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거나 말거나 키스를 (강백수 시집)

그러거나 말거나 키스를 (강백수 시집)

$8.08
Description
부조리한 세계를 살아가게 만드는 ‘웃픔’의 미학
강백수의 『그러거나 말거나 키스를』
시인이면서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문학과 음악의 요정’ 강백수의 첫 번째 시집 『그러거나 말거나 키스를』이 ‘시인수첩 시인선’의 서른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몇 장의 음악 앨범과 『사축일기』 등의 에세이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을’들의 이야기를 풀어내어 큰 공감을 받았던 강백수가 이번에는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디스토피아 속 청년들의 좌절감과 박탈감을 시에 담았다. 시집에 그려진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폭력에는 시인 특유의 유머가 덧입혀 있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이병철은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강백수의 시들을 블랙코미디의 귀환이라 명명한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강백수

1987년울산에서태어나서울에서자랐다.한양대학교국어국문학과와같은학교대학원에서공부했다.2008년『시와세계』로등단했고시인과가수로동시에활동하며‘문학과음악의요정’이라불리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266-6
핵폭탄과가슴에대한새로운견해
중고나라
세입자와세입자의세입자
씨유
호호호
게이트웨이
보혈
도미토리
와일드사파리
공황
멕시코에서만난여자
뱀이다
휴대폰공습
심야영화
저스티쓰

2부
10동
바보는다안다
18cm
유기
율무차
커피와소주
새양말을신었어야했다
발인
개등에도저승꽃이피나요

3부
프로필사진의해부학
아메.리카.노

9602
꿈속의광장
매운맛의역설
담백한나날들
쉐킷쉐킷
모든것은조작되었다
길치
레이턴시
고소공포증
한파주의보

4부
나는행복합니다
가격대성능비
굴비
출판기념회
은행아가씨
폐기물신고
우주영웅
즐거운재택근무
마릴린몬로
소시오패스
쌔-한
피터팬의좋은방구하기
가능성의계절
소멸을꿈꾸는밤
안녕히

해설|이병철(시인ㆍ문학평론가)
웃픔의미학,아브젝트들을위하여

출판사 서평

디스토피아에덧입혀진블랙유머

시인의첫시집『그러거나말거나키스를』에서상당히구체적으로묘사되는‘밑바닥’의세계는현재의비극과암울한미래로인해디스토피아로보이지만,시인은이디스토피아에유머를입힌다.시집의맨마지막작품인「안녕히」라는시에는이러한블랙유머,즉‘웃픔’이잘드러나있다.

(……)

잠이들고싶었던그는자살을감행하기로마음먹었다
은행영업시간이되자마자그는적금을깼다
그렇게아등바등모은게씨발겨우이천이라고?

갖고싶던롤렉스시계를샀고
중고차시장에가서2010년식쿠페를한대뽑았다
엽서를사서고마웠던이들,미안했던이들에게유언을적어우체통에넣었다
이래저래신세를많이지고살았나보다,다적고나니해가졌다

가장친한친구놈들을불러가라오케에갔다
좋아하는노래를잔뜩부르고,비싼술을마시고계산을하고
호텔방을잡았다
그래꽤괜찮은마지막날이었어
그는준비해둔수면제수십알을털어넣고
잠이
들었


그리고너무나도개운하게기상하여
정말오랜만에단잠을자고새로태어난듯기상하여
호텔조식을먹고체크아웃을하고
아홉시에맞추어우체국으로내달렸다
부디엽서들이아직발송되지않았길바라며
-「안녕히」부분

시속화자는비극적현실에서벗어나고자자살을결심하고죽기전에전재산을탕진한다.명품시계와외제차를사고비싼술을마시며마지막날을흥청망청보낸‘그’는준비해간수면제수십알을먹고호텔방에서잠이들지만다음날아침“정말오랜만에단잠을자고새로태어난듯기상”한다.이지점에서독자들은안도와연민이뒤섞인복잡한감정을느낀다.애처롭긴한데웃기고,그렇다고마냥웃을수도없는‘웃픔’에직면하는것이다.
「18cm」라는시에서화자는학창시절“18센티”나되는성기를자랑하던동창에게상대적박탈감을느끼지만,현재그동창이“40시간을굶”을정도로어려운상황을호소하자“인터넷뱅킹으로만원을부”치면서냉소한다.“통장에잔고는넉넉했지만이정도면충분할거야//네겐/위대한/18센티의/자지가있잖아”.
강백수의시는연이은절망적사건들로인해비극에비극을덧입히거나,외부와단절한채자기감정을절대화하는최근우리시의경향에서멀찌감치떨어져특유의블랙유머를선사한다.이는시인이스스로선택한시적전략이자,자기목소리를가장잘낼수있는위치를현명하게점유한경우라고할수있다.독자들은시인특유의블랙유머가깃든시들을보면서세계의모순과부조리함을감지하고,그희화화한비극의주체가바로자기자신임을깨닫는다.
하지만강백수의시가단순히희화화된비극과냉소로만점철되어있는것은아니다.현재세계의부조리함과대비시키기위해시인은잃어버린것들을꾸준히이야기한다.어린시절엄마가커피자판기에서뽑아준‘율무차한잔’(「율무차」),로봇개와비교되는늙은개‘삼돌이’(「개등에도저승꽃이피나요」),“광화문과김포사이”를오가던‘9602번버스’(「9602」)등을통해시인은지금잃어버린것들을소환한다.

