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취재하면서여러가지고민을했다.이책은어떠해야하는가,사람의이야기여야하는가,아니면물건들의세계사여야하는가,또는공장의구석구석을바라보는세심한관찰기여야하는가.(…)일을하고,무언가를만들어내고,다른사람들이만들어낸것으로위로를받는다.인간들은대체로그렇게살아가고있다.어떤방식으로든우리는비슷하게살아가고있으며또,모두연결되어있다고,서로가서로를돕고있으며서로가서로의부분을,부품을,생산하고있다고,나라는존재는수많은사람들의생산으로만들어진조립품같은것이라고생각한다.우리는지구라는거대한공장에서서로를조립하고있는셈이다.-본문중에서
“나라는존재는수많은사람들의생산으로만들어진조립품”
소설가김중혁의느긋하고수다스러운공장탐방산책기
이책은제지공장부터콘돔,간장,가방,도자기,엘피,맥주,그리고김중혁글공장까지호기심이가득한소설가김중혁이다양한공장들을다니면서적어내려간시간과기억,속도와사람에대한,느긋하고수다스러운글과그림을엮은산문집이다.15개의공장산책기와더불어노트탐험기,번뜩이는가방디자인하기,맥주만취시음기등작가의재기넘치는토크(talk)와인공눈물,글로벌작가,안경,보온병,시간표등사물을담은그림등도엿볼수있다.
그는프롤로그에서‘내가좋아하는물건들이공장에서어떻게생산되는지훔쳐보고싶은마음에,물건을만든장소에가서만드는모습을보면물건을좀더이해할수있지않을까싶’어서공장산책기를시작했다고밝힌다.소리와도시,기기같은사물들을아날로그감성과함께깊이있게만들어내는그의글들이어떤기계의발명과비슷해보이기에‘발명가’라는별명이붙기도한김중혁.그는실제로공장을다니면서공장에는사람이있고,결국사람이하는일이고,사람이만들어내는일이라는것을알게되고,우리가생각하는공장의모습은훨씬더입체적이고복잡할것이라는것도깨닫는다.
소설가김중혁은고민한다.“왜나는손에잡히는무엇인가를누군가에게줄수없는것일까.외투를만들거나가방을만들어서직접적으로제공할수없는걸까.”그는소설가가되고난후에도그런고민을자주했다.“내소설은어떤‘물건’이고,어떤‘제품’일까.나는누군가에게무엇을줄수있을까.”그리고엄청난소음으로꽉차있고,묘한냄새가떠다니며,기계들이쉴새없이움직이고있는공장이,만들어지고만들어지고또만들어지고있는공장이부러웠던때가있었다.소음이리드미컬하게들리고,화약약품이향기롭게느껴질만큼.
지금은나름대로답이생겨소설이어째서필요한지,글이왜중요한지도어렴풋하게알것같다고한다.어떤방식으로든우리는비슷하게살아가고,연결되고,서로가서로를돕고,서로의부분을생산하고,나라는존재는수많은사람들의생산으로만들어진조립품같은것이라고.그래서우리는지구라는거대한공장에서서로를조립하고있는중이라고.
공장에대한세심한관찰기,물건들의세계사,그리고사람이야기
김중혁은공장을다니면서,자신에대한다양하고흥미로운사실과기억과추억들을만난다.과거는쉽게잊으며,미래는(어차피예측하기힘드니)거들떠보지않고,주로현재에만집중하는편이라는것,자신이대장간에서태어났다는것,어릴적엔초콜릿의블룸현상을몰라할머니가주신초콜릿을먹다버린기억,메주와함께천천히발효되면서늙어가는할머니의모습을떠올리면서할머니는어떤생각을했을까,그시간들을어떻게견뎠을까생각하곤한다.지구본공장을돌아다니다우주란게뭔지,우주속의티끌보다작은우리는과연누구인지,우리가여기서살고있다는게어떤의미인지에대한상념에빠지기도한다.
‘사후의세계에도종이가있다면,죽도록계속매를맞더라도종이를쓰겠다’는소설가김중혁.일단머릿속에뭔가떠오르면종이에다적고,종이에적은걸고쳐가면서생각을발전시키는과정을오랫동안했기에,종이가없는삶은도무지상상할수가없는그는,종이를낭비하면서생각을발전시킬것인가,생각을낭비하면서종이를절약할것인가,라는딜레마에직면하기도한다.또한그는축소한집같은여러개의주머니가달린가방을좋아하고,크로스백으로도사용할수있고,손잡이로들고다닐수도있고,백팩으로도사용할수있는,세가지방식이결합된3way가방만보면정신을잃는가방중독자이다.가방공장에다녀와서야하나의가방이만들어지려면길고지난한작업과정을거쳐,가죽을자르는일도,붙이는일도,꿰매는일도,기계가아니라사람이해야한다는것을알게된다.
‘장점을단점으로바꾸고혹은장점이었던것을단점으로보이게만드는’시간을담은엘피를보며사라지지않기를바라기도하고,피아노공장은피아노를만드는게아니라소리를만들고,소리를파는것이라며피아노를만드는데는정답이없다고이야기한다.검고투명한간장을보며,간장공장공장장님이신입직원이들어올때마다천문학적인숫자들의효모들이돌아가고있는숙성탱크를보여주는이유도아마시간을가르쳐주고,강조하고싶어서일것이라고생각한다.맥주를마시며힘든시간과어색한순간들을보냈고,아침마다식사로라면을끓여먹는아버지의등이자꾸떠오르는아들이면서,꼬불꼬불한라면을보면서뒤에서빠른속도로밀고들어오는데,앞에서속도를내지못하면결국꼬불꼬불해지고마는것인가,라며속도의차이에대해고민한다.
1년넘게공장을돌아다닌후에그는이렇게말한다.“인간은기계를만들었고,기계는산업화를만들었고,산업화는더많은공장을만들었고,또한노동계급을만들어냈다.노동계급은더많은기계를만들어냈고,더많은기계는더나은기계로진보했으며,더많고더나은기계는노동계급을감소시키고있다.이제부터본격적인기계와로봇의역습이시작될것이다.우리에게필요한모든것을기계가생산해준다면,우리는어떻게살아가야할까.”그리고인간이있는세상을꿈꾸면서,다시한번속도와사람에대해돌아보게만든다.
소설공장,수필공장,그림공장등모든작업장을관리하는김중혁글공장통제실에적혀있는표어“멍하니,바라보자.오랫동안,바라보고,끈기있게,바라보고,깊이생각하자.모든게끝났으면빠른시간에쓰자”를보며,김중혁글공장의공장장인그는오늘도쓰고,기록하고,남기고,낙서하고,또,쓴다.그의글공장은계속돌아갈것이다.