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큐레이터 : 뮤지엄에서 마주한 고요와 아우성의 시간들 - 일하는사람 8

소소하게, 큐레이터 : 뮤지엄에서 마주한 고요와 아우성의 시간들 - 일하는사람 8

$11.50
Description
“망했다! 이 직업을 사랑하게 되다니!”
누구도 알 수 없는, 오직 자신만이 솔직하게 평가할 수 있는 큐레이터의 ‘업무능력’
시시포스 같은 숙명을 달고 때로 시트콤처럼, 때론 정극처럼 살아가는 큐레이터의 일상
큐레이터’ 하면 미술관이나 박물관 안에서 세련된 정장 차림으로 관람객들과 전시품 사이를 거니는 우아한 직업인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소소하게, 큐레이터〉의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큐레이터의 전혀 다른 세계를 이야기한다. 정장 스커트와 망치처럼 전혀 이질적이고 어울리지 않은 것들로 하루하루를 채워 나가는 일상이 바로 큐레이터의 삶이다. 이 책에는 전시 공간과 전시품으로만 관람객들과 소통할 수밖에 없는 큐레이터의 생생한 일상을 담고 있다.
2년 동안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저자는 “모든 것이 초고속으로, 미래로 향하는” 사회를 벗어나 정적이고 조용한 세계로 향하고 싶은 마음에 큐레이터가 되었다. 대도시를 벗어나, 절반은 농촌이고 절반은 공업 지역인 작은 도시의 박물관에 자리를 잡았다. 방문객이 뜸한 평일에는 마당에서 고양이들이 따뜻한 햇볕을 즐기며 낮잠을 자는 이곳에서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갈 것을 꿈꾸는 저자의 희망은 얼마 되지 않아 산산이 부서진다. 작은 도시의 박물관 큐레이터 본연의 업무만으로도 1인 다역을 맡아야 했고, 문제는 이토록 고단하고 힘든 일에 저자가 그만 푹 빠져버린 것이다. 집에서 늦잠도 자고 엄마가 해주는 밥도 먹고 뒹굴거릴 생각을 하던 휴일, 도서관 논문 검색대에 앉아 거북목이 되도록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저자는 자신이 이 직업을 사랑하게 된 것을 깨닫고 “망했다”는 푸념을 쏟아낸다. 어떤 노고를 겪고 어떤 정성을 들여 ‘전시’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지 누구도 알 수 없고 “이쪽 세계”의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도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큐레이터의 세계. 누구보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정직할 수밖에 없는 저자의 내밀한 이야기는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넘나들며, 직업인으로 하루하루 각자의 서사를 만들어 가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저자

남애리

생각많고책읽는것만좋아하는사람이어쩌다사람만나는일도많은큐레이터가되었는지지금도의문인평범한직장인.어릴때박물관견학가면유물에서눈을못떼고있다가선생님에게혼나던아이였지만나중에커서전시를기획하게될줄은꿈에도몰랐다.큐레이터로일을한지어느덧10여년,이런저런창의적일일을하는게좋아서,라는이유로업을계속하고있지만매순간‘왜?’라는질문을스스로에게던지면서오늘도새로운일을벌이고있다.

목차

프롤로그_‘학예사자격증’이데려다준고양이와고요의세계…6

1장.전시展示는늘전시戰時중
백번의전시는백번의‘케바케’…17
전시작업중제일어려운그것…26
열정과냉정사이의전시보도자료…33
전시오프닝때하이힐을안신는이유…42
정장스커트입고사다리타기…52
전시의시작과끝,화이트큐브를만나는시간…62
미술품도난사건의진실:범인은늘가까운곳에있다!…74

2장.소소하게,큐레이터
세상모든큐레이터를이어주는하나의교집합…87
소소하게,큐레이터…93
작은박물관큐레이터라서다행이야…101
사랑하지만가져선안될그존재…108
가끔은,살아있는사람보다역사유물이더편하다…115
어중간한맛의전문가…124
큐레이터에게도부캐가필요해…131
‘고작전시따위’가지닌힘…140
‘성덕’의은혜로운월급생활…151
‘희망’의장례식…159

3장.박물관블루스
미술관에서동물원까지의거리…173
전시공간의귀여운반달리스트들…177
덕후들이만든찬란한세계,뮤지엄…190
70년전의편지…197
작은박물관의짠내나는유물정리…204
‘그랜드펜윅’의큐레이터…213
작업복입은아저씨의예술작품감상법…222

