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과 시문

옛 그림과 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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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새롭고 다채로운 동양의 예술정신을 만나다!
심경호 교수와 함께 누비는 옛 그림과 시문의 세계
본래 예술적 아름다움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다. 예술가의 사고나 시대 관념을 드러내는 것도 예술이고, 황금 비율이나 구성도 예술이며, 장난스러운 행위도 예술이다. 동양화에서는 재래의 구도를 훌륭하게 지키는 것도 예술적 아름다움으로 간주했다. 이때 화폭 한구석에 적혀 있는 시문인 화찬은 그림의 주제와 기법을 감상할 때 요구되는 미학적 전통 혹은 관습을 소환해 준다. 그림이 그려진 이후에는 감상자들이 시문을 지어 그림의 주제와 기법을 생성시킨 미학적 전통과 관습을 확인하고 부연했다. 사실 근대 이전의 회화는 그림의 기법과 구도만으로는 그 의미와 미학적 가치를 온전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화폭을 그림과 함께 구성하는 화찬, 그리고 화폭의 제작 이후 회화가 생성하는 역동적 미학세계를 해석하는 독화시문과 함께 회화를 감상할 필요가 있다.
저자

심경호

1955년충북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와동대학원석사과정을졸업하고일본교토대학에서문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현재고려대학교한문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으며,고려대학교한자한문연구소소장,근역한문학회회장으로있다.국문학연구회논문상,성산학술상,시라카와시즈카기념동양문자문화상,우호인문학상,연민학술상,난정학술상,김달진문학상,월봉저작상외다수의수상경력이있다.한국연구재단인문사회과학분야우수학자로선정되기도했다.
저서로는『강화학파의문학과사상』(1~4),『모두의인문학』(이상공저),『조선시대한문학과시경론』,『국문학연구와문헌학』,『다산과춘천』,『한국한시의이해』,『김시습평전』,『한시의세계』,『간찰:선비의마음을읽다』,『한학입문』,『한시기행』,『산문기행:조선의선비,산길을가다』,『나는어떤사람인가:선인들의자서전』,『한시의서정과시인의마음』,『여행과동아시아고전문학』,『국왕의선물』(1,2),『참요:시대의징후를노래하다』,『한문산문미학』,『심경호교수의동양고전강의:논어』(1~3),『한국한문기초학사』(1~3),『한시의성좌』,『내면기행:옛사람이스스로쓴58편의묘비명읽기』,『김삿갓한시』,『안평』등이있다.
역서로는『증보역주지천선생집』(1~4),『역주원중랑집』(1~10),『일본한문학사』,『역주당육선공주의』(1,2)(이상공역),『금오신화』,『선생,세상의그물을조심하시오』,『서포만필』(1,2),『삼봉집:조선을설계하다』,『국역기계문헌』(1~6),『주역철학사』,『불교와유교:성리학,유교의옷을입은불교』,『한자학』,『한자,백가지이야기』,『일본서기의비밀』,『문자강화Ⅰ』,『동아시아한문학연구의방법과실천』,『한자:기원과그배경』등이있다.

목차

책을엮으며·5

제1부제화題화의미학
〈미인도〉는미인그림이아니다·19
〈타작〉과전준지희·27
〈매화서옥도〉의사의寫意·33
회화와증언贈言·49
목동의시를그림으로·59
제화의미학·69
글자의반란·100
서화의운명·112

제2부초상화와시문
국보송시열반신초상화의불편한사실·129
고려말조선초의초상과찬贊·137
초상화와자찬·154
초상화제작과국왕의개입·162
동갑내기들의초상화첩·172
초상화를대신한송계도·182

제3부시의도와문의도
붉은도포의노인·197
김홍도의시의도·205
주희와육유그리고김홍도·232
강세황의김홍도그림평어·249
화폭에담은우정·266
가을소리의그림·277
‘벽오청서’시비·290
명대화인과문인시문의차용·301

제4부그림과글씨의변주
조선유일의역사기록화·311
대작에는대체무슨글이·339
역사인물화의풍간·358
부채의그림과글씨·369
호랑이의이중성·378
조개와새우·390
〈곡운구곡도〉와김수증그리고정약용·404

제5부기묘한그림이야기
일본오산산수도에남은조선사신의시·425
나는나의집을사랑한다·440
신화의상상·451
눈속에피어난파초·465
박지원의기묘한그림이야기·477

참고문헌·496
그림목록·509
찾아보기·513

출판사 서평

“고전문화를사랑하는분들이
옛그림과시문의관계에대하여
사색할자료가될수있으면좋겠다”

옛그림과시문의세계로들어가는
열쇠같은안내서

옛그림의화폭에는회화만남아있는것이아니다.화가가그림의주제나그림그릴때의심경을화폭한구석에시문으로밝히기도하고,그림을감상한문인이그창작경위를밝히거나감상평어를별도로덧붙이기도했다.이것들을바로제화題?혹은화찬?讚이라고한다.곧,옛그림의의미와미학적가치를온전하게파악하기위해서는이시문들을함께감상해야한다.신윤복의〈미인도〉처럼이미익숙한옛그림도시문을곁에두면새롭게읽어낼거리가풍성하다.

