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제자의연구성과에무임승차하는교수들
영국케임브리지대학의천문학연구책임자였던앤터니휴이시는‘펄서(규칙적으로전파를방출하는천체의한종류)를발견한공로로’1974년에노벨물리학상을받았다.그런데실제로펄서를처음발견하고천체로서펄서의성질을처음인식한사람은휴이시의제자인젊은여자대학원생조셀린벨이었다.이사건은과학계에서보상과명성이어떻게배분되는지를극명히보여주는사례로평가된다.오늘날연구자한명의논문실적이수백편에달하는것은연구실내의교묘한착취구조에서비롯된것이라는...
제자의연구성과에무임승차하는교수들
영국케임브리지대학의천문학연구책임자였던앤터니휴이시는‘펄서(규칙적으로전파를방출하는천체의한종류)를발견한공로로’1974년에노벨물리학상을받았다.그런데실제로펄서를처음발견하고천체로서펄서의성질을처음인식한사람은휴이시의제자인젊은여자대학원생조셀린벨이었다.이사건은과학계에서보상과명성이어떻게배분되는지를극명히보여주는사례로평가된다.오늘날연구자한명의논문실적이수백편에달하는것은연구실내의교묘한착취구조에서비롯된것이라는게저자들의생각이다.대학원생과박사후연구원이생산해낸보고서나논문에연구책임자는아무노력없이자신의이름을올릴수있기때문이다.생산압력을받는젊은연구자들은쉽게냉소주의에빠지고이런풍조가기만행위를부추긴다고저자들은말한다.
돈과명성이곧진리다?
이책에소개된표절의천재알사브티사건은연구자를논문의질이아닌양으로만판단하는학계의문제를적나라하게보여준다.알사브티는이름없는학술지에남의논문60편을자기것인양발표하여연구업적을쌓았고이를기반으로일자리를얻고과학계에입지를넓혀갔다.
다른사람보다먼저과학적아이디어를인정받으려는선취권경쟁이나빠른시간내에성과를내야한다는압박또한기만행위를부추기는요인이다.예일대학교수였던소먼의표절및데이터조작사례는선취권을둘러싼연구자들사이의치열한싸움을보여준다.전통적인과학관에따르면과학은진리만을추구하는학문이지만,오늘날의과학은하나의직업이며돈과출세와긴밀히관련되어있다.
공정한메커니즘을교란시키는엘리트주의
과학자들은대체로동료평가,논문심사제도,연구재연등의메커니즘을통해과학의보편주의를실현할수있다고믿는다.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젊은연구자였던존롱의사례는연구자를둘러싼후광효과가이런메커니즘을교란시킨다는사실을잘보여준다.호지킨병연구의권위자인자메크니크밑에서세포배양실험을맡았던존롱은데이터를조작하고연구경력또한조작했다는사실이나중에드러났지만,저명한연구자아래있으며권위있는병원에근무한다는이유로동료평가과정을면제받았다.
미국의학연구의선구자사이먼플렉스너의후원을받았던히데요노구치역시여러질병을일으키는생물체배양에성공했다는발표와함께2백편의논문을쏟아냈지만,연구성과가거의없다는사실이사후50년뒤에밝혀졌다.이런사례들은과학의보편주의를실현하는메커니즘이제대로작동하지않는다는사실을증명한다.
사기꾼이가장속이기쉬운부류,과학자
이책을보면,객관적방법으로훈련받은과학자들조차자기기만에빠지고다른사람의고의적인기만행위에속아넘어가곤한다.프랑스에서는1903년에르네블롱로라는물리학자가새로운광선N선을발견했다고발표하여물리학계를흥분에빠뜨렸다.많은과학자들이N선을확인했다고보고하고이에관한논문도3백편가량출간되었지만,결국N선은존재하지않는다는사실이밝혀졌다.이사건은사람의관찰을완전히믿을수는없으며과학과는상관없는외부요인(정치.애국심,민족적자존심등)이과학에개입하여오류를유발할수있음을보여준다.가짜화석에속은18세기독일의사베링거의예나20세기초반영국전체를속아넘긴필트다운인사건등은논리성과객관성을맹신하는과학자들이야말로세상에서가장속기쉬운부류라는점을말해준다.
과학은과연객관적인가?
이책의저자들은과학수행과정에서논리와객관성도중요하지만,수사?선전?설득같은요소도큰영향을미친다고주장한다.기만행위는비합리적요소와함께과학에침투하고성공을거두기때문에,이런요소를인정해야만기만행위현상을이해할수있다는것이다.
두개골의크기로인종을서열화했지만오랜세월동안아무런반박도받지않은새뮤얼모턴의경우는과학계가얼마나비합리적인가를명확히보여준다.미국에서는프랑스인알프레드비네가발명한지능검사를왜곡된형태로받아들여인종적편견을정당화하는데이용했다.영국심리학의개척자인시릴버트는지능검사분야에서대단한명성을얻었지만그가발표한모든논문이가짜자료에기반했다는것이밝혀졌다.
이같은사례들은과학자사회가그들자신이전제하는방식으로움직이지않는다는것을증명한다.과학은자기규찰적이지않으며완벽하게객관적인과정도아닌것이다.
겉만번지르르한논문목록,게재료관행은이제그만
저자들은과학기만행위의절대적방어책은없지만기만행위의유혹을줄이는조치가필요하다고말한다.연구에구체적으로주요한공헌을한사람만이논문에이름을올리고이름을올렸으면공적을비롯한모든결과에책임을지는정직성이요구된다.
오늘날,가치가떨어지는논문이너무나많이발표된다는점도문제로꼽힌다.아무도읽지않는학술잡지들을위한논문게재료와도서관지원금은해당연구자와도서관에대한정부보조금에서나오고이를부담하는것은결국납세자다.저자들은게재료관행을줄이고,수요와공급이라는시장기능이논문발간영역에도입되어야한다고말한다.
논문발표에서양보다질을강조함과동시에겉만번지르르한긴논문목록을바탕으로승진이나연구지원금을결정하는관행도사라져야한다.무엇보다필요한것은과학자자신부터좀더현실적인눈으로과학을보는일이라고저자들은주장한다.
황우석사건을겪은우리정부와과학계의자기성찰을위하여
과학의부정행위가적발되기힘든이유중하나는실험실의비민주적구조때문이다.황우석사건은하급연구자들이연구책임자의부당한지시에항거하지못할때,부정이숨겨지고더큰속임수로이어진다는사실을잘보여주었다.이책을옮긴김동광박사는이책의주장이,황우석사건을겪은후에도아무런반성을하지않는정부와충분한자기성찰을거치지않은채다시연구를재개하려는과학계에대한많은시사점을던진다고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