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도종환의 나의 삶 나의 시)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도종환의 나의 삶 나의 시)

$18.77
Description
아픔의 시간 속에서 우러난 시와 그 안에 담긴 인생을 이야기하다!
<접시꽃 당신>의 저자인 시인 도종환의 자전적 에세이『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이 책은 저자가 ‘한겨레’의 ‘도종환의 나의 삶 나의 시’라는 코너에 연재했던 산문을 엮은 것으로, 세상의 모든 꽃들이 그러하듯 흔들리면서 꽃 한 송이를 피우듯 살아온 도종환의 삶과 그의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난과 외로움, 좌절과 절망, 방황과 소외, 고난과 눈물과 고통과 두려움 등 저자의 인생이 담긴 시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저자만의 감성적인 언어로 고스란히 들려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육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가고, 암에 걸린 아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예상치 못했던 시집에 대한 반응과 베스트셀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대중성에 영합한 저급한 문학으로 평가절하 되는 과정을 겪기도, 그리고 재혼으로 인해 온갖 비난의 말을 감수해야했던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화가가 되고 싶던 꿈을 접고 등록금이 면제되는 지방 국립사범대학에 진학해야 했던 저자는 그 과절이 문학으로 방향을 틀게 했고, 지금까지도 자신의 문학을 밀고 가는 가장 큰 힘이 좌절이라고 이야기한다. 살아온 인생을 그대로 담고 있는 시를 통해 삶과 시가 하나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저자는 치열하되 거칠지 않은 시, 진지하되 너무 엄숙하지 않은 시, 아름답되 허약하지 않은 시, 진정성이 살아 있되 너무 거창하거나 훌륭한 말을 늘어놓지 않는 시를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이철수 화백의 그림이 저자의 글과 어우러져 감동을 더해주고 있다.
저자

도종환

저자도종환은1954년청주에서출생했습니다.그동안《접시꽃당신》,《부드러운직선》,《해인으로가는길》,《세시에서다섯시사이》등의시집과《사람은누구나꽃이다》,《그대언제이숲에오시렵니까》,《마음의쉼표》등의산문집과동시집《누가더놀랐을까》,《정순철평전》등을펴냈습니다.신동엽창작상,정지용문학상,윤동주상등을수상했으며,‘세상을밝게만든100인’에선정되기도했습니다.요즘은충북보은의산골황톳집에서글을쓰며지내고있습니다.

목차

1내시의꽃밭
내시의꽃밭|두번의전쟁|까마득하던날의수제비|원주는추운곳이다|화가가되고싶던열망과플랜더스의개|내어린날의빙하기|미운오리새끼|한마리외로운짐승같던시절그리고고은

2접시꽃당신
시인은헤매는양인가|광주라는내인생의갈림길|아무렇게나살아갈것인가|동인지문단시대와분단시대|첫시집을내던무렵|날려보내기위해새들을키웁니다|접시꽃당신

3쇠창살에이마를대고
시를쓰는것이죄가되는세상|유배지에서쓴시|슬픔을파는시인이란비판|선생님사랑했어요|행복은성적순이아니다|쇠창살에이마를대고|알몸으로달려가던교도소의긴복도|감옥밖으로나간한편의시|감옥의벽에십자가를새겨넣고|내가지은죄|딸아이손을잡고

4흔들리지않고피는꽃이어디있으랴
담쟁이처럼살자|야만의시대,폭력의시대|울면서조시를쓰던날들|당신은누구십니까|아름다운세상을꿈꾸는일은이토록어려운가|흔들리지않고피는꽃이어디있으랴|가지않을수없던길|노동자그대의이름은아름답다|시인과투사|부드러운직선

5세시에서다섯시사이
부족한나무|무너지는학교,무너지는가슴|교육은떨어지는바위를끝없이밀어올리는일|개나리꽃같은아이들|낮에는외롭고밤에는무서운숲속생활|내게오는건고통도아픔도다축복이다|동시가찾아오던날|치유의힘을가진숲|평화롭게살기|어찌노론을한시대에이기겠습니까|세시에서다섯시사이

출판사 서평

고맙게생각합니다.그많은아픔의시간을.
거기서우러난문학을.나의삶,나의시를.


