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지옥 : 91년생 청년의 전세 사기 일지

전세지옥 : 91년생 청년의 전세 사기 일지

$16.76
저자

최지수

출간작으로『전세지옥』등이있다.

목차

추천사06
시작하며08

01내앞에지옥문이열린줄도모르고17
02어쩌다나는천안까지갔을까23
03가진것도없으면서전세를얻은이유26
04바퀴벌레,녹물,매연냄새없는집을찾아서29
05리첸스1004호를만나고34
06나의살던고향은대치동빨간벽돌빌라촌44
07전세로사는행복48
08회사란원래이런곳일까51
09회사밖은지옥이라고요?회사가이미지옥인데요56
10원래내꿈이뭐였더라62
11내인생을살리러온나의구원자,GYC67
12부동산사장님,나한테왜이러세요70
13아무튼,퇴사76
14태어나처음으로정신건강의학과를찾았다79
15경매는경매,교육은교육84
16헝가리에서도세입자는을이더라91
17매달300만원을갚아야하는빚쟁이가되다95
18헝가리에서서서히망가지다101
19효도여행이라쓰고현대판고려장이라읽는다107
20리첸스1004호,다시찾은지옥의문111
21아무리좋은음식이라도손님이남긴것은먹지말것117
22집이낙찰되었다121
23나의건물주가자살해주기를127
24집주인얼굴을떠올리며생선대가리를내리쳤다132
25낙찰자님,한번만사정을봐주시면안될까요136
26탈피기보다무서운은행빚142
27고소,그리고MBC인터뷰146
28죽지말아요,우리151
29빚이있다고인생이끝나는건아니니까155
30지금은신라면도사치다159
31엄마,용돈좀보내주세요163
32낙찰자가새로운집주인이되었다166
33피해자를적대세력이라부르는나라172
34긴급지원정책이발표되었다177
35서류지옥이이런것일까181
36긴급생계지원금과신라면스무개185
37나라는,거대한시한폭탄191
38나는대한민국의정글피시194
39특별법이만들어졌지만198
405,800만원짜리쓰디쓴교훈202
41대치동의불량품207
42우리는왜이렇게사기를잘당할까210
43불행은밀물처럼끝도없이밀려와214
44스스로를고립시키는사람들을나는이해할수있다221
45사기를당했다고꿈마저포기할수는없다225
46어른이되어다시읽는《노인과바다》231
47불에타죽든바다에빠져죽든234
48저,원양상선을타겠습니다239
49선박조리사교육장에서243
50경매현장에참석했다247
51미련함의다른말은간절함이다252

마무리하며256

출판사 서평

2021.07.05-2023.10.02
시청,법원,경찰서,HUG,주거복지재단까지

전세사기피해자가2년넘게발로뛰며써내려간820일의기록정부의잇따른대책발표와특별법시행에도아랑곳하지않고,전국으로끊임없이확산되는전세사기.올상반기에만이미네명의피해자가극단적선택을했지만최근수원에서또다시전세사기범죄가발생하면서사람들의불안이또다시가중되고있다.그리고이범죄의가장큰피해자들은,여타의경제범죄피해자들과마찬가지로사회초년생,신혼부부,대학생등젊고가진것이많지않은2030세대였다.

한국에만존재한다는전세제도는지난50년간일종의‘사금융’역할을톡톡히수행해왔다.집주인은전세보증금을은행에넣거나투자해돈을불릴수있었고,세입자는일정기간안정적으로거주하면서내집마련을위한자금을모을수있었다.사글세에서월세를거쳐전세,자가로이어지는이른바‘주거사다리’에서전세제도는가장안정적인자가소유로올라설수있게도와주는마지막디딤돌이었다.

