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의 정원  |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8

솔라의 정원 |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8

$15.00
Description
"시간으로 가득한 정원에 초대합니다"
솔라와 희야가 진심으로 쌓아올린 먹먹한 감동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 솔라의 수상한 외출이 시작됐다. 솔라가 생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희야는 자신을 둘러싼 진실에 의심이 생긴다. 소설 『솔라의 정원』은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열다섯 소녀 희야와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예순셋 솔라, 두 사람이 쌓아올린 아름다운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이란 의미가 무색한 요즘, 소설은 가족이 품는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거기에 주체적인 삶을 실현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가득 담았다. 솔라와 다섯 명의 아이들, 사회복지사 해리, ‘개똥철학자’ 알바트로스.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사랑과 이별 같은 고유한 힘을 배워 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기금 선정, 조우리 작가의 추천사는 작품의 진솔함을 증명하며 출간 전 서평단 100인은 ‘최고의 성장소설’로 꼽았다. 청소년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릴 힘이 깃들어 있는 『솔라의 정원』을 함께 거닐어 보자.

★ 줄거리

희야는 솔라 할머니가 자신의 엄마인 줄 알았다. 당연한 생각이었고, 예순세 살이라는 나이가 조금 많을 뿐이라 여겼다. 솔라는 ‘작은 울타리’라는 그룹홈을 꾸려 아이들을 돌봤다. 이곳에서 희야를 비롯해 다섯 명의 아이는 서로를 토닥였다. 그러던 중 희야는 할머니가 2주일에 한 번 같은 시간 외출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할머니의 행동은 수상했고, 의심은 커져만 갔다. 거기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말을 아꼈다. 희야의 머릿속은 복잡함에 지진이 커져만 갔다. 결국 할머니를 뒤따라가 보기로 하는데…….

저자

김혜정

저자:김혜정
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을졸업하고문화일보신춘문예에단편「비디오가게남자」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서라벌문학상신인상,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우수청소년저작상,송순문학상을수상했다.
청소년장편소설『라온의아이들』『독립명랑소녀』『달의문(問)』,청소년소설집『모나크나비』『18세를반납합니다』『영혼박물관』,소설집『수상한이웃』『바람의집』『복어가배를부풀리는까닭은』등을썼다.얼마전까지교정에서아이들의이야기에귀기울이며지냈다.

목차


프롤로그
풍경들
숨기좋은방
알바트로스
존재의이유
케렌시아
지켜진아이
춤추는별
작별
그후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교사,학부모,학생100인이꼽은‘최고의성장소설’
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조우리작가강력추천

열다섯희야,예순셋솔라의가슴뜨거운인생

청소년시기에는친구만큼이나가족의형성이주요한부분을차지한다.그런가족에대한명징한시선을섬세하게풀어낸김혜정작가의신작『솔라의정원』이출간됐다.작가는소설속주인공열다섯희야의복잡한감정과행동을포착해천천히토닥여준다.그리고다섯아이와사회복지사해리이모,알바트로스를정원으로초대했다.

할머니는우리집에찾아온손님들이배고프면안된다고늘먹을것을준비해두었다.개와고양이,새와벌,나비,벌레들에게손님이라고말하는사람이할머니말고또누가있을까.우리집에는할머니가아니었다면찾아오지않았거나찾아오지못했을손님들이또있었다.아진과동화,혜림과가영이그들이었다.아진과동화는중1,혜림과가영은초등학교6학년으로나와한두살차이였다.나는우리가하나의풍경으로살아가고있다는생각이들었다.할머니가가꾸고보살피는정원의풍경말이다.
p.17

우리에게는각기다르지만가족이존재한다.누군가는조금빨리보내주거나아직만나지못했을지도모른다.하지만가족이란이름이자호칭을발음하면저마다의아릿한무언가가차오른다.희야도솔라할머니가꾸린그룹홈‘작은울타리’에서살고있다.그리고우리의가족이틀린게아니라조금다를뿐이라고알아간다.

“개똥철학자아저씨.우리가족,좀이상하지않아요?할머니와이모,아이다섯.”
가영이무슨생각을했는지뜻밖의질문을던졌다.
“이상하기는,아름다운가족이지.”
가족이란서로모자라는부분을채워주고돌보는사람들이었다.그러니까꼭혈연이아니라도가족이될수있었다.앞으로는우리같은가족뿐만아니라새로운유형의가족이늘어날거라고했다.
내가절망하고고민한것들을단번에날려주었다고나할까,신선했다.그의말대로라면우리는앞서가는가족이었다.아이들도나와생각이같다는눈빛이었다.할머니와해리이모도미소를띠며고개를끄덕였다.
p.67

어떻게됐든그들은가족이란이름으로모였다.생김새,취향,분위기가달라도함께어우러질수있다.무엇보다기쁨과슬픔을함께나누며성장한다.이들을보면서가족의또다른정의는곁에있어주기만해도힘이되는존재가아닐지생각하고는한다.물론오랜시간옆에있다는익숙함과당연함에상처를들추기도하지만말이다.

