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이란무엇인가?
왜현대사회에서도종교학을연구해야하는가?
‘종교’라는말을들으면,머릿속에떠오르는이미지들이있다.여러가지종교상징들도떠오르기도하고,절,교회,성당,모스크등다양한종교시설이떠오르기도한다.계몽주의시대를지나과학중심의21세기로오면서,합리성과거리가먼종교는점차현대인들의관심에서멀어져갔다.특히나2020년코로나19사태를지나면서,지역내집단감염을지속적으로일으키는종교에대한부정적인인식이높아지기도했다.
과연21세기를사는현대인이‘종교’에대해학문적으로연구해야하는이유가무엇일까?
종교는인간을비추는거울이다
캐나다의종교학교수윌프레드켄트웰스미스는‘종교’라는말대신‘신앙’과‘축적된전통’으로나누어부르자는제안을한적이있다.여기서알수있듯이‘종교’는우리가흔히아는것처럼신의존재,기적,천국과지옥등의신비로운체험의결과물이아니라,인류문명의역사속에서쌓인문화적결과물이라고볼수있다.
고통을신에게가까워지기위해감수해야하는것으로보거나,죄를지은대가로보거나,혹은깨달음을얻기위한수단으로보는등고통에관한이야기가여러종교에공통적으로나타난다.신령한나무를통해영적인존재와만나는전통은한국의무당과시베리아의주술사모두에게서나타나는현상이다.이는우연히생긴공통점이아니다.지구의모든인간은자신의육체적·정신적고통에대해끊임없이고찰해왔다는증거이며,각자가속한공동체의문화에영향을받아고통을받아들이는방식을나름대로발전시킨것이다.인간이자연을바라보는경외의시선도한국의무당과시베리아의주술사에게도공통적으로발현된것이다.
이처럼종교는인류가공통으로가진아주내밀하고근원적인인식,고민들이어떤방식으로발현되고,발전해왔는지보여주는가장확실한지표가된다.
짧은역사,그럼에도체계적인종교학
‘종교’가유럽에서학술연구의영역으로들어온것이19세기후반이었다.물론기원을거슬러올라가면고대그리스에서부터시작되었다고볼수있지만,철학과과학등다른학문의역사에비하면,가장오랫동안인류와함께있었으면서도가장늦게학문적으로연구된분야라고할수있다.
근대이전까지서구기독교세계는기독교와이교(異敎)라는이원론적시각으로종교에접근했다.그러나근대이후세계각국의다양한종교를접하게되면서종교연구의필요성을느끼게되었다.그리하여문화의관점에서여러종교의다양한신앙과풍습을비교하는연구가이루어졌고,이것이종교학의근간이되었다.
초창기비교종교학연구자였던코르넬리우스틸레,프리드리히막스뮐러,에릭샤프,에드워드버넷타일러를거쳐,〈종교인류학〉의앤드류랭과로버트매럿,〈종교사회학〉의윌리엄로버트슨스미스와제임스조지프레이저,〈종교심리학〉의프로이트와카를융,〈종교현상학〉〈종교해석학〉의헤라르뒤스반데르레이우와미르체아엘리아데,구조주의의클로드레비스트로스,현대종교학의윌리엄페이든과조나단스미스,웬디도니거까지,종교학은그짧은연구기간에도체계적인학문적발전을이루어왔다.
‘종교학’의발전사와‘종교’를향한학자들의체계적인설명을통해우리는종교를학문의영역에서바라보는안목을기를수있게될것이다.
무신론의시대,우리시대의종교?
알랭드보통,유발하라리,슬라보예지젝등의현대석학들은무신론자임에도현대사회에종교적인요소가존재하고,또필요하다고주장한다.종교는단순히한공동체가가지고있는문화를넘어서,정신적인결속력을다지고,심리적으로연대할수있는튼튼한지지기반이되어주기때문이다.현대석학들은‘사랑으로서로를보살피고연대하는공동체’가가진종교적기능을현대사회에서도구현하고자한다.
이처럼종교는종교인들에게만유효한과거의유물이아니라,현대에도끊임없이재생산되는하나의대중문화가된다.현세의고통을해결하고인간의생로병사에직접개입한다는측면에서보면‘의사’역시종교적기능을할수있다.어떤인물이시련을극복하고민중을구원하는메시아로성장한다는종교적서사는〈스파이더맨〉이나〈배트맨〉등의슈퍼히어로만화에서심심치않게사용된다.이같은시련극복의입문의례는현대교육과정이정착하는데많은영향을끼친것역시사실이다.
무신론의시대에접어들었다고해서더이상종교연구가불필요한것은아니다.현대사회에도미래사회에도인간은살아있고,그중심에는언제나‘가장종교적인’우리의속성이함께할것이다.따라서종교를연구하는일은곧인간을연구하는일이며,우리시대의종교,우리스스로를이해하는작업이된다.