그런데,이렇게오랫동안대한민국부동산시장의한축을담당해온전세제도에왜이렇게허점이많을까?수천명의피해자가수천억원을떼이는동안국가는무엇을했을까?왜똑같은피해가1년내내되풀이될까?무엇보다,왜제대로처벌받는가해자들이드물까?한사람이수백채씩집을사들이는동안왜어떠한감시망도작동하지않았으며,사기전과가있거나자격증도없이활동하는부동산공인중개사는왜이리많을까?《전세지옥:91년생청년의전세사기일지》는2020년7월생애첫전셋집을얻은평범한청년이하루아침에전세보증금을모두날린이후로,피해를조금이라도만회하기위해2년넘게발로뛰는과정에서보고듣고겪은일들을기록한책이다.먼저,부동산공인중개사인친척어른의조언을바탕으로아무리신중하게집을구해도,일단전문사기꾼들이설계해둔판에걸리면누구든속수무책당할수밖에없는현실과구조를피해자의관점에서생생하게담았다.이과정에서인생계획이틀어지고인간관계가어그러지고일상이무너져,끝내꿈을유예할수밖에없었던청년의애타는사연을접할수있다.관련정부부처와여러행정기관의친절하지만수동적인대응방식이평범한사람들에게어떤좌절과무기력을심어주는지간접경험할수있다는점은이책만이줄수있는또다른효용이다.무엇보다이책은이모든상황에도불구하고스스로를구하려애쓰고,자신의정체성을전세사기피해자로한정하지않겠다고다짐하는한청년의투쟁기록이다.

1991년생청년이당한전세사기일지
2020년7월천안시두정동리첸스빌라1004호가계약및입주/청년버팀목전세자금대출신청
2021년7월경매통지서확인/해외취업프로그램합격/퇴사
2021년12월헝가리기업에합격및출국
2022년7월전세대출금2년만기도래/12월헝가리기업퇴사
2023년2월한국으로입국/인천미추홀구의전세사기피해자첫번째사망
2023년3월아르바이트시작
2023년4월리첸스빌라전세대모두낙찰/인천미추홀구의전세사기피해자2인사망/
정부의경매중지선언/임시구제책시행
2023년5월리첸스빌라건물주와부동산사장을상대로형사고소접수/대전MBC와인터뷰진행
새로운집주인과확약서작성
2023년6월전세사기피해자에대한정부의정식구제정책시행/리첸스빌라경매종국
2023년9월용인본가로이사/주소이전

부동산사장님,나한테왜이러세요

저자는신한금융그룹과한국외대가주관하는해외취업프로그램의면접을보고신나게귀가한날,각현관문마다붙어있는경매통지서를확인한다.원래계획대로라면퇴사->프로그램수료->해외취업성공->출국순으로차근차근여정을밟아야했지만,경매로넘어간전셋집문제를해결하느라인생이죄다엉켜버린다.집주인에게수없이전화를하고,일단기다리라는공인중개사의심드렁한답변에하염없이기다리다멘탈이무너져난생처음우울증약을먹었다.

바퀴벌레가들끓고녹물이쏟아지는회사기숙사에서좀더버티지못하고전셋집을얻은스스로를한없이책망하다가,공인중개사에게같은사기를당한세대가이미여럿이며건물주통장에는단돈1,000원만남아있고건물주의남편은다른대출사기혐의로교도소에수감중이라는사실을알게되었다.부적처럼믿었던1억원이내의공제증서가사실상아무쓸모없는이면지에불과했다는점을확인하고전세제도의허점을파기시작했다.조사하면할수록이제도가얼마나허술한지를확인하면서,두번다시전세를얻지않겠다고다짐한다.

전세금을다시모으려면4,833시간이걸린다

파일럿훈련비1억원을모으는데는유효기간이있다.집이경매에넘어갔지만최우선변제금을받을수있다는일말의기대를안고,저자는일단헝가리로출국해현지기업에서근무하며돈을모은다.그러나한국의부동산거품이빠르게꺼지면서낙찰일정이몇차례지연되는사이,전세대출금2년만기가도래해한국으로들어올수밖에없는상황에처한다.공인중개사가호언장담했던최우선변제금대상자에자신이포함되지않는다는사실도,귀국한후에야깨닫는다.

