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 챈스의 외출

정원사 챈스의 외출

$12.00
Description
현대 사회의 실상을 날카롭게 꼬집은 모던 클래식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원조로 불리는 문제작

“포레스트 검프 이전에 챈스가 있었다.”
- [뉴욕타임스]
커트 보니것, 토머스 핀천 등과 함께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저지 코진스키의 대표작.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우연히 끼어들게 된 주인공의 좌충우돌 모험담류는 바로 이 작품에서 발화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전통적 세계관의 전복/해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기본 철학에 충실하면서도 친근한 서술 방식과 우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까닭에, 1970년 출간 이후 독자들의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지금까지 5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50여 년째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피터 셀러스와 셜리 매클레인이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1979)로도 유명하다.

어느 날 뉴욕 한복판에 홀연히 나타난 매력남 챈스가 일약 월스트리트 거물의 후계자로, 대통령 정책고문으로, 미디어 아이콘으로 부상하면서 격동의 뉴욕 사교계와 정가를 접수한다. 챈스가 당대의 현안들에 던진 솔직담백하고 단도직입적인 답변들은 그대로 선견지명의 정수로 받아들여진다. 혜성처럼 나타난 그의 정체를 두고 미국과 소련의 정보기관 사이에 치열한 정보전이 펼쳐지지만, 그의 이력은 물론 출생 기록조차 찾아내지 못한다.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챈스(Chance)의 삶은 그야말로 우연의 연속이다. 고아로 태어나 부자 ‘어르신’에게 우연히 거둬진 뒤 오직 TV로만 세상을 접하며 정원사로 생활하던 챈스는 ‘어르신’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어쩔 수 없이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 그런데 저택을 나서자마자 우연한 접촉 사고를 계기로 대통령의 경제고문이자 금융재벌의 집에 식객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후로도 우연에 우연이 겹쳐 일약 매스컴의 총아가 되고 졸지에 거물급 정계 인사로 부상한다.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데다 TV로 세상물정을 배운 그에게 진짜로 아는 것이라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성쇠를 반복하는 정원 속 식물들의 세계뿐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주위 사람들의 질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채 자신이 유일하게 잘 아는 정원 얘기로 에둘러 피하고 만다. 그런데 그런 과묵하고 순진무구한 모습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켜서 그를 대단한 식견의 소유자로 오판하게 만든다. 미국 대통령은 ‘때가 오면 꽃 피고 열매 맺는 게 정원의 이치’라는 챈스의 말을 기업들에 시장을 맡기는 자유방임 원리를 옹호하는 명언으로 받아들이고, 소련은 과거 행적이 전혀 추적되지 않는 챈스를 미국 체제 전복세력의 우두머리로 간주하며 예의 주시한다. 대규모 실업 사태에 고통받는 국민들은 ‘시들 때가 있으면 흥할 때도 있다’는 그의 발언에서 시대의 흐름을 꿰뚫는 선각자의 모습을 보고, 그를 식객으로 받아들인 금융재벌 부인은 그에게서 허세 없는 진짜 사나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육탄 공세를 벌인다.
저자