현대신화의재구성,『엄마를부탁해』와『채식주의자』
종교의원형인신화는현대대중문화작품속에서도계속해서활용된다.신경숙의『엄마를부탁해』는‘어머니’로표상되는여신신화를활용하였고,한강의『채식주의자』는태초의시간으로회귀하려는인간의욕망을신화적으로재구성해냈다.
『엄마를부탁해』의‘박소녀’는죽어서시댁에남는대신어머니의품속으로돌아가고싶어한다.여기서어머니는지모신,혹은성모마리아와동일시되면서,생명과창조의근원,마치고향처럼돌아가야할근원으로표상된다.이는어머니신화가반복해온주제를소설을통해효과적으로재현한것이라볼수있다.
『채식주의자』의주인공‘영혜’는폭력으로점철된사회에서벗어나다른존재,즉식물이되고싶어한다.여기서‘영혜’가동물이아닌식물로의회귀를갈망한다는점에서그녀가동물과의평화로운공존을회복하는단계에서더나아가,태초의신화적시간을회복하려한다는점을알수있다.이는오랫동안반복되어온신화의원형적주제들을작품에다시채용하여창조적으로재구성해낸소설이현대사회에서신화의기능을감당하는것이라할수있다.
앞서살펴본것처럼,이책은종교학의개념과발전과정을살펴보고,현대대중문화에스며들어있는종교적요소들을짚어보며,종교학의필요와전망에대해논의한다.이책을읽는분들이종교가인간과사회를구성하는중요한요소이며,종교의학문적설명은현대인과현대사회를이해하기위해서도반드시필요하다는것,그래서특정한종교의관점이아니라객관적이고체계적으로설명하려는학문적시도가요청된다는것을수긍할수있기를기대한다.
책속에서
p.16종교를문화의부분집합으로만간주한다면,종종문화와사회를통제해오고문명을만들어내기도한독자적범주로서의종교의위치는무시될수밖에없기때문이다.우리는종교가인류의긴역사속에서인간의인식체계와세계관에가장큰영향을끼쳐왔다는것을간과해서는안된다.
p.27종교를정의하려는학자들은,신앙을본질로볼것인가,신자들이반복하는행위를중심에놓을것인가,아니면범위를최대한확장하여세계를이해하는모든방식들을종교라고할것인가등의질문을던지고그답을찾아야한다.
p.47막스뮐러역시종교와신화는비교를통해서만제대로이해될수있다고믿었고‘종교의과학’과더불어‘비교종교학’이라는명칭을자주사용했다.그가종교의연구에비교방법이필수적이라고주장할때면늘반복했던“하나만아는사람은아무것도모른다”라는말은지금도많은종교학도들에게일종의격언처럼기억된다.
p.121뮐러에따르면,종교학은“모든종교,혹은아무튼가장중요한인류의제종교에관한공평하고참으로과학적인비교에기초를두고”있는학문이다.
p.170나는종교학이‘종교적인경험으로하는인간에대한더깊은이해’와‘엄밀한학문의추구’라는두목적사이에서균형을이루어야한다고생각한다.다시말하지만종교학은인문학의한분야이다.
p.209고대의종교적인사람들은물론우리시대의인간을포괄적이고종합적으로이해하는데에도종교학의시각이요청된다.특히대중문화에담긴종교적의미를해석하기위해서는종교학이반드시필요한것이다.
p.254신경숙은내엄마의모습속에서생명과풍요의원천이며,우리가나온근원이자결국은돌아가안식하게될고향인어머니여신의속성을보여준다.세계대부분의지역에서전승된어머니여신에대한신화가『엄마를부탁해』에까지이어진것이다.
p.265신화들이가장많이다루고있는주제는단연코인간의죽음의문제이다.죽음의원인부터죽음의극복,그리고잘죽는방법까지,죽음에대한인간사유의범위는폭넓고깊었다.오늘날에는의사들이노화의원인을찾아,이를방지하는해결책을제시하며,때로는죽음의원인을규명하기도하고,병을이겨내고죽음을최대한미루는역할을담당한다.
p.285『채식주의자』가식물로의회귀신화를담고있다는것은주인공영혜가나무가되려고한다는점에서가장분명하게드러난다.영혜에게나무가된다는것은폭력과살해,억압과위선이만연한,“오늘날알고있는”이세계를벗어나다른존재가되는것을의미한다.
p.293현대인들이열광하는영화나만화의주인공‘슈퍼히어로(superhero)’들도전통신화의신이나영웅들처럼종종엄청난고통과상징적인죽음을경험한후에영웅의지위에오른다.
p.316~317여전히시련과고통의상황에처할수밖에없는현대인들이이러한위기를극복하고새롭게태어나기를소망할때,또한지금까지의삶이실패했다고낙담하는사람들이다시시작할수있는희망을품을때,이들의삶의변화는입문의례의구조를통해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