저자심경호교수는이미오래전부터옛그림에서‘이미지’와‘텍스트’의상호관계를파악하려노력해왔다.그결과물로,여러논문과연재글을보완하고일부글은새로집필하여이책으로묶었다.저자에따르면,그림과일체가되어감상되는화찬,명구화제,독화시문,화기등은동양의인문정신이예술분야에발현된독특한방식이다.더불어오늘날에도각예술장르는서로넘나들며함께예술세계를형성하지만,근대이전에는예술의각장르가더욱긴밀하게연결되어미학적의미를서로보완했다.이책은이러한인식에서새롭고다채로운동양의예술정신을독자들에게소개하고자했다.


옛그림을어떻게감상해야할까?

백명의감상자가있다면백가지의감상이나올수있는것이바로그림이다.그럼에도,옛그림을제대로즐기기위해서는전통시대미학의사고방식과그배경을이해해야한다.보고싶은대로보는것도좋지만,동양화에서막연하게느껴지는신비로움,낯섦,모호함,난해함의벽을넘어그속에담긴선인들의마음과일상을우리시대로귀환시킬때,옛그림과시문은원래의각별한의미로다가올것이기때문이다.

동양에서는시·서·화를일체로보았는데,이른바삼절三絶이라고한다.그림을그리고그시문을작성하는일을별개가아닌하나의작업으로여겼던셈이다.이것은화가에의해서완성되기도하였고,김홍도의그림에강세황이찬을써넣는식으로별도의감상자가의미를부연한경우도있었다.어떤경우이든결코그림과시문을분리해서볼수없는이유가된다.

그런데이시문들은한문으로쓰여있고,그것도몹시함축적인데다가,기존에번역이제시되어있다하더라도적절한번역인지확인하기어려운상태에놓여있다.이에오랜시간한문학연구에매진해온저자가세심한번역과해설로독자들의필요에부응하고자하였다.이책이출간되기까지,그간쌓아온공력에도불구하고저자스스로“만만치않다”고표현했을만큼지난한과정이있었다.

그러나독자들은그만큼정확하고풍성한자료로옛그림과시문을감상할수있게되었다.심경호교수의친절한해설을따라,화폭에담긴선인들의정신세계와생활의일면을보고즐기는기쁨을누리기를바란다.그러다보면어느새오래전못다한이야기를나누는것처럼,고개를주억거리며옛그림과시문을감상하는자신을발견하게될것이다.


#〈미인도〉는미인그림이아니다?

신윤복의〈미인도〉는트레머리를한앳된얼굴의여인이꼭맞는저고리에풍성한치마를입고있는모습을그린유명한그림이다.보통아름다운여인의모습을그렸다고설명한다.그러나저자에따르면상체에치중된묘사와부풀어오른치마를좌우로꽉차게그린형태는미인을그릴때흔히쓰는수법이아니다.왜그런가?

이것은신윤복이화폭에써넣은제화를통해짐작할수있다.“호탕한가슴속에봄기운같은생명력./붓끝으로어찌물상을전신할수있으랴?”신윤복이여인을그린이유는바로풍요로운힘을상징하기위해서였다.이그림은‘반박흉중盤?胸中’,즉광대무변하며만물을생기시키는기운으로가득한여인의마음을묘사했다.신윤복의제화를제대로이해하고나면,이그림이단순히미인을그린것이아니라그속의생명력을풍성한치마로외현시켰음을알수있다.


#“다만하나만있을수있지,둘은있을수없다”

추사김정희는어느날우연히손이가는대로〈불이선란도〉를그렸다.20년동안이나그리지않던난을갑자기그려냈다.그런데화폭에는그림보다글씨가더빼곡하다.제발題跋이네번이나추가되었기때문이다.그것도모두다른날에쓰인것이다.무슨일일까?

화폭한쪽에는김정희가그림제작의사연을밝혔다.“처음에도준(달준)을위하여아무렇게나붓을놀린것이니,다만하나만있을수있지,둘은있을수없다.”또작은글씨로다음과같이적었다.“오소산(오규일)이보고강제로뺏어갔다.우습다!”그림의주인이두번이나바뀐사연을써넣은것이다.그런데“다만하나만있을수있지,둘은있을수없다”는무슨말인가?

“한번이나그릴일이지두번그릴수는없다”라고풀이한다면,스스로어쩌다난을친것을후회하는말로볼수있다.또“세상에하나밖에없고,달리있을수가없다”라고풀이한다면그스스로그림의완성도를자부한말이된다.그런데화폭에는다음의글도있다.“누군가억지로강요하여구실을삼는다면,또한마땅히비야리성유마의무언으로사양하리라.”김정희는유마이야기를대뜸끼워넣었다.『유마힐경』에보면,선禪을갖가지말로설명하는보살에대해유마가오로지침묵으로맞서모든행동이나표현의무상함을알리고진리와그형용에는경계가없음을드러내어‘둘이될수없는선[不二禪]’의참뜻을보여주었다는이야기가있다.