시간이깃든자리에피고지는

희야는솔라할머니의품에서자랐다.작은순간을소중히여겼고,행복을나눌줄알았다.하지만나뭇가지에쌓인눈이녹아가듯두사람의관계에균열이생기기시작했다.나이가많을뿐엄마인줄알았던솔라할머니가남이었다.희야는자신을부정당한기분이었고,할머니에대한의심이쌓여만갔다.

그런데햇살이유난히반짝이던어느날,할머니와오래전부터가깝게지내온후배동료가집에놀러왔다.할머니방앞을지나다가우연히두사람의대화를엿들었다.희야가제엄마를쏙빼닮았네요.얼굴도그렇고하는행동도그렇고요.예,닮아도어떻게그렇게닮을수가있는지.희야를보고있으면꼭…….그녀가돌아간뒤무슨생각에서인지할머니가나를불러앉혔다.희야,잘들어라.언젠가는말해주려고했던거야.언제가좋을지몰라고민하다가오늘까지왔네…….너는내딸이야.하지만내가너를낳은건아니란다.그게무슨말이야?네가이사실을알았다고해서달라질것은없어.너는처음부터내딸이었고지금도,앞으로도내딸이니까.나는머릿속이하얘졌다.그럼내엄마는누구야?어디있어?할머니는고개를저을뿐,끝내말해주지않았다.
p.19

오해의씨앗은걷잡을수없이자란다.솔라할머니도그걸알고있을것이다.그렇지만입안에서맴도는말을쉽게꺼낼수는없었을거다.거기다가2주일에한번같은시간에할머니가밖을나가기시작했다.희야의머릿속에지진이울렸다.중요한일이나고민이있으면할머니와얘기하고는했는데이제는기댈곳이사라진것만같았기때문이다.그래서희야가향한곳은‘철학자의방’이었다.

집에아무도없을때나모두가잠든밤에,모든게막막하게느껴질때면발이절로이방으로향했다.어쩌다보니책들과이야기를나누게되었다.
희야,오랜만이네.또우리를팔려고왔니?
책들이한목소리로물었다.
“너희가원한다면얼마든지팔아줄게.이방에서나가고싶으면손들어봐.”
손을드는책이없었다.
“나가기싫은거야?”
이집에는우리를사랑하는사람이있으니까.
“혹시그사람이나라고생각하는건아니겠지?”
너도우리를사랑하지.
“천만에,뭔가오해하고있는거같은데.”
사랑은받는쪽에서먼저알거든.
p.35

벌어진상처는점점곪아간다.희야는마음속에자라나는미움을누르기에바빴다.소설은이야기가진행됨에따라인물의아픔을고스란히비춘다.거기에사람뿐아니라동식물과사물에도시간성을확보해소설을유영시킨다.꽃이피고지는기간,책이한자리에꽂혀있던지점,이러한것들은할머니를건너이제희야에게닿아시간을부여받는것이다.희야는자신이혼자가아닌옆에꽃과책처럼다양한목소리가있음을깨달아갈거다.어쩌면지금희야는시간이깃든자리에서조금머뭇거리고있는지도모른다.

그후,애틋한기쁨과단단한슬픔

고민이생기면사람마다생각하는높낮이가다르다.누군가는하루종일고민에집중하거나우선은건너뛰기도한다.희야는자신을가둬버린스스로에대한물음에정작중요한함께라는기쁨을놓치고있다.

이럴거면처음부터키우지말았어야지.아니,버릴테면버리라지.이집아니면갈데가없을까봐?널린게시설인데.아니,그런데들어갈것도없이혼자살면되지.열다섯인데못할게뭔가.
대나무숲에라도가서할머니욕을하고싶었다.
p.132

당연한기쁨은왜자꾸만잊어버리는걸까.정작슬픔에빠져들때야기쁨을회상하고는하니까말이다.희야는기쁨과슬픔을거쳐조금씩단단해지고있다.이것은희야가감정을배워가는방식일것이다.그후,소설은마지막까지인물의감정하나하나를놓치지않고파고든다.독자는애써잊고있던한사람의과거를떠올릴수도있고,생각하기싫은미래를미리들여다볼수도있겠다.
『솔라의정원』은희야와솔라의아름다운한때로저마다의아픔을딛고주체적인삶을상기시킨다.우리는가족이란‘작은울타리’안에기쁨과슬픔을서로나누길원한다.어서희야도솔라할머니와의다음을꿈꿨으면좋겠다.끝으로‘내이름은희아,기쁜아이라는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