저지코진스키

저자저지코진스키(JerzyKosinski)는커트보니것,토머스핀천등과함께미국포스트모더니즘문학을대표하는작가.1933년폴란드우치에서태어나여섯살때나치의유대인학살와중에부모와떨어졌고,비참한전쟁고아로떠돌다가전쟁후실어증에걸린상태로부모와극적으로상봉했다.종전후우연한사고로다시언어능력을찾은뒤우치대학교에서사회학과역사학석사학위를받고젊은나이에교수가됐지만,소련의위성국가로전락한폴란드공산정권의억압과감시를견디다못해24세때인1957년서류를위조하여미국으로망명하는데성공한다.
미국망명후영어를거의못하는상태에서청소부,트럭운전사,주차장안내원등닥치는대로일하며밑바닥삶을전전하다불과몇년만에영어로문필활동을시작했다.또한포드재단펠로십장학금으로바르샤바의폴란드과학아카데미와뉴욕의컬럼비아대학교에서동시에사회학박사과정을마쳤다.조셉노박이라는필명으로에세이집『동지여,미래는우리의것이다』를발간하며문단의주목을받기시작했고,이후소설『계단』으로전미도서상을,『정원사챈스의외출』로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문학상을수상하며스타작가의반열에올라섰다.특히『정원사챈스의외출』은영화로제작되어큰인기를끌었는데,작가자신이각색한시나리오로미국작가조합과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올해의각본상을수상했다.
1991년신병을비관하여자살하기까지그의생은그야말로블록버스터소설을방불케한다.무명시절그의작품에매혹된철강재벌미망인의적극적인구애로결혼했다가2년만에파경을맞았고,핀천과브라우티건등동세대포스트모더니즘작가들과달리사회저명인사로서사회활동에적극적이었으며NBC[투나잇쇼]등방송프로에자주출연할만큼매스컴에도호의적이었다.자신의소설을직접영화로각색한것은물론이고,심지어워렌비티주연의영화[레즈]에비중있는조연(소련군장교)으로출연하기도했다.
사회저명인사라는화려한명성의이면에는그만큼어두운그림자가있었다.일부언론인들로부터거짓말을일삼는허언증환자다,영어권에알려지지않은폴란드책에서내용을훔쳤다,영어잘하는대필작가를고용해작품을발표한게아니냐는의혹제기에시달렸고,사생활면에서는난폭한운전과섹스행각으로악명을떨쳤다.그에관한BBC다큐멘터리(1995)의제목은‘섹스,거짓말,그리고저지코진스키’였다.그를아끼는지인들은,살기위해서라면무엇이든해야했던어린시절의끔찍한전쟁고아경험이그를그렇게만든것같다고설명했다.물론그가전쟁고아였던게맞느냐는의혹의시선도존재한다.
홀로코스트생존자에서스타작가,매스컴의총아로한시대를풍미했던그의파란만장한삶은현재미국에서스티븐스필버그의페르소나로유명한야누시카민스키감독에의해영화([래빗가든])로제작중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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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근본적으로텅빈존재인챈스는사람들이저마다자신의욕망을투사하는스크린에불과하다.무엇이실제이며무엇이허상인가?작가는우화형식을빌려본질에는관심없고허상을좇는대중과매스미디어의부조리를신랄하게꼬집는다.현대사회에서TV로대변되는매스미디어는“스스로의빛과색과시간을창조”하는창조주에다름아니다.

TV는오직사람들의외관만비출뿐이었다.또한그들의몸에서계속이미지들을벗겨낼뿐이었다.(…중략…)챈스는이카메라들앞에서수백만명의진짜사람들을위한그저하나의이미지가됐다.챈스의생각은방송되지않기때문에사람들은그가얼마나진짜사람인지결코알지못했다.챈스에게도시청자들은그저그의생각이투영된이미지들로만존재했다.챈스도그들이얼마나진짜사람들인지알수없었다.그는그들을만난적도없고,그들이무엇을생각하는지도알도리가없으므로.(본문89-90쪽)

포스트모더니즘이론가장보드리야르는이미지로모사되었던실재를이제는이미지가대체해버렸으며,이미지의범람을토대로정보가포화되고미디어가지배하는시대가도래했다고주장한바있는데,챈스의이야기는바로이러한현상을단적으로보여준다.원제‘BeingThere’는직역하면‘거기있음’,철학용어로는‘현존재’로번역된다.챈스는분명살아서‘거기’존재하지만자신을법적서류나사회적관계속에서증명할방법이없는한‘비존재’나마찬가지로인식된다.그러한비존재가뭇사람의존경과사랑을받으며사회지도층인사로탈바꿈한다는것은삶그자체(실상)보다사회적시선(허상)에의해좌지우지되는현실에대한통렬한풍자가아닐수없다.
이는작가자신의자전적경험에서비롯된것이기도하다.폴란드공산정권치하에서탈출해큰희망을품고망명했지만,미국사회역시작가에게실망스럽기는마찬가지였다.TV같은집단미디어에의해지배되고조종되는현대자본주의사회역시진정한개인의자유와는거리가먼억압적사회라는날카로운진단이이짧은우화속에오롯이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