문학과종교를넘나드는드문감동의기록

화가가되고싶었으나시인이된소년,부드러우면서곧은시인,따뜻하고열정적인선생님,해직과투옥을겪으면서도신념을포기하지않았던교육운동가도종환의신작에세이《꽃은젖어도향기는젖지않는다》가출간되었다.이책은가난했던어린시절부터선생님이되어아이들을가르쳤던날들,교육운동을하다가감옥에간이야기,《접시꽃당신》으로가족과함께상처받고힘들었던시절,아파서숲에들어가혼자보내야했던시간들의이야기까지,한편한편의시를통해그의인생을담담하게솔직하게때론절절하게담고있다.자신의삶이야기가들어있는시들을골라그에얽힌이야기를풀어놓고시를들려주는이책은,시인의오랜지기인판화가이철수의채색그림과함께해책을아름답게만들고있다.
저자는충북보은의황톳집에서자신의삶하나하나를기억하고되짚으면서,자전적이야기를세세히펼쳐낸다.가난과외로움과좌절과절망과방황과소외와고난과눈물과고통과두려움으로부터시작한문학,그리고그것들과함께여러가지사건들을겪으며여기까지온삶의이야기를,그것으로인해시인이되었던일들을이야기한다.그는살아온인생을적나라하게보여주는시를통해,삶과시가하나라는것을온몸으로보여주고있다.그의시를,그의문학을,그의삶을기대해본다.

내문학을밀고가는가장큰힘은‘좌절’

도종환은전쟁이끝난이듬해충청도소읍,산직말의오막살이집에서태어났다.증평에서살던행복했던10여년,아버지의사업실패로식구들은뿔뿔이흩어졌다.아버지,어머니를1년에두번방학때만볼수있었던그때,부모님이계신원주에있는고등학교로진학한다.그때그를키운건팔할이가난함과외로움이었다.그는어렸을때크면그림을그리는일을하며살거라고생각했다.도화지가부족하면신문지에크레용으로그림을그리고,해마다12월에는크리스마스카드를직접그려친구나어른들에게보내곤했다.그러나대학에갈때는미대에갈수없었다.미대가아니라대학자체를갈형편이되지못해서국가에서등록금전액을대주는국립사범대를선택했고,학과도돈이적게들어보이는과를골랐다.화가가되는길과전혀다른길을걷고있다는좌절이그를술마시게했다.

빙하기로부터시작한내어린날의결빙이언제풀릴지그때는짐작할수없었다월세이천원짜리쪽방에기거하는동안연탄불이자주꺼졌다손도끼로침엽수도막을잘게부수어십구공탄에불을붙이는동안삶은매캐했고문짝도없는부엌부터일찍어두워졌다내가눕는윗목에는그릇의물이바로바로얼었고내몸도밤새달그락거렸다-<빙하기>중에서(52p)

사범대학을졸업하자그해3월,옥천군청산면청산고등학교로발령을받았다.문학청년인그가고등학교국어선생노릇을시작한것이다.박신부님을만난것이문제가되어좌천당하고쫓겨난생활은27년간교직에있는동안이동희망내신서를써보지못한채떠돌고쫓겨나게되는일의시작이었다.제대후1980년대전반기,정기간행물이다폐간되어글을발표할매체가없었던시절에,헤맴,절망,방황을보내고친구들과함께‘분단시대’라는모임을만든다.동인지창간호에<고두미마을에서>,<울타리꽃>,<진눈깨비>,<분꽃>,<삼대>(연작시)등을발표하며정식으로등단하지않았던작가는작품활동을시작하고,창작과비평사에서연락이와서첫시집을낸다.

이땅의삼월고두미마을에눈이내린다./오동나무함에들려국경선을넘어오던/한줌의유골같은푸스스한눈발이/동력골을넘어이곳에내려온다./꽃뫼마을고령신씨도이제는아니오고/금초하던사당지기귀래리나무꾼/고무신자국한줄눈발에지워진다./…/뉘알았으랴쪽발이발에채이기싫어/내자란집구들장밑오그려누워지냈더니/오십년지난물소리비켜돌아갈줄을./눈녹이물에뿌리적신진달래창꽃들이/앞산에붉게돋아이나라내려볼때/이땅에누가남아내살네살썩비어/고우나고운핏덩어릴줄줄줄흘리련가./이땅의삼월고두미마을에눈은내리는데.-<고두미마을에서>중에서(102~103p)