앞서말한『유마경』의내용을다시부연했다고본다면달리풀이할수도있다.즉난을치는행위의유일무이함,도준(달준)과난,자신의관계가유일무이함을말한것으로볼수도있다.어느쪽이옳을까?한편김정희는화폭오른쪽중단에가까스로다음의글을써넣었다.“초서와예서,기이한글자를쓰는법을가지고그려내니,세인들이어찌알겠는가?어찌좋아하겠는가?”


#조선지식인의밤잠을설치게한기묘한그림

철저한이념의세계였던조선에서는상상력을자극하는기묘한그림이나시문이용납되기어려웠다.그러나연암박지원이남긴글가운데「수산해도가」라는기이한장편시가하나있다.“…남산의큰원숭이는고운첩을훔쳐다가/바위틈에함께살며억지로사통하고,/산도깨비는벌건대낮에산을내려와/인간의부엌을빌려방게를구워먹네.…”

박지원은동료들과함께감상한〈수산해도〉를시로묘사하였다.그가감상한〈수산해도〉는이랑신二郞神의요괴퇴치전설을모태로설화및소설의세계를끌어들여갖가지형상을그린〈수산도搜山圖〉계보의그림이었을것으로추측된다.낯설고신기한그림을접한박지원은,비록잠시지만일상을벗어나허구의세계에서노닐며그광경을시로남겼던것이다.“나는집에와서도눈앞에삼삼하여/밤에도잠못이루고줄곧생각했다.”밤잠을설치며기묘한그림을떠올리는박지원의모습이눈앞에아른거린다.


※『옛그림과시문』의구성

제1부‘제화題?의미학’에서는시문과그림이하나로결합된옛그림들을살펴보았다.‘〈미인도〉는미인그림이아니다’에서는신윤복이〈미인도〉화폭한쪽에써넣은제화를새로해석하여,이그림이‘미인’의외형이아니라‘여성’,곧풍요로운힘과생명력을상징적으로보여주었음을밝혔다.그밖에도김홍도의〈타작〉,조희룡의〈매감도〉와〈매화서옥도〉,조영석의〈원주행선도〉를비롯한여러사례를통해회화와시문이공유하는의미세계를해석하였다.

제2부‘초상화와시문’에서는초상화와함께그인물을보다깊이있게이해할수있게해주는초상화의찬·지·서등을나란히살폈다.송시열,이제현,유언호등의초상및1703년(숙종29)계미년에태어난동갑내기7인의초상을모은화첩인『계미동경소진첩』등을소개하였다.‘초상화와자찬’에서는김시습과강세황의초상화와그자찬에표현된인물의내면세계를읽어내었다.

제3부‘시의도와문의도’에서는김홍도의〈세마도〉〈주부자시의도〉〈추성부도〉,정선의〈황려호〉,장승업의〈방황학산초추강도〉를비롯한다채로운시의도와문의도를소개하였다.화제중에서도유명한시문의어구를따서제시한것을명구화제라하는데,이것이시구일때그그림을시의도라하고시구가아닐때는문의도라고한다.‘붉은도포의노인’에서는김홍도의그림가운데〈주상관매도〉와그제화시인두보의「소한식날배안에서보며」를살펴보고,김홍도가두보의시구를화제로삼은진정한의도는무엇인지탐구하였다.

제4부‘그림과글씨의변주’에서는조선시대의역사고사화첩인『북관유적도첩』,김홍도의〈삼공불환도〉〈기로세련계도〉,윤두서의〈진단타려도〉,작자미상의〈맹호도〉등을다루었다.‘조개와새우’에서는수생동물의생태와특징을묘사한조선어해도를만난다.수묵으로묘사한게,새우등의생물이길상의의미를지닌동음의상징어를지시하는경우가잦았음을확인하였다.한편,그림속생물을통속적인상징물로전이시키는대신세상의부조리를조소하는상징물로변주시킨특별한경우도분석하였다.장한종의〈조개와새우〉에쓰인신위의제화가바로그것이다.

제5부‘기묘한그림이야기’에서는굴원의「구가」에담긴신화적상상을그림으로형상화한원나라장악의〈구가도〉,자유분방한정신세계를드러낸서위의수묵화훼도와그자제등일상에서벗어난기이한그림들을살폈다.‘박지원의기묘한그림이야기’에서는신장神將이괴물을퇴치하는그림인〈수산해도〉를박지원이감상한사실과,그후남긴기이한장편시인「수산해도가」를확인하였다.조선지식인의밤잠을설치게한기묘한그림이야기를함께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