에필로그_어제도,오늘도,그리고내일도나는‘뮤덕’…232

출판사 서평

“백번의전시는백번의케바케!”
소소하고경쾌하게!매전시마다태클거는현실적난관을울고웃으며극복해나가는힘
밥벌이가아닌‘소확행’의영역에서살아가는어느직장인의수수하게반짝이는순간들
하나의‘전시’가개막되기까지,그리고폐막되어박물관(혹은미술관)이본래의‘화이트큐브’로돌아오기까지그곳에서는평범한예상을넘어놀라운일들이펼쳐진다.어떤성격의전시를하느냐에따라박물관은망치질과드릴이작동하는소리가끊이지않는공사판이된다.이런저런과정을거치고난다음오프닝날에는정관계와문화계인사들이찾아오고,전시가되는동안어린이집을다니는꼬마손님부터머리가허옇게센어르신까지연령만큼이나성격도다양한별의별관람객들이찾아온다.그리고폐막일다음날부터전시공간은개막이전의모습으로탈바꿈하기시작한다.이렇듯박물관이시공간의변화를겪는일련의과정한가운데에서실무를담당하는이가바로큐레이터다.특히각자의업무영역이전문화?세분화되어있는대규모의박물관과달리인력이한정되어있는작은박물관의큐레이터인저자는온갖궂은일을마다할수가없다.
서울에서열리는‘핫’한전시에눈높이가올라간지역민들의관람욕구를충족하면서도숨겨진지역의특색과작가를발굴하기위해기획을고심하고,터무니없는예산을홍보에조금이나마더쓰기위해직접전동드릴로나사못을박고,DIY공예솜씨를뽐내듯웬만한목공작업은물론집에서다리미를챙겨와전시전날체험코너에비치할옛날의상들을다리기까지한다.우아하고기품있어보이는큐레이터라는직함에는‘업무보조’와‘도슨트’,‘사무담당’이라는숨은역할이도사리고있는것이다.
이와같은자질구레하고다양한업무를감당하면서도저자가작은박물관의큐레이터로소소한행복을찾으며살아가는원동력은무엇일까?저자는예전에규모가큰기관에서근무한적이있었다.당시자신의역할은연구서편찬을위한편집방향과전체적인윤곽을잡기위해박물관상설전시실을참조하는것조차상사의지적을받아야할만큼규칙과틀속에서마치‘커다란기계의부속품’이되어야했던기억으로남아있다.때문에늘쥐꼬리만한예산의한계에직면하더라도참신한전시를기획하고,‘큐레이터’와‘도슨트’의개념조차구분하지못하는상사를설득해서인력을확보하고,온갖창의적인아이디어를동원해서전시설치작업과목공작업을익히고메워나가는이일에짜릿한성취감을느끼는것이다.고달픈밥벌이의영역으로전락할수도있는큐레이터의일상은‘소확행’을꿈꾸는평범한직장인들에게힘을불어넣는든든한응원이된다.

내가하는일은과연이세상에얼마나의미가있을까?
“고작전시따위”의매너리즘으로점철된시간을통해삶과일을성찰하다
오늘도,남들은모르는세계를살아가는세상모든직업인들에게건네는안부와위로
소소하면서도능동적인직업인의삶을지향하는저자도여느직장인과다를바없이희로애락의사이클을겪는다.특히‘코로나19바이러스’라는유행병이전세계를휩쓴근래에‘큐레이터’란직업에대한고민은쉽게해결할수없는어려운문제였다.매일매일삶과죽음의현장에서활동하는의료인과먹고사는현실적인문제를고민하는수많은사람들속에서고작전시하나열고닫는것에호들갑떠는자신이쓸모없는존재가된듯한기분에빠져든다.
이러한저자를일으켜세운것은바로사람들이었다.장애인복지기관에보내준전시와연계된만들기체험세트는코로나19바이러스사태때문에일상생활이더욱힘들어진사회소외계층에게특별한문화생활의시간을가져다주었다.비단이뿐만이아니다.왜일반인도아닌특수한대상으로기획했느냐는면박을당하면서진행한여성암환자를위한예술프로그램에서는‘희망님’이라는여성에게얼마나큰위안과희망이되었는지를깨닫고큐레이터로살아갈힘을얻는다.박물관의가장큰고객이자가장경계해야할무시무시한존재인어린이관람객이건넨종잇조각을무심코펼쳤다가제관점으로해석한그림을보고활기를되찾기도하고,생애처음으로그림전시를보러온듯한‘작업복’을입은중년남성을어차피제대로보지도않고나갈거란생각에기계적으로맞아줬다가그가자신이좋아하는박생광의작품을보며자신과똑같은감흥을느끼고있다는걸알고큐레이터로서부끄러움과함께전시의힘을깨닫기도한다.
‘지금처럼힘들게살아가는사람들에게내가하는일이과연얼마나힘이될까?’평범한직장인이라면자기직업에대해이와비슷한고민을하는때가있다.자신이하는일이하찮게느껴지고,별다른의미가없다고여겨지는매너리즘에빠져드는순간이있다.하지만이러한순간들이야말로자신의일과삶을좀더진지하게성찰하고인생의내공을기를수있는기회라고,저자는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