서른이넘은나이에더이상부모에게폐를끼칠수없었던저자는일단카드론을통해전세대출원금과이자를갚기로한다.그는이런선택을두고‘전세제도의빈틈을잘알지못해사기를당했고,그대가로1년동안스스로카드사의족쇄를차는형벌을감당하기로했다’고담담하게고백한다.(99p)하지만매일열두시간씩아르바이트를해서받는시급1만2,000원으로전세금5,800만원을벌려면총4,833시간을일해야하는것이저자가처한현실이다.주말이나공휴일없이매일일할경우하루여덟시간씩604일,86주,20개월,1년7개월을일해야벌수있는금액이다.

저자는책전체에서이런현실에대해끊임없이문제를제기한다.건물주의빚을왜피해자들이대신갚아야하느냐고.대학생,신혼부부,입사한지몇년이안된사회초년생들에게몇천만원은그저인생공부한셈치고잊어버릴수있는금액이아니라고.

긴급생계지원금을신청하고신라면스무개를받았다

긴급생계지원금을받기위해서는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전세사기피해확인서를발급받아야한다.그런데전세사기피해확인서는무이자나저금리전세대출을신청하는용도로만발급된다.한마디로,긴급생계지원금을받기위한용도로는전세사기피해확인서를발급받을수없다.전세사기피해를당했지만또다시전세대출을신청하기위해전세사기피해확인서를발급받으려면,또다시많은서류를준비해야한다.매각물건명세서,배당표,전세계약서,등기부등본,전세금입금내역서,임차인확약서,주민등록초본,주민등록등본,소득사실증명원등이다.

저자는한달이넘게주택도시보증공사와주거복지재단을오가며가까스로전세사기피해확인서를받았지만,정작주민센터에서는관할구역에서무슨일이생겼는지인지하지못하고있거나,한달전안내했던것과다른서류를제출하라고한다.마침내필요한서류를모두챙겨주민센터를방문한저자가그날받은것은,친절한공무원이챙겨준신라면스무개였다.

저자는말한다.전세사기피해확인서나긴급생계지원금을직접신청해본경험이없다면이복잡한과정을절대이해하지못한다고.글로정리하면몇쪽에불과하지만,생업에매달리는시간을쪼개이많은제도를검색하고자신에게적합한것을찾아내문의하고서류를준비하고접수하고결과를기다리고거절당하고재신청하기를반복하는일련의과정은,시간도돈도없는서민에겐너무가혹하다고.

“처음부터전세사기피해자로태어나지않았듯,나에게도보통의삶이있었다.
전세사기피해자로끝나도록
내인생을방치하지않을것이다.“

꿈을접게만드는현실에굴하지않고,존엄성과자존감을짓밟는사기꾼들에게지지않겠다는마음으로이책을쓴저자는지금원양상선승선훈련을수료하고,승선대기중에있다.자신의삶이전세사기피해자로끝나지않도록,어쩔수없는현실때문에꿈을포기하고평생후회하며살지않도록자신의자리에서자신이할수있는모든노력을기울이고자한다.

하지만저자의계획은개인의꿈을이루기위한노력에서그치지않는다.전세법을개정하는데아주작은목소리를보태기위해,가해자들이제대로된처벌을받게하기위해집회참석,언론인터뷰,SNS기록등본인이할수있는모든노력을기울이고자한다.

그저나혼자‘잘먹고잘사는’삶이아닌,성실하게노력하는모든이가‘함께잘사는’세상을꿈꾸게되었고,그런세상이될수있도록본인의인생또한더잘꾸려가겠다고말하는저자최지수.그가고군분투했던820일의흔적이《전세지옥:91년생청년의전세사기일지》에고스란히녹아있다.“조카들이내책을읽을수있을만큼자랐을때는전세법이제대로개정되어,어떤전세든안심하고계약해도된다고말해줄수있기를고대한다”(257p)고말하는저자는,비단전세사기피해자뿐아니라모든금융범죄피해자들이자책하지말기를,스스로를비난하지말기를,절대죽지말기를,끝내살아남아서저마다의인생을소중하고행복하게이어가기를간절히소망한다.금수저도흙수저도아닌,극단적이지도드라마틱하지도않은가장보통의일상을살아가는청년의하루를보여주는진짜이야기.무릎이꺾이고눈물이쏟아지는순간에도끝내자긍심과자부심을잃지않는사람만이보여줄수있는단단한사람의820일이,지금부터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