아내가토혈을한것은첫아이를낳고난이듬해봄이었다.딸아이를낳고이상이있다면서서울원자력병원으로가서검사를해보니암이라는결과가나왔다.아내가고통스러워하는모습을보며어떻게든살려야겠다고백방으로뛰어다녔다.서른두살이었던그때,젊디젊은나이에죽음에대해이야기했고,몸에성한곳이있으면주고가자고했던그녀.아내는눈을다른이에게기증해달라고하고는낳은지넉달된딸아이와,세살된아들을두고세상을떠났다.가난한사람끼리만나서가난하게살았던그때.나의뒷모습만보고있었다는말이마음에돌처럼자리잡고앉아떠나지않았다.

보다큰아픔을껴안고죽어가는사람들이/우리주위엔언제나많은데/나하나육신의절망과질병으로쓰러져야하는것이/가슴아픈일임을생각해야합니다/콩댐한장판같이바래어가는노랑꽃핀얼굴보며/이것이차마입에떠올릴수있는말은아니지만/마지막성한몸뚱아리어느곳있다면/그것조차끼워넣어야살아갈수있는사람에게/뿌듯이주고갑시다/기꺼이살의어느부분도떼어주고가는삶을/나도살다가가고싶습니다
-<접시꽃당신>중에서(119p)

내가울면서쓰지않는시는남들도울면서읽어주지않는다

그해겨울에동인지분단시대판화시집에<접시꽃당신>,<병실에서>,<암병동>,<옥수수밭옆에당신을묻고>,<당신의무덤가에>5편의시를실었다.그런데판화시집자체가문제가되어조사를받고동이중학교로좌천발령을받았고,문제교사로찍혀일거수일투족을철저히감시받았다.유배지에서시를쓰며지내던어느날,김사인시인이시집을내자고했다.12월초<조선일보>와<주간조선>에시집이야기가실리면서,전혀예상하지못했던매스컴의떠들썩함과독자들의반응과시집이베스트셀러가되어가는과정을겪었다.그것은감당하기어려웠고,또한대중성에영합한저급한문학으로평가절하되는과정을겪어야했다.

그대여흘러흘러부디잘가라/소리없이그러나오래오래흐르는강물을따라/그댈보내며/이제는그대가내곁에서가아니라/그대자리에있을때더욱아름답다는걸안다/어둠속에서키큰나무들이그림자를물에누이고/나도내그림자를물에담가흔들며/가늠할수없는하늘너머불타며사라지는/별들의긴눈물/잠깐씩강물위에떴다가사라지는동안/밤도가장깊은시간을넘어서고/밤하늘보다더짙게가라앉는고요가내게내린다/이승에서갖는그대와나의이거리좁혀질수없어/그대가살아움직이고미소짓는것이아름다워보이는/그대의자리로그대를보내며/나혼자뼈아프게깊어가는이고요한강물곁에서/적막하게불러보는그대/잘가라-<그대잘가라>중에서(142~144p)

자식들과떨어져사는소식이알려지면서,청주로발령받아올라온저자는두가지일을시작한다.교육운동단체를만드는일과문화운동단체를만드는일.충북교사협의회를만들고얼마안있어형사들에게잡혀간다.잘못된교육구조를바로잡기위해서법으로보장된교사들의단체가필요하다는생각에시작한일이었고,비민주적인교육구조와잘못된관행을바로잡고교육환경을개선하기위한길이었으나,그이유로감옥에간다.교도소에서시를쓸곳이없어비누에싼속포장지에,화장지겉을싼종이안쪽에,책맨뒷장백지에깨알같이시를써야만했던그의죄는,벌금30만원정도의죄였는데,그로인해구속되고감옥살이를했던것이다.감옥살이를끝내고나오는날,그는어떤일을책임진다는것이얼마나무책임한일이되는지바라봐야했다.딸에게미안하고,어머니께죄스럽고,스스로가미웠고,이런시대가미웠다.

감옥의벽에십자가를새겨넣고/비갠일요일아침당신께기도드립니다./엄마없고아빠마저빼앗긴저의두아이들/주님,당신께서돌보아주십사하고기도드립니다/밤비에젖은얼굴을털며일어서는무궁화꽃처럼/저의아이들이자라게해주십시오/구름걷힌하늘의작은햇볕에도들풀이자라듯/아이들이당신사랑으로자라게해주십시오-<감옥의벽에십자가를새겨넣고>중에서(186p)

포기하지않고,연대하고협력하는담쟁이처럼살고싶다!

