바닥에실핏줄처럼陰刻되어있는숨은그림이보이기때문이다.張三李四의한숨과눈물도보인다.어쩌면여기에리호시의참맛이있을는지도모르겠다.
-신경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