세상이그러거나말거나키스를

시집의해설에서이병철은줄리아크리스테바의‘아브젝시옹(Abjection)’개념을빌려,금융자본주의사회의풍요에진입하지못한사람들을,‘상징계가요구하는올바른주체가되기위해버려지고경계밖으로추방된것들’인‘아브젝트(Abject)’에비유한다.사회공동체를하나의육체로가정했을때,성장과발육을위해분리되고추방되는이질적이고불편한것들,즉각질,손톱,발톱,머리카락,대변같은것들이아브젝트에해당한다.강백수의시에는이‘아브젝트’에해당하는인물들이대거등장한다.

(……)

266-6
두층짜리낮은건물
반지하에관짝같은원룸들이드글거리고
위층은건물주영감내외가통으로쓴다
밑에서올라오는지독한삶의냄새를견디다못한
건물주영감은세입자들에게몇십만원씩을쥐여주고
올봄에건물을새로올릴예정이니나가달라고말했다
자욱하게모여있던분노들은또어디로흩어져갈것인가
어느눅눅한지하에서또다른분노들을만나도사리고있을작정인가
-「266-6」부분

“건물주영감”에게“지독한삶의냄새”를풍기는세입자들은곧추방해야할‘아브젝트’다.「세입자와세입자의세입자」라는시에는친구가부모의도움으로얻은월셋방에세들어사는화자의이야기가나온다.그시에서화자는친구가여자친구를집으로데려오는날엔꼼짝없이작은방에갇혀있으면서“이집의불청객은여자인가나인가”를고민한다.금융자본주의의계층구조를이미지화한이러한시들은영화〈기생충〉과도비슷한문제의식을공유한다.
양극화와청년세대의절망이극에달한오늘날의디스토피아에서강백수는개성적인목소리로한국사회를증언하면서기성세대를향해일갈한다.“전쟁얘기잘나갔던얘기좆같은얘기세상절단나는얘기”(「게이트웨이」)집어치우라고.당신들이뭐라고하든“장대하게도래할4차산업혁명의시대에서/얘랑나랑은그냥깍두기하면안될까요?”(「한파주의보」)라는말도덧붙인다.기성세대의이데올로기를수억광년전에소멸한별들의잔상에비유하기도한다.

그날하늘에떠있던건
우리가태어나기도전에죽어버린별들의유서
그러거나말거나키스를했다
먼옛날먼바다에누가빠져죽을때태어난파도가
그제야발치에닿기시작했다

너는뭐라말을하는데도무지들리지않았다
그러거나말거나키스를했다
서로등을돌린채잠이들었던밤에
진작에닿았어야했을말들은여정을떠났다

(……)

한참을멍하다가한시절이지나다가
그제야나는문득소리내어울기시작했다
그러거나말거나그시각먼바다에는또누가빠져죽고
어느별은유서를쓰고있었다
-「레이턴시」부분

“그날하늘에떠있던건/우리가태어나기도전에죽어버린별들의유서”에불과하다는시구처럼,강백수는젊은세대에게지금의절망은너희잘못이아니고곧사라질허깨비에불과하니,세상이“그러거나말거나키스를하”자고말하는듯하다.

강백수는우리와무관한어제로부터비롯된오늘의우울과학습된패배감에함몰되는대신너와나,우리,지금이순간에만집중하면서키스를하자고,주어진순간들을그저살아내자고북돋우고있다.그에따르면우리의젊음은아직불붙지않은장작이라서,그는“타지않은것들을다시모아다가불을붙인”다.“어떤것들은이번에야말로활활타오를것이고/어떤것들은기어이이번에도살아남을것”(「모든것은조작되었다」)을끝까지믿으면서말이다.-이병철(시인ㆍ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