해직된교사들끼리사무실에모여서함께대책을마련하기도하고같이밥도해먹으며지냈다.해직교사들은집회도하고,항의방문도하고,행정소송도하고,할수있는건다하자고해서수없이논의하고의견을모으면서날들을꾸려갔다.그러던어느날,회의중에창밖을내다보다가담쟁이를보게되었다.그리고담쟁이처럼살기로한다.나혼자살길을찾으려고하지말고,함께손잡고어려운벽을헤쳐나가자고마음먹는다.서로연대하고협력하여,절망적인환경을아름다운풍경으로바꿀수있다면담쟁이처럼벽을넘는것도한방법일수있다고생각한다.힘이넘쳐싸운게아니고,직장에서쫓겨나도먹고살만큼넉넉해서싸운게아니었다.그런야만과폭력의시대를살았고,해직생활의뒤에는울면서조시를써야하는날들이찾아왔다.

저것은벽/어쩔수없는벽이라고우리가느낄때/그때/담쟁이는말없이그벽을오른다/물한방울없고씨앗한톨살아남을수없는/저것은절망의벽이라고말할때/담쟁이는서두르지않고앞으로나아간다/한뼘이라도꼭여럿이함께손을잡고올라간다/푸르게절망을다덮을때까지/바로그절망을잡고놓지않는다/저것은넘을수없는벽이라고고개를떨구고있을때/담쟁이잎하나는담쟁이잎수천개를이끌고/결국그벽을넘는다-<담쟁이>(208p)

해직된이듬해겨울,불안하고두렵고떨리는마음으로다시사랑하는사람을만났다.사별후6년째되던해늦가을그녀와결혼을하게되었는데,신문과잡지를통해소식이멀리퍼지면서시집이헌책방으로쏟아져나왔고,온갖실망과말과비난과욕을다들었고그것을감수해야했다.해직다섯해째교육부와전교조가복직문제에일부합의하면서학교로돌아가게되었다.그러나저자는남아서여러가지직책과직함을떠맡아야했고,엄혹했던시절에매일거리로나가투쟁했다.

흔들리지않고피는꽃이어디있으랴/이세상그어떤아름다운꽃들도/다흔들리면서피었나니/흔들리면서줄기를곧게세웠나니/흔들리지않고가는사랑이어디있으랴//젖지않고피는꽃이어디있으랴/이세상그어떤빛나는꽃들도/다젖으며젖으며피었나니/바람과비에젖으며꽃잎따뜻하게피웠나니/젖지않고가는삶이어디있으랴-<흔들리며피는꽃>(245p)

고맙게생각합니다.나의삶,나의시를

해직10년만에학교로돌아가는길이열렸을때,저자는그지역의문예창작학교겸임교수가아니라시골학교로가기로한다.그러나학교는10년전의그학교가아니었다.복직후에는아이들과전쟁을하다시피했고,10년간창의적인수업방식을연구했지만수업도먹혀들지않았고아이들과만나는방식도겉돌고있었다.복직하고덕산중학교로갔을때,몸에이상이왔다.결국학교를휴직하고,또휴직을거듭하다퇴직했다.27년간교직에있었으나퇴직할때는연금없이퇴직금1,860만원을받았다.해직기간이10년이라연금을받을수없었던것이다.그리고아프고나서야지금까지살아오면서내가겪었던가난,외로움,죄절,절망,방황,해직,투옥,시련,고난,질병,이모든것이고마운것이구나생각하기로힌다.그런시간이작가에게오지않았다면다른길을갔을것이고,시를쓰는사람으로살지않았을것이다.

처음이산에들어올땐/나혼자있다는생각을했다/그러나내가흔들릴때/같이흔들리며안타까워하는나무들을보며/혼자있다는말하지않기로했다/아침저녁으로맑은숨결을길어올려끼얹어주고/조릿대참대소리로마음을정결하게/빗질해주는이는누구일까/숲과나무가내폐의바깥인걸알았다/더러운내몸과탄식을고스란히받아주는걸보며/숲도날제식구처럼여기는걸알았다/나리꽃보리수오리나무와같이있